그건 부당합니다 - Z세대 공정의 기준에 대한 탐구
임홍택 지음 / 와이즈베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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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것을 맞다고 말하지 않고, 뻔히 보이는 부당을 애써 숨기지 않는 MZ세대의 화법. 이제 나도 적응할 만큼 적응되어 있다. 물론 내 나이를 크게 MZ세대에 끼워 준다면야 고맙지만 턱걸이 수준인 상황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아닌 질레니얼 세대는 어렵기만 하다.

 

4년 전 《90년생이 온다》로 출판계를 떠나 기업 필독서가 된 저자 임홍택이 이번엔 'Z세대(00년생부터)'를 분석했다. 특히 부제는 세대의 모토라고 할 수 있는 '공정' 기분을 탐구한다. Z세대는 정의를 논하기보다 개인에게 미칠 파급력 즉 '공정한가'에 초점을 맞춘다. 내가 한 만큼 정당한 대가, 다른 사람과 차별받지 않아야 함이 가장 크다.

 

《그건 부당합니다》는 사실 젊은 세대가 생각하는 공정의 기준이 옳은 것인가를 다루고 있지 않다. 좀 더 넓혀 시대 변화를 중심에 두고 성별, 세대를 나눠 생각하지 않고 사회 전체의 부당함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세대 차이가 아닌 원칙의 차이를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책 속에 재미있는 예가 있다. 바로 '줄 서기'문화다. 젊은 세대는 자신이 줄 서 있는 줄이 유일한 곳이 아님을 알고 불안함에 떤다. 새치기가 문제가 아니다. 부당함은 금수저나 기득권의 유리한 패스트 트랙이 언제고 생길 수 있음이다. 이 두 줄은 붙어 있어 잘 보이기도 한다. 입시 비리, 성과급 논란, 공기업 및 금융기관 취업 비리 등이 바로 이 새로운 줄에 해당한다는 거다.

 

또 다른 예가 있다. 돈에 따라 차등되는 비행기의 좌석이다. 철저히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이 분리되어 있지만 책 속 상상처럼 분리된 커튼이나 칸막이 없이 좌우로 나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식사가 동시에 제공되지만 다른 메뉴가 설정되고 이를 뻔히 눈을 돌려 볼 수 있다면 과연 공정한 걸까. 이 상황은 저자가 정확하게 지적하려는 주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계층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효과로 보면 가격 차별화 전략이라 영끌해서 비싼 티켓을 산다면 한 번쯤 경험할 수 있는 거란 생각이다.

 

마이클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은 하루 종일 서로 마주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기 때문인데 온라인은 이 경계가 없기 때문에 다툼이 일어난다. 모바일과 인터넷을 태어나면서 습득하게 된 Z세대는 SNS를 통해 이들의 일상을 자의든 타이든 알게 된다. 모르면 몰랐지 알게 된 이상 본인과 비교할 수밖에 없고 현실을 부정하고 나아가 혐오하게 된다.

 

 


금수저 논란은 급기야 [금수저]라는 드라마까지 나오게 했다. 동명의 웹툰을 드라마로 옮겼는데 신비한 금수저로 동갑의 상대 집에 가서 3번 밥을 먹으면 그 삶을 살게 된다는 이야기다. 태어날 때 결정할 수 없는 부모를 후천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설정은 잔인하면서도 새롭다. 얼마나 젊은 세대가 태생을 비관하며 금수저를 갈망하는지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무섭고 섬뜩한 설정이지만 로또, 주식, 코인에 올인하는 상황과 비교하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젊은 세대는 앞서 말한 줄 서기에서 새치기보다 부모 찬스를 쓰는 데 더 큰 분노를 쏟는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특권의 성취는 애초에 넘볼 수 없는 선인 거다. 절대 얻을 수 없는 '마법의 힘'이다. 이를 젊은 세대는 부당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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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우연이 아닙니다 - 삶의 관점을 바꾸는 22가지 시선
김경훈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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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은 것이다"

-로버트 카파-

 

이는 '로버트 카파'가 했던 말이다. 매그넘 포토스 설립자이자 포토저널리즘의 역사를 새로 쓴 위대한 사진기자이기도 하다. 몇 년 전 한국에서 열린 매그넘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본 사진의 주인공이다. 가장 유명한 사진은 '어느 병사의 죽음'이다. 스페인 내전 한 병사가 총에 맞은 찰나를 찍었다.

 

정말 가까운 곳에서 생생하게 셔터를 눌렀던 그는 대상에게 가까이 가야 할 이유뿐만 아니라, 기자 정신을 바로잡았다. 하지만 조작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사후 평가는 엇갈릴지 몰라도 역사에 획을 그은 사람임은 달라지지 않는다.

 

"어제는 참사 현장에서 오늘은 똥박물관에서 카메라를 듭니다"

-김경훈-

 

앞서 카파 이야기를 꺼낸 건 사진기자 최초 한국인 퓰리처 수상자인 김경훈 기자의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로또 한 방으로 인생이 바뀌는 것이 아닌, 꾸준함과 인내심이 켜켜이 쌓아 올린 과정이 인생의 결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우연이란 없으며 모든 순간이 어제와 오늘이 쌓인 내일이 된다는 말이다.

 

2019년 퓰리처상, 2020년 세계보도사진전, 로이터 통신 올해의 사진을 받으며 명성을 떨쳤지만 여전히 현장을 누비고 있는 현직 사진 기자다. 책은 인간관계(1장), 감정(2장), 삶의 태도(3장), 인생의 목적(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유명 사진작가의 사진도 함께 담겨 있어 보는 즐거움도 더했다. 20년간 이어진 기자 경험을 토대로 인문학적 사유까지도 전한다.

 

 

사진은 기관총이 될 수 있고, 따뜻한 키스가 될 수도 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책은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도 들지만 소탈한 매력이 놀라웠다. 험한 현장을 다녀오고도 직장인처럼 다음날 책상 영수증을 뒤적이는 평범함이 포인트다. 특종은 대단한 것의 발견이기보다 오랜 꾸준함과 진심에서 나오는 태도의 문제일 수 있다는 거다.

 

2018년 11월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카라반 가족이 최루탄 연기에 쫓겨 미국 국경 장벽 앞에서 달아가는 찰나를 담아 퓰리처상에 이른다. 대부분 삶의 성공을 이루었다고 성취감에 빠지지 않았을까 예상했지만, 김경훈 기자는 다음날, 똥 박물관 취재를 다녀왔다.

 

묵묵히 한자리에서 정해진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코닥의 흥망성쇠에 비춰 인생을 논하는 통찰이 느껴진다. 분야의 최고가 되었을 때 고여있다거나 멈추지 않고 달린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준비할 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적응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한 장의 멋진 사진을 만들기 위해 수천 장을 찍게 되는 과정을 20년 동안 반복했다. 병에 걸려 아파하는 사람들, 재난 지역, 올림픽 현장, 수많은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우사인 볼트가 경기장에 대자로 누워 있는 항공샷은 드론 촬영이 아닌 김종훈 기자가 현장의 캣워크에서 찍었던 사진이다.

 

위험천만함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기자정신을 발휘한 순간이라 인상적이었다. 아마 이번 일어난 큰 참사에도 카메라를 들고 다녀왔을 거 같다. 나중에 또 다른 책이 나오면 그때의 경험을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면 결정적인 순간을 자기 것으로 만들 기회가 많아진다. 오늘은 어제 떠나간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다. 오늘도 건강함에 감사하고 내일을 꿈꿀 수 있음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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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해냈어! - 평생 보통사람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성공한 사람이 될 것인 것?
정문영 지음 / 제이씨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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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성공을 원한다. 그러나 누구나 성공할 수 없다. 매년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성공'을 키워드로 등장하지만 내년 또 많은 책이 같은 주제로 가판대를 점령하는 이유다. 성공이 손바닥 뒤집듯이 쉽다면 쫓으려하지 않을 거다. 모두가 성공했는데 굳이 성공할 필요가 있을까. 소수만이 가능하고 어렵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소박하게나마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가이드가 되어 주길, 지금의 두려움을 해소해 주길, 어딘가에 기대길 바라는 것이다. 변화를 꿈꾸고 미래를 계획한다면 가끔 자기계발서를 읽어주는 게 원동력이 되어준다. 특히 아침에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읽어보면 하루의 확실한 연료가 될 수 있다.

 

오랜만에 자기계발서를 읽게 되었다. 선물로 받은 달달한 믹스커피까지 함께 하니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 내려가 버렸다. 우연히 '펠리스커피'를 알게 되었는데, 요새 노오란 단풍잎과 잘 어울려서 좋았다. 펠리스커피는 국제 인도주의 의료구호단체 '국경 없는 이사회'에 홍역백신 금액을 후원하는 커피다. 엄선된 원두와 식물성 크림과 설탕뿐만 아니라 의미까지 챙기니 맛도 기분도 챙길 수 있다.

 

"나도 해냈다는 성취감!"

 

책의 핵심 키워드는 '성취감'이었다. 저자는 '성취감'을 동력 삼아 삶을 바꾸었다고 말한다. 성취감, 사전적인 의미는 목적한 것을 이룬 감정이다. 좀 더 쉽게 비유해 보면 운동선수의 메달로 비유할 수 있겠다. 떫은 감을 곧바로 먹을 수 없듯이 오랜 숙성으로 만들어진 달콤함. 이를 먹었을 때가 뇌의 즐거움을 말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단숨에 목표에 도달하길 꿈꾸기에 금방 포기하고 만다.

 

이는 곧 버튼만 누르면 성공으로 이어지는 방법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를 꾸준한 노력의 결과라는 부제를 달아준다. 저자는 지인의 말을 빌려 '성공에 취함 감'이라 표현했고, 취함은 '몰입'으로 해석해 보면 좋은 비유가 되어준다.

 

성취감에는 과거 지향형과 결과 지향형이 있는데 대부분 결과만 생각하기 때문에 성취감을 맛볼 수 없다. 과거 지향적으로 생각하면 결과에만 집착하지 않고 실패의 원인을 찾아 해소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덧붙여져야 할 것은 이를 시각화해 성취감을 자주 맛 보라는 거다.

 

요즘 앱도 잘 돼있기 때문에 사진을 찍거나 어플에 기록하는 법도 있지만. 저자는 직접 손글씨로 기록하는 아날로그형을 추천한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디지털로 하는 게 좋겠지만, 필자도 이 방법을 선호한다. 필자는 오늘 해야 할 일을 포스트잇에 기록하고 하나씩 완료되었을 때마다 밑줄 그거 소거해간다. 그 종이에 있는 일을 다 했을 때는 과감히 찢어 버린다. 그때의 그 성취감이란 말도 못 한다. 아마 중독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 저자도 작은 행복을 계단 삼아 하나씩 이루면서 성공했다고 고백한다.

 

 

"성취감 노트 5분만 투자!"



책 속에는 '성취감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성취감 노트를 작성만 해도 매일 적극적인 동기부여가 되어준다. 하루 5분만 투자해 보는 거다. 커피를 만들고(타고) 마시는 시간 만 투자해도 OK!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자신을 칭찬하면서 시작하는 자존감을 세운다. 긍정적인 감정을 만들고 몰입의 즐거움을 누리면서 이를 좋은 습관으로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작은 목표부터 시작해야 지치지 않는다. 규칙적으로 실행하고 스트레스를 조절하길 바란다. 점프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거다. 스텝 바이 스텝. 다음 성취감의 계단으로 만들어 주면 좋다.

 

이것들만 해도 반은 성공이다. 이제 오늘 해야 할 일 '빨래, 설거지, 일기 쓰기, 영화리뷰 쓰기'만 이루어도 대성공이다. 이 네 가지를 다 못해도 괜찮다. 내일 해도 괜찮으니까. 위에 소개한 것만 해도 괜찮지만 심화 학습이 필요하다면 번외 편도 준비되어 있다.

 

하루 조금씩 글쓰기를 하며 일어난 일, 반성해야 할 일, 재미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자. 집 안에 정성과 사랑을 쏟을 반려동물이나 식물도 좋다. 요리나 DIY를 통해 성취감을 얻어도 금상첨화다. 이를 넓혀 다이어트에 적용해 보면 더 좋을 거다.

 

올해도 벌써 다 지나갔다. 3년째 마스크를 쓰고 살아가는 게 먼일처럼 느껴졌지만 3년이나 훌쩍 지나갔다. 이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나. 하지만 지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낸 모든 국민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원한다면 성취감에 취해 매일 조금씩 나아가길 응원한다.

 

 

"나도 해냈어! 너도 해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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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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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의 특별 추천사가 수록되어 있는 《위어드》는 인류 역사와 뇌구조까지 바꾼 문화적 진화의 힘, 현대 서구 문명 번영을 이룬 키워드를 5가지로 정리했다.

그는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보다 재미있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를 잇는 대작이라 소개한다. 하지만 아쉬움도 많았다고 말했다. 먼저 서구적인 관점(그것도 서양 대학생에 한정)에서 편향적 서술을 비꼬면서 아시아 중에서도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는 표시되어도 한국은 표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위어드란 이름을 붙일 때, 서구의, 교육 수준이 높고, 산업화된, 부유하고, 민주적인 사회 출신 앞 글자를 따 '이상한'집단이라고 칭했지만 그도 실수를 저질렀다. 또한 공진화 분석에 초석이라 할 수 있는 '찰스 럼스던'과 '에드워드 윌슨'의 저서가 인용문으로 등장하지 않은 점도 예를 든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뉴욕타임스'가 주목할 만한 책이라며 간택했다. 그럴 만한다. 하버드대 인간 진화생물학과 교수인 '조지프 헨릭'은 서구사회의 독특한 심리, 문화, 제도가 주류로 자리 잡게 된 원인을 분석했다. 인류학, 심리학, 경제학, 진화생물학적 측면에서 통찰력 있고 심도 있는 이론이 심지어 재미있게 펼쳐진다.


'공진화'란 남의 행동과 결정을 지켜보면서 자신도 변화하며 진화한다는 이론이다. DNA, 생태환경, 심리, 문화 등이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함께 진화해 오늘날에 이르렀다는 것. 오늘날의 인간 사회 속 문화는 인간의 뇌 회로를 바꾸고 생물학적으로 변화시켰다. 자신이 바꾸고자 하는 모델과 가까운 쪽으로 능동적으로 수정하고 조율해 문화적 진화를 이룬다는 거다.

맞다! 현대인은 더더욱 공진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날마다 남과 비교하고야 마는 SNS 때문이라도 함께 진화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인류의 진화가 유전이나 기후, 먹거리 등이 아닌 '심리적인 문제'부터 시작한다는 거다. 참 새로운 발상이다 못해 획기적이다.

한 예로 한 나라의 개신교인 비율은 20세기 초 국가 간 문해율 변이를 설명할 수 있다는 해석도 의미심장하다. 같은 시기 가톨릭 국가는 이에 반밖에 되지 않는다. 종교를 전파하기 위한 수단인 성경을 읽히기 위해 지방의 다양한 언어로 발전되었고 이는 문맹률이 감소했다는 논리다. 교육 때문에 인쇄 기술의 발전 경제성장, 대의 정부로도 뻗어나갔다고 주장한다.


인류 역사 발전은 '문화'를 중심으로 풀어 나가는 방법이 독특하다. 중국의 오랜 역사와 발전보다 뒤처진 서구가 왜 갑자기 세계 중심이 되었을까, 200년 밖에 되지 않은 미국이 왜 1위 국가가 되었을까. 생각만 했다면 원인을 찾아보는 이 책의 구성에 호기심이 들 거라 장담한다. 현대 서구 사회가 누리는 경제, 문화적 번영이 우연히 만들어진 이상한 사고방식 때문이라니. '심리'가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흥미롭게 기록되어 있다. 더불어 현대 사회의 기원까지도 톺아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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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민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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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계의 크로스오버는 대세다. 이 책을 받았을 때도 사실 그런 기분이었다. 클래식 전공자가 미술을 보고 영감 받아쓴 책이겠거니 하는 선입견. 하지만, 처음부터 읽지 않고 아무 곳이나 펼치는 습관(소설은 빼고)으로 읽었던 부분에서 완전히 매료되었다.

 

"이분 대체 뭐 하시는 분이야?"

 

하나만 잘해서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다. N잡러를 일부러 꿈꾼 건 아니었지만 닥치는 대로(라고 쓰고 물 들어올 때라고 쓴다) 이것저것 해야 하는 세상이다. 정년퇴직도 짧아지고 평생직장도 없다. 삶은 길어졌고 그 시간을 뭐로 버틸지 고민하는 것도 힘들다. 평생 놀고 싶다고 생각해도 막상 며칠 놀면 지루하다. 뭐든 일을 해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한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다가 이렇게 된 건지 다시 갈피를 잡아보자. 이 말은 본질은 현대 사회는 아니 점점 더 한 가지만 잘해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소리였다.

 

이수민 저자는 여러 직업으로 불리는 사람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명칭 아래 이 책을 썼으니 작가, 클래식에 영감받아 그림 그리니 화가다. 사회자나 공연 해설자도 오래 했단다. 원 소스 멀티 유즈로 다방면에 재능 있는 분이었다. 책 곳곳에 자신이 작업한 작품도 같이 수록되어 있다.

 


앞서 말한 우연히 펼쳤다가 충격받았던 부분을 소개하겠다. '신체의 풍경'이란 제목의 1장 그림에 음악 더하기 섹션이었다. 우리나라 1세대 전위예술가로 자기 몸을 중심축으로 삶아 그리는 이건용, 신체의 한계를 넘어선 발레리노 바츨라프 니진스키, 그리고 예술의 본질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드뷔시다.

 

특히 20대 후반에 조현병을 진단받고 무대에 오를 수 없던 러시아의 남성 무용수 니진스키의 삶과 목신(판)과 드뷔시까지의 연결이 기묘하게 다가왔다는 거다. 그를 두고 평단은 "10년은 성장했고, 10년은 발레를 배웠고, 10년은 무대에서 춤췄다."라고 할 만큼 미술, 음악, 무용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안무가로도 활동했는데 데뷔 작품이 드뷔시의 음악 '목신의 오후'다. '목신의 오후'는 드뷔시가 프랑스의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가 쓴 동명의 아홉 페이지의 장편 시에 영감받아 1894년 작곡한 곡이다. 뜨거운 여름날 욕정에 젖은 판의 모습이 몽환적이고 성적이다. 반복적인 테마 사용, 오케스트라 작곡법의 전통을 지키면서 자유로움을 추구한 파격적인 음악을 니진스키의 독창적인 안무와 만나 시너지를 이룬다.

 


책에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와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의 곡 '봄의 제전(1913)'까지 큐알코드화 되어 있는데 유튜브로 보다 보면 당시 관객이 받았을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지금 봐도 잊을 수 없는 안무와 음악, 표정이 충격적이기 때문. 또 놀란 것은 스트라빈스키와 샤넬의 염문을 영화로 만든 <샤넬과 스트라빈스키>에 매즈 미켈슨이 나왔다는 것! 음악과 무용에 매료되고 있는데 매즈 미켈슨이 나와 놀랐고 재미있었다. 두 예술인의 삶에 대해 궁금하다면, 매즈 미캘슨의 팬이라면 꼭 보길 권한다.

 

영화 오프닝 부분인데 영화 <미드 소마>가 생각나기도 한다. '봄의 제전'은 20세기 최고의 음악이라고도 불리는데 관객들은 공연 도중 야유를 퍼붓거나 중간에 퇴장하기도 한다. 당시 매우 충격적이라 호불호가 갈린 듯하다. 소재가 '봄'인데 그로테스크한 안무가 죽음이 드리워진 공포가 느껴지기 때문일 거다. 발레지만 원시적이고 흡사 종교의식 같다. 불협화음이 느껴지는 혼란과 어려운 음계와 악기의 테크닉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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