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우연이 아닙니다 - 삶의 관점을 바꾸는 22가지 시선
김경훈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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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은 것이다"

-로버트 카파-

 

이는 '로버트 카파'가 했던 말이다. 매그넘 포토스 설립자이자 포토저널리즘의 역사를 새로 쓴 위대한 사진기자이기도 하다. 몇 년 전 한국에서 열린 매그넘 전시회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본 사진의 주인공이다. 가장 유명한 사진은 '어느 병사의 죽음'이다. 스페인 내전 한 병사가 총에 맞은 찰나를 찍었다.

 

정말 가까운 곳에서 생생하게 셔터를 눌렀던 그는 대상에게 가까이 가야 할 이유뿐만 아니라, 기자 정신을 바로잡았다. 하지만 조작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사후 평가는 엇갈릴지 몰라도 역사에 획을 그은 사람임은 달라지지 않는다.

 

"어제는 참사 현장에서 오늘은 똥박물관에서 카메라를 듭니다"

-김경훈-

 

앞서 카파 이야기를 꺼낸 건 사진기자 최초 한국인 퓰리처 수상자인 김경훈 기자의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로또 한 방으로 인생이 바뀌는 것이 아닌, 꾸준함과 인내심이 켜켜이 쌓아 올린 과정이 인생의 결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우연이란 없으며 모든 순간이 어제와 오늘이 쌓인 내일이 된다는 말이다.

 

2019년 퓰리처상, 2020년 세계보도사진전, 로이터 통신 올해의 사진을 받으며 명성을 떨쳤지만 여전히 현장을 누비고 있는 현직 사진 기자다. 책은 인간관계(1장), 감정(2장), 삶의 태도(3장), 인생의 목적(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유명 사진작가의 사진도 함께 담겨 있어 보는 즐거움도 더했다. 20년간 이어진 기자 경험을 토대로 인문학적 사유까지도 전한다.

 

 

사진은 기관총이 될 수 있고, 따뜻한 키스가 될 수도 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책은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도 들지만 소탈한 매력이 놀라웠다. 험한 현장을 다녀오고도 직장인처럼 다음날 책상 영수증을 뒤적이는 평범함이 포인트다. 특종은 대단한 것의 발견이기보다 오랜 꾸준함과 진심에서 나오는 태도의 문제일 수 있다는 거다.

 

2018년 11월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카라반 가족이 최루탄 연기에 쫓겨 미국 국경 장벽 앞에서 달아가는 찰나를 담아 퓰리처상에 이른다. 대부분 삶의 성공을 이루었다고 성취감에 빠지지 않았을까 예상했지만, 김경훈 기자는 다음날, 똥 박물관 취재를 다녀왔다.

 

묵묵히 한자리에서 정해진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코닥의 흥망성쇠에 비춰 인생을 논하는 통찰이 느껴진다. 분야의 최고가 되었을 때 고여있다거나 멈추지 않고 달린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준비할 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적응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한 장의 멋진 사진을 만들기 위해 수천 장을 찍게 되는 과정을 20년 동안 반복했다. 병에 걸려 아파하는 사람들, 재난 지역, 올림픽 현장, 수많은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우사인 볼트가 경기장에 대자로 누워 있는 항공샷은 드론 촬영이 아닌 김종훈 기자가 현장의 캣워크에서 찍었던 사진이다.

 

위험천만함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기자정신을 발휘한 순간이라 인상적이었다. 아마 이번 일어난 큰 참사에도 카메라를 들고 다녀왔을 거 같다. 나중에 또 다른 책이 나오면 그때의 경험을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면 결정적인 순간을 자기 것으로 만들 기회가 많아진다. 오늘은 어제 떠나간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다. 오늘도 건강함에 감사하고 내일을 꿈꿀 수 있음에 기쁘다.

 

??본 리뷰는 도서 지원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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