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미원조 - 중국인들의 한국전쟁
백지운 지음 / 창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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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전쟁을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어떤 의미를 품고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 한국전쟁을 부르는 중국의 공식 명칭은 '항미원조전쟁'이다. 몇 해전 K 팝그룹 내 중국 멤버들이 항미원조 70주년 기념글을 SNS에 올리면서 더욱 논란이 되었다.

얼마 전 장진호 전투의 기적이라 말한 윤대통령이 미국 의회 발언도 연관있다. 이후 중국 관영매체의 CCTV 군사채널 CCTV7에서는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다]를 긴급 편성하기도 했었다. 항미원조전쟁은 환영받지 못했던 소재였지만 2021년 <장진호>가 나오면서 달리 진다. <장진호>는 중국 박스오피스 최대 흥행작이다. 한국전쟁 동부전선에서 중국과 미국이 치열하게 맞서 싸운 전장 장진호 전투를 다루었다.

중국이 미국에 대항할 국가로 성장하게 되면서 항미원조란 단어를 적극적으로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정부의 무역 갈등에서 시작해 바이든 정부의 미중대결의 정치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드러내놓고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모호한 레드라인이 숨겨져 있어, 건드리기도 쉽지 않지만 잘못 건드렸다간 고욕을 치르기 십상이다. 건국 이래 항일전쟁과 해방전쟁(국공내전)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들이 수없이 쏟아진 데 비해, 항미원조에 관한 작품 수가 현저하게 적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p47

중국 입장에서 항미원조전쟁(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은 억눌려왔던 금기사항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와서 오히려 대중문화를 통해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 같은 전쟁이지만 한국과 중국의 기억에서 서로를 지우고 있는 아이러니다.

중국에서 그동안 항미원조전쟁은 탁구의 엣지볼로 비유되었다. *주선율(개혁개방 이후 소련식 선전 영화를 대신해 당과 국가 이데올로기 선전, 대중 교양 담당 영상 장르) 장르에서 항일전쟁과 월등하게 차이 났다는 거다. 90년대 이후 TV 드라마 영역이 커지지고 할리우드식 서사의 장치들이 도입되면서 확장되었다.

70년간 중국에서는 항미원조전쟁을 '미국'과의 관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왔다. 최근에는 중국 애국주의의 발흥 과정에 시용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전쟁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감추고 싶은 전쟁이었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입장 사이에서 전쟁이 어떤 의미로 둔갑하는지 깊게 다루고 있다.

주선율 장르 세 가지 유형

1) 항일전쟁과 해방전쟁 및 건국 과정을 다룬 역사물

2) 혁명적 모범 인물을 조명한 전기물

3) 앞의 두 유형을 종합하여 영웅적 이미지를 만들어낸 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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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르 플랜츠 B.plants - 괴근식물부터 아가베, 박쥐란까지 희귀식물에 대한 모든 것
주부의벗사 엮음, 김슬기 옮김, 고바야시 히로시 외 감수 / 북폴리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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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취미 생활로 식물 키우기, 가드닝이 인기다. 취미가 중독이 되고 맹렬해지면 이른바 '식덕'이 탄생하게 되는 거다. 웹툰 작가이면서 식집사으로 유명한 '마일로'의 만화책도 흥미롭게 봤었던지라 호기롭게 일본 원예 전문지 《비자르 플랜츠 B.plants》를 손에 잡게 되었다.


책은 식물 애호가의 바이블로 불리는 인기 원예 전문지다. 희귀식물 중 인기 있는 괴근식물, 아가베, 박쥐란, 파키포디움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기초 상식, 물주기, 온도, 생장, 사이클, 루팅 등 재배 방법과 업계 전문가의 인터뷰 등으로 꾸려져 있는 첫 공식 한국어판이다.


검색창에 '괴근식물'을 써봤다. 처음 듣는 단어인데 이미 많은 인기와 관심이 경도되고 있더라. 괴근식물? 괴상한 모양이긴 한데 그렇다고 막 붙인 이름은 아닐 거 같아 좀 더 들여다 보기로 했다. 괴근식물이란 일반적으로 코덱스(Caudex)로 불린다. 덩어리 괴(塊), 뿌리 근(根)을 쓰며 몸통과 줄기, 뿌리가 한 덩어리로 팽창되어 그로테스크한 모습이 특징이다.


주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남미, 중동 등 건조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 생력명이 엄청나다. 선인장처럼 수분을 체내에 저장해두고 뿌리에 영향을 두고 있는 고구마를 떠올려 보면 쉽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기묘한 모습의 다채로운 외관 때문에 마니아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것 같다.


다육이도 죽여버리는 식물킬러이자 똥손인 내게 희귀식물 키우기는 그림의 떡이겠지만. 낯선 외모와 발음하기도 어렵고 외워지지도 않는 이름의 식물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수확이라 생각한다. 현재는 온라인으로도 주문이 쉽고, 식물숍, 화훼농원에도 수입이 잘 되어 구매가 쉽다고 한다. 관리가 까다롭지 않은 독특한 반려식물을 찾는다면, 식물로 인테리어하는 플랜테리어에 관심 있다면. 이 책까지 1+1로 구입하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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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 - 자기증명과 인정욕구로부터 벗어나는 10가지 심리학 기술
마이클 투히그.클라리사 옹 지음, 이진 옮김 / 수오서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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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를 버린다는 것은 일을 망쳤어도 견딜 수 있는 것이며, 자신이 인간임을 허락하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완벽주의가 요구하는 기준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불가피한 삶의 복잡성을 즐기는 법을 배웠으며 또 여전히 배우고 있다.

 

P10-11

 

제목을 본 순간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이끌리게 되었다. 자기 증명과 인정욕구로부터 벗어나는 10가지 심리학 기술을 적어 놓았다.

 

 

-'있어야 하는 위치'에 도달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불안, 스트레스, 걱정의 늪에 빠진 사람

 

-완벽주의가 삶을 장악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 사람

 

-대체 왜 집착을 버릴 수 없는지 궁금한 사람

 

-나는 부족하고, 쓸모없는 존재이며,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마음속 깊이 믿는 사람

 

-완벽주의가 지긋지긋하지만 딱히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모르는 사람

 

보잘것없는 내 완벽주의 시작은 한 가정의 장녀로 태어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면서부터였다. 늘 실수하면 안 되었고 동생의 모범이 되어야 했다.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착한 딸이 되려고 노력했다. 대학에 가고 알바도 해서 용돈도 드리고, 열심히 살았다. 짬 내서 직장도 다니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했다. 그리고 자립해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참 바삐 살아온 마흔. 올해 초 번아웃이 오고야 말았다.

 

완벽하고 싶은 욕망은 인간을 불안으로 이끌고 불안은 삶을 좀 먹는다. 올해 4월에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지난 3년간 쉼 없이 달려온 일을 한순간에 그만두었다. 한 번도 자의로 그만둔 일이 없기에(대부분 폐점, 폐업함) 늦깎이에 큰 다짐을 했다. 내가 먼저 계약 종료를 하게 되었다. 불안하지만 시원했고, 자유를 누리고 있지만 어딘지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인간은 불안과 자유 사이를 반복하며 평생을 살아가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프리랜서라는 말이 겉으로 보기엔 한없이 좋아 보이지만 불안과 함께 하는 삶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말에 잠식되어 휴식을 놓치고야 만다. 이 굴레는 끝도 없이 이어지고, 나라는 사람은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일을 내려두고 혼자만의 완벽함에서 벗어나 봤다. 하루 종일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영화를 보며 느슨한 시간을 보내니 너무 좋다. 고질병이던 왼쪽 어깨와 목 통증은 사라지고, 잠도 잘 잔다.

 

책 속에서 완벽이란 실체가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추상적인 개념이라 했다. 사람에 따라 다르고 가변적이라는 거다. 이루려고 죽도록 노력하지만 이루지 못할 수도 있는 거다. 그 신기루 같은 '완벽'에 사로잡혀 고통스러워했던 지난날이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조금 천천히 속도를 낮춰가니 다행이다.

 

저자는 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의 마법 거울을 자주 떠올린단다. 세상의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왜곡해 보여주는 악마의 거울이 하늘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나면서 사람들의 눈과 심장에 박힌다. 그래서 아주 아름다움이 추하게 보인다고 했다. 그 작은 조각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이 삶은 시금치가 되어버리는 거다. 결국 거르다가 뜨거운 눈물이 카이의 눈과 심장에서 거울 조각을 녹여내듯이. 이 책이 힘든 시기의 사람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거다.

 

가치를 찾는 데 도움 되는 7가지 질문

 

1.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당신이 소중히 여기고 나아가고 싶은 방향이 있는가?

 

2. 뒷일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3. 복권에 당첨된다면 무얼 하겠는가?

 

4. 당신의 묘비명에 어떤 글이 적히길 원하는가?

 

5. 당신이 죽은 뒤에 가까운 이들이 당신을 어떻게 기억해 주길 원하는가?

 

6. 아주 작은 것이라도 당신에게 기쁨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7. 그 일이 가져다줄 고통을 알면서도 반복해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가치'있는 삶. 내 인생을 어떤 식으로 운영할 것인지 나침반을 설정하고 있다면 자부심, 충족감, 활력이 넘친다. , 명예, 성공. 끝도 없는 욕심 혹은 무언가 때문이라며 무가치함에 노예가 되어간다. 지난 3년 동안 소중한 것들을 애써 외면한 채 살았던 거 같다. 이제라도 소중한 가치를 깨닫고 그에 맞는 방향으로 가려 하니 후련하다.

 

그 결정에 좋은 파트너를 만난 기분이다. 매일 해야 할 일 리스트를 만들고 틀에 끼워 맞추며 살다 보니 많은 것을 잃어갔다. 건강, 가족, 지인, 여유, , 행복 등. 고물가 시대,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돈이 좀 없으면 어떤가. 나를 사랑하고 그대로 인정해 주는 주변인이 있으니까 괜찮다. 이만큼 살아보니 곁에 누가 없는 것만큼 헛된 인생도 없더라.

 

이제 나와 주변을 돌아보고 느리게 살아도 괜찮음을 조금 깨닫고 있는 시기인 셈이다.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란 없다. 타인이 정한 룰에서 벗어나 자유의지를 갖는 거다. 결과보다는 과정. 반드시 찾아야 할 것. 원칙과 두려움이 아닌 가치에 기준을 둔 선택을 할 때 어떻게 달라질지 상상하는 거다. 결국 내 삶을 살아갈 사람은 나 자신임을 잊지 말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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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세계미래보고서 - 새로운 부의 기회는 어떻게 오는가
박영숙.김민석 지음 / 더블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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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직업의 죽음을 가까이 느낀다. 너무 빠르게 다가온 챗GPT 때문이다. 10년에 걸쳐 쌓아 온 경력을 앗아갈지도 모른다는 위협한다. 피한다고 피할 수 없는 만큼. 알고 준비하고 응용하기로 마음 바꿔 먹었다. 아날로그 인간인 나는 책으로 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생성 AI가 바꿀 미래 산업과 일자리 트렌드를 전망했다는 게 GPT 세계미래보고서를 선택한 이유였다. 우선 챗GPT에 대해 알아보고, 어떤 산업에 파고들지 예측하는 게 포인트다.

 

이 책은 저자가 독특하다. 밀레니엄 프로젝트 코리아 박영숙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국회의원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세계 최초로 5월 국회에서 ‘AI 질문 대회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챗봇에 AI를 결합한 게 시초인 만큼 질문과 대답에 착안하여 분석을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매우 고무적인 발상이라 생각했다.

 

GPT의 기원

 

GPT는 샘 알트만과 일론 머스크 등이 2015년 설립한 인공지능 연구 회사 인공지능 연구 그룹 오픈AI’에서 출시한 챗봇이다. 원래 목적은 인간의 안전과 혜택에 중점을 주고 만들어졌다. 비영리 조직이었지만 설립 목적을 지키고 확장하기 위해 하이브리드로 진화, ‘이익은 제한하는 회사가 되었다.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요 투자자이다.

 

GPT는 채팅을 통해 상화 작용하는 오픈 AI에서 훈련된 고급 AI 챗봇이다. 후속 질문에 답하거나 실수를 인정하고 잘못된 전제에 이의를 제기하고 부적절한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

 

내 직업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블루칼라 직업은 물론, 화이트칼라 직업이 대체될 가능성도 높게 봤다. 전반적으로 AI가 침투하지 않는 부분은 없다는 거다. 정신노동 서비스, 기초과학분야의 과학자, 법률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 인플루언서를 대신하는 제품추천 등. 오싹하기도 하지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을 잘 하도록 보조하는 데 쓰인다면 혁명적일 수 있겠다.

 

요새 정주행 중인 드라마 [휴먼스]는 인간과 별 차이 없는 휴머노이드가 생활 전반에 함께 하고 있다는 가상의 미래다. 가사도우미, 청소부, 상담원, 간병인, 농부 등 다양한데 형사도 있다.

 

그중 14년 전 인간성을 탑재한 생각하는 인공지능 몇몇이 탈출해 기원을 밝히고 모험을 떠난다는 스토리다. [웨스트월드]<블레이드 러너>에서 느꼈던 공포가 떠오르는 영국 드라마다.

 

본론으로 돌아가 볼까. 대체로 창의적인 직업은 AI의 성역이라 여겨졌지만 그림, 작곡, 영화, 시나리오 등등. AI의 영역을 확대되고 있다. 책은 단정하지 않는다. 창의적인 전문가는 인공지능이 복제할 수 없는 고유의 기술을 가진 셈임으로.

 

고유한. 그러니까, 자신만의 관점과 창의성 및 기술에 의존하는 영역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작업을 차별화하고 가치를 추구하도록 하면 된다. 인공지능을 위협으로 보지 말고 작업을 간소화하고 개선하기 위한 보조 작업으로 쓰라는 말도 덧붙인다.

 

그렇다고 안심할 건 아니다. 사실 믿지 않는다. 창의영역까지 넘볼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인간과 싸우는게 아니라 기계랑 싸워야한다. AI의 문서 작업력, 분석력, 스피드는 따라올 수 없으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감성을 건드리는 무엇을 잃지 말길. 늘 자기계발 해야한다는 말로 들리기는 했다. 불쌍한 현대인이여. 죽을 때까지 자기계발 해야하는 슬픈 인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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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불편한 공존
마이클 샌델 지음, 이경식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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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애나 만들기]를 보면서 불편, 씁쓸, 신박함(?)을 동시에 느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인데 연민과 부러움이 드는 이유는 뭘까. 범죄를 미화하거나 동조하는 건 아니지만 모든 게 '돈' 때문에 일어난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피의자이자 피해자가 '애나 소르킨'이란 생각이 들었다.

돈이면 뭐든 가능한 뉴욕 사교계 사람들을 독일에서 온 러시아 이민자였던 20대 애나에게 깜박 다 속아 넘어갔다니. 그 큰돈이 애나의 한 마디, 눈짓, 손가락 두르리는 타자에 놀아났던 희대의 사기 범죄 중 하나라니. 그 강단이 새삼 부러웠다. 리플리증후군 뿐만 아닌 심한 나르시시즘에 걸린 애나를 과연 완전히 나쁜 년이라고 욕할 수 있을까.

시리즈를 막 끝낸 직후 '마이클 샌델'의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개정판)를 읽다 보니 더욱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불편한 공존이 이해되었다. 민주주의는 과연 선한가. 민주주의로 인해 피해 보는 사람은 과연 없는 걸까. 책은 완벽하다고 믿었던 민주주의의 배신을 낱낱이 서술한다. 전작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느꼈던 밀레니얼 세대의 외침이 그의 절규와 더해져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1996년 초판 이후 25년 상황이 지금도 여전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때문에 왜 이 책이 고전인지를 증명해 준다. 냉전이 끝난 후 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유일한 대안으로 생각했던 미국은 20년 후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한다. 당연한 대안이라 믿었던 이데올로기가 여러 군데서 문제를 일으켰다.

20년 동안 거세진 인종차별, 당의 이익만 추구하는 당파주의, 소셜미디어의 폭발적 사용, 누구도 막을 수 없었던 팬데믹 등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민주주의의 허상을 깨달았고 불만은 커져갔다.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기후변화는 더 심해졌다.

책은 초판에서 선보인 '미국의 헌법적 전통'과 '자유민주주의 공공철학'이 각각의 영역에서 어떻게 전개됐는지는 업데이트된 사항을 넣었다. 밀레니얼 세대가 열심히 사는데 불평등함에 의문을 느끼고, 불공정에 격노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따져 묻는다. 과연 옳다고 믿어 온 것들이 진짜 옳은 건지, 민주주의는 선한 건지. 많은 질문은 던지는 책이다.

물론 쉽지 않다. 용어와 20여 년간의 세계 동향을 분석했기에 쏟아지는 지식의 양을 감당하기 어렵다. 최근 '이기는 편 우리 편' 같은 시장에 맡기는 논리에 소비된 시간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어서인지, 그놈의 능력주의가 만들어낸 불평등, 공정하다는 착각에 치를 떨며 공감했다.

샌델은 능력주의에 브레이크를 걸며 정치가 지배하는 세상에 정치가 경제를 통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시간 동안 실험과 결과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 보는 석학의 혜안을 곱씹어 볼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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