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불편한 공존
마이클 샌델 지음, 이경식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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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애나 만들기]를 보면서 불편, 씁쓸, 신박함(?)을 동시에 느꼈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인데 연민과 부러움이 드는 이유는 뭘까. 범죄를 미화하거나 동조하는 건 아니지만 모든 게 '돈' 때문에 일어난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피의자이자 피해자가 '애나 소르킨'이란 생각이 들었다.

돈이면 뭐든 가능한 뉴욕 사교계 사람들을 독일에서 온 러시아 이민자였던 20대 애나에게 깜박 다 속아 넘어갔다니. 그 큰돈이 애나의 한 마디, 눈짓, 손가락 두르리는 타자에 놀아났던 희대의 사기 범죄 중 하나라니. 그 강단이 새삼 부러웠다. 리플리증후군 뿐만 아닌 심한 나르시시즘에 걸린 애나를 과연 완전히 나쁜 년이라고 욕할 수 있을까.

시리즈를 막 끝낸 직후 '마이클 샌델'의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개정판)를 읽다 보니 더욱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불편한 공존이 이해되었다. 민주주의는 과연 선한가. 민주주의로 인해 피해 보는 사람은 과연 없는 걸까. 책은 완벽하다고 믿었던 민주주의의 배신을 낱낱이 서술한다. 전작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느꼈던 밀레니얼 세대의 외침이 그의 절규와 더해져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1996년 초판 이후 25년 상황이 지금도 여전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때문에 왜 이 책이 고전인지를 증명해 준다. 냉전이 끝난 후 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유일한 대안으로 생각했던 미국은 20년 후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한다. 당연한 대안이라 믿었던 이데올로기가 여러 군데서 문제를 일으켰다.

20년 동안 거세진 인종차별, 당의 이익만 추구하는 당파주의, 소셜미디어의 폭발적 사용, 누구도 막을 수 없었던 팬데믹 등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민주주의의 허상을 깨달았고 불만은 커져갔다.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기후변화는 더 심해졌다.

책은 초판에서 선보인 '미국의 헌법적 전통'과 '자유민주주의 공공철학'이 각각의 영역에서 어떻게 전개됐는지는 업데이트된 사항을 넣었다. 밀레니얼 세대가 열심히 사는데 불평등함에 의문을 느끼고, 불공정에 격노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따져 묻는다. 과연 옳다고 믿어 온 것들이 진짜 옳은 건지, 민주주의는 선한 건지. 많은 질문은 던지는 책이다.

물론 쉽지 않다. 용어와 20여 년간의 세계 동향을 분석했기에 쏟아지는 지식의 양을 감당하기 어렵다. 최근 '이기는 편 우리 편' 같은 시장에 맡기는 논리에 소비된 시간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어서인지, 그놈의 능력주의가 만들어낸 불평등, 공정하다는 착각에 치를 떨며 공감했다.

샌델은 능력주의에 브레이크를 걸며 정치가 지배하는 세상에 정치가 경제를 통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시간 동안 실험과 결과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 보는 석학의 혜안을 곱씹어 볼 기회가 될 것이다.

✔️본 리뷰는 도서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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