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다. 영화 속 장면과 대사가 여운으로 남는 영화 말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나. 맹장수술을 받고 후유증 때문에 장기간 입원한 나를 돌보러 엄마가 오고 오랜 만에 만나서 서로 기억에 의존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9년 후에 다시 엄마를 병원에서 만난다. 엄마는 마지막 모습이 초라하게 보이기 싫어서 나를 박대한다. 엄마의 장례식도 없다. 외로움 속에서 아버지의 죽음이 잇따른다. 에이즈에 감염된 살가운 이웃 주민인 제러미의 죽음을 퇴원해서 알게 된다. 재혼한 남편과도 이혼한다. 외로움과 상실감을 겪지만 나는 작가로 성공한다. 화자인 나를 작가일 것이라고 생각하였지만 워크숍 강사로 다시 만나는 사라 페인이 작가 자신인 것 같다. 소설 속 직업도 그러하고. [˝독자에게 무엇이 작중 화자의 목소리고 작가의 개인적인견해는 아닌지를 알리는 건 내 일이 아니에요.˝ 그 말만으로도 나는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녀는 픽션 작가로서 자신의 일은 인간의 조건에 대해 알려주는 것, 우리는 누구이고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대답했다.]소설 속 문장 몇 개에 밑줄을 그었다. 물론 마지막 문장이 작가의 메세지인 줄 알겠는데 다음 문장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그 시절에 마음이 더 여린 딸 베카가 내게 말했다. ˝엄마, 엄마가 소설을 쓸 때는 그 내용을 다시 쓸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와 이십 년을 살았다면, 그리고 그것도 소설이라면, 그 소설은 다른사람과 절대 다시 쓸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