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야당 대선후보의 비서실장이 성희롱 발언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다. 그에 대한 반박 보도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성희롱 발언으로 지목된 당사자는 사실무근이고 기사가 “악의적 공작”이라며 성희롱 발언 의혹을 제기한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반대되는 주장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 누구 말이 거짓인지 사실이 밝혀질 테지만, 국회의원 매뉴얼 같은 것이 있는지 몰라도 정치인들의 초기 대응 방법이 천편일률이어서 실소를 금치 못한다.

최근에 읽은 <영원한 유산>에서도 “악의적” 단어를 보았다. 소설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주장을 대신한다.

“나의 아버님이신 윤덕영 자작에 대한 세간의 평판은 악의적으로 과장된 바가 있다. 윤덕영 자작은 학식과 덕망이 높아 정작 그를 가까이에서 대하고 알아온 이라면 누구나 그의 기품과 안목에 존경심을 가졌고 그가 왕실에 한결같이 바쳤던 충성심을 의심하지 않았다. “ (122)

소설에서 윤덕영의 딸은 친일파 민영휘 자작을 추켜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작가는 세간의 평가는 달랐음을 명백하게 말한다.

“해동은 애커넌 씨에게 윤덕영이 친일파 중에서도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미움을 받던 자요, 그들 일족은 매우 질이 낮은 자들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비속하지 않은 표현으로 넌지시 알렸다. “ (15)

윤덕영은 대한제국의 관료로 일제강점기에 조선귀족 자작위를 받았다. 경술국적 8인 중 한 명.

경술국적 8인은 1910년 8월에 대한제국에서 한일 병합 조약 체결에 찬성, 협조한 친일파 8 명을 가리킨다. (위키백과)
1. 총리대신 이완용,
2. 시종원경 윤덕영,
3. 궁내부대신 민병석,
4. 탁지부대신 고영희,
5. 내부대신 박제순,
6. 농상공부대신 조중응,
7. 친위부장관 겸 시종무관장 이병무,
8. 승녕부총관 조민희(이완용의 처남)

지역구 4선 경력을 자랑하는 국회의원의 성희롱 발언 의혹 대응에서도 “악의적 공작”, 소설에서 친일파 아비를 두둔하는 딸의 주장 역시 “악의적 과장”, 두 경우가 묘하게 오버랩 된다. “악의적” 단어를 사용하는 처세가 그들의 영원한 유산으로 남지 않아야 된다. 미래의 대한민국에서 다시 보고 싶지 않다.

그리고, 최근 야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유명 페미니스트를 영입하는 등 보수 진영이 변화를 꾀한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였기에 반신반의 하면서도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혹시 모르니까 꺼진 불씨를 다시 들추어보는 정도…) 성희롱 발언의 진실과 명예훼손 여부가 감추어지거나 다른 일로 가려지지 말고 명명백백 밝혀지는지 지켜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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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15 15: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말이 길어지고 수식어가 많이 붙으면 숨기는게 있더라고요 ~

청아 2021-12-15 18: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여,야 막론하고 N번방 방지법에 대해 입장바꾸기를 해서 답답합니다. 큰 선거를 앞두고 이런다는건 남성2인구도로 가고 있다는 자만 때문인것도 같고요. 그래서 양측에 성희롱 문제가 끝도없는 듯해요.😔

필리아 2021-12-16 0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구집단이 페미니즘에 진정성을 기질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