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주 신간 목록을 정리하면서 죽음, 종말 같은 단어가 자주 띄었다.
그전의 신간 중에서도 보았던 기억이 나서 이들 단어와 관련된 신간을 추려 보니 얼추 10권 가까이 된다.
최근에 영국의 의사인 레이첼 클라크가 지은<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그리고 장례지도사인 강봉희가 지은 <나는 죽음을 보는 사람입니다>가 나왔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원서는 2020년에 나왔다. 원서 제목은: Dear Life: A Doctor‘s Story of Love, Loss and Consolation.
아버지 죽음을 내세운 번역서 제목과 다르다. (번역서를 펴낸 출판사는 극적인 효과를 노리고 저렇게 제목을 달았지만, 저자한테 아버지의 죽음은 삶의 부분일 뿐이고 남겨진 저자 자신의 삶과 일이 어떤 의미인지 되새기는 원제를 지은 것 같다.)
레이첼 클라크는 호스피스 (완화 의료) 전문 의사로 매일 삶과 죽음을 마주하지만, 특별히 아버지의 죽음으로 아름다운 이별을 통한 삶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장례지도사는 누구도 나서서 돌보고 하지 않는 죽음을 돌보는 일을 한다. <나는 죽음을 보는 사람입니다> 저자 강봉희는 암 투병으로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나서 무연고 고독사, 기초생활자, 생활보호대상자의 죽음을 돌보기 위해 장례봉사단을 꾸렸다. 죽음 이후에도 끝이 아닌 현실의 장례 현장을 전한다.
지난 달에도 2권 있다.
이주연 기자와 이정환 기자의 공저 <헤어지자고 했을 뿐입니다>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살인 사건 108건을 분석하였다.
<죽음을 알면 삶이 바뀐다>를 지은 한린대 철학과 오진탁 교수는 질문한다. 죽으면 끝인가?
죽음이 끝이 아니라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지지난 달에 나온 신간도 있다.
<소설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의 저자 박연숙(숭실대학교 교양대학 교수)이 지은 <죽음이 던지는 질문을 어떻게 답해야 할까?>는 죽음 관련된 여러 질문에 대해 문학과 영화 속 장면에서 해답에 가까이 접근한다.
한겨례신문 오승훈 기자가 힙합 듀오 ‘듀스‘ 멤버였던 고 김성재의 죽음(미제사건)에 대한 기록을 모아 <마지막 노래를 들려줘>를 집필하였다.
삼십대 중반 젊은 소설가인 로버트 판타노의 <다만 죽음을 곁에 두고 씁니다>는 그가 남긴 생의 마지막 기록이다.
2016년에 나온 <숨결이 바람 될 때>를 읽었었다. 신경외과의였던 폴 칼라니티가 서른 중반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기록으로 남긴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면서 나도 아내도 눈시울을 적시면서 안타까워 했었다.
독일의 철학자 미하엘 하우스켈러는 <왜 살아야 하는가>에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하여 위대한 사상가 10인의 대답을 담았다. (10 인은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쇠렌 키르케고르, 허먼 멜빌,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레프 톨스토이, 프리드리히 니체, 윌리엄 제임스, 마르셀 프루스트,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알베르 카뮈.)
<죽음 이후>를 지은 기자 출신의 프랑스 작가 스테판 알릭스는 사후세계를 주장한다.
“삶은 죽음 이후에도 지속된다. 그리고 이것을 아무런 근거 없이 말하는 게 아니라 ‘수년간의 조사와 독서, 전 세계 탐구자들과의 인터뷰, 수많은 증인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말한다.”
지금 당장 죽음을 맞지 않더라도 점쟁이한테서 스무 살 전에 단명할 운명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
19세 소녀 구수정한테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고 현호정이 <단명소녀 투쟁기>를 지었고 제 1회 박지리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죽음과 관련하여 매우 충격적인 사실은 우주 역시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한다. <우주는 계속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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