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방송된 팬텀싱어 3회를 나도 아내도 매회 빠트리지 않고 시청하였다. 
라포엠을 응원하면서 둘이 열정적인 시청자가 되었었다. 
최종 우승팀을 정하는 결승전이 끝나고 나는 새로운 남성 크로스오버 4중창단이 앞으로 새롭게 보여줄 무대를 기대하는 정도로 마침표를 찍었지만, 아내는 라포엠 팬클럽에 가입하였다. 그리고 유채훈 팬심으로 꽃메가 되었다.

아내가 라포엠 열성 팬을 자처하고나서부터 집안 분위기에 변화가 생겼다. 
매일 그들의 활동사항을 전해듣는 것이 우리 가족의 일상된 지는 일년이 넘었다. 
이 말고도 팬으로 아내의 활약상을 나열하자면 분명 인생 역전 드라마 한 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그 중 하나.

8월 말부터 매주 일요일 정오에 우리집에서 정기적 행사처럼 문화콘서트 난장을 시청한다. 
라포엠 리더 유채훈이 난장 9대 MC가 되고나서부터다. 
문화 콘서트 난장은 광주 문화방송국이 제작하는 공연 프로그램으로 방송시간은 매주 토요일인데 유튜브 채널에서 일요일 정오에 시청 가능하다. 
난장을 유튜브에서 방송하는 시간이 점심 때인지라 늦은 아점 또는 이른 점심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시청하는 프로그램이 됐다. 

매주 MC와 친분을 내세우며 초대되는 뮤지션들의 실력이 뛰어나서 아내 덕분에 아주 편안하게 귀가 호강한다. 

오늘 출연한 뮤지션은 피아니스트 신지호와 색소포니스트 멜로우키친. 신지호가 작곡한 'The End'를 알게 되어 다행이고, 멜로우키친이 자작곡 'Sonny'를 연주하였다. 특히 'Sonny'는 손흥민 선수한테 헌정하는 곡으로 ‘Monthly Mellow Kitchen’ 8월호에 발표되었다고 하는데 매달 발표한 곡들을 나중에 찾아 듣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https://youtu.be/0KlNcVCJZkA




한 달 전에 출연한 서도밴드 역시 숨겨진 보석 같았다. 특히 자작곡인 '새파란 아이'를 불렀는데 곡명과 소개말이 기억에 남는다. 
작곡자 자신의 경험에서 내 안의 또 다른 자아를 새파란 아이로 부르면서 때로는 내가 아닌 것 같은 엉뚱한 면이 있음도 알게 되어 그래도 괜찮다고 우리 자신을 다독거리기 위한 노래라고. 이런 스토리를 몰랐다면 이 노래를 이해하는데 애먹었거나 한 귀로 흘려 들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https://youtu.be/gEywansSEW0




<증오의 세기> 벽돌책을 졸지에 읽게 되면서 우선순위가 뒤로 밀린 <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에도 자신 안의 또 다른 나에 대한 내용이 있다. 

"그 때는 몰랐다. 문제는 내가 아니라 나의 코끼리라는 것을." (185)

조너선 하이트는 혐오와 같은 직감이 우리의 이성에 발휘하는 영향력이 반대로 이성이 직감에 발휘하는 영향력보다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이트는 이성을 코끼리 등에 탄 사람에 비유한다. 

"코끼리는 굉장히 똑똑하고 진짜 어마어마하게 크죠. 난 내가 커다란 코끼리 등에 타고 있는 꼬마처럼 느껴졌어요. 만약에 코끼리한테 딱히 어떤 계획이 없다면 꼬마가 코끼리를 쿡쿡 찔러서 이쪽저쪽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겠죠." (187)

하지만 코끼리가 따로 생각하는 바가 있다면 코끼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하이트가 말하는 비유에서 코끼리는 우리 정신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종류의 자동적이고 비의지적인 작용을, 탑승자는 통제되고 의지적인 작용을 가리킨다. (...)
이런 자동적 작용은 의식적 작용과 다르게 임의로 발생한다. 보통은 피곤하다고 해서 둔화되지 않으며, 의지력이나 집중력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이 작용이 일어나는 것을 인지할 수 없고 다만 결과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렇다." (188)

하이트는 우리가 성취하거나 행한 일에 만족감을 느끼게 만드는 건 코끼리의 임무가 아니라고 말했다. "코끼리의 임무는 우리가 번식에 성공하게 만드는 거예요. 말하자면 우리가 지구에 태어난 생명체로서 임무를 성공리에 완수하는 데 필요한 일들을 잘 처리하게 만드는 거죠. 코끼리는 특히 우리가 명망을 얻는 걸 중요하게 여깁니다. 코끼리는 이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진화 과정에서 생겨난 산물이에요. 행복은 이 임무의 목표가 아니죠." (189)

그래서 코끼리가 성공을 음미하려는 탑승자의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여러 수법을 쓴다고. (조너선 하이트의 《행복의 가설》 (물푸레, 2010) 참고.)

"하이트가 강조하는 비결은 내가 40대에 그랬듯이 코끼리에게 자꾸만 만족하라고 말하지 말고, 코끼리가 원하는 것과 탑승자가 원하는 것이 더 가지런히 놓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는 지속적으로 만족감을 일으킬 만한 재료가 풍부하게 존재할 것이다. 어떤 재료인가 하면 깊이 신뢰할 수 있는 사회환경, 적당한 건강과 소득, 자신의 삶에 대한 상당한 통제권,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끈끈하고 든든한 사회적 유대 등이다." (193)

심리학자들이 지은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 번역되어 나왔는데 이 코끼리가 그 코끼리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저자들은 모기 뒤에 숨어서 보이지 않는 코끼리가 일곱 마리나 된다고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읽기를 즐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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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10-03 16: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개천절이고 일요일입니다.
오거서님,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오거서 2021-10-03 18:41   좋아요 4 | URL
연휴가 내일까지라서 주말이 즐거워요 ^^;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연휴를 보내시길! ^^

그레이스 2021-10-03 19: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흥미롭네요
그런데 왜 코끼리는 많은 분야의 소재가 될까요?^^ 갑자기 드는 생각!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코끼리 길들이기를 통해 본 행동심리,,, 등

scott 2021-10-03 2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악이 넘치는 대화가 살아 있는 오거서님 가족의 풍경이 넘 좋습니다

저도 라포엠 응원 했었는데
이런 프로가 있었군요
굉장히 재밌을것 같습니다. ^ㅅ^


오거서 2021-10-03 22:07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아마 scott님도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