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외부인보다 같은 집단에 속한 사람들을 더 배려한다. 하지만 같은 집단에 속한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심리학자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열성 팬들을 모집했다. 그들은 맨유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관한 글을 썼고, 다른 건물에 가서 맨유팀에 대한 짧은 헌정 비디오를 촬영하기로 했다. 선한 사마리아인 연구와 유사하게, 참가자들은 이동하는 길에 조깅을 하다가 발목을 삐어 쓰러지는 사람(사실은 배우)을 만나게 된다. 몇몇 경우에 그 사람은 맨유 유니폼을입고 있었고, 또 다른 경우에는 당시 맨유 팬들이 가장 미워하던 경쟁팀인 리버풀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며, 그냥 아무 표시 없는 운동복을 입은 경우도 있었다. 발을 삔 사람이 맨유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 참가자의 90퍼센트 이상이 멈춰서 그를 도왔지만, 그 사람이 리버풀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는 고통으로 몸을 뒤틀고 있는데도 70퍼센트가 그냥 지나쳐 가버렸다.
전형적인 부족주의이다. 하지만 아주 단순한 넛지 하나만 더해도 이런 부족주의를 없앨 수 있다. 후속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맨유가 아니라 자신이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에 관한 글을 쓰게 했다. 이번에도 그들은 캠퍼스를 가로질러 비디오를 촬영하러 가고, 조깅을 하다가 발을 삔 사람과 마주친다. 이번에는 참가자들이 맨유 팬을 도운 비율과 거의 비슷한 비율로 리버풀 팬을 도왔다. 그러나 그냥 운동복을 입은 사람을 도운 비율이 여전히 더 낮은 것을 보면, 이 연구가 주는 또 하나의 메시지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아무 부족에도 속하지 않은 것보다는 어떤 부족에라도 속해 있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적절한 심리적 유인을 쓰면 공감이 부족주의를 극복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그런데 이런 연구 대부분은 다른 집단보다 공감을 더 잘하는 집단일 가능성이 큰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사이코패스들이 공감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나머지 사람들 역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사람이 정말로 바뀌는 것일까? 유동주의자들은 마음을 근육에 비유한다. 운동을 해서 근육이 더 강해질 수 있는 것처럼 적합한 연습을 하면 지능을 키우거나 성격을 바꾸는 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육은 한 가지 형태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속근이라고 알려진 근섬유는 두껍고 강하며 빨리 지친다. 속근은 빨리 달리기, 스쿼트, 역기 들기를 할 수 있게 해주지만 오랫동안 그 상태를 지속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지근은 더 얇고 약하지만 더 오래 버틸 수있어서 마라톤 같은 활동을 뒷받침해준다.
댄 뱃슨과 크리스천 키저스를 비롯한 여러 심리학자는 공감의 속근 변화를 끌어냈다. 그들은 사람들의 동기에 변화를 줌으로써 그들이 공감을 하는 방향으로 더 잘 조율되도록 부추겼다. 그들의 자극이 낸 효과는 1분 혹은 한 시간정도 지속될 수 있지만 오래도록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 신학생들이 항상 급하게 쫓기는 느낌을 받지 않고 어려운 사람을 도울 시간을 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또 한편으로 우리 대부분은 지나치며 만나는 모든 사람에 대해 깊이 생각할 만큼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상황을 상상해 보라는 요구를 받지 않는다면, 사이코패스들은 계속 냉담하게 살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례적 상황은 사람들을 각자의 공감 범위 안에서 더 높은 강도 쪽으로 이끌어가지만, 유도하는 자극이 없어지면 다시 원래의 설정값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보다 더 큰 목표는 공감의 지근을 키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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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족 2021-09-30 13: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격몽요결에서 본 ‘마음은 얼마든지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라던 말이 생각납니다. (https://blog.aladin.co.kr/hahayo/10426750)

mini74 2021-09-30 17: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넛지하면 저는 변기에 파리그림이 먼저 따올라요 ㅎㅎ 공감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이런 넛지도 참좋내요 *^^*

scott 2021-09-30 21: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감의 지근! 키워야 하는데
코로나 팬더믹 시대에 각자도생의 방향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