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작은 딸에게 동화책을 읽어주었다."동화책 맞아? 조금 무서운데..."그림에 빨간색이 많이 들어가서인지 강렬한 느낌이 든다.《에밀리는 가득 찬 것을 앞에 놓고 작품 감상하듯 바라봤어요.그 다음 작은 물건들을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천천히 다시 정리했어요.매일 그렇게 했어요.이것이 에밀리의 놀이였어요.》작은 딸이 어렸을 적에 파우치에 삶은 옥수수를 넣어둔것을 한참뒤에 발견했다.곰팡이가 피어 파우치 통째로 버렸었다.나는 국민학교 시절에 메모지,예쁜 돌멩이 등을 빨간 나무 상자에 모아두었었다.작년에 17년 살던 곳에서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올때는 많은 것들을 버렸었다.모으고 채우고 비우는 삶의 시간들이 떠올랐다.《처음에는 멋지다고 좋아하던 가족들이 시큰둥해졌을 때도 에밀리는 매우 만족했다.》주변에 휘둘리지않는 모습이 멋지게 느껴졌다.《사람들이 그러는데 밤은 조언을 해준대요.한숨 자고 일어나자 에밀리는 힘과 용기가 넘쳤어요.》가끔은 너무 힘들때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좀 더 객관적으로 상황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밤의 조언이라는 표현이 근사하다.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의 작가가 쓴 책이라는 걸 다 읽고 알았다.작가소개를 마지막에 읽었기 때문이다.현재 고등학생이 쓴 글이라는게 믿겨지지않는다."장식장 안의 해골"은 어느 가정에나 감추고 싶어하는 비밀이 있다는 뜻이란다.하나미의 엄마와 다쓰요씨의 관계는 어느 한쪽이 죽지 않는 한 용서하지 못하는 모녀관계이다.하나가 "엄마"라고 불러줄 때마다 나는 엄마가 됐단다.엄마가 될 수 있었어.하나,나를 엄마로 만들어줘서 고마워.큰 아이가 태어나 9개월무렵 엄마라고 불러주었을때 감격스러우면서도 내가 아닌거같은 묘한 감정을 느꼈었다.나의 엄마에 대해 나의 딸들에 대해 그리고 가족에 대해 이 5월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해 준 책이다.따뜻하고 맛있는 밥으로 따뜻한 말로 가족을 챙겨야겠다.
가족입니다는 4편의 글이 실려있다.김해원님의 빗방울에서는 재혼한 가정이야기가 나온다.음악얘기도 나누고 오토바이도 태워주던 현병철씨가 재혼후 아빠가 된 뒤로는 한번도 음악얘기를 하지않고 뒷마당에 있는 오토바이에 눈길도 주지않았다고 한다.결혼전 새벽부터 관악산에 가자고 했던 남편은결혼뒤 1년동안 한번도 산에 간 적이 없었다.할머니와 엄마가 얼굴뿐만 아니라 목소리나 말투도 닮았다고 느꼈는데 제주도 여행에서 비밀이 드러난다.나의 친동생이 카톡프로필 사진을 보면 언니가 엄마랑 똑같아서 깜짝 놀란다고 말한다.나는 친정엄마를 많이 닮았고 나의 큰딸은 나를 많이 닮았다.김혜연님의 기온거리의 찻집이야기를 읽었을때는 가보고싶다 생각하며 읽었다.대학 안가겠다며 알바하는 딸을 보며 이야기 속의 엄마는 남편에게 말한다."내 딸들의 인생에도 그런 시기가 있었으면 좋겠어.잠시라도 제 나이에 맞는 경험과 고민을 하고 누릴 건 누렸으면 해."우리 큰딸은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고 있다.입사한지 3개월되었는데 요즘 힘들어하며 퇴사하고싶다 소릴 부쩍 한다.이 책을 읽으며 내가 그 아이에게 누릴걸 못누리게 한건가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다.김혜진님의 크로아티아 괴담 투어에서는 기숙형 대안고등학교에 들어간지 한 학기도 지나지않아서 그만두고싶다고 하는 오빠가 나온다.안 맞아도 적응하면 맞게 되는거 그런게 싫다고 오빠는 말한다.임어진님의 비바 라 비다를 읽으면서 하몬을 먹어보고 싶었다.하몬처럼 인생도 보기에 좋아보였던게 껍데기이기도 하고 저건 아니다 싶은게 진짜배기이기도 하고...몰랐던것을 하나씩 알아가는게 인생이라고 한다.나도 내 마음의 앱을 켜고 여행해나가야겠다.나의 인생을...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그는그의 과거와 현재와그리고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부서지기 쉬운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마음,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정현종「방문객」시를 읽다가 아이들이 묻는다.-환대가 뭐에요?-반갑게 맞아 정성껏 대접한다는 의미지 환영의 대접을 한다는 거지-국어시간에 오면 환대 받아요.선생님한테.책을 읽고 인상 깊은 구절을 서로에게 말하는 것은 마음을 들키기 좋은 방법이다.소년원에 국어수업을 나가는 저자는 소녀원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마음을 나눈다.풍선을 불고 작가를 초대한다.환대로 사람을 맞이하는 경험,자신이 주체로 활동하는 경험은,나도 타인도 소외시키지 않는 연습이다.사람의 온기를 느끼는 연습이다.이런 연습이 쌓이면 삶에서 적어도 나를 소외시키지는 않을 거 같다.막 살지 않을 거 같다.환대에 대해 생각해본다.하교하는 딸에게 퇴근하는 남편과 딸에게 센타에 나와 공부하러 오는 아이들에게 환영의 대접을 해줘야겠다.
【사람들】이라는 책의 네번째 이야기이다.리켈에게 아버지 시체를 실어다 준 쌩파가 책을 준다."삶의 반대"라는 제목을 보며 리켈은 죽음인가 생각해본다.생전에 아버지는 리켈에게 "가난은 말이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풍요롭게 한단다.배고픔도,더위도,피곤도,기다림도 이 모든 것을 차고 넘치게 할 수 있는 게 바로 가난이란다."라고 말씀하셨다.가난한 어촌에 제련소가 세워지고 숲이 사라지고 매음굴이 생겨나고 사람들은 떠난다.킹덤 준공식 전 날 리켈은 경유를 훔쳐 컨테이너에 불을 지른다."삶의 반대"라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가난보다 추할까'라는 문장이 나온다.황경란 작가님의 【사람들】이라는 책의 첫 이야기에도 나왔던 문장이다.리켈의 아버지는 왜 죽었을까?"얘야,뭐든지 할 것 같은 나중도,나중에 죽을 수는 없단다."리켈 할아버지와 같은 이유였을까.길지 않은 이야기지만 단숨에 읽었고 문장 하나 하나가 더욱 더 작가를 궁금하게 만든다.구석 구석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찌 이렇게 건드려주시는지......가난은 결핍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난이 주는 풍요로움에 대해 생각하며 잠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