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꽃은 거기에 놓아두시면 돼요 - 2024 서울국제도서전 주관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
캉탱 쥐티옹 지음, 오승일 옮김 / 바람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이 책은 요양원을 배경으로 노인들을 돌보는 간호사 에스텔의 삶을 그린 그래픽노블이다.목욕시키던 남성 노인의 신체 변화에도 도리어 위로를 건네고 평생을 공장노동자로 살았으면서 자신이 프라하 주재 프랑스 대사였다고 주장하는 노인을 대할때 동조한다.때로는 가족들의 원성을 사고 상사에게 경고를 듣기도 한다.
P91
십 년 넘게 매일같이 그분들을 보살펴 왔거든.
돌보고,먹이고,씻기고,웃기고,내 품에 안아드리고......
그러다 한순간에 세상을 떠나셔.
그러면 가족들이 오고,다들 나를 보고 감사하다는 말을 건네면 땡이야.
그걸로 끝이라고.
그다음 날이면 또 다른 어르신이 입소하셔.
그후로는 계속 같은 일이 반복되는거야.
내 나이가 서른 셋인데 내가 애정을 가졌던 사람의 시신만 벌써 수백 구를 봤어.누구도,진짜 어느 누구도 괜찮냐는 말 한마디로 우리를 챙겨준 적 없어.
그래서 내가 어쨌게?
그래 내가 나 자신을 챙겨주기 시작한 거야.소소한 추억거리를 챙겼다고.나도 이 정도 유품은 받을 자격이 있잖아!
시몽 어르신의 인형,슈발리에 부인의 빗,기구부인의 펜,쉬잔느 부인의 귀걸이......
지난주 일요일이 시아버님의 첫 기일이어서 성묘를 다녀왔다.
화창한 봄날이라 덜 우울하기도 했고
너무 날이 좋아 아버님 생각이 나기도 했다.
남편은 아버님의 잠옷을 가끔 꺼내 입는다.
아버지 생각나냐고 물으면 생각나지......한다.
나의 주변 사람들은 무엇으로 나를 추억할까......
P110
-저희는 어머님의 고통을 최대한 덜어드리려는 거에요.
-고통을 덜어준다고요?.......그렇게 망상에 빠져서 살라고요?
P157
진실과 망상 중 무엇이 고통을 주는지 파악하고......
P184
네 보물들도 한번 보여줄래? 신상이 너무 많지 않았길 바래
(에스텔 간호사의 남친 다미엥)
벚꽃이 흩날리는 4월이다.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이 84세라고 한다.
지난달에 "주름"이라는 그래픽노블을 소개받고 읽어본 뒤라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았을 때 관심이 가서 읽게 되었다.책은 판형이 크고 꽤 두께가 있지만 그래픽노블이라 읽기 힘들지는 않았다.
오늘은 주변사람에게 괜찮냐고 말 한마디 건네며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