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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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른 독서동아리에서 읽고 있는 책이다.300쪽 분량이고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있다.책의 제목은 Love Hurts 노래 가사중에 I'm young,I know부분을 들으면서 안녕이라고 들린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따온것이다.

첫번째 단편 <홈 파티>에서는 이연이 성민이 초대한 홈 파티에 참석하면서 그 안에서 오고 가는 대화를 다룬다.
고아원 원장님이 해주신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이들이 만18세가 되면 시설에서 나가야하는데 500만원씩 자립정착금을 준다고 한다.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아이들은 명품가방을 산다고 한다.

P40
그게 꼭 그 아이들이 철없거나 허영심이 세거나 금융문맹이어서가 아니라요.제 생각에는 ......밥은 남이 안 보는 데서 혼자 먹거나 거를 수 있지만 옷은 그럴 수 없으니까.그나마 그게 가장 잘 가릴 수 있는 가난이라 그런 것 같아요.가방으로.

40대의 나는 월급을 받으면 탠디에 가서 구두를 샀었다.방문학습지교사를 18년째 해오고 있는 나는 회원집에 가서 신발 벗고 들어가는데 회원어머니들이 가끔 신발을 신기 편하게 돌려주신다.그럴때 누추하게 보이기 싫어서 신경썼던거같다.족저근막염이 오면서 쿠션감 있고 발편한 신발을 신게 되었지만...

P43
'작가로서 당신이 누군가에서 뭔가 뺏고 싶다면 그에게 먼저 그걸 주어라'라는 법칙이었다.그래서 이연은 지금도 소설이나 연극,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너무 행복한 표정을 지을 때면 사랑이나 어떤 성취 혹은 명예 앞에서 너무 벅찬 감정을 표할 때면 어김없이 '저 사람 곧 저걸 잃어버리겠구나.'예감하곤 했다.

지난주 목요일 갑작스러운 폭설이 내렸다.방문수업을 하고 나왔는데 생각보다 눈이 많이 내려 차를 그냥 두고 갈까 잠깐 고민했다.수업이 한 집 더 남아있고 거리가 좀 떨어져 있어서 차를 가지고 출발했다.급경사도 아닌 완만한 오르막길을 차가 못올라간다.다른 차들도 못올라가 후진으로 내려온다.내려가서 큰 길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내려가는데 거의 다 내려가는 순간에 갑자기 차가 미끄러진다.브레이크를 밟아도 멈추지 않는다.내 차는 삼거리에 세워져 있던 오토바이를 들이받고 멈췄다.오토바이가 옆으로 쓰러지고 가게에서 아저씨들이 나온다."오토바이에 타고 있었으면 어쩔뻔했냐?"......보험사에 전화해 사고접수를 하고 무슨 정신으로 집에를 왔는지......

두번째 이야기<숲속 작은 집>은 은주와 지호라는 부부가 외국여행을 떠나 교외 단독주택에 머물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다룬다.

P58
지호에게는 뭐랄까 어려서부터 몸에 밴 귀족적 천진함이 있었다.남으면 버리고, 없으면 사고,늦으면 택시 타는 식으로 오래 살아온 사람이 가진 무심한 순진함이.학부땐 그게 귀엽고 가끔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당당해 보여 끌렸는데,결혼 후 같이 살다보니 결코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있다는 걸 알았다.이번 여행 계획을 세우며 내가 예산을 맞추려 전전긍긍할 때도 지호는 "그냥 대충대충 해.별 차이 없어."라고 말했다.그리고 그'별 차이'에 대한 감각이 지호와 나의 큰 차이였다.

나의 옆지기도 이 책의 지호와 비슷하다.아깝다고 먹지않고 불편하면 사고 택시도 자주 탄다.

내면을 돌아보게 되는 책이랄까......때로는 남편에게도 말하기 불편한 자존심이 상하는 것들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읽어 나가면서 나도 그런 적이 있었지 내지는 이 부분은 굉장히 예민한거같네 라고 느끼기도 하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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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피버 - 긴 겨울 끝, 내 인생의 열병 같은 봄을 만났다
백민아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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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연애소설 동아리 회원님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윤리교사 윤봄은 유부남과 모텔 앞에서 찍힌 합성사진으로 서울을 떠나 신수읍에 교환교사로 내려가게 된다.2년째 되던 해 2학년2반 담임을 맡게 되고 선한결이라는 아이의 보호자인 삼촌 선재규를 만나게 된다.

P146
장난이라는건 상대가 받아주리란 완벽한 확신이 있을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재규는 그런 확신을 주는 사람이었다.

나는 장난을 친 적이 있나 생각해본다.하루중에 있었던 일을 남편에게 30분이상 얘기해본 적은 있다.남편은 리액션이 좋은 편이다.

P572
"나중에 늙고 몸 아프고 할 때 당당하게 내한테 이거저거 부려 먹고 ,어? 또,못 볼 꼴 다 보여도 창피스럽지 않을 정도로 맘 편하게 해 주는게 남자가 할 일이지,알겠나?"

수업에 열중하다보면 오랜 시간 앉아 있게 되고 가끔 엉덩이에 종기가 난다.내가 붙이기 어려운 부위에 종기가 나면 조금 망설여지긴 하지만 남편에게 고약을 붙여달라고 한다.

P701
"남들이 사랑 이야기를 해도 그게 어떤 기분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내 그런 거 받아 본 적이 없어서......그러다 봄이씨를 만났죠.좋은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알리고 싶고,나쁜 일이 생겨도 일러 바치고 싶고.내 모든 걸 말해 주고 싶고,봄이씨 모든 걸 알고 싶고......이게 사랑이라는 걸 알았어요."

그랬었지......나도 ......표현을 잘 못하는 내가 원태연 시를 읊게 만든 남자.......지금의 남편이다.

P704
눈이 녹아 사라지듯 지금의 순간 역시 찰나에 불과하겠지만 아무려면 어떨까.

남편이 낚시로 쭈꾸미를 잡아와 샤브샤브를 해먹었다.쭈꾸미가 야들야들하고 배추 맛이 달다.지금 이 순간도 달달하다.

700페이지가 두껍게 느껴지지않고 장면 장면이 드라마처럼 펼쳐져 재미있게 읽었다.내년 1월 TV드라마로 방영되면 책과 비교해가며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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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마치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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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까지 살아남아 '마치'라는 이름을 갖게 된 60세 은퇴한 여자배우의 이야기이다.9월말 작가와의 만남을 앞두고 읽게 되었다.이마치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가상현실 치료를 받게 된다.가상공간의 아파트 60층에 살며 43층에 방문하면 43살의 자신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바쁘게 살아오느라 살피지 못했던 딸을 43살의 자신과 다투고 뛰쳐나가는 고등학생 딸을 자신의 집 60층에 데려온다.

P120
"부부 사이가 끝나는건 돈이나 사랑이 아니라 농담이 마를 때야.부부끼리만 하는 우스갯소리 말이야.서로를 조금은 두려워하고 조금은 동정하고 조금은 경멸하고......그런 마음을 웃기는 얘기로도 내뱉지 않게 되면 ......그땐 정말 끝이 나는 거지."

오래전 남편과 다투다가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라고 소리쳤을때 남편은
"다......전부 다......"라고 말하고 시댁으로 가서 잔 적이 있다.
그때의 다툼의 원인은 생각도 안나지만 "다......전부 다......"라는 말은 기억에 남아 있다.비슷한듯 다르고 익숙한듯 낯선게 부부 사이같다.

P277
자식을 잃은 여자들은 유령을 긴 양말처럼 질질 끌고 다닌다.신지도 못하고 벗지도 못하고 그것이 점점 커져 자신을 삼킬 때까지 기다린다.

주인공 이마치의 아들은 21년전 실종되었다.당시 7세였다.남편과의 결혼생활이 빛 바래고 헤어지려 했는데 아이가 사라진것이다.남편은 전단지를 들고 아들을 찾아 돌아다니고 이마치는 생계를 위해 이런 저런 배역을 가리지않고 도맡아하며 바쁘게 지낸다.10년전 남편은 죽고 딸은 독립해 나가고 텅빈 아파트에 이마치만 있다.어느날부터인가 환청이 들린다.병원에 가려고 택시를 탔는데 가방 안에는 지갑도 휴대폰도 없다.

세탁물을 들고 냉장고를 열기도 하고 약속시간에 임박해 약속이 떠올라 당황하기도 했다.가상현실 치료를 받게 되면 나는 몇 층으로 가게 될까 생각해본다.마지막장에는 잃어버린 아들이 유령이 되어 잃어버릴 당시의 상황을 얘기해준다.너무나 안타까운 진실을..,..엄마이기에 50대중반의 나이이기에 공감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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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김장하 각본 - 당신을 만나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김현지 지음 / 포르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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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23년 11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의 각본이다.다큐멘터리 영화가 감동적이라는 얘기를 듣고 보았는데 워낙 잔잔하게 흘러가서 보다가 잠이 들기도 했다.우연히 도서관에서 각본을 보게 되었고 집에 돌아와 다시 영화를 찾아 보았다.영화와 책은 김주완 기자가 김장하 선생과 김선생의 주변 사람들을 취재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P28
기자로서 또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나쁜 사람을 찾아내서 고발하는 그런 것도 기자의 중요한 역할이긴 하지만 또 좋은 분을 찾아내서 널리 알리는 이것도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유용한 방법일 수도 있겠다......
자본주의와는 거리가 먼 분...... 늘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고 학교 이사장 재직 당시 모의고사 끝나면 선생님들 소갈빗집에서 회식시켜주시고 절대로 학부모에게 손벌리지 말라고 하시는 분......

뉴스를 잘 안 본다.좋은 얘기보다는 폭력적이고 잔인한 내용과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아서이다.좋은 분들이 뉴스에 많이 소개되고 선한 영향력이 펼쳐지는 사회를 꿈 꿔 본다.

P48
이사장님이 훌륭한 분이시고 우린 졸업생이니까 든든한 백을 가지고 있는 거죠.그게 돈이 아니고요.그런 큰 힘이 되는 거죠.그래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신있게 할 수 있고 떳떳하게 할 수 있고.

돈이 아니고 힘이 되는 것들......나는 아이들에게 든든한 백이 되어줄 수 있을까......

아프고 괴로운 사람들을 상대로 돈을 벌어서 함부로 쓸 수 없어서 모아 다시 사회에 환원했다는 김장하 선생님의 말씀이 인상적이었다.1,000명이상에게 수십 년간 장학금을 지원하고도 지역의 인권,문화,역사를 위해 헌신하고도 돋보이려 하지 않고 늘 끄트머리에 앉아 계시는 모습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나는 어떤 어른일까......말은 아끼고 행동으로 어른다워져야겠다.영화와 함께 읽어보면 좋은 어른을 만나게 되고 우리들의 모습도 조금은 변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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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로 하는 사랑이었다 - 내가 당신과 하고 싶은 것은 세기의 책들 20선, 천년의 지혜 시리즈 7
리처드 칼슨.크리스틴 칼슨 지음, 서진 엮음, 안진환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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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심리학 박사인 리처드 칼슨과 그의 아내 크리스틴 칼슨이 함께 쓴 사랑과 관계에 대한 조언들을 사례와 함께 담고 있다.427페이지 분량으로 10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에 10가지 이야기들이 짤막하게 들어가 있다."나는 솔로"남PD가 추천하는 책이라 해서 읽게 되었다.

P41
친절은 웃고 싶지 않을때 웃거나 우울하지만 쾌활한 척하는게 아니라 내가 받고 싶은 방식으로 상대를 대하는 것입니다.

수업을 하다보면 수학문제가 뜻대로 풀리지않을때 연필을 부러뜨리거나 지우개를 잘게 자르거나 욕을 하고 인상쓰는 아이들도 있다.틀려도 괜찮아...다시 한번 해보자 하다가도 마스크 안으로 감춰진 내 입모양도 덩달아 일그러지기도 한다.'내가 받고 싶은 방식으로'라는 표현이 위로와 힘을 준다.

P49
현명한 사람들은 비극적이거나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선물을 발견합니다.누구라도 평범한 일상에서 선물을 찾으려는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어요.이런 생각이 일상이 되면 '사소한 일'에 화를 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게 됩니다.

다니던 필라테스에서 어제 저녁 8시쯤 문자가 왔다.3주간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담주부터 다시 수업을 시작하는데 샤워실은 없앴으며 기존에 제공하던 운동복과 수건을 제공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당황스러워 전화를 했는데 받지않아 실망스럽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급하게 쿠팡에 운동복을 주문하고 담주부터 필라테스 하기로한 딸에게도 얼른 운동복 주문하라고 톡을 보냈다.10시쯤 전화가 왔다.나는 많이 화가 난 상태라 나의 불만들을 쏟아냈다.급기야 이럴줄 알았으면 딸들에게도 소개하지않았을거라는 말까지 해버렸다.담당자는 죄송하다며 기존 운동복들을 처분해서 이용할 수 없고 새로 주문한 운동복이 담주 말경에 올거같다며 ......죄송하다는 말만 했다.자고 일어나 생각을 해보니 덕분에 나를 위한 운동복이 생겼고 샤워실을 이용할 수 없으니 나는 좀 더 이른 시간에 운동을 해야하고 조금은 부지런해지지않을까 생각해본다.

P369
평화로운 사람,행복한 연인이나 배우자가 되려면 사과를 잘 하는 것에 더해서 서로 잘 받아주는 일이 필수입니다.

P400
사과한다는 건 약하고 부족하다는 걸 나타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강하고 성숙한 표현입니다.

언젠가 딸에게 무심코 "야~"했다가 딸이 기분나쁘다고 사과하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처음엔 무안하기도 했지만 얼른 "미안해,유진아~"했다.남이 나에게 부당하게 대하는건 사과받고 싶으면서도 내가 남에게 무심코 한 말과 행동에는 잘 사과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거같다.

두께가 있는 편이지만 짧게 나누어져 있어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누군가와의 관계로 힘들어하고 있거나 누군가와의 관계를 잘 풀어나가고 싶을때 도움받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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