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마치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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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까지 살아남아 '마치'라는 이름을 갖게 된 60세 은퇴한 여자배우의 이야기이다.9월말 작가와의 만남을 앞두고 읽게 되었다.이마치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가상현실 치료를 받게 된다.가상공간의 아파트 60층에 살며 43층에 방문하면 43살의 자신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바쁘게 살아오느라 살피지 못했던 딸을 43살의 자신과 다투고 뛰쳐나가는 고등학생 딸을 자신의 집 60층에 데려온다.

P120
"부부 사이가 끝나는건 돈이나 사랑이 아니라 농담이 마를 때야.부부끼리만 하는 우스갯소리 말이야.서로를 조금은 두려워하고 조금은 동정하고 조금은 경멸하고......그런 마음을 웃기는 얘기로도 내뱉지 않게 되면 ......그땐 정말 끝이 나는 거지."

오래전 남편과 다투다가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라고 소리쳤을때 남편은
"다......전부 다......"라고 말하고 시댁으로 가서 잔 적이 있다.
그때의 다툼의 원인은 생각도 안나지만 "다......전부 다......"라는 말은 기억에 남아 있다.비슷한듯 다르고 익숙한듯 낯선게 부부 사이같다.

P277
자식을 잃은 여자들은 유령을 긴 양말처럼 질질 끌고 다닌다.신지도 못하고 벗지도 못하고 그것이 점점 커져 자신을 삼킬 때까지 기다린다.

주인공 이마치의 아들은 21년전 실종되었다.당시 7세였다.남편과의 결혼생활이 빛 바래고 헤어지려 했는데 아이가 사라진것이다.남편은 전단지를 들고 아들을 찾아 돌아다니고 이마치는 생계를 위해 이런 저런 배역을 가리지않고 도맡아하며 바쁘게 지낸다.10년전 남편은 죽고 딸은 독립해 나가고 텅빈 아파트에 이마치만 있다.어느날부터인가 환청이 들린다.병원에 가려고 택시를 탔는데 가방 안에는 지갑도 휴대폰도 없다.

세탁물을 들고 냉장고를 열기도 하고 약속시간에 임박해 약속이 떠올라 당황하기도 했다.가상현실 치료를 받게 되면 나는 몇 층으로 가게 될까 생각해본다.마지막장에는 잃어버린 아들이 유령이 되어 잃어버릴 당시의 상황을 얘기해준다.너무나 안타까운 진실을..,..엄마이기에 50대중반의 나이이기에 공감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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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김장하 각본 - 당신을 만나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김현지 지음 / 포르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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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23년 11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의 각본이다.다큐멘터리 영화가 감동적이라는 얘기를 듣고 보았는데 워낙 잔잔하게 흘러가서 보다가 잠이 들기도 했다.우연히 도서관에서 각본을 보게 되었고 집에 돌아와 다시 영화를 찾아 보았다.영화와 책은 김주완 기자가 김장하 선생과 김선생의 주변 사람들을 취재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P28
기자로서 또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나쁜 사람을 찾아내서 고발하는 그런 것도 기자의 중요한 역할이긴 하지만 또 좋은 분을 찾아내서 널리 알리는 이것도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유용한 방법일 수도 있겠다......
자본주의와는 거리가 먼 분...... 늘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고 학교 이사장 재직 당시 모의고사 끝나면 선생님들 소갈빗집에서 회식시켜주시고 절대로 학부모에게 손벌리지 말라고 하시는 분......

뉴스를 잘 안 본다.좋은 얘기보다는 폭력적이고 잔인한 내용과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아서이다.좋은 분들이 뉴스에 많이 소개되고 선한 영향력이 펼쳐지는 사회를 꿈 꿔 본다.

P48
이사장님이 훌륭한 분이시고 우린 졸업생이니까 든든한 백을 가지고 있는 거죠.그게 돈이 아니고요.그런 큰 힘이 되는 거죠.그래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신있게 할 수 있고 떳떳하게 할 수 있고.

돈이 아니고 힘이 되는 것들......나는 아이들에게 든든한 백이 되어줄 수 있을까......

아프고 괴로운 사람들을 상대로 돈을 벌어서 함부로 쓸 수 없어서 모아 다시 사회에 환원했다는 김장하 선생님의 말씀이 인상적이었다.1,000명이상에게 수십 년간 장학금을 지원하고도 지역의 인권,문화,역사를 위해 헌신하고도 돋보이려 하지 않고 늘 끄트머리에 앉아 계시는 모습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나는 어떤 어른일까......말은 아끼고 행동으로 어른다워져야겠다.영화와 함께 읽어보면 좋은 어른을 만나게 되고 우리들의 모습도 조금은 변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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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로 하는 사랑이었다 - 내가 당신과 하고 싶은 것은 세기의 책들 20선, 천년의 지혜 시리즈 7
리처드 칼슨.크리스틴 칼슨 지음, 서진 엮음, 안진환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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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심리학 박사인 리처드 칼슨과 그의 아내 크리스틴 칼슨이 함께 쓴 사랑과 관계에 대한 조언들을 사례와 함께 담고 있다.427페이지 분량으로 10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 부에 10가지 이야기들이 짤막하게 들어가 있다."나는 솔로"남PD가 추천하는 책이라 해서 읽게 되었다.

P41
친절은 웃고 싶지 않을때 웃거나 우울하지만 쾌활한 척하는게 아니라 내가 받고 싶은 방식으로 상대를 대하는 것입니다.

수업을 하다보면 수학문제가 뜻대로 풀리지않을때 연필을 부러뜨리거나 지우개를 잘게 자르거나 욕을 하고 인상쓰는 아이들도 있다.틀려도 괜찮아...다시 한번 해보자 하다가도 마스크 안으로 감춰진 내 입모양도 덩달아 일그러지기도 한다.'내가 받고 싶은 방식으로'라는 표현이 위로와 힘을 준다.

P49
현명한 사람들은 비극적이거나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선물을 발견합니다.누구라도 평범한 일상에서 선물을 찾으려는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어요.이런 생각이 일상이 되면 '사소한 일'에 화를 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게 됩니다.

다니던 필라테스에서 어제 저녁 8시쯤 문자가 왔다.3주간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담주부터 다시 수업을 시작하는데 샤워실은 없앴으며 기존에 제공하던 운동복과 수건을 제공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당황스러워 전화를 했는데 받지않아 실망스럽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급하게 쿠팡에 운동복을 주문하고 담주부터 필라테스 하기로한 딸에게도 얼른 운동복 주문하라고 톡을 보냈다.10시쯤 전화가 왔다.나는 많이 화가 난 상태라 나의 불만들을 쏟아냈다.급기야 이럴줄 알았으면 딸들에게도 소개하지않았을거라는 말까지 해버렸다.담당자는 죄송하다며 기존 운동복들을 처분해서 이용할 수 없고 새로 주문한 운동복이 담주 말경에 올거같다며 ......죄송하다는 말만 했다.자고 일어나 생각을 해보니 덕분에 나를 위한 운동복이 생겼고 샤워실을 이용할 수 없으니 나는 좀 더 이른 시간에 운동을 해야하고 조금은 부지런해지지않을까 생각해본다.

P369
평화로운 사람,행복한 연인이나 배우자가 되려면 사과를 잘 하는 것에 더해서 서로 잘 받아주는 일이 필수입니다.

P400
사과한다는 건 약하고 부족하다는 걸 나타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강하고 성숙한 표현입니다.

언젠가 딸에게 무심코 "야~"했다가 딸이 기분나쁘다고 사과하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처음엔 무안하기도 했지만 얼른 "미안해,유진아~"했다.남이 나에게 부당하게 대하는건 사과받고 싶으면서도 내가 남에게 무심코 한 말과 행동에는 잘 사과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거같다.

두께가 있는 편이지만 짧게 나누어져 있어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누군가와의 관계로 힘들어하고 있거나 누군가와의 관계를 잘 풀어나가고 싶을때 도움받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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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희 지음 / 웅크린불꽃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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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난주 "빛을 담은 그림자"의 저자 안은희 작가님과의 만남을 앞두고 읽게 된 책이다.2013년 7월6일부터 3주간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열린 국제 민속공연 행사에 참여한 경험을 쓴 에세이다.25명의 아이들과 먹고 자고 공연하고 여행하는중에 일어난 소소한 일상들이 사진과 함께 기록되어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풍물공연을 본적은 있지만 "열두발상모"라든지 "상모초리","버나"등은 검색해가며 읽었다.

P47
"뛰지마"가 아니라 "조용히 걸어가"구체적이며 긍정적으로 말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수업하다 보면 부정적으로 말할때가 많은데 이제부터라도 배워야겠다.

P176
힘든 연습량을 소화해가며 성취감을 느끼고 손에 박힌 굳은살을 자랑스러워 하는 아이들이 친구들이나 후배들에게 동아리를 소개할때 하는 말이 있다.
"진짜 진짜 힘든데 정말 재미있어."
이 세상에 태어나 오늘을 살면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할지 선택하는 기준으로 이만한 것이 있을까?

어제 남한산성 수어장대에 다녀왔다.한참을 걷다가 수어장대 마루에 누웠을때 얼마나 시원하던지......남한산성 맛집에는 몇 번 가봤어도 길을 따라 걸은건 처음이었다.붓꽃,국수나무꽃,쥐똥나무꽃들이 반겨주고 아카시아 향기도 많이 났었다.요즘의 내가 힘들어도 재미있게 하는 일은 걷기인거같다.

여러분들에게 힘들어도 재미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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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상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어른을 위한 동화 18
한강 지음, 봄로야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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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강 작가가 쓴 어른을 위한 동화이다.71쪽 분량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작가는 십여 년 전 대학로에서 '눈물을 보여드릴까요?'라는 덴마크 출신의 중년 남자가 만들고 공연한 일인극을 보았는데 검은 상자를 들고 무대에 나타난 그가 커다랗고 투명한 눈물방울들을 보여주었던것이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눈물을 상자에 모으는 아저씨가 있다.'는 설정 외의 모든 것은 새롭게 썼다고 한다.

옛날 어느 마을에 '눈물단지'라고 불리는 아이가 있었다.아이는 갓 돋아난 연둣빛 잎사귀들이 햇빛에 반짝이는 걸 보고 눈물을 흘리고 키우던 개가 열시간 동안 진통을 하며 새끼 여섯 마리를 낳는 걸 지켜본 뒤로는 개들을 볼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그러던 어느 봄날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모자를 눌러쓴 아저씨가 그 마을에 들어와 특별한 눈물을 가진 아이를 찾는다.마침 아이는 마당의 텃밭에 갓 피어난 콩꽃을 보며 가만히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고 있었다."......너로구나,특별한 눈물을 가진 아이가."
눈물이 흔해서 부끄러운 아이와 순수한 눈물을 찾고 있는 아저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P33
설렘이 반짝이 가루와 웃음 반짝이 가루란다.가끔,눈물을 많이 가졌지만 기쁨이나 웃음은 가난하게 가진 사람에게 선물로 주는 거야.

나는 웃음을 부유하게 가졌는지......나또한 눈물은 많이 가졌지만 기쁨이나 웃음은 가난하게 가진거같다.무표정한 나에게 설렘가루와 웃음가루를 뿌려주어야겠다.나는 지금 가족여행중이다.친정어머니 팔순기념 12명의 가족들이 버스를 타고 고흥으로 이동하고 있다.많이 설렌다.많이 웃고 있다.반짝이 가루는 이미 가족들에게 뿌려졌다.

P41
"너는 운이 좋은 아이로구나."
아이는 놀랐다.넘치는 눈물 때문에 언제나 놀람과 걱정,핀잔의 말만 들었지,부러움을 산 것은 처음이었다.

당신의 눈물샘은 뚫여 있나요?슬플때 충분히 울고 기쁠때도 충분히 표현하고 있나요? 영혼의 씻김을 경험할 수 있는 눈물의 고마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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