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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루카메 조산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1월
평점 :
이 책은 지난달 독서모임에서 소개받아 읽게 되었다. 282쪽 분량이고 제목의 "츠루카메"는 학과 거북으로 장수와 행운을 의미한다.한달전 갑자기 사라진 남편 오노데라를 찾기위해 마리아는 그와의 추억의 장소인 남쪽 하트모양 섬을 찾게 된다.그 섬에서 웃는 얼굴로 봐주는 카메코 선생님을 만나고 진짜 맛이 나는 요리,배가 기뻐하는 요리를 대접받는다.식사후 진료실로 마리아를 부른 선생님은 아랫배를 만져보고 임신했음을 알려준다.낳을거라면 규칙적인 생활을 하라고 우선은 변비가 심하니 파파야가 도움이 될거라고 몸이 내는 소리에 똑똑히 귀를 기울이라고 한다.파도가 높아 배가 결항되고 마리아는 조산원에 며칠 머물며 빨래를 돕는다.함께 빨래를 널던 팍치씨가 "깜언."하고 말한다.중요한 말은 베트남어로 하지 않으면 마음이 전해지지 않는 것 같다며...... 산부인과에서 간호사를 하다가 그만두고 섬에 온 카메코선생님,베트남에서 온 연수생인 팍치,동굴에 거주하며 자원봉사로 밭일을 돕는 사미 이들이 츠루카메 조산원에서 함께 지내며 상처를 보듬고 성장해나간다.아침햇살을 받으며 광합성을 하고,맛있는 제철음식을 먹고,신성한 노동을 하며 사소한 일에도 크게 소리 내어 웃는 츠루카메 조산원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마리아는 아이를 무사히 낳을 수 있을까? 오노데라는 만나게 될까?
P15
누군가 이렇게 웃는 얼굴로 나를 봐주는 것은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전엔 환하게 웃어 인상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요즘 학원에서 아이들과 수업할때 잘 안웃는다고 애들에게 많이 웃어주라는 지적을 몇 번 받았다.마리아를 바라보는 카메코선생님처럼 웃는 얼굴로 아이들을 대해야겠다.
P57
몇 년이나 함께 해도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겨우 며칠 같이 있었을 뿐인데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람도 있다.
뱃멀미 부적이라며 좋은 향이 나는 무늬 월도 열매를 싼 오래된 주머니를 마리아에게 준 카메코선생님같은 존재가 내 주변에도 있다.너무 힘들어 산에서 기다시피 내려갈때 나의 가방을 들어준 산악회 회원님,관악산 팔봉에서 폭우를 만났을때 끝까지 안전하게 함께 내려오도록 도와준 친구,좋은 책들을 함께 나누는 독서모임 회원님들이 요즘의 나에게는 무늬 월도 열매와 같은 존재들이 아닌가 싶다.
P159
엄마가 기분 좋은 출산을 해서 '아,이 아이를 낳아서 행복해'하고 느껴 준다면 그것만으로 아이의 장래는 행복할 테니까.세상에는 부모의 스트레스 배설구로 폭력을 당하는 아이가 많아.
큰 아이를 낳고 친정에서 산후 조리할때 남편이 시부모님 모시고 벚꽃구경을 다녀와서 서운한 적이 있었다.작은 아이가 밤에 안아주면 잠들다가 눕히기만 하면 허리를 뒤로 꺾어가며 울어서 밤을 샌 적이 있었다.그래도 잠자며 빙긋이 웃어주는 모습이 너무 예뻤던거같다.20대가 되어버린 아이들이 집안일을 함께 하지 않을때 화가 나기도 하지만 여전히 너무나 소중한 존재들이다.함께라서 행복하다는 표현도 많이 해줘야겠다.소정아,유진아! 엄마 곁에 와줘서고마워~
P160
사미처럼 부모가 살아 있어도 고생하고 마리아처럼 부모를 몰라도 고생하고 팍치처럼 부모를 사고로 잃어도 고생하고 나처럼 부모가 사라져도 고생해.대체 뭘까,가족이라는거.가족은 끈이기도 하지만 속박이기도 하지.
아이를 낳은 엄마라 공감하며 읽었던 부분들이 많았고 출산을 앞 둔 여성들에게도 권해주고 싶다.뒷부분에 옮긴이의 글에서 보면 요리를 좋아하는 작가답게 항상 맛있는 음식 얘기가 나온다고 적혀 있다.가끔은 귀찮더라도 자연 식재료로 배가 기뻐하는 요리를 만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