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담은 그림자
안은희 지음 / 웅크린불꽃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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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동아리 모임에서 늘 따뜻한 글로 위로해주는 분이 계시는데 그 분이 쓴 책이라 읽게 되었다.첫 표지를 넘기면 왼쪽에 있는 작가소개에 "날마다 날마다 책을 읽고 글 쓰는 이"라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이 책은 고객의 요청이 있어야 인쇄되서 다른 책보다 배송이 느리다.요즘같은 시대에 기다리는 설레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연주와 규영의 이야기가 #은 연주의 시선에서 ##은 규영의 시선에서 전개된다.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의 재미가 있다.연주는 해바라기처럼 규영만 바라보며 애태우다가 다른 나라로 숨어버린다.규영이 뒤늦게 자신을 살게 해주는 존재가 연주임을 깨닫고 연주를 찾아 나선다.빛과 그림자같은 존재가 다시 인연을 이어갈 수 있을지 조바심내며 읽어나갔다.

P35
"어떻게 알아? 난 사랑한다고 말 한 적이 없는데......"
"그냥 알아."
"부럽네.난 사랑한다고 말하는 목소리를 들어도 모르겠는데......"

난 표현을 잘 못한다.
얼마전 산악회 번개모임에 남편과 함께 소요산에 갔는데 남편이 밀키트 떡볶이를 만들어주고 뒷풀이 식사비용을 계산하고 내가 맡은 북한산둘레길 깨알홍보를 해 감동했었다.다음날 수줍게 카톡으로 고마웠다고 하니 남편도 기분이 좋은듯했다.그냥 알기도 하지만 표현해줘야 더 아는것같다.

P172
"변해서 좋은 것도 당연히 많지만 이 쿠키 맛은 변하지 않아서 더 좋아.오래전 같이 먹었던 사람들과의 추억이 고스란히 떠오르거든."

봉천역 근처 지하에 있었던 바지락칼국수집이 그랬다.아이들이 어릴적 아기띠에 아이를 데리고 친정엄마와 동생이랑 ......때로는 동네 엄마들이랑...... 언젠가는작은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교복 사들고 들렸는데 "아유,아이가 벌써 커서 교복을 입나보네요"하고 인사를 건내주셨는데......코로나가 끝나갈 무렵 사라졌다.가끔씩 우리 가족들은 해캄이 잘 된 통통한 바지락이 일품이었던 그 집의 바지락 칼국수와 속이 꽉찬 직접 빚은 왕만두를 그리워한다.

P184
깨어보니 내 손은 빈 손이 아니었다.그의 두번째,세번째 손가락을 꼭 쥐고 있었다.내가 손가락만 바라보고 있으니 그가 웃으며 말했다.
"놓지마,절대로.그렇게 계속 잡고 있어."

첫 아이를 낳으러 병원에 가서 진통이 있을때 잡았던 남편의 손은 큰 힘이 되었다.덜 아프고 안심이 되고 두렵지가 않고.....

P281
맞지 않으니 사랑이 아니라고 부정했었다.

나 또한 나와는 너무 다른 남편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던거같다.요즘은 침식,운반,퇴적작용을 거친 느낌이랄까......큰 문제 아니면 웃으며 넘어가기도하고 나는 이런거는 별로인데 이런거는 좋네하고 솔직하게 표현도 한다.

#으로 넘겨가는 내 일기장에서 때로는 ##가 어떤지 들여다봐주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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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한강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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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책들에 관심이 가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어느 날부터 육식을 거부하는 '영혜'가 중심인물로 등장한다.하지만 책은 남편,형부,언니의 시선에서 서술된다.제1부 채식주의자는 남편의 시선에서 제2부 몽고반점은 형부의 시선에서 제3부 나무불꽃은 언니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P72
손목은 괜찮아.아무렇지도 않아.아픈 건 가슴이야.뭔가가 명치에 걸려있어.그게 뭔지 몰라.언제나 그게 거기 멈춰 있어.이젠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도 덩어리가 느껴져.아무리 길게 숨을 내쉬어도 가슴이 시원하지 않아

주인공 영혜는 어려운 자리 식사모임에 나갈때도 브래지어를 하지않고 나가 남편과 주변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한다.무엇이었을까...그토록 숨막히게 하는것이...영혜정도는 아니지만 두꺼운 겉옷을 입고 속옷을 안입고 나간 적이 있다.나를 숨막히게 하는것은 뭘까...월 마감 수치? 가르치는 아이들의 시험성적 결과?

P94
좋은 여자다,하고 그는 생각했다.처슴부터 지금까지 아내는 언제나 좋은 여자였다.좋기만 한 것이 오히려 답답하게 느껴지는 그런 여자였다.

나는 어떤 여자일까...특색없이 조용한 어쩌면 책의 서두에서 영혜에 대해 묘사한 부분을 읽으며 나도 그렇지않나...생각했다.

P193
당신의 선량함,안정감,침착함,살아간다는게 조금도 부자연스럽지 않아 보이는 태도......그런게 감동을 줘.그 말은 다소 어려웠기 때문에 그럴듯하게 들렸지만 오히려 그가 사랑 따위에 빠지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고백이 아니었을까.

같은 학원에 근무하는 선생님이 언젠가 내게 "선생님은 왜 힘들다는 표현을 안해요?그만두고 싶다는 말도 한번도 못들어본거 같아요....."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힘든 적은 있지만 그만두고싶지는 않으니까......정작 내게 그 질문을 한 그녀는 출근하자마자 "집에 가고 싶다......"를 연발하지만 누구보다 더 열심히 일한다.

워낙에 유명한 작가의 유명한 책이라 리뷰하기가 망설여지기도 했다.영혜와 남편의 교류없는 일상도 안타까웠고 혼자 집안일을 꾸려가는 인혜의 모습에서 조금은 나의 모습도 보았다.읽고 난 뒤는 독자들 각자의 또다른 이야기가 이어지지않을까......여러분은 열정적으로 살고 있나요? 아니면 견디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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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지음 / 수박설탕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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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6일 리독 일지

#오늘의 리뷰 서적 :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작년"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에 이어 두번째로 이도우작가와의 북토크에 참여하게 되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책은 450페이지 분량이고 강원도 북현리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은섭이와 서울에서 미술학원을 하다가 고향으로 온 동창 해원의 이야기이다.

P16
삼각형같은 느낌이었다.평화롭다...싶으면서도 어딘가 좁고 기운듯하고 동시에 안정적이기도 하고 서로 챙겨주면서도 어느 하나가 예민할 때는 부딪치지 않게 조심하기도 했다.넓지도 않은 집안에서 저마다 자기만의 공간을 확보하려고 애썼던 것 같았다.

관계를 도형에 비유한 대목이 신선하게 느껴졌다.나와 가족은 원일까? 사각형 혹은 육각형일까?

P208
그의 사랑은 ...눈송이 같을 거라고 해원은 생각했다.하나둘 흩날려 떨어질 땐 아무런 무게도 부담도 느껴지지 않다가, 어느 순간 마을을 덮고 지붕을 무너뜨리듯 빠져나오기 힘든 부피로 다가올 것만 같다고.

얼마전 남편이 나와 둘이 가는 산행보다 산악회에서 여럿이 가는게 더 재미있다는 말을 했었다.어찌나 서운하던지...나는 말없이 걷기만 해도 가끔은 남편과 가고 싶은데 말이다.우리 사이엔 눈송이가 날리고 있는건지...

P396
"올 겨울 책방에서 일하게 해줘서 고마웠어.여기가 나한테 어떤 느낌이었는지 알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스노우볼 같았거든.흔들면 눈이 내리는...아늑한 공간.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나에게 스노우볼같은 아늑한 공간은 어디일까? 창가인거같다.아침에 일어나서 해뜨기전 하늘을 바라보고 낮에 일하다가 한두번은 창문믈 열고 하늘을 올려다본다.어제는 포천 산정호수 주변 둘레길을 걷고 왔다.엄청 큰 사과대추들을 바라보며 걸었다.어쩌면 길일지도 모르겠다.

이 가을 설레임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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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한 푸바오 할부지입니다 - 바오 가족과 함께한 기적 같은 나날들
강철원(에버랜드 동물원) 지음, 류정훈(에버랜드 커뮤니케이션 그룹) 사진 / 시공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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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강철원 사육사가 아이바오와 러바오를 만나고 그들의 사랑의 결실로 푸바오가 태어나 함께 지내게 되는 일들을 다룬 에세이다.언젠가 TV에서 푸바오의 탄생과정을 다룬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과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읽게 되었다.책은 340쪽 분량이지만 중간 중간에 사랑스러운 판다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흐뭇하게 미소지으며 읽을수 있었다.

P55
사육사의 생각과 행동은 곧 동물의 복지로 이어진다.사육사가 어떻게 생각하고 얼마나 배려하느냐에 따라 동물의 삶에 큰 영향을 준다는 말이다.모든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해도 사육사만은 동물의 편이 되어야한다.이는 사육사가 절대 게을러서는 안되는 이유이자 동물에게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찌 동물뿐일까......나는 늘 아이들 편에서 남편편에서 응원해주었나 생각해본다.칭찬에 인색했고 표현에도 많이 인색했던거같다.

P79
판다의 배란은 1년에 단 한 번뿐이다.

P92
억지로 되는 일도 없지만 그냥 되는 일도 없으니까.

독립생활을 하던 판다들의 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 현지 연수를 다녀오고 죽순을 계속 공급해주기위해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다.

센타 중등관 오픈한지 3개월....잘해보려는 시도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냥 되는 일은 없으니 상처받지 말고 개선책을 찾아나가야겠다.

P313
우스갯소리로 46가지 직업을 합친것만큼 일하기 때문에 사육사란다.

P337
고난과 위기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는 생각을 갖는다면 마음 관리에 많은 도움이 된다.

직장맘들은 가정도 잘 돌봐야하고 직장에서도 최선을 다해야한다.나만 힘들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동글동글 귀여운 판다를 보며 힘을 내본다.이번 추석에는 판다가족을 만나러 용인에 다녀올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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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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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회원의 소개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브로콜리 색을 닮아 콜리라고 이름붙여진 기수 휴머노이드 이야기이다.만들어지는 마지막 과정에서 실수로 학습 휴머노이드 칩이 삽입되어 콜리가 탄생하게 된다.콜리는 5시간 훈련을 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경기장에 우뚝 서서 하늘과 경기장 외벽 너머로 보이는 나무를 관찰하는데 몰두한다.

P21
다양한 하늘이 존재했지만 콜리는 그중에서도 구름이 선명한 날을 좋아했다.여기서 '좋아했다'는 더 자주,더 오래도록 하늘을 바라봤다는 뜻이다.

요즘 내가 자주,오래도록 바라보는건 누구일까? 무엇일까?
가족과 나무,꽃들 그리고 하늘인거같다.
부쩍 커버린 아이들...힘들어보이는 남편...관매도에서 보고 온 500년된 후박나무...노을지는 하늘...

콜리에게 배정된 말은 흑마로 이름은 투데이였다.한국신기록을 경신하고 1등을 유지하던 투데이가 2등,5등 심지어 9등까지 밀려났다.콜리는 관절이 아파 걷기 힘들어하는 투데이에게 적절한 휴식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이대로는 죽을거 같다고 생각한 콜리는 경기 도중 스스로 낙마한다.

P95
연재는 잠시후 리어카에 전원이 꺼진 콜리를 싣고 채굴에 성공한 광부처럼 승리의 웃음을 가득 띤 얼굴로 등장했다.연재가 그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은 처음인 것 같았다.물론 은혜가 모르는 연재의 행복한 순간은 훨씬 많았을 것이다.은혜는 은혜라서 연재가 행복한 순간을 모르는건 당연했다.연재가 알려주지 않으면 은혜는 알 수 없었으므로.

문득 요즘 딸들과 남편이 무얼 할때 행복감을 느끼는지 내가 알고 있나 생각해본다.말을 안하면 모르는거고 물어봐주고 함께 나눠야하는데 그러지 못한거같다.2박3일간의 휴가를 다녀왔다.날씨도 더웠지만 에어컨튼 방에서 안나가려는 아이와 실랑이를 벌였다.결국 굳은 얼굴로 남편과 둘이 산책을 나가고 저녁먹을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좋은 얼굴로 대화 나눴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3%생존율을 포기하지않고 보경을 구한 소방관 아빠,은행원이었다가 휴머노이드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엄마 보경,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언니 은혜,콜리를 고친 연재...이들의 이야기가 가슴 따뜻하게 펼쳐진다.우리가 살면서 놓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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