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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억수씨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프렌즈에서 레이첼이 30살 생일이 되자 울상을 하는 모습을 보고, 오늘날은 여기나저기나 30에 대한 느낌은 비슷하구나 생각했다. 그때는 내게 서른은 멀고도 먼 숫자였기에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아뿔싸, 나도 그리 많이 남지는 않았네. 솔직히 그 숫자에 그리 민감한 편은 아닌데, 서른 살이라는 때가 그런 것 같다. 보통은 학교를 졸업하고 일도 어느 정도 해서 더 이상 순진하지만은 않은, 사회의 때가 묻어가 마음의 갈등도 심해지고, 어릴적 꿈과 현실의 괴리에 괴로워하고 뭐 그런 나이. 확실히 정해진 것이 없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불안하고, 앞날은 남아 있지만 거기에 무엇이 있을지 점점 더 감이 오지 않아 제대로 살고 있나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는 때. 뭐, 나한테는 그렇다.
그런데 억수 씨가 그려낸 인물들도 그리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완전하지 못한 그들은 그렇게 비틀비틀 살아간다. 그래도 웃고 사랑을 하며 여전히 삶을 놓치는 않는다. 언제부터였을까. 인물들이 서로 얽히고 얽혀 알고 보면 한 다리 두 다리 건너 모두 아는 사람이라는 식의 전개는. 그 시작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러브 액츄얼리>가 생각나네. 우리는 모두 이렇게 얽히고설켜 서로를 위로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라고 이야기했던 그 영화는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유치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런 식의 착한 전개에 나는 아주 약하다. 억수 씨의 이 작품도 그렇다. 거대하고 거대한 웹툰의 세계에서 나타난 멋진 만화가. 앞으로 어떤 것을 그려 낼지 기대가 된다. <연옥님> 2권도 어서 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