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님이 보고계셔 4 - 억수씨 만화 연옥님이 보고계셔 4
억수씨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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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보기 위한 최상의 상태의 진수에게 남은 수능일은 오히려 부담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자신을 쫓아 다니던 강인을 좋아하던 후배 여학생의 해코지는 많은 스트레스를 꾹꾹 눌러담았던 진수를 폭발시킨다.

 

 

그리고 동현과 함께 첫눈을 맞던 정수, 돌아오는 길에 멀리서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본다. 하지만 돈많고 어린 놈에게 욕을 먹어가며 일하고 있던 아버지에게 향하던 정수는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아픔보다 분노가 먼저여서 였을까, 결국 아버지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다친 몸을 질질 끌며 집으로 온다. 그리고 느낀다. 옳음과 선량함은 결국 아무 힘도 갖지 못하고, 정직하게 꾸는 꿈또한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자신처럼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은 사람이 꿈을 꾸는 것은 아무 소용도 없다는 것을.

 

 

그러니깐 이 세상에서 그 어떤것도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그렇게 정수는 자신을 좀먹으며 방안에서 피폐해져갔다. 일전에 정수가 도와줬던 꼬마들의 감사인사도, 집까지 찾아온 동현도 오히려 정수에게는 다가갈 수 없는 건너편의 존재들만 확인시켰을 뿐이었다.

 

 

 

진수 또한 수능을 망친 셈이 되었다. 마킹지에 흘린 코피에 당황한 나머지 결국 답안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고 제출. 그리고 울며 불며 매달렸어야 했을지도 모를 짧고도 중요한 순간에 결국 진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정수의, 진수의 고민은 아마도 올바르고 선량하게, 평등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들로 늘 닿아있었을 것이다. 선하게 산다는 것의 무기력함을 뼈저리게 느꼈던 정수와, 그런 무기력함을 공부를 통해서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던 진수의 좌절..

조금은 다르게도 느껴지지만, 결국은, 남들과 평범하게 살고자 하는 의지에 대한 좌절은 같았던 그들..

 

 

당장 세상이 끝난 것 같은, 더이상 희망을 꿈꿀 수 없을 것 같던 둘은 그래도 결국은.... 결국은 다시한번 한걸음 내딛는다..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던 그들은, 그 눈물만큼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그 무언가를 배우고서는.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결국 우리의 고민이자, 좌절이자 희망의 이야기였던 그들의 모습. 지금의 좌절이 앞으로 살아갈 날을 모두 무너뜨린 것 같은 절망 속에서, 그들에게 희망을 준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잘못되지 않았고, 우리는 어떻게든 괜찮을 것이라는 것. 솔직하고, 정직하게 풀어낸 이야기에 거울처럼 자신을 돌아본 우리에게도 필요한 말.

 

"넌 괜찮다."

 

그래, 괜찮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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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옥님이 보고계셔 3 - 억수씨 만화 연옥님이 보고계셔 3
억수씨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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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는, 엉겁결에 집회현장에 투입되고 만다. 부조리한 것들과 노동자에 대한 고민보다는 그저 자신의 주머니에 없는 돈이 먼저 더 걱정되었던 나이, 여자친구와 함께 아무것도 모른 채 집회에 나갔던 정수는 결국 붙잡혀 구속되었다가 풀려난다. 그리고 무엇을, 왜, 라는 질문이 남았지만 이내 잊혀지고 만다.

 

 

이윽고 동현과 함께 치킨집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겨우 받은 반액장학금이 채우지 못한 나머지 등록금을 채우기 위해, 처음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비오는날 갑작스런 사고에도 돈 먼저 찾는 사장을 보며 정수는 말도 없이 일을 그만둔다. 세상과 돈에 대해서 실망과 분노를, 그리고 그렇게 도망친 자기 스스로에게 무엇보다 큰 실망을 한 정수, 그럼에도 그에게는 여전히 동현이란 여자친구가 옆에 있었다.

 

 

 

 

 

동현은 진심으로 정수를 아껴주고 챙겨주고 사랑해주었다. 정수의 생일날, 정성스레 준비한 여러가지 선물들 중에서도 가장 빛나던 것은, 거의 반년동안 하루 이틀을 제외하고는 꼬박꼬박 적어놓은 편지들. 여전히 많은 것들이 불안한 정수에게 동현은 빛과 같은 존재임에 다름 없었다.

 

 

 

 

그리고 정수의 친구 고석을 통해서 이 나라의 구조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낸다. 선거때만 서민을 챙기는 척 하고 결국은 상위 1%만을 위한 나라를 만들어 가는 정치인들, 국가 및 사적인 모든 혜택에 있어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상위 1%와 그외 계층과의 괴리, 그리고 그것을 알기에 더 적극적으로 자식에게 상위 1%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들... 분명한 하위 서민층인 정수와 진수의 고민과는 반대로, 상위계층에서 자신의 길을 강요당하며 살아야만 하는 고석이를 통해 계층에 관계없이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상대적 상위 계급에 대한 동경과 모순을 말해준다.

 

 

 

 

정수네 집엔 아버지가 돌아왔다. 첫째이자 아들인 정수에게 많은 책임과 의무를 느낀 것과 달리, 둘째에 딸에 스스로 잘 해왔던 진수에게 오히려 기대야만 했던 엄마, 그런 엄마를 딸에게 의지하게끔 만들었던 아버지가 돌아왔다. 진수는 그런 아버지가 돌아온 것에 대해 바로 기쁜 내색을 하지 못하지만 천천히 아버지에게 다시 마음을 열어간다.

 

 

 

그리고 정수는 우연히 태백산맥이란 책을 읽기 시작하며, 분배와 평등을 외쳤지만 결국 빨갱이로 몰리거나 하며 죽거나 도망쳐야만 했던 비극의 시대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뼈아프게 느낀다. 꿈을 꾼다는 것, 이상을 꿈꾼다는 것이 결국은 유/무형의 죽음으로 치닫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까지 미친 정수는 어딘가 부유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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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옥님이 보고계셔 2 - 억수씨 만화 연옥님이 보고계셔 2
억수씨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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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와 진수의 어린시절을, 가족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려내던 1권의 sd 캐릭터는 이제 sd와 극화체의 중간정도로 넘어왔다. 정수 가족은 서울로 올라왔지만 살림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윽고 아버지의 사업은 IMF의 영향으로 부도를 맞게 되었고, 너무나 정직해서 모든 것을 그 자신의 탓으로 여겼던 아버지는 결국 감옥에 가게 되었다.

 

 

 

 

 

정수와 진수는 이제 정말로 세상과 자신에 대해서 조금씩 질문하게 되는 나이에 들어서게 되었다. 정수와 진수 모두 둘다 어려운 가정환경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학업에 열중 하였다. 하지만 어릴적에 그랬던 것 처럼, 정수가 정말로 공부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는 것은, 또래 남자아이들이 으레 갖는 호기심과 노는 시간이 지난 후였고, 그 후에 물론 열심히 하긴 했지만 결과가 썩 좋은 것은 아니었다.

 

 

 

 

 

다행이 인서울 대학에 들어간 정수의 고민은 의무교육을 졸업하며 막 세상에 대해 맛보기로 눈 뜬, 대학시절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처음으로 술을 마시게 되며,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고, 그렇게 사랑하고 아껴주고 싶은 이와 함께 하는 데에 있어 돈의 위치를 다시금 깨닫게 되며,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그전과는 다르게 정말로 자신의 꿈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진수는 어릴때부터 영특했던 대로, 입시준비에서 정수와는 확연히 다른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정직하고 선했지만, 결국 가장으로서는 부족하기만 했던 아버지와, 그 때문에 늘 힘들어 했던 어머니, 그 모습들을 보며 정말로 좋은 대학에 가야만이 집안을 변화시킬수 있다는 현실적인 고민을 깊게 새겼던 진수는 괜찮은 남자아이의 고백에도 아랑곳 않고 계속해서 열심히 공부했다.

 

 

정수와 진수가 세상을 바라보고, 준비하고, 고민하는 방식은 각각 다 달랐지만, 모두가 다 청춘에서 겪게되는 우리의 고민이자, 모두의 지난날의 고민이었다. (사실 나는 아직까지도, 혹은 한심하게도 나는 이런 고민을 계속하고 있지만) 아직 세상을 제대로 경험하진 못했지만, 누구보다도 철저하고 현실적으로 고민하고 준비하고 실천했던 진수와, 이제 막 세상에 대해,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와 현실에 대한 다양한 것들을 하나둘씩 고민하고 배워가며 혼란스러워 하는 정수. 똑같진 않더라도, 거의 비슷한 고민과 질문들이 그들의 하루하루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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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프로스트 2 : 검은 파도 - 시즌 1 닥터 프로스트 2
이종범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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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재미를 갖추면서도 심리학의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담아내었던, 현대사회가 개인에게 주는 스트레스와 한 개인의 심리에 대해 밀도있고 흥미진진하게 추적했던 <닥터 프로스트> 2권, '검은 파도' 를 읽었다.

(닥터 프로스트 1권 리뷰 : http://blog.aladin.co.kr/764223194/5641774)

 

프로스트 교수가 있는 학생심리상담소의 조교 윤성아가 한때 아르바이트로 가르쳤던 한 고등학교 여학생의 증세를 프로스트-윤성아 콤비가 풀어가는 이야기가 바로 2권이다.

 

고3 여학생인 최나리는, 상위권의 성적이다. 하지만 고3으로 올라가고 부터는 종종 등교를 거부하고 하루종일 인터넷만 하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반대로 또 새벽 일찍부터 학교를 나서는 경우도 있는 것. 이 종잡을 수 없는 증상에 대해 일단은 '은둔형 외토리'로 접근하지만, 윤성아가 직접 최나리를 대면하고 질문지를 작성한 결과로는 그렇게 간단히 문제의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프로스트 교수가 잡은 단서로는, '불안 민감성'이 높다는 것. 그리고 이 모호한 최나리의 증상은, 프로스트를 자극하고, 

 

상담을 꺼리는 나리, 이에 대한 프로스트 교수의 접근은

1권에서 내담자의 방에 몰래 '잠입' 한 것보단 신사적이지만...

 

 

그리고 외국에서 돌아온 미모의 송선 교수는 프로이트가 상담소에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란다. 내담자와 함께 있으면 안된다는 말 끝에, 살인마라고 까지 말하는 그녀. 아무래도 그녀가 갖고있는 불신으로 미루어 본다면, 분명 프로스트 교수는 과거에 어떤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있는 것으로 보여지는데.. 어쨌거나 프로스트 교수에 대한 퍼즐조각이 하나 추가되는 셈인데, 과연 진실은, 무엇이, 언제쯤, 어떻게 밝혀질지..

 

 

 

어쨌거나, 맹목적 질투만을 갖고있거나 하는 등의 가벼운 캐릭터가 아닌, 무언가를 쥐고 있는 중요 인물로 보이는 송선 교수는 프로스트 교수가 내담자를 상담하는 과정에서 경솔한 조치로 오해받아 경찰서까지 가는 상황에서의 만남서 다시금 날선 대립각을 보이지만, 내담자를 위해서 서로를 뒷받침해주는 파트너쉽을 발휘해준다...

 

 

 

 

꽤 오래전에, 지금보다 훨씬 책을 멀리 할때, (그러니깐 한마디로, 심각할때) 도서관에서 책정리를 하는 아르바이트를 잠시 한 적이 있었다. 그때에 잠시 남는 시간에 내 흥미를 끌어서, 결국 잠시 빌려가 다 읽은 책이 있었다. 제목은 잊어버렸지만, 아직도 기억하는 것은, 도시에서 일상에 찌들어서 심리적인 병세가 있던 환자가, 자연에서 그것을 극복하는 법을 찾는 것이었다. 그때의 난 그 실제 인물에 대한 낭만적인 극복의 과정에 매료되었었는데, 여기서 중요한건 그때 그 주인공이 겪던 증상이 바로 '공황장애' 였던 것. (기억이 흐릿한지라 사실 틀릴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주인공은 운전을 하던중에 갑자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러가지 증상들로 말미암아 도로 한가운데서 목숨이 위태로울 뻔 했었던 것이 분명하다.

 

공황장애의 증상과 정의에 대해 <닥터 프로스트>에 소개된 부분의 일부를 발췌해 가져오자면, [공황장애는 그 중에서도 '이유없는 강렬한 공포와 불안'이 마치 파도와 안개처럼 밀려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불안장애. 공황장애 환자들이 공황발작을 일으킬 때에는 현기증, 답답함, 식은땀과 강렬한 심장박동 등의 증세부터 시작해 죽음에 대한 공포나 미쳐버릴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사회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공황장애를 겪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공황장애에 대한 더 구체적인 설명과 증상들은.. 언급을 생략하겠음!)

 

 

나는 여기 이 <닥터 프로스트 : 검은파도>에서 최나리가 겪는 공황장애를 생각해보며 그때의 책의 내용이 떠올랐고, 이런 공황장애 같은 불안장애 들이 현대사회에서 점점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반드시, 혹은 최소한 이것을 가지고 있어야 하거나, 이것은 해야한다는 사회적인 통념, 압박과 같이 행복에 대한 공통적인 충족조건들의 무조건적인 강요와 세뇌, 그래서 그것들을 충족하지 못한 삶에 대한 무시 혹은 비난이 점점 더 많은 이들을 불안장애로 물아세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깐, 비정상적인 사회의 모순들이 병을 늘리고 있는 셈 아니겠는가. (사실 뭐 이건 새로운 주장도 아니지만)

 

한국사회, 그 중에서도 특히 어린 나이에 심리적인 문제를 가진 학생들이 간단한 상담을 통해서 나아질 수 있는 질환들을 혼자서 안고 살아간다고 말하는 작가는 심리, 정신분석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인한 이런 문제 감추기가, 상담사로 하여금 문제해결을 더디게 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자신의 마음에 대한 폭력이 될 수도 있음을 마지막으로 상기시키며 이야기를 마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심리학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조금씩 바로잡는 동시에 일정한 정보까지 제공하는 이 만화의 역할은 앞으로도 작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본편이 끝나면, 단행본만의 부록이 약 30페이지에 걸쳐 수록되어있다. 1권에서 이어지는 구성인데, [하얀방의 심리학자](위 사진)는 프로스트를 비롯해, 프로스트에 대한 과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소개되는 천상원 교수의 짧은 에피소드를 통해 프로스트 에 대한 궁금증과 실마리를 건넨다.

 

그리고, 조금은 묵직한 분위기를 단번에 환기시키는 네컷개그만화, [노란방의 심리학자] (아래 사진)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특별한 설명은 필요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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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길의 아폴론 5
코다마 유키 글.그림,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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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권 이야기

 록밴드를 결성해서 축제때 함께 공연하자는 마츠오카의 제안을 센타로가 당연히 거절할것이라 생각했던 카오루는 센타로가 자신의 예측과는 반대로 록밴드에 들어가게 되자 센타로에게 실망과 배신감을 느낀다. 게다가 여기에 오기 전 괴로웠던 학창시절까지 떠올리며 카오루는 센타로를 밀어내게 된다..

 

 

 

 

5권..

시시한 농담도 거의 나눌 수 없는 서먹한 관계가 되어버린 카오루와 센타로.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언젠가 다시 연습실에서 카오루와 센타로의 재즈 연주를 들을 수 있으리라 막연한 희망을 놓지 않는 리츠코. 하지만 축제 운영위원회에 참여하게된 카오루에게 밴드 참가신청을 하려던 센타로의 짧은 재회는 역시나 삐그덕 거리며 나아질 조짐이 보이질 않는다.  

 

 

 

 

이윽고 축제 날, 밴드부 공연에서 드럼을 치는 센타로의 표정은 어딘가 복잡해 보인다. 그런데 장비에 이상이 생겨 공연은 중단되고, 파행의 위기를 맞게 된다. 그것을 해결해야하는 책임이 있던 카오루는 우연찮게 센타로의 속마음을 듣게 된다. 센타로는 마츠오카가 자신 형제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유명해지려고 한다는 것을 듣고 축제 때 그를 도와주기로 했던 것.

 

 

 

 

 

 

그런 센타로의 마음을 알게된 카오루는 피아노 연주로 점점 지쳐가는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센타로가 바로 합세해서 둘은 계획에 없던 환상의 연주를 함께 하게 된다. 재즈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친구의 연을 맺게된 이 둘의 갑작스런 균열은 이렇게 다시금 재즈와 음악을 통해서 제자리로 향해간다. 즉흥연주를 통해 곡을 바꾸며, 클라이맥스로 향해가는 이 둘의 연주는, 화해해가는 마음들이 즐겁고 힘차게 뒤섞여 그 어느때의 연주보다 생생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전의 연주들도 좋았지만 이번엔 그 순수한 마음들이 너무나 예뻐서였는지 정말 푹 빠져들었달까!! 멈춰있는 그림들이 절로 영상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이야기의 흐름이 아직 두개 남았다. 하나는 일전에 카오루의 고백을 거절한 리츠코의 마음에 어느틈엔가 카오루를 향한 미묘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 것. 소꿉친구인 센타로가 자신을 이성으로 생각지 않은 것과, 카오루와 한 반인 덕에 같이 이런저런 시간을 보내며 점점 카오루의 매력을 발견해나가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리츠코의 마음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어떻게 진행될지는 조금 두고볼 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표지를 장식한, 이들의 공통적 선망의 대상인 준이치의 이야기다. 학생운동의 실패로 고향으로 돌아오게된 준이치는 아버지와의 의절까지 겪고있다. 하지만 늘 센타로의 선망하는 어른이었던 준이치는 이제 자신이 짝사랑하는 유리코의 마음을 빼앗아간 남자이기도 했다. 짐작은 하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던 센타로, 하지만, 모든 것을 뚜렷히 하기위해 찾아간 곳에는 더 큰 아픔만이 있었다...

 

 

 

 

청춘이든, 어른이든 사람사는 세상은 늘 화기애애할 수는 없다. 그것이 모든이의 염원이라고 해도, 우리는 각자 다른부분을 조금씩이라도 갖고 있고,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어긋나기도 하고, 때로는 삐그덕대다 일이 크게 번지기도 한다. 청춘이라고 함은 이 대부분이 크건 작건 한번씩은 겪는 충돌과 갈등에 처음으로 놓여지는 시기다. 이전과 다르게, 싸움이나 충돌이 분노를 일으키는것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상처를 주는 것을 깨닫는 것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들의 갈등에서 인간다움과 가능성을 느낀다. 누군가를 대하는게, 배려하는게, 사랑하는게, 그리고 때로는 거절하는게.. 모든게 구체적으로 필요해지지만, 너무도 생소한 시기, 그래서 요령이 없기에 더 상처받기도 하지만, 그것은 분명 때묻지 않았던 시간임을 아주 오랜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는, 그래서 당시에는 잘 알지 못하는 시간. 때로는 친구때문에, 때로는 사랑때문에, 혹은 나중에 그저 한때의 추억이라고 여길 소소한 일들 하나하나에도 씩씩하게 웃다가, 또 하염없이 슬퍼질 수 밖에 없는, 이들은 지금 눈부신 청춘을 빛나는 모습으로 통과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즐겁고, 또 어느샌가 응원하고 있다..

 

덧, 코다마 유키 특유의 섬세함과 기발함이 엿보이는 단편도 역시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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