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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강 - 2012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 ㅣ Dear 그림책
마저리 키넌 롤링스 지음, 김영욱 옮김,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 사계절 / 2013년 2월
평점 :
어릴때 내가 주로 읽던 동화책은 그림형제의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또는 '빨간망토 소녀', '콩쥐팥쥐', '심청이', '흥부와 놀부' 같은 책이었다. 그런데 그 중 자연과 동물에 대한 것들이라든지 감성적인 면이 많았던 동화가 없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재미는 있었지만 이야기의 핵심에서 우러나오는 감동이 크지 않았다.
그러니까 권성징악, 아니면 효사상, 그것도 아니면 백마탄 왕자님이 달려와서 구해주는 이야기들이 많았었다. 생각해보면 이런 이야기를 읽던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됐을 때 과연 이 동화들이 얼마나 동심이 심어주었을까... 분명 실망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동화는 동화일 뿐이라고. 아니면 동화는 어쩐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하지만 동화란 그저 읽고 끝내는 것 뿐이 아니라 거기에서 느낀 것을 통해 실제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연장선이 되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리고 단지 아이들만 읽는 것이 아니라 어른 또한 동화를 좋아할 수 있다. 나 또한 동화를 좋아해 모음집을 사기도 하고 좋은 동화는 간직하고 있다. 좋은 동화에서는 '진정성', 그리고 '잊혀지지 않는 무언가'가 남는다.
'어린왕자'에서는 미묘한 우정의 감정이 싹트는 과정을 통해 분명하다고 단정하는 '겉'이 아닌 보이지 않는 '속'을 이야기했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는 단순한 듯 보이지만 가장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삶의 전체부분을 서글프게 묘사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좋은 동화들은 항상 자연과 동물과의 교감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기에 그것에 대해 누구보다도 많이 이야기한 '미야자키 하야오'감독의 만화들 또한 멋지고 훌륭한 동화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만난 동화책은 '비밀의 강'이었다.
자연을 많이 그려낸 독특한 일러스트에서는 신비감과 더불어 여기저기서 나오는 동화의 장면들을 겹쳐서 떠올리게 한다. 가난한 아버지를 돕기 위해 물고기를 잡으러 간 소녀가 날이 어두운 줄도 모르고 물고기를 잡다가 풍성한 수확물들인 물고기를 질기고 튼튼한 식물에 꿰어 들고 집으로 오는 와중에 숲속을 거치면서 겪는 이야기이다.
소녀는 알버타 아주머니가 말한 코끝을 보고 가면 찾을 수 있다고 말한 비밀의 강에서 물고기를 가득 잡았지만 날이 어두워지니 숲 속에는 여러 위험한 동물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물고기를 한 마리씩 나누어주며 집에 무사히 도착한다.
소녀가 길을 잃었을까봐 걱정하던 부모님은 고기를 가득 잡아온 소녀를 보며 기뻐하고 다음 날 가난한 마을에 물고기를 팔러 간 아버지는 모든 물고기를 팔고 점점 형편이 나아진다.
단순한 내용인 것 같지만 이 동화에서는 가난한 마을의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먹을 것이 없어 힘이 없으니 일할 힘도 나지 않고 그러다보니 생계가 이어지지 않는 사람도 있고 아예 물고기가 없어 잡을 수 없으니 일을 못해 돈이 없어 가난한 사람들도 있다.
가난은 돈이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할 수 있고 그에 따른 몫을 받을 수 있고 그 몫으로 생계를 해결할 수 있으며 이 과정이 반복적으로 원활하게 순화하여 돌아가는 것. 그것이 가난을 해결해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알버타 아주머니와 소녀의 대화가 가장 이 책에서 기억에 많이 남았다.
어떤 일은 딱 한 번 일어난 뒤에는 절대로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다. 힘든시기도 지나가고 제법 형편이 녹녹해지니 다시 그 풍성한 물고기를 잡았던 강은 찾을 수 없지만 마음 속에 분명 존재하고 있다는 그 '비밀의 강'
우리는 누구나 그런 강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것을 믿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 이상 그 강은 볼 수 없을 것이다.
그 비밀의 강에 갔다가 돌아오는 만만치않은 여정 또한 동물과 대립하지 않고 욕심 부리지 않는 미덕 또한 이 동화가 아름다운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