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됐지>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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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됐지
이성호 지음 / 말글빛냄 / 2009년 3월
평점 :
제목을 보면 딱 소원해진 관계의 원인을 찾아가는 이야기에 관한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만하다. 맑고 푸른 자연과 함께 시골에서 자란 경험이 있는 저자는 자신의 어릴 때의 경험과 지금 세대의 사람들을 비교하기도 하며 X세대, N세대들의 결핍성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교육학자이기 때문에 이런 사실들을 찝어나갈 수 있는 게 아니라 현실에 현명한 눈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현대의 결핍과 잘못된 이기심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저자는 대표해서 이런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위해 주위에서 늘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서로관에 관계에서 잘못돈 점들을 관찰하고 원인을 찾아내어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떤 길로 가야할지 모색해준다.
이 책에 나온 일들은 그저 책에서만 나오는 일들이 아니다. 친척들 중에서도 친구들 중에서도 또는 아는 사람이나 들은 이야기로도 요즘 교육 문제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실감한다. 근데 왜 실제 교육을 강요하는 당사자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할까.
아이들에게 스스로 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일일이 사사건건 관섭하여 아이를 자기안에 가두려는 어머니들. 이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고 잘못된 교육관념이다. 아이들은 이런 환경속에서 더더욱 아이가 되고 사고력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마마보이, 마마걸, 또는 폐륜아가 되는 아이들은 모두 부모의 탓이라 생각한다.
이렇다 저렇다 해도 아이가 심적으로 부모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은 부모가 그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또 왕자병, 공주병 하는 것들도 모두 떠받들어 생긴 휴우증이다. 그들은 늘 챙김을 받으면서 커서 남과 어울리는 법을 모른다. 극한 이기주의는 여기서 시작되고 극히 잔인한 무관심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관계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며 진행되는 이런저런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 중에는 학벌 때문에 사람 자체를 판단하고 무시하고 멸시하는 한국인들이 나오는 부분이 있다.
몇달 전에 블로그에서 한 사람이 글을 올렸는데 경찰 누구누구를 비판하면서 그가 고졸 출신이라 그따위로 행동한다면서 한국이 썩은 이유가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고졸출신들이 그런 자리에 있기 때문이라고 그들을 모조리 짤라야 한다는 주장의 글이었다. 참 어이가 없어서 황당해할 때 다행히 다른 블로거가 그 글에 다시 반박을 했다.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글을 올린 사람은 무슨 사상을 가졌는지 알 수 없지만 고졸들을 왜 그렇게 편견 어린 시선으로 멸시하고 무시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슨 인종주의차별같은 의식을 지닌 그 사람은 사실 한국에 많이 있다. 인터넷에서 몇가지 기사들을 보다보면 그 밑에 달린 댓글들에도 꼭 몇 사람씩 내용과 상관 없는 동문서답을 하는 이런 사람들이 있다.
미국과 독일과 한국에서 살아보았지만 이런 사람은 한국밖에 없다고 말하는 저자는 사람을 무시하고 멸시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누군가를 무시하고 멸시한다는 것이 그 사람자체의 나쁜 점 때문이 아니라 출생배경과 학력과 그 밖의 배경 때문이라면 그것은 천박한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에서의 관계에 대해서 말하는 부분을 보니 이모가 생각났다. 내 이모는 딱 여기에서 말하는 문제점 부모의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아이를 떠받들어 키우는 것과 모든 것을 명령하고 다그치는 듯이 말하는 것들, 하지만 아이들은 예의와 존경이 전혀 없다.
예전에 그런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엄마에게 계모괴물이라고 불렀고 내가 이유를 묻자 아침에 일어나면 너무 못생겨서 괴물이고 계모는 매일 따다다 거리며 쏘기 때문이란다.
게다가 큰애는 자신의 엄마와 말다툼을 하다가 엄마에게 혼이 나자 엄마가 눈앞에 있는데도 "진짜 무식하다."며 크게 말했다. 그 애는 13살이었다. 내 이모는 그런 아이에게 이기지 못하겠노라고 아이의 나쁜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다른 방으로 갔다.
아이는 자신의 나쁜 점을 알지 못했다. 그 나이에 벌써 이기심은 최고치를 보였다. 음식을 먹을 땐 자기 것 밖에 몰랐고 자기가 공부하고 있고 남이 조금이라도 말하면 조용히 해라고 소리를 질렀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그 아이가 틀렸다고 지적하면 끝까지 자신은 틀리지 않았다고 꽥꽥 소리를 지르며 울어버렸다.
그런 아이를 이모는 공부를 잘하기 때문에 자랑스럽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했고 아이가 사달라는 것이면 비싸더라도 무엇이든지 사주었으며 용돈을 시도 때도 없이 주어 뭐 하나 부족할 것이 없이 자라나고 있었다.
그 애는 심지어 책조차도 자신의 동생과 함께 공유하려 하지 않았다. 내가 잠시 구경만 하려고 해도 못보게 소리를 꽥! 하고 지른 걸 보면 알만하지 않나.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동생에게 폭력을 휘둘렀고 아무런 죄책감이 없었다. 동생은 언니 때문이여서 그런지 그보다는 나은 듯 했지만 그애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그런 문제에 끼어들 순 없었다. 이모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고 내가 그 아이들이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내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국인들은 나이가 어린 사람한테 자신의 문제점을 지적당하는 것을 극히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어쨌든 그 아이들은 그런 극히 이기적이고 문제있는 아이들로 자라날 것이다. 어쩌면 중간에 어떤 계기로 인해서 바뀔 수 있는 희망은 있지만.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이모같은 부모들에게 가장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잘 읽진 않지만 어렵게 풀어나가는 책이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읽겠다고 할지도...
그래도 문제는 책을 읽어도 자신과 연관 짓지 않는 사람들도 있더라. 자신은 그보다도 심각한데 책의 내용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어쨌든 한번 권해는 봐야겠다.
꼭 가정에서만의 관계만이 아니니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 밖의 모든 인간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인간에 대한 존중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이 책은 이 중요성을 모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관계의 중요성과 인간대 인간으로써의 존중에 관해 말하는 이 책은 멀리서가 아닌 당신부터 변해야 함을 일러준다.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은 한 사람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서로간의 관계, 또 서로가 개인이 가져야 할 기초매너를 지녀야 함을 일깨워주는 이 책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읽을만한 책이 아닐까.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공부를 잘해서 도덕적 인간에 이르는 길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있는 곳 어디든지.
<특히 내 이모>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학교 앞에서 나눠주는 전단지를 꾸겨버리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전단지를 들여다보게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한 학생이 "처음에 줄 때, 꼬깃꼬깃 구겨서 주면, 학생들이 궁금해서 다 펴보지 않겠습니까?" 라는 대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