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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여인들 - 역사를 바꾼 가장 뛰어난 여인들의 전기
김후 지음 / 청아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우선.. 와우~! 이 책을 덮으면서 나온 감탄의 소리이다. 만일 사람들이 지금 현시대가 발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어릴 때부터 배우는 역사책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책이 되어야 한다. 굳이 지금 배우고 있는 역사책을 고집하고자 한다면 다른 역사가에 의해 쓰여진 역사책도 함께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동기를 생각해보자. 내가 학창시절 배우던 역사는 보통 국사에서부터 시작된다. 문제는 국사책이라는 교과서의 내용이 십년, 이십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왜 바뀌어냐 하느냐?
우리는 우리가 처해진 잣대로 사물을 들여다보아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부자들이 가난한 이들의 뼈저린 심정을 알고 싶다면 그들처럼 가난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부자의 잣대로 가난한 사람들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 왜? 프랑스여왕 마리앙뜨와네뜨가 가난한 사람들이 빵을 달라는 외침을 듣고 빵이 없으면 케잌을 먹으면 되지라는 말이 제법 유행하지 않았나. 쉽게 통하지 않는가?
하나 더, 지금 이 시대에서 그 시대의 원시인의 생각을 이해하고자 해도 완전 이해 불가능이다. 지금 이 시대에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끼리도 이해하는 것이 힘든 모습이 지금 현대인의 모습이다.
그러니 우리는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는 이 말을 여기서도 적용해야 한다. 즉, 우리가 진지하고 편견없이 진정 그 시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잣대를 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엔 주관적인 생각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역사는 발견된 사실을 가지고 진실을 파고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 저 책을 보면서 느끼게 된 결과는 역사서는 한 책이 아니라 여러 책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견해가 다르고 그 시대를 통해 판단된 의견과 현시대로 바라봤을 때의 의견을 함께 두루 갖춘 역사서가 진정 우리가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할 역사서라 생각한다.
불멸의 연인들. 이 책은 정말 재미난다. 그럼에도 약간의 화가 치밀기도 한다. 남자들이 만들어낸 관념 때문에 불평등한 대우를 받은 여성들, 특히 공자에게서 화가 나기도 했다. 유교가 전반을 이루는 한국에서는 남자들은 "여자가 말이야. ", "자고로 여자는.." 이런 식으로 여자가 갖추어야 할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희생과 정절만을 강조해왔다. 근데 웃긴 건 이런 상황에서 같은 여성들도 그 관습에 세뇌가 되어 전혀 그런 의식을 개혁하려 들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는 외국도 만만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단지 유교가 아닌 다른 종교와 관습으로 여성들을 억압하고 차별했다.>
그래도 희망과 기쁨을 주는 건 그런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도 결코 인간으로써 인정 받은 여성들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에서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더 재미있었던 것이다. 다만, 한국인은 이 책에 한명도 언급되어 있지 않아 마음이 약간 허탈하긴 하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해야 할 과제에 대한 깨달음을 주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을 고르라면 정말 힘든 선택이지만 나는 에비타를 꼽겠지만 클레오파트라7세, 퐁파두르부인, 테오도라, 인도 잔시의 라니, 로자 룩셈부르크, 측천무후, 히파티아, 예카테리나1세 또한 인상 깊이 남은 인물이었다. 물론 그 외에도 여기에 소개된 인물들 모두 깊은 인상을 주긴 했지만 내가 뽑은 이 사람들은 특히 내게 영감을 주던 인물이었다.
'서시빈목'을 아는가? 단순히 문자적인 의미로만 해석한다면 '서시가 눈살을 찌푸린다'라는 의미이며 '서시효빈'과 의미와 용례가 똑같은 사자성어로 본질을 망각하고 무작정 남의 흉내만 내는 어리석음을 깨우치기 위해 사용하는 말이다.
이 이야기는 내가 가장 웃으면서 보았던 부분인데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
서시에게는 심장병이 있었다고 한다. 가끔 그녀는 약한 심장이 발작을 하는데 통증이 올 때마다 멈추어 서서 한손으로 가슴을 누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추녀는 그것이 서시의 매력이라고 생각해 자신도 한 손으로 가슴을 누르며 미간을 찌푸리고 다녔다. 그러자 마을의 남자들은 모두 문을 걸어 잠그거나 도망을 갔다고 한다.
조금 웃긴 이야기지만 예나 지금이나 남자들이 여자를 평가할 때 외모를 중시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일단 여자는 얼굴부터 예쁘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만도 않은 것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흔히 우리가 아름다움의 명사로 클레오파트라를 들지만 그녀는 지금의 미의 기준으로는 그리 아름다운 얼굴은 아니었다고 한다. 게다가 키도 151인가 정도로 작았으며 코도 약간 매부리코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 시대의 누구보다도 똑똑하고 지성을 함께 겸비했으며 그 내면의 단단한 아름다움이 겉으론 비범한 카리스마와 떨쳐낼 수 없는 매력을 뿜어낸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다. 이것을 잘 발전시키는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매력을 발산해 끌어들이는 힘을 가지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서든지 아름다움을 다른 곳에서 찾으려고 한다. 외면의 아름다움만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이 이 매력과 카리스마이다.
바로 이 매력과 카리스마의 힘을 가진 사람들이 이 책속에 등장한다.
124P에 보면
부디카와 라니 두 사람 모두 침략자에 맞서 처절하게 저항한 영웅들이고 탐욕에 사로잡힌 정복자들에게 희생된 순수한 용기를 상징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어제의 패해자가 오늘의 가해자가 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역사를 통해서 교훈을 얻는 것이 분명한데 왜 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라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 역사는 항상 교훈을 얹어줌에도 불구하고 반복한다. 어제의 가해자는 오늘의 피해자가 되고 어제의 피해자는 오늘의 가해자가 된다. 역사책을 보면 생각하는 것이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참 쉽게 전쟁을 했던 것 같다. 정말 지금의 시대가 황금기라고 할 수 있을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전쟁이 없음에도 허덕이고 살아간다. 실제론 사실 전쟁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직도 어느 나라에서는 학살이 잔행되고 세계대전은 아닐지라도 테러전쟁같은 무자비한 살생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도 역사는 반복되고 있고 만들어지고 있다. 정말 지금 사람들 인식이 그렇게 발전된 것이라면 현재를 현명하게 의식할 필요가 있다. 교훈을 얻기만 해선 안되고 의식 자체를 계몽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역사서에서 왜곡된 여성들의 역사는 다시 쓰여져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말이다.
그리고 역사에 남은 여성들 중에 실제 사악하고 파렴치한 이들이 있었다고 해도 그것을 가지고 여성 전체를 평가하는 잣대는 정말 편협하고 옹졸한 시각이다. 공자가 그랬다지.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고? 웃기는 이야기다.
그럼 대부분의 역사서를 채우는 남성들이 전부 옳았던가? 그들이 대부분의 역사서를 메우고 있고 대부분의 악행은 그들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그래봤자 그 시대에 여성은 짐승보다도 못한 취급을 당하지 않았었나.
남녀를 평가하는 건 개인이 행한 업적을 통해 전체 성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사람 그 자체를 보고 평가해야 한다. 물론 여자중에서도 악녀가 있고 남자도 마찬가지다. 한 여자가 그렇다고 해서 여자들은 다 그래.. 이건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반대로 한 남자가 그렇다고 해서 남자는 다 그래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에 대해서 308p에 보면 나의 열오른 말보다 더 잘 설명이 되어있다.
히파티아에 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히파티아는 그리스 로마 철학에서 실제로 그 이상의 위치를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철학자였다고 한다. 그녀는 신플라톤주의를 완성했고 수학 분야에서는 디오판투스의 대수학을 완성했으며 수중 투시경을 발명한 사람이다. 그녀의 강의를 수강하기 위해서 다른 도시로부터 철학자 지망생들이 몰려들어 아카데미는 항상 수많은 청중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그녀를 질투하고 권력을 잡기 위해서 기독교 신자들은 집으로 향하던 히파티아의 마차를 습격하여 그녀의 옷을 모두 찢어 나체로 만든 다음 거리로 질질 끌면서 돌아다녔다. 그들은 그녀의 피부를 벗겨냈고 이 의식중에 그녀가 죽었지만 그것도 모자라서 살을 뼈로부터 발라내어 조각난 시체들을 거리 곳곳에 뿌리고 일부를 불태웠다고 한다.
인간의 사악함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신의 이름을 빌려 행하는 그들의 만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역시 역사는 반복되고 잔인함의 극치 또한 반복된다. 이는 나중에 마녀사냥으로 다시 나타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뿐만이 아니지만 말이다.
히파티아는 너무 똑똑했기 때문에 죽었다. 여성은 똑똑하면 안되는 시대였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인물들에 전부 매력을 느꼈지만 모두를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 나머지는 읽어보면서 진수를 찾아보기를. 정말 알찬 책이란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흥미를 돋구어 주는 사진까지 겸비해서 상상이라는 재미까지도 곁들여있다.
600P가 넘어 책을 들고 보면 잠시 후 손목에 통증이 느껴질 수 있으니 책상에서 보거나 책을 놓고 보기를 권한다. 사라지지 않을 여인들의 정신들을 읽을 수 있는 행운이 있을 것이다.
Good 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