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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즐거움
위치우위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이다미디어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위치우위. 자신의 책이 무려 네 권이나 베스트셀러에 올라갔고 '현대판 루신'으로 불리우며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꼽힌다는 이 작가. 근데 나는 [사색의 즐거움]을 통해 처음 만나보았다. 중국작가라고 하면 가장 인상깊었던 사람이 '루쉰'이었다. '아큐정전'을 보고 대번 좋아진 루쉰. 루쉰이 검색자료에서 다소 찾기 쉽고 자료도 많은 편이라면 '위치우위'는 인터넷 자료의 질적인 면에서 많이 떨어진다. 작가이름을 검색창에 쳐도 작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중국 인세수입 1위 '위치우위'라는 광고 아래 '현대판 루쉰'이라는 명칭이 얼마나 부합될까. 그건 그의 책을 읽어보아야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솔직히 [사색의 즐거움]을 읽고 나면 루쉰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루쉰과 같은 민중계몽과 치열한 의식 인식에 대한 문제를 많이 거론하지만 위치우위는 루쉰과는 조금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는 힘있는 필체의 작가라고 생각된다. 아직 내가 그의 책 한권만 보아서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만큼은 위치우위는 표현이 좀더 감상적인 면이 보인다. 폐허의 역사를 사랑하며 음악과 예술, 문명에 높은 가치를 둔 면에서만큼은 루쉰과 상통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야기를 통해 의식을 깨우치게 만들었던 루쉰에 비해 위치우위는 역사와 삶, 예술을 두루 돌아다니며 홀로의 사색을 통해서 사람들의 감성을 흔들고 엇나간 이성을 바로 잡는다.
사랑과 우정, 삶에 관한 면에서는 냉철한 현실주의면이 많이 엿보인다. 판타지하고 이상적인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는 많은 작품에서 판타지한 사랑과 우정을 논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부합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드므로 어릴 때부터 현실적인 문학과 작품을 보여주는 게 더 낫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에 어느 정도 수긍을 하고 나 또한 현실과 이상의 현실이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충격을 받긴 했지만 그럼에도 현실과 이상을 노래하는 두 작품들 모두 의미와 가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 취향이 그렇기 때문에 이상을 쉽게 포기하기 힘든 면이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많은 부분이 단편으로 된듯한 사색적인 면이 많지만 서로 연결을 이루며 뻗어나가 하나를 이루는 위치우위의 사색은 그의 일화인지 아니면 누군가에서 들은 듯한 이야기들과 함께 섞여 그의 사상을 인정하게끔 만든다. 중간중간 중국의 문화와 사상이 뒤섞여 있는 이야기들은 생소한 부분이 많았지만 책장을 덮을 때만큼은 만족스런 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 학생 한명이 유럽으로 유학을 떠났을 때 교수로부터 퍼부어진 질문에 대한 대답, 엔지니어가 파리에 시찰을 위해 갔건만 프랑스 노부인의 냉담한 질문에 대한 답변, 비극의 숭고함에 대한 정의, 왜곡된 역사가 퍼져나가는 것에 대한 통렬한 비판, 독일인들의 모습을 숲에 비유한 정곡을 찌른 표현, 일반적 정형과 전략적 정형을 향해 던지는 따가운 일침, 위대한 예술가를 조롱하고 모욕하며 죽게 만든 시대의 무지몽매하고 비양심적인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국제 사회에서의 '문화충돌'이란 말을 쉽게 믿지 않길 바란다. 고개를 숙여 자신을 생각해보라. 매일 기하대수, 고등수학을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고, 셰익스피어, 베토벤, 로댕을 감상하면 마음이 즐거워지면서, 같은 중국 문화계의 비방자, 유언비어 날조자, 저작권 침해자들과는 소통이 이루어지질 않는다. 반평생을 돌아보면 내가 겪은 가장 거센 문화적 충돌은 모두 한 국가, 한인이라고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누군가 우리의 시선을 외국으로 돌리고 등 뒤에서 다시 수작을 부리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56p
새삼, 다시 깨닫게 된다. 가장 큰 적은 가장 가까이 있다고. 문화충돌. 참 의미심장한 말이다.
(205p 14째줄 오류 - 조가 -> 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