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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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날땐 그때그때 분출시키고, 기분이 변덕스러워 똑같은 행동을 해도 어떨 땐 좋았다가 어떨땐 나빠한다. 사소한 일에도 토라져서 자기가 화가 났다는 걸 주위 사람들이 힘들고 지치도록 인식시킨다. 남에게 상처되는 말을 함부로 내뱉고 자기 생각만 고집하며 누군가에게는 욕을 바가지로 들어먹을 수 있는 정치적 언사나 다소 어긋난 상식의 발언을 자리 가리지 않고 정말로 그런냥 멋대로 말해댄다. 이 성격을 가진 사람은 '올리브 키터리지'가 아니다. 나의 할머니의 이야기다. 그런데 놀랄만큼 올리브와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나의 이모와도 닮아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닮기도 했다. 이렇듯, '올리브 키터리지'의 모습은 우리 일상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과 매우 닮아있다. 사실 올리브가 무척이나 까탈스럽고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면은 있지만 그녀의 성격이 유별나게 특이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겐 올리브같은 할머니와 이모가 있지만, 그 외에도 이런 사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떤 면에선 내게서도 올리브와 닮은 점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비교해보게 된다. 특별한 듯 보이지만 일상과 많은 부분부분이 유사한 '올리브 키터리지'는 바로 그런 얼핏 유별나 보이는 일상속의 평범함을 느긋하고 평이하게 표현해냈다.

 잔잔한 영화가 떠오르는 이 책은 카메라가 비춘다면, 제일 먼저 올리브 부부의 모습부터 렌즈에 담았을 것이다. 그런 뒤 올리브 가까이 사는 동네 주민들의 모습들을 비추었을 것이고 그 속에서 두번째컷과 세번째컷에서 올리브는 마치 까메오처럼 이곳 저곳 등장했을 것이다.

 이렇듯 그녀를 통해 다른 커뮤니케이션 집단의 연결의 모습과 그들을 통한 올리브를 바라보는 주관적이고 객관적인 '올리브의 모습'은 부정적인 면이 많다. 올리브의 행동 자체를 놓고 독자가 그녀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올리브의 행동들을 끄집어낼때 그들의 말을 통해 올리브의 성격을 짐작하게 된다.

 이것은 상대성과 개인성이라는 것이 어떻게 다르게 이해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가령, 올리브의 입장에서 그녀는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산다. 그녀는 어떤 행동이나 말을 했건 자신의 방식대로 남편을 사랑했고, 아들을 사랑했다. 또 남에게 피해주지 않았으며 자신의 일을 성실히 했다. 개인적으로 보면 그녀의 모습은 이해가 된다. 허나 아들과 남편의 입장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다른 이들의 눈에 의해서라면 올리브의 모습은 불편하다. 상대적인 입장은 곧 사회성과도 연결된다. 그런 점에서 올리브는 사회성을 부정하진 않지만 그녀 스스로가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에게는 자신을 둘러싼 그 사회성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는 정도껏 주위환경에 맞추지만 누군가는 자신에게 환경이 맞춰주길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맞추려는 사람들과 맞추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사이가 삐걱대기 시작하고 어긋난 토대로 쌓아진 건물은 후에 빌딩 전체가 대략 만들어졌을 때 어느 순간 부실 공사 흔적이 나타나지만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찾아내기엔 대략 난감할 정도로 부담감과 당혹스러움을 안겨준다. 그 빌딩을 무너뜨리고 다시 토대를 쌓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건물공사는 허락될지라도 삶에서만큼은 그런 상황이 거의 불가능하다. 일이층이 만들어졌을때라면 또 모르지만 이미 만들어진 빌딩에서 토대의 축을 공사하는 거라..., 그렇기 때문에  '올리브 키터리지'의 모습이 더욱더 안타깝고 그녀의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연민을 지니게 된다.

 하지만 극적으로 달리지 않는 안정감에서 느껴지는 일상감은 뭔가 모를 아쉬움과 행동을 변화시킬 깨달음이 아닌 그저 무언가 잡히지 않는 삶에의 비애 같은 것이 느껴진다. 이로써 삶을 부분적으로, 또 전체적으로 보게 되는 데 거기서 배우게 되는 것은 지나친 집착을 놓고 시간을 상대하며 기다리게 되는 통찰적인 메시지다. 

 표현이 시나리오 대본처럼 느껴지기도 한 많은 부분이 대화체로 되어 있는 작가의 글솜씨는 몰입과 휴식을 왔다갔다하며 독자를 이완시킨다. 또한 작가의 말은 '올리브 키터리지'만큼이나 인상깊다. "작가가 되겠다면 포기하지 말며, 포기할 수 있다면 포기하되, 그럴 수 없다면 계속 글을 쓰고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필사하며 습작을 게을리하지 말라" 단순하지만 의미 깊은 이말은 소설의 매력과도 많이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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