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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1 ㅣ 만화 상상력 사전 3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수박 그림 / 별천지(열린책들)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글이 좋으니, 만화책으로 만들어도 좋을 수 밖에 없다. 어디에도 이런 백과사전은 없었다. 이미 [개미]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는 베르나르는 개미에 대한 애착을 그의 작품 곳곳에 나타낸다. 이 책에서도 빠짐없이 개미는 등장한다. 인간처럼 집단을 이루고 사는 개미들은 인간들과 닮은 점이 많기 때문에 그가 눈을 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가 개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여섯살때부터라고 했는데, 그때부터 그가 이미 작가가 될 운명을 지녔던 것 같다.
그 밖에도 그는 곤충, 쥐, 공룡, 돌고래 같은 동물들도 등장시켜 재미있는 상식들을 가르쳐준다. 가령, '스테노니코사우르스'는 인간의 선조가 겨우 뾰족뒤쥐와 비슷한 형상을 하고 있었을 때 우리보다 훨씬 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고 한다.
지구에 일어난 재앙으로 모든 공룡들이 멸종되지 않았다면, 이 종들은 우리보다 진화되어 지금 인간의 자리를 대신해서 우리가 하는 짓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상에선 웃음이 난다.
이들이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기계를 발명시키고, 빌딩을 짓고,
실험실에선 인간이 실험대상이 되어 실험을 당할지도 모르는 것말이다. 내 생각엔 어쩌면 그들은 지금의 인간처럼은 진화되지 않았을 꺼란 생각도 든다. 베르나르의 의견대로라면, 다윈이 주장한 것처럼 모든 생명체가 긍정적으로만 진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지금의 인간의 모습이 그렇게 긍정적인 것 만은 아니라고.
하지만, 반대로 긍정적으로 진화되는 생명체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스테노니코사우르스'는 착하게 진화됐을런지도 모를 일 아닐까. 자기들끼의 소리로 의사소통을 하고 뇌가 우리보다 무거운 돌고래 또한 긍정적이게 진화되는 생명체로 우리가 모르는 자연의 비밀을 알고 있을지 누가 알까.
돌고래들은 인간이 가까이 와도 친근해하고 자기네들끼리도 장난과 놀이를 즐긴다. 게다가 사람의 말귀도 잘 알아듣는 것 같고 옛날 전쟁시에는 인간에 의해 이용당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책에는 흥미롭고 뇌를 자극시키는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원작이 워낙 충실한 내용이라 만화 또한 그만큼의 만족을 충족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을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느끼게 된다.
아르헨티나 개미는 아르헨티나인 '체게바라'가 지니고 있는 특징을 보여주어 또다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성격을 개미에게서 찾아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이 정말 신기했는데, 그렇게보면 인간 또한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생명체라는 생각이 든다. 단지 말을 할 뿐 그 밖에는 다른 생명체들이 지닌 장점을 닮지 못하고 탐욕과 나쁜 짓을 일삼는 것만이 인간만이 가진 단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뭐, 희망을 가져본다면야 단점을 개선하려고자 노력하며 장점을 취하는 소수의 인간들에게서가 아닐까.
한편, 개미의 이야기로 넘어와서 여왕개미는 첫번째 알과 두번째 세번째 알까진 건강한 알을 놓기 위해서 먹는다고 한다. 그중 첫번째 낳은 알 중 하나는 키워 무수리로 쓰는데 , 정상적인 알을 놓게 될 때 그 알을 깨고 나오는 새끼들이 이 첫 세대 개미를 죽인다고 한다. 왠지 슬픈 역사의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년 봄에 날개짓을 하며 이리저리 집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던 개미들을 생각해보니, 그게 여왕개미들의 서글픈 여행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여행 도중 대부분의 암컷 개미가 죽고 그 중 살아남은 소수만이 개미제국을 만든다. 이들 개미제국에선 배울 것이 참 많다. 개미들은 부분 부분 개인적으로 사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협동하며 유기적인 형태로써 살아가는 데 그 모습이 어쩐지 그렇게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작은 크기와 인간의 엄지손가락 하나면 끝나버리는 생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살아남은 강한 생명들일 것이리라.
쥐들의 이야기 또한 빠질 수 없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내가 쥐띠라 그런지 이상하게도 정이 가는 쥐들. 이들에게서 또한 베르나르의 관찰과 다른 학자들의 실험에 의해 인간과 비슷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쥐들로 실험을 하는 건 이제 보편적이다. 모든 실험실에는 실험쥐들이 배치되어 있다. 그만큼 인간과 닮은 점이 많고 꾀를 부르는 그들에게서 도출해낼 만한 괄목할 결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섯만 모이면 2마리는 먹이를 구해오는 자가 되고, 2마리는 먹이를 구해온자의 먹이를 빼앗는 자들이 되고, 1마리는 홀로 먹이를 구하고 남의 것을 빼앗지 않으며 나머지 1마리는 빼앗지도 제 스스로 구하지도 못하는 쥐가 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생명체마다의 특징을 인간들은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우월하다고 할 수 있을까.
꾀돌이 쥐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외통의 쥐처럼 한 곳에 몰린 쥐들이 갑자기 멈춘 채로 맴돌다 죽는 현상을 말하는 이 현상은 자기네들끼리 한 자리에서 맴돌다 꼬리가 엉켜 죽기도 한다고 한다. 이때 위 그림처럼 불구가 된 쥐떼에게 먹이를 주는 쥐도 있다고 하니 재미있기도 하고 감동스럽기도 하다. '라따뚜이'와 '스튜어트 리틀' 등으로 만화로도 친근한 쥐가 실제에서도 사람들이 발견시 고함을 지르며 도망다닐만큼 혐오스런 존재는 아니라고 느껴진다.
개미들이 당해내지 못하고 인간조차 감당하기 힘들 곤충을 쥐들이 손쉽게 다루는 모습 또한 재미난다.
이처럼,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여러가지 흥미로운 관찰들과 사실, 감동스런 이야기를 통해 지성과 감성을 모두 충족시켜 주는 명작이다. 만화로 나오니 보는 즐거움 또한 새록새록하니 또다른 즐거움이다.
(58p 오류 - 네번째 칸 말풍선에 돌고래 뇌의 무게를 여자가 잘못 말하는 부분이 있어요. '전 얘들의 뇌가 1450그램이라는 것에 동의 못해요.' 근데 돌고래 뇌의 무게는 1700그램이라고 두번째칸에 나와 있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