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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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대해 써봐라.고 하면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분야가 의학 분야다. 왜냐? 의학은 전문용어가 너무 많고 의사들끼리만 알아듣는 은어들이 넘 많으니까. 메스로 배를 가르고 장기들을 살피고 수술한다. 이 내용이 의사들의 용어로 바뀌면 영어로 되었다할지라도 전문 의학 용어라 영어권 사람들도 의학계에서 일하지 않으면 모를 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들은 의학계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귀가 닳도록 그쪽 분야 이야기를 들어서 알거나 직접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고선 쉽사리 도전하기 어려운 글감이 이 분야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들이 번뜩여도 말이다.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의 작가가 그런 작가의 대표적 인물이다. 처음 그가 이 책을 쓴데는 확실한 이유가 있어보인다. Ai라는 다소 생소하지만 한번쯤 들어본 적 있는 것 같기도 한 이 시스템의 보급을 위한 것이 목적인데 이를 대중이 친근하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매체가 바로 소설이 된 것이다. 

 네이버지식에도 나와 있지 않은 Ai는 오톱시 이미징이라는 용어로 '사망시 의학검색'인데 이는 환자들에겐 환영할만한 일이다. 환자가 어처구니 없이 죽었을 때 불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제 원인을 정확히 찾고 잘잘못을 가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에겐 환영받지 못할 일인가? 솔직히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마음속에 진정하게 새기고 그대로 실천하는 의사라면 당연히 환영받을 일이다. 자신 또한 개인적으로 성량을 높이는 데 자극제가 될 뿐 아니라 원인을 제대로 확인함으로써 실수 혹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구분해서 의학분야의 질이 더 높아지고 따라서 의학계의 발전도 도모되어지는 일이니까.

 이 소설이 일말이라도 그런 긍정적인 후일을 목표로 삼고 쓰여졌다 할지라도 소설의 묘미인 '재미'라는 요소로써도 큰 만족감을 준다.

 특히 '시라토리'라는 톡! 튀는 인물의 등장이 너무 참신하다. 추리와 통찰력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는 이 인물이 하필 '바퀴벌레'를 연상시키는 외모를 가진 인물이라고 하니 보통 다른 소설에서 나오는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처럼 감정이입은 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

 환자의 고통이나 하고 싶은 말들을 들어주는 구치외래도 인상 깊었는데 사건에서만큼은 주인공 격인 다구치보다 더 큰 활약을 하는 것은 시라토리의 몫이다.

 각자의 역할대로 캐릭터들이 가진 이야기는 잘 정돈되어 날짜별로, 때론 성격대로 나뉘어진다. 독자인 입장으로는 정리되어진 그대로 읽기가 매우 수월해 이야기 흐름의 윤곽이 머릿속에서 쉽게 잡힌다.

 바티스타 수술의 학술적인 정식 명칭은 '좌심실 축소 성형술(Partial Left Ventriculectomy)'이라고 한다. 비대해진 심장을 잘라내 작게 만든다는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된 대담한 수술. 쓸데 없는 것이라면 제거해 버리겠다는 라틴 아메리카의 사고방식. .. 중략..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까지 하는 삼바의 나라 브라질. -13p

 바티스타 수술이 어떤 식으로 하는 수술인지 알았다면, 이제 어디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지를 찾아야한다. 기류의 의뢰를 받은 다카시나 병원장은 다구치에게 수술사망사건에 대한 내부조사 및 관찰을 부탁한다. 이에 다카시는 자신의 전공은 아니지만 수술 관찰 중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일명 '다구치 파일'이 작성되면서 다구치는 분석을 하는데..

  팀 리더 기류와 나루미, 가키타니와 사카이와 오토모, 다카유키, 마취과 히무로. 수술 중 미스나 생사의 운적인 요소가 아니라면 누가 고의적인 짓을 할 수 있을까.


 처음엔 이들 모두가 용의자가 된다. 다구치는 수술장면이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있긴 하지만 이들 중 그런 짓을 할만한 사람이 있을꺼란 가능성을 찾지 못한다. 그러던 중에 시라토리가 개입하여 다구치의 물렁한 시각을 반대로 갈아치우고 냉철하고 논리적인 시각으로 이 일을 따져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처음의 용의자들 중 여러명이 추려져서 결국 3명 정도로 남게 된다.  

 중심사건은 이런 주제를 안고 있지만 그 속에서 의학계의 여러가지 문제점도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많이 드러나있다. 예를 들면 마취과 인력이 너무 적고 그 역할이 결코 하찮은 게 아님에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점, 의학계에서 수술하는 의사보다 논문 쓰는 의사들을 더 높게 생각하는 점 등 그냥 지나치지 못할 나름 문제가 되는 일들이 은근히 나타나기도 했다.

 "수술 현장은 이론으로 딱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자주 있지. 실제로 경험해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네. 수술 현장은 곱셈과 비슷하지.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큰 숫자라 해도 제로가 한 명 있으면 결과는 제로가 되는 거야. 마이너스가 한 명 있으면 그 수치가 클수록 결과도 나빠지지. 그런가 하면 마이너스가 두 명 있으면 이때는 오히려 결과가 완전히 플러스가 바뀌네."-85p
  

 왠지 경험이 우러난 문장인듯하다.
 지성적이고 지극히 논리적일꺼라 생각되는 수술시에도 이런 설명하기 힘든 요소가 있다는 게 왠지 신기했고, 자세하고 현장감 있는 수술 장면이 무척 인상 깊었다. 살인자가 등장하긴 했지만 심각하거나 어둡지 않고 밝고 발랄하게 그러나 문제점은 확실이 짚고 넘어가게 그려낸 점이 그동안 많이 보아온 진부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느낌을 준다.
 

                   -> 가이도 다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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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단편집 - 스켈레톤 크루 - 상 밀리언셀러 클럽 42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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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악, 섬뜩, 소름, 기괴, 기묘, 발악, 환각, 오한, 비정... 이런 단어들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는 이 책에는 형용사만 100가지 이상 나온다. 표현되고 보여줄 것이 많은 책이 스티븐 킹의 단편집이다. 

 

  영화가 저절로 떠오르는 작가가 스티븐킹의 작품이기도 하다. [안개]는 '미스트'라는 영화를 통해 엔딩이 새로운 구성을 가졌는데 원작의 진행형이 잘 된 작품이다. 원작의 앤딩에 나오던 '나'는 독자에게 맡겨두는 형식의 앤딩을 지닌 이야기를 가장 경멸했지만, 실제에 놓인 자신이 (단편 '안개'속에서이지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토로하는 장면이 나온다. 가장 실제란 앤딩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주인공이 죽으면 끝나는 건 이야기지 실제가 아니다. 
 

 

                                                                                           
 삶은 한 사람이 죽든 열사람이 죽든 계속되는 거니까. 이런 삶의 진실성이 얌전히 드러나 있다. 스티븐킹은 다작의 작품을 써냈는데 미스테리 공포를 많이 썼다고 생각했지만 꽤 장르를 넘나드는 시도를 많이 하는 작가다. 

 그의 작품들을 찾아보면 소설만 182건, 그의 작품을 원작으로 했거나 본인이 관련된 영화가 44건이나 검색된다. [스켈레톤 크루] 단편에 나온 '트럭'이라는 작품도 영화화가 된 적이 있으나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스티븐킹을 알기 전에 보았던 영화가 많아 그의 소설을 읽으면 익숙한 것이 많다. 미져리 같은 경우가 그랬다.       

  

 

 

 

 

 그린마일, 쇼생크탈출 등은 그의 소설에서 익히 보았던 분위기와 느낌이 달랐다. 스티븐 킹은 자신의 유명한 이름을 숨기고 다른 필명으로 자신의 재능을 재확인해보기도 했다. 

  

 

 

 

 나의 설명을 독자들에게 판단하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스티븐킹이 문장을 쓸때 강조한 부분인데, [스켈레톤 크루] 22편의 단편집에도 고스란히 나타나있다. 

 

 

 평안한 생활에 조금이라도 어긋남이 있을 때 인간은 자신이 얼마나 무기력한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그의 소설엔 특히 이런 인간의 나약한 부분이 많이 표현되어 있는 데 갑작스레 닥친 불운과 재난 등에 맞서는 인간의 모습이 많이 나온다. 어떤 상황이든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인간이 할 수 있는 비이성적이고, 이해하기 힘든 원초적 본능적 행동들이 다방면적으로 관찰된다. 
 

 '랜디는 문득 자신의 정신 상태가 상황을 역겨운 쪽으로 몰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 1권 475p

 단편 '뗏목'에는 기름 덩어리라고 생각했던 검은 물질이 친구들을 한명씩 덮치며 잡아먹기 시작한다. 그러자 랜디는 정신 상태가 불균형을 이루며 점점 통제에서 벗어나는 자신의 행동을 보게 된다.  

'비록 찰나일지언정 주사위를 던져야 할 순간은 언제나 있는 법이다.' 1권 227p
 
 '안개'에선 정체불명의 커다란 괴물들에게서 공격 당하고 사람들이 죽기 시작하자 아직도 아내를 사랑하고 있고 아들 '빌리'가 옆에 있는 데도 아만다에게 성적본능을 일으키는 주인공이 나온다.

 그리고 종교를 자신의 광기에 사용하는 커모디는 계속되는 재난에 이성이 마비되고 나약해진 인간들을 부추겨 상황을 더욱더 악화시킨다.

 이런 일들은 전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아니라 심리적 흥분 상태에 따라 충분히 일어남찍한 일들이기 때문에 더욱더 두려움과 섬찟함이 느껴진다. 실제로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돌아보면 인간이 가장 흉악하고 가장 잔혹하다. 그리고 인간이 가장 약하고 허점이 많다. 그런 특징들을 살려 많은 유형의 인간들을 표현하는 작가가 스티븐 킹이다.


 머니 투데이 소식통에 의하면, 스티븐 킹이 뽑은 2010년 올해 최고의 영화 탑 10 - 1위 렛미인, 2위 타운 3위 소셜 네트워크, 5위 테이커스, 6위 킥애스, 7위 스플라이스 8위 괴물들, 9위 잭애스3D, 10위 그린존이라고 한다.

 그의 소설이 작품화된것이 많기 때문에 그가 꼽는 영화들이 대중들에게 주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중 내가 본 영화들 중에 순위에 오르기 모자란 작품은 없다. 

 재미있는 사실은 '날 미치게 하는 남자'라는 로맨스 영화에도 스티븐 킹이 시구자로 까메오 등장한다. '홈 딜리버리'라는 애니메이션의 각본 원안에 참여했고 '번E'에 스텝으로써 스티븐 킹이 원조했다. 아쉽게도 이 애니메이션이 단편영화라 그런지 찾아보는 게 쉽진 않았다.  

 

 


 스티븐 킹은 독자들이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 것처럼 느끼게 만들려면 등장인물의 겉모습보다 장소와 분위기를 묘사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스티븐 킹의 개인적인 내용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어떤 과정을 통해 그가 작가가 될 수 밖에 없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스티븐 킹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그에 대한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Frequently Asked Questions란에는 킹에 대한 팬들의 개인적인 물음들과 그에 대한 답변 내용들이 있다.(아이디어를 구하는 소스라던가, 정치적, 종교적 성향, 출판사에 관련된 내용, 또는 그의 작품에 대한 번외적인 이야기들이 나와 있다.)  

 


 스티븐 킹은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고 개인적인 관심을 부담스러워 한다. 소셜 네트워크를 하지 않고 앞으로 개설할 계획도 없으며, 개인 메일은 밝히기 원하지 않는다. 팬클럽도 마찬가지로 부담스러워한다. 그럼에도 그의 소설들이 대중들의 끊임없는 관심을 놓치지 않으니 이런 홈페이지로써 독자들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 같다. -> http://www.stephenking.com/faq.html
  
 [스켈레톤 크루]는 스티븐 킹 소설의 뷔폐와도 같다. 원하는 대로 맛보시길~! ^^   

 

 <뉴욕 데일리 뉴스 - 스티븐 킹의 재능은 단연 최고다!> 

 

 
 '재능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건 기대치의 저주이다. 어린 시절, 우리는 재능과 타협하고 때로는 재능을 억눌러야 한다. 글에 소질이 있다면 아마 자신이야말로 셰익스피어를 날려 버릴 재인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리는 재주가 있다면,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버지를 날려 버리기 위해 이 땅에 당신을 내리셨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 1권 170p
 
  

 "독서가 정말 중요한 까닭은 우리가 독서를 통하여 창작의 과정에 친숙해지고 또한 그 과정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사람은 작가의 나라에 입국하는 각종 서류와 증명서를 갖추는 셈이다. 꾸준히 책을 읽으면 언젠가는 자의식을 느끼지 않으면서 열심히 글을 쓸 수 있는 어떤 지점에 이르게 된다." - 유혹하는 글쓰기 中
  

 

 

 

 - 스켈레톤 1권에 대한 개인적 오마주 창작물 -  

 

 암울하고 퇴색된 집의 분위기처럼 커모디는 맹목적으로 믿는 종교에다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믿음들을 적용시켰다. '드디어 땅이 열리고 그 땅의 저주가 시작되도다!' 그건 사실이었지만 엄마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였다고 개리시는 생각했다. 틈틈히 커모디는 자신이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을 때면 이 말을 중얼거리곤 했다. 그녀가 다른 사람 앞에서 이런 말을 할때 개리시는 내면에서 이상한 충동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종종 냉랭한 비웃음을 흘리며 그런 커모디를 대놓고 놀려댔다.
 

 

 개리시는 어릴적부터 환청을 듣곤 했다. 그 소리가 정확히 무얼 뜻하는지, 정확한 음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지만 날카로운 손톱으로 칠판을 긁을 때처럼 거슬리고 날카로운 불협화음 같았다. 그 덕에 편집증 같은 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이 편집증이 빚어내는 상상의 내용은 이랬다. 집앞에서 한 남자가 서서 개리시의 방을 바라보며 이상한 소리를 낸다. 개리시가 나올때까지 그는 기다리고 있는데 문을 열면...
 

 

 그러나 그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남들이 웃을까봐 불안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을 이상하게 의심할까 봐서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일은 마치 꿈처럼 되어버렸다.
 커모디는 개리시에게 자신의 머리속에 있는 믿음으로 적용시킨 종교를 항시 들이대며 개리시가 자신을 하느님의 사자로써 존경과 감격을 담아 따르도록 인도했다. 
 

 

 개리시가 편집증에 관한 노래를 부르자 커모디는 그의 바른 인도를 위해 선물을 하나 주었다. 심벌즈를 두 손에 끼고 있는 섬찟하게 생긴 원숭이인형이였다. 그녀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그녀의 머릿속에만 남아 있을 것이다. 개리시의 눈엔 그 원숭이가 개리시를 보며 얼핏 한쪽 입꼬리를 실룩거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곧 원숭이 인형이 내뿜는 어떤 기운에 현혹되었다. 개리시는 원숭이 인형을 가지게 된 후론 그 누구와도 대화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한날, 커모디가 마트에 나간 사이에 일은 일어났다. 안개가 집근처에 몰려와 주변의 모든 것을 덮어버렸고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왠지 소름 끼치는 기분이 들어 밖에 나갔더니 집채만큼 큰 호랑이가 옆집에 사는 이웃들을 삼키고 있는 걸 본 것이다. 개리시는 다리에 힘이 풀려 몸이 한쪽으로 기우뚱했다. 그는 한두번 다리에 힘을 주다가 엉덩이를 바닥에 찧었고 몇번이나 고꾸라지면서도 기어이 달려가 커모디의 차를 탄뒤 재빠르게 시동을 걸었다. 
 

 

 호랑이가 골반의 창사뼈가 으깨졌는데도 버둥대는 버드를 으걱으걱 씹어대면서 자신의 눈을 보고 있는 비현실적인 장면을 보며 개리시는 발작적으로 액셀을 밟고 질주했다. 한번 쯤 본 적 있는 얼굴인 이웃들의 울부짖음과 처참한 장면들이 개리시가 타고 있는 차를 스쳐지나갔다.
 

 

 그 밖에도 그는 요동치는 촉수를 가진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생명체도 본 것 같았다. 하지만 다른 차를 발견할때까지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다. 
 

 

 얼마간 정신없이 달리던 개리시는 자신의 앞에서 질주하는 또다른 차 한대를 발견했는데, 사력을 다해 따라잡은 끝에 달리는 체로 차주인과 대화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토드라고 밝힌 여자는 잘 아는 지름길을 통해 지금의 이 위험한 비상사태로부터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 자신의 차를 바짝 붙어 따라오라고 말했다. 
 

 

 개리시는 그다지 믿음이 가진 않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선 별다른 수도 없어 그녀의 차에 들러붙다시피 거리를 가까이 두고 운전했다. 그녀가 아는 지름길이 어떤 길이었는지 설명할 수 없지만 놀랍게도 그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훗날 정부는 롱레이크에서 일어난 일들을 모두 비밀문서화했다. 개리시는 커모디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었으며 롱레이크 사람들 그 누구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다만 자신은 토드라는 여자 때문에 살 수 있었을 뿐이었다. 정부에서 나온 사람들이 개리시와 토드에게 새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을 해주었고 토드와는 그때가 마지막 만남이었다. 개리시는 아직 어렸으므로  새로운 학교로 복학했다. 
 

 

 '기억 속에 커다란 흔적을 남긴 사건일수록 이해하는 것도, 말로 표현하는 것도 어려운 법이다'
  몇년 뒤, 개리시는 기숙사 방안에서 창밖으로 총구를 내밀며 누군가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쇼크에 의한 무의식으로의 퇴행에서 개리시는 벗어날 수 없었다. 
  

 

 이 일이 일어나는 공간과 다른 공간에선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카루네라는 과학자가 텔레포트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물체와 생명체를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갖가지 실험을 했다. 염력이 아닌 과학적인 방법이었다. 그 과정에서 다른 공간에 있는 것을 자신이 있는 곳으로 이동시켜 오기도 했는데, 어떤 수치값이 들어간 것인진 모르겠지만 이상한 물건 하나가 이동해왔다. 그 물건은 의아하게도 역겹고 흉측한 심벌즈를 들고 있는 원숭이 인형이었다. 카루네는 기분 나쁘고 쓸모 없는 이 인형을 쓰레기통에 버려버렸다. 
  

 

  그날 , 카루네는 오랜간만에 집에 들렀고 아내와 아들녀석들인 할과 빌과 함께 오랜간만에 오봇한 시간을 보냈다. 카루네는 저녁 즈음, 할이 눈에 익은 무언가를 들고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음흉한 원숭이 인형이었다. 그는 할에게 그 인형을 버리라고 말했고 할은 인형을 버리고 오는 것처럼 하고는 벽장에 난 작은 문안에 넣어두었다. 
  

 

 그렇게 할의 비극은 시작된 것이다. 거기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하지 않겠다. 궁금하면 단편 [원숭이]를 각자 찾아보기를.
 

 

 할이 원숭이인형을 호수 깊숙히 빠뜨리고 난뒤 그곳에서 다양한 물고기들의 이해할 수 없는 떼죽음이 발생한 것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원숭이 인형은 기나긴 여정을 통해 크리스털호에서 캐스캐이드호수로 이동했다. 그러면서 점점 형체가 분해되기 시작하며 다른 모습으로 변형해갔다. 독특하고 휘황찬란한 모습이었다. 여자 두명과 남자 두명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을 관찰하며 이 괴물은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하야 일명 '뗏목'사건이 일어났고 랜디는...,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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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시대
장윈 지음, 허유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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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천지간에 버려진 고아일 것이다. 나의 부모는 황허일것이다. 내 어머니 날 낳으실 적 흘린 피가 황톳빛이리라. 그 누런 피가 지금까지 흐르고 흘러 고원에 흐르는 모든 물줄기의 근원이 되었으리라..." -28p


 느리게 글을 쓰는 작가. 장윈. 요즘은 빠른 템포의 글이 많은 세대이고, 나는 그 세대에 태어난 세대다. 하지만 나는 빠른 템포의 글, 느린 템포의 글 모두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글 속에 담긴 철학을 보고 작품과 작가를 좋아하는 편이다. 본문 중 느리게 쓰이는 글들이 고전이 많다고 명명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나는 고전을 좋아하는 편이니 느린 글에 익숙한 편이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시적이지만 서사와 이야기가 함께 공존한다.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디킨스, 조지오웰, 까뮈, 체호프.. 등등 고전작가들 중에 제법 좋아하는 작가들이 많다.


 [길위의 시대]는 작가가 지금은 잊혀져 가고 있는 시적 낭만이 살아 있는 시대에 대한 망향(望鄕)이다. 그 시대가 작가에게는 고향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1980년대의 중국은 시적 열망과 동경이 가득한 시대였다. 중국의 현대문학의 분위기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사실을 찾을 수 있었다.


 1957∼1958년의 반우파 투쟁과 1966년부터 10년 동안 있었던 문화대혁명은 저우양을 비롯하여 마오쩌둥 문예 노선에 충실하였던 인물까지도 숙청을 당하는 등 문학계 전체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후 비판당했던 작가들이 대부분 명예회복되었고, 젊은 세대 작가들이 등장하여 문화대혁명 당시를 비롯하여 현실의 부정적인 측면을 예리하게 파헤친 작품들이 나왔다. 이후 1981년부터는 새로운 시기의 개혁운동을 고취시키는 작품들이 또 하나의 조류를 형성하였다. 즉, 1980년대 중반부터는 개방이라는 사회 분위기와 함께 문단에서도 다양한 창작방법과 조류가 대두되고 있다. - 계몽출판사 웹백과 인용


 장윈은 "’상실’이 내 소설의 주제이자 이미지이며... 내 소설의 운명을 결정한다. 1980년대는 거대한 시대였고, 그 뒤를 이은 1990년대는 철저하게 물질과 욕망을 좇고, 이상과 도의, 낭만 같은 것들은 모조리 포기한 시대였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중국에서 문화대혁명을 겪은 시대에 태어난 세대다. 시대의 혼란기와 그런 일상에서 벗어난 피난처로써의 문학은 한 소녀에게 커다란 위안을 주었다.


 1990년대에 갑작스러운 시대의 변화는 그녀에게 인간의 본성과 금기의 충돌, 청춘의 아름다움과 장렬함, 거짓말과 신뢰, 파멸과 고통, 생명의 비애, 자유에 대한 갈망 같은 ’시’가 상징하는 모든 것들의 상실되는 아픔을 가르쳐 주었다. 이런 감정들은 고스란히 [길위의 시대]에 드러난다.


 쳔상과 망허, 예러우라는 인물들을 통해서. 사실 쳔상이 샤오촨이 시인의 아들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아들을 미워하고 자신은 파멸되어 가는 장면만은 쉽게 감응하기 어려웠지만 이를 통해 빚어내는 비극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나타내기 위해 설정된 것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된다.


 비극이 없으면 비장함도 없고, 비장함이 없다면 숭고함도 없다. 설봉이 위대한 까닭은 산등성이에 등산가의 신이 묻혀 있기 때문이다. 대해가 위대한 까닭은 산등성이에 등산가의 시신이 묻혀 있기 때문이다. 대해가 위대한 까닭은 곳곳에 선체의 잔해가 떠돌기 때문이다. 달 착륙이 위대한 까닭은 챌린저호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인생이 위대한 까닭은 백발, 이별, 어찌할 수 없는 실패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는 바닷가에 위치했다. 피안의 세계를 동경하는 수많은 용사가 사나운 물결 속에 줄을 이었기 때문에 백세에 빛나는 그리스 비극이 탄생하였다. 투쟁 이후의 실패와 성공 후의 목락을 담담히 인정하면 우리는 더욱 냉정하게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조금 더 대범해진다면 더 이상 폐허를 쫓아내지 않을 것이다. - 사색의 즐거움 중


 187p의 ’장씨 집안의 한 가장이 양귀비에 취해 가산을 탕진하자 원래 장 씨 집안에서 머슴살이를 하던 이 씨 집안의 운명이 뒤바뀌게 된 것이다. 주인이 땅을 팔고 머슴이 땅을 사니, 주인과 머슴의 처지가 하루아침에 역전되었다.’
 - 펄벅의 대지의 줄거리가 떠오르게 하는 본문내용이기도 했다.


 그래도 한 마을을 일으켜세웠던 장씨 집안이었는데 그 집안이 몰락하고 나중에는 흔적조차 남지 않는 모습, 젊은 아내가 죽었지만 제대로 안장하지도 못해 후에 떠도는 유골을 아들을 통해 찾아 오게 한 노인의 이야기, 자신의 친고모부에 의해 ’사람시장’에 팔렸고, 거기서 ’멍석말이’ 방식으로 한 남자에 팔린 노파의 이야기 등 베이구 산, 평황청, 홍징텐, 사후커우를 돌며 예러우와 망허가 들은 내용들이다.


 1980년대 중국문학의 주요한 화두는 바로 인성, 이성, 주체성을 강조한 것이었다. 여성문학, 여성주의비평, 성별문화, 여성해방에 관한 주제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졌던 때이기도 하다. 현지 답사 노트에는 그런 인식과 형상이 잘 나타나 있다.

      

 성숙함이란 밝게 빛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빛, 매끄럽고 달콤하지만 느끼하지 않은 소리이다. 더 이상 다른 이의 말을 엿듣고 낯빛을 살필 필요가 없이 침착한 모습이며, 주위에 호소를 하지 않아도 되는 당당함이다. 또한 허장성세할 필요가 없이 튼실하며,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지만 가파르거나 험준하지도 않은 높이라고 할 수 있다. - 사색의 향기 중


 장윈은 이런 성숙함을 유지하는 21세기의 흔치 않은 작가인 것 같다.


 1980년대 중국 작가들 - 예자오옌, 위화, 쑤퉁, 거훼이, 쑨간루 등과 80년대 중반기에 이미 명성이 자자했던 마위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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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서 말하다 - 안토니오 시모네와 나눈 영화이야기
시오노 나나미.안토니오 시모네 지음, 김난주 옮김 / 한길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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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서 읽을 수 있는 건 영화리뷰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사실 내용보다는 감독, 배우, 제작, 어시스턴트, 영화와 관련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더 많다. 안토니오의 영화에 대한 견해를 보면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견해와 비교해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헐리우드에서 프로덕션 어시스턴트와 이탈리아에서의 프로듀서스 어시스턴트로 일한 경험이 있는 안토니오를 통해 정확히 어시스턴트가 하는 일이 무엇이고 헐리우드와 이탈리아에서의 영화 제작 과정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야기한다. 또, 두 나라의 영화에 대한 관점도 나오는데 책에 소개되어 있는 영화는 이탈리아 영화들이 많다.

 어릴 때 영화를 보면서 나라를 따지면서 보지 않았기에 이탈리아 영화를 많이 봤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책 속에 나온 영화들을 보니 생각보다 내가 이탈리아 영화를 많이 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중 가장 좋아하는 이탈리아 영화는 '로미오와 줄리엣'과 '인생은 아름다워'이다. 본문 속에 이들 영화와 관련된 배우및 감독에 대해선 다소 조금 언급되었지만 시오노와 안토니오 모두 이 두 영화를 나쁘게 본 것 같진 않다.

 안토니오는 특히 큐브릭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큐브릭의 작품은 '아이즈 와이드 셧'만 봤던 터지만 그에 대한 리뷰들을 다른 책에서 읽은 적이 있기에 그 감독이 카메라를 만질 줄 아는 감독이구나.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안토니오에 의하면 큐브릭이 카메라를 만질 줄 아는 천재 감독이라고 칭하니, 큐브릭의 작품들을 한번 차근차근 봐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사진만 보면 '시계태엽 오렌지'는 섬찟한듯 하나 다른 감상자들이 몇번 이 영화를 칭찬하는 말을 많이 들었으니 볼만할 것 같다.

 헐리우드 영화도 몇편 평하는 것들이 있는데, 이 중엔 본 것들이 많아 내 느낌들과 비교해볼 수 있었다. 안토니오는 영화 [300]을 보고 역사적 오류는 많지만 스파르타인의 모습이 진정 남자였으며 그들을 표현해낸 영화속 주인공들의 몸에 대한 높은 평가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라크에서 망설이고만 있는 미국이나 그 이라크에서 자국민이 납치를 당하면 돈을 주고 찾아오는 이탈리아나 안정감이 없다는 점에서 똑같다며 오히려 그런 타협을 거부하고 죽은 스파르타의 전사들을 보면 속이 후련해진다는 말을 한다.

 근데 이 말엔 동의가 되지 않는다. 축구에 대한 이야기도 그는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쪽 사람들은 축구를 싸움으로 여기는데, 브라질 같은 나라가 쌈바춤이나 추면서 축구를 잘할 순 없다며 비꼰다. 나는 축구를 싸움으로 생각하지 않으므로 안토니오와는 다른 의견이다.

  말하자면, 안토니오의 남자관과 스포츠관엔 공감을 느낄 수 없었다. 게다가 그는 미국과 이라크의 관계가 처음부터 누가 원인제공을 했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라크를 편드는 건 아니지만 미국 또한 잘못이 있다는 건 뻔히 알텐데..

 마이클 무어에 관한 시각도 안토니오와 상반된다. 마이클 무어가 부시 개인만을 꼬집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부시는 많은 힘있는 미국인들을 상징하기도 한다. 미국의 대통령이기도 하며 대통령이 어디 독단으로 모든 일을 처리할만큼 미국의 대통령이 그리 강한 존재였던가. 그를 밀어주는 세력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에 비해 오바마가 자신의 공략대로 힘있게 제도를 펼치지 못하고 있는 건 힘있는 세력이 그를 반대하기 때문이 아니겠나.

  몇가지 의견은 상반되지만 시오노와 안토니오의 영화에 대한 대화를 통해 시계태엽오렌지, 슬리퍼스, 타인의 삶, 피아니스트의 전설은 봐야 할 영화가 되었다.

 '걸작이란, 그런 작품을 쓸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혼을 팔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낳을 수 있는 거라고 말이야.' - 53p

 - 영화 [카포티]의 주인공에 대한 비판에 대한 시오노의 말 중

 시오노의 말 중에 인상 깊은 내용이었는데, 나의 의견은 다르긴 했지만 그녀의 의견도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만큼 걸작은 쉽게 탄생되는 것이 아니며 한번 걸작을 남긴 사람은 그에 버금갈만한 걸작을 또 한번 내놓기가 힘들다는 뜻이 더 짙어보이기 때문이다.

 [카포티]의 주인공이 자신의 작품을 위해 사형수가 죽기를 바라는 장면이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 굳이 실제로 일어나야지만 작품을 완성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하지만 사람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쓴 걸작에 더 감탄을 하는 것이니, 그런것에 연연한 작가의 욕심에 남아 있는 문제인 듯 하다. 작가는 절대 마음에 들지 않을지언정 작품만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걸작은 인류가 살아 있고 제대로 보관만 된다면 언제까지고 사람들에 의해 살아 있을테고 그럼 그 걸작의 작가 또한 이름이 잊히지 않을테니  그것을 바랐기에 카포티 같은 작가들이 존재하는 게 아닌가 싶다.

 지역 문화의 하나인 마피아가 영향을 미치는 시칠리아에서 촬영할 때의 에피소드에 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현대 시칠리아 마피아의 악을 규탄하는 [태양 아래서]를 촬영할 당시에도 마피아계 용역업자들이 협력했다고 하니 참 재미있죠.' 89p

 마피아들의 세계가 한국인들에게는 어색하긴 하지만 영화를 통해 알게 된 마피아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이런 에피소드가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아는 사람이 이탈리아에 여행갈 땐 도둑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탈리아엔 관광객을 노린 도둑들이 정말 많다고. 시오노는 이탈리아에 대해 긍정적이고 감상적인 이야기를 적어놓았기에 조금 매치가 안 되는 것 같기도 한데 그 점은 역시 직접 가서 확인해야 할 방법밖에 없는 것인가...

 이탈리아인들중에 재능있는 인재들이 고국에서 제대로 키워질 환경이 안 잡혀있는 탓에 외국으로 많이 간다는 말이 어째 한국인과도 닮은 것 같다.

 영화를 좋아하고 이와 관련된 일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의견과 비교해볼 수 있는 괜찮은 책이다. 나같은 경우는 몇가지 이질감과 조금 부족감을 느끼긴 했지만 몇가지 좋은 영화들을 이 책에 나온 조언들로 다시 봐야 겠다는 생각을 지니게 해준 책이다. 그리고 영화를 볼땐 생각보다 많은 부분들을 보면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영화를 보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278p 8째줄 오타 볼라보도록 - 몰라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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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 전2권 - side A, side B + 일러스트 화집
박민규 지음 / 창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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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문학책중에 욕이 가장 많이 등장했던 책이 [더블]이 아닌가 생각된다. 단편 '근처'와 '누런 강 배 한 척'을 읽을 때만 해도 말하려는 대상과 심상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굿바이, 제플린'부터 '깊', '끝까지 이럴래'...,'크로만, 운'까지 조금씩 대상화가 작가의 주관적 심상이 많아 그래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뭘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인식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쉽게 형상화되지가 않았다. 더블 side A를 읽고 '더블 아트 북'을 보았더니, 그제서야. '아..'하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이게 이걸 말하기 위해서였구나. side A만 볼때만 해도 이 작가의 글에 대한 착착 달라붙는 애정이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아트북을 보고 나서 작가의 내공을 진정 깨닫게 된 것이다. '박민규'라는 작가의 표현력의 독창력과 참신함, 서술의 상징력에 모처럼 문학의 재미를 한껏 느꼈던 것 같다. 단편 [끝까지 이럴래?]가 구글의 창시자 래리 페이지와 서지 브린에게 주기 위해 쓰여진 글인데 왜?라고 그들이 묻는다면 뭐?라고 나는 답할 것이다.라는 작가의 가시가 돋힌 다소 우스꽝스런 말이 재미있다.  

 그런식이다. [루디]는 오바마 이후에 나타날 미합중국 대통령을 위해 씌어진 글이고, [龍]은 <한국인>이란 직업을 가진 모두에게 주는 글이며 [깊]은 SF의 대가 아서 C. 클라크를 위해 씌어졌다. 

 누군가를 위해 씌어졌다라는 말을 읽고 나니 단편 이야기들에 나오는 것들에 연상되는 문장들이 떠올랐고 그래서 본문 중 이런 말이 있었구나.란 생각이 났다.

 이 책은 이야기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문장을 주워 먹고 있는 풍자와 익살, 상징을 만나볼 수 있다.
 
 어느날 갑자기, 도시의 큰 건물들을 아래로 두고 나타난 거대한 물질. 주인공 '나'는 칠십일층의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정부와 세계인들이 놀라며 이 거대한 물질을 주목하게 되지만, 이것이 어떤 존재인지 전혀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함부로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 한동안 혼란이 올 것 같았던 일상은 그다지 큰 변화가 없고, 이는 이 거대한 물질에서 특별히 사람들에게 가하는 행동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별의별 가능성을 두고 '지식인의 수치다', '지식인답게'를 강조하며 비웃는다. 

 거대한 물질이 계속해서 별다른 반응없이 공중에 떠 있자 사람들은 점점 그 상황에 익숙해지고 칠십일층에서 일하는 '나'를 비롯한 직원들 모두 여전히 차질 없이 일을 한다. 단지 사람들이 하는 말에는 항상 이 거대한 물질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각국의 과학자들이 참가한 실험과 검증, 장광설 끝에, 그리하여 거대한 물질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것은 '아스피린'.

 발명될 것은 모두 발명되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과연, '지식인답게'라는 허세처럼 사람들은 얼마나 똑똑하고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을까. 글쎄.. 앞으로 생길 어떤 [붐]한 일들이 생기더라도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침 일어나는 그 한 순간이 지나면 일상이 된다. '지끈. 현기증이 일었다' 생각할수록 정말 그럴 일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한참을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총성과... 갑자기 쏟아지는 피를 보았으나... 알 수 없었다.' -2권53p [루디]는 '놈'에게 끌려다니면서 자신이 왜 끌려다니고 끌려다니는 이유와 자신을 끌고 다니는 '놈'의 목적을 알지 못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놈'이 끌려다니는 남자에게 똥을 누라고 명령하자 남자는 거절한다. 그러자 '놈'은 총으로 남자의 한쪽 귀를 쏜다. '놈'은 남자에게 다시 똥을 누라고 명령하고 신기하게도 남자는 굉장한 양(?!)의 똥을 쏟아낸다.

 '원하는 게 뭘까?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저 쿡, 쿡 등을 떠미는 총구의 지시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2권55p

 '놈'은 갈 길이 먼 그 길을 계속해서 남자에게 운전하게 해서 가면서 어이 없는 구구단을 외는 게임을 하고 이야기하다 별안간 폭력을 쓰기도 하며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가게 된다. '놈'은 주유소에서 밑도 끝도 없이 학살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돈으로 사면 되는 데..라고 말하는 남자의 말에 '놈'은 대답한다. '대체 뭔 소리야? 기름은 늘 이런 식으로 얻어온 건데.' -2권68p  

 겨우 말려 살아 남은 아이의 생명을 앗아간 '놈'에게 남자가 총을 쏘며 '저 사람들을 왜 죽였어? 죄도 없는 아이를.. 왜 죽인 거냐구?'라고 분노하자 '약하니까... 늘 그래왔잖아?" 라고 '놈'은 말한다.

 '놈'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이라크전쟁을 비롯한 기름확보전쟁을 보면 잘 알 수 있을듯하다. 그 밖에도 비열하고 끔찍한 학살전쟁도 서슴지 않는 무분별한 강대국에 대한 비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여 이 나라는... 결국 일국이 있어도 백성이 사라지니... 영리한 자는 눈치를 보고 영악한 자만이 살아남으리라. 이는 국운을 쫓고 시장을 세운 자들의 책임이나 그 기세와 외세를 이길 자가 없겠구나... 백성은 날로 어리석어지나, 이는 약해짐이 아니라 독하고 약해짐을 뜻하니.' 2권114p
 
  '龍'은 자본주의에서 소외되는 계층에 대한 글인데 익살이 담겨져 웃기지만, 서글프게 느껴지는 글이다. 
 
 - 예외정보: 개체 참조가 개체의 인스턴스로 설정되지 않았습니다. 그걸 처음 봤을 때의 기분... 그러니까 작금의 세계를 살아가는 제 기분이 딱 그런 것입니다. -2권 109p

 '한국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바치는 글이다. 공감되는 109p의 말이 공감되는 사람이 많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글은 '낮잠'이다. 이 작품은 연극으로 재탄생되기도 했다는데 내게도 가장 감동을 준 작품이기도 했다. 

 '라는 이름의 그는 아마도 기쁠 것이다' - 302p 자신을 타인이 말하는 듯 말하는 작가의 소감을 읽어보니 정말 여러 작품들의 개성처럼 개성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1권 287p - '운... 난 언젠가 나 자신의 우주를 만들거야'란 말처럼 작가는 진정 [더블]을 통해 첫 걸음을 나름 수월하게 내디딘 것 같다. 앞으로 그가 어떤 모습을 띄며 자신의 지구를 완성시켜갈지 심히 기대된다.  
 
 

1권 296 6째줄 고개 - '그개' 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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