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말하다 - 안토니오 시모네와 나눈 영화이야기
시오노 나나미.안토니오 시모네 지음, 김난주 옮김 / 한길사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에서 읽을 수 있는 건 영화리뷰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사실 내용보다는 감독, 배우, 제작, 어시스턴트, 영화와 관련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더 많다. 안토니오의 영화에 대한 견해를 보면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견해와 비교해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헐리우드에서 프로덕션 어시스턴트와 이탈리아에서의 프로듀서스 어시스턴트로 일한 경험이 있는 안토니오를 통해 정확히 어시스턴트가 하는 일이 무엇이고 헐리우드와 이탈리아에서의 영화 제작 과정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야기한다. 또, 두 나라의 영화에 대한 관점도 나오는데 책에 소개되어 있는 영화는 이탈리아 영화들이 많다.

 어릴 때 영화를 보면서 나라를 따지면서 보지 않았기에 이탈리아 영화를 많이 봤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책 속에 나온 영화들을 보니 생각보다 내가 이탈리아 영화를 많이 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중 가장 좋아하는 이탈리아 영화는 '로미오와 줄리엣'과 '인생은 아름다워'이다. 본문 속에 이들 영화와 관련된 배우및 감독에 대해선 다소 조금 언급되었지만 시오노와 안토니오 모두 이 두 영화를 나쁘게 본 것 같진 않다.

 안토니오는 특히 큐브릭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큐브릭의 작품은 '아이즈 와이드 셧'만 봤던 터지만 그에 대한 리뷰들을 다른 책에서 읽은 적이 있기에 그 감독이 카메라를 만질 줄 아는 감독이구나.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안토니오에 의하면 큐브릭이 카메라를 만질 줄 아는 천재 감독이라고 칭하니, 큐브릭의 작품들을 한번 차근차근 봐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사진만 보면 '시계태엽 오렌지'는 섬찟한듯 하나 다른 감상자들이 몇번 이 영화를 칭찬하는 말을 많이 들었으니 볼만할 것 같다.

 헐리우드 영화도 몇편 평하는 것들이 있는데, 이 중엔 본 것들이 많아 내 느낌들과 비교해볼 수 있었다. 안토니오는 영화 [300]을 보고 역사적 오류는 많지만 스파르타인의 모습이 진정 남자였으며 그들을 표현해낸 영화속 주인공들의 몸에 대한 높은 평가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라크에서 망설이고만 있는 미국이나 그 이라크에서 자국민이 납치를 당하면 돈을 주고 찾아오는 이탈리아나 안정감이 없다는 점에서 똑같다며 오히려 그런 타협을 거부하고 죽은 스파르타의 전사들을 보면 속이 후련해진다는 말을 한다.

 근데 이 말엔 동의가 되지 않는다. 축구에 대한 이야기도 그는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쪽 사람들은 축구를 싸움으로 여기는데, 브라질 같은 나라가 쌈바춤이나 추면서 축구를 잘할 순 없다며 비꼰다. 나는 축구를 싸움으로 생각하지 않으므로 안토니오와는 다른 의견이다.

  말하자면, 안토니오의 남자관과 스포츠관엔 공감을 느낄 수 없었다. 게다가 그는 미국과 이라크의 관계가 처음부터 누가 원인제공을 했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라크를 편드는 건 아니지만 미국 또한 잘못이 있다는 건 뻔히 알텐데..

 마이클 무어에 관한 시각도 안토니오와 상반된다. 마이클 무어가 부시 개인만을 꼬집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부시는 많은 힘있는 미국인들을 상징하기도 한다. 미국의 대통령이기도 하며 대통령이 어디 독단으로 모든 일을 처리할만큼 미국의 대통령이 그리 강한 존재였던가. 그를 밀어주는 세력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에 비해 오바마가 자신의 공략대로 힘있게 제도를 펼치지 못하고 있는 건 힘있는 세력이 그를 반대하기 때문이 아니겠나.

  몇가지 의견은 상반되지만 시오노와 안토니오의 영화에 대한 대화를 통해 시계태엽오렌지, 슬리퍼스, 타인의 삶, 피아니스트의 전설은 봐야 할 영화가 되었다.

 '걸작이란, 그런 작품을 쓸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혼을 팔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낳을 수 있는 거라고 말이야.' - 53p

 - 영화 [카포티]의 주인공에 대한 비판에 대한 시오노의 말 중

 시오노의 말 중에 인상 깊은 내용이었는데, 나의 의견은 다르긴 했지만 그녀의 의견도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만큼 걸작은 쉽게 탄생되는 것이 아니며 한번 걸작을 남긴 사람은 그에 버금갈만한 걸작을 또 한번 내놓기가 힘들다는 뜻이 더 짙어보이기 때문이다.

 [카포티]의 주인공이 자신의 작품을 위해 사형수가 죽기를 바라는 장면이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 굳이 실제로 일어나야지만 작품을 완성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하지만 사람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쓴 걸작에 더 감탄을 하는 것이니, 그런것에 연연한 작가의 욕심에 남아 있는 문제인 듯 하다. 작가는 절대 마음에 들지 않을지언정 작품만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걸작은 인류가 살아 있고 제대로 보관만 된다면 언제까지고 사람들에 의해 살아 있을테고 그럼 그 걸작의 작가 또한 이름이 잊히지 않을테니  그것을 바랐기에 카포티 같은 작가들이 존재하는 게 아닌가 싶다.

 지역 문화의 하나인 마피아가 영향을 미치는 시칠리아에서 촬영할 때의 에피소드에 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현대 시칠리아 마피아의 악을 규탄하는 [태양 아래서]를 촬영할 당시에도 마피아계 용역업자들이 협력했다고 하니 참 재미있죠.' 89p

 마피아들의 세계가 한국인들에게는 어색하긴 하지만 영화를 통해 알게 된 마피아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이런 에피소드가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아는 사람이 이탈리아에 여행갈 땐 도둑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탈리아엔 관광객을 노린 도둑들이 정말 많다고. 시오노는 이탈리아에 대해 긍정적이고 감상적인 이야기를 적어놓았기에 조금 매치가 안 되는 것 같기도 한데 그 점은 역시 직접 가서 확인해야 할 방법밖에 없는 것인가...

 이탈리아인들중에 재능있는 인재들이 고국에서 제대로 키워질 환경이 안 잡혀있는 탓에 외국으로 많이 간다는 말이 어째 한국인과도 닮은 것 같다.

 영화를 좋아하고 이와 관련된 일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의견과 비교해볼 수 있는 괜찮은 책이다. 나같은 경우는 몇가지 이질감과 조금 부족감을 느끼긴 했지만 몇가지 좋은 영화들을 이 책에 나온 조언들로 다시 봐야 겠다는 생각을 지니게 해준 책이다. 그리고 영화를 볼땐 생각보다 많은 부분들을 보면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영화를 보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278p 8째줄 오타 볼라보도록 - 몰라보도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