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여기에 대해 써봐라.고 하면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분야가 의학 분야다. 왜냐? 의학은 전문용어가 너무 많고 의사들끼리만 알아듣는 은어들이 넘 많으니까. 메스로 배를 가르고 장기들을 살피고 수술한다. 이 내용이 의사들의 용어로 바뀌면 영어로 되었다할지라도 전문 의학 용어라 영어권 사람들도 의학계에서 일하지 않으면 모를 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들은 의학계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귀가 닳도록 그쪽 분야 이야기를 들어서 알거나 직접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고선 쉽사리 도전하기 어려운 글감이 이 분야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들이 번뜩여도 말이다.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의 작가가 그런 작가의 대표적 인물이다. 처음 그가 이 책을 쓴데는 확실한 이유가 있어보인다. Ai라는 다소 생소하지만 한번쯤 들어본 적 있는 것 같기도 한 이 시스템의 보급을 위한 것이 목적인데 이를 대중이 친근하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매체가 바로 소설이 된 것이다. 

 네이버지식에도 나와 있지 않은 Ai는 오톱시 이미징이라는 용어로 '사망시 의학검색'인데 이는 환자들에겐 환영할만한 일이다. 환자가 어처구니 없이 죽었을 때 불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제 원인을 정확히 찾고 잘잘못을 가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에겐 환영받지 못할 일인가? 솔직히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마음속에 진정하게 새기고 그대로 실천하는 의사라면 당연히 환영받을 일이다. 자신 또한 개인적으로 성량을 높이는 데 자극제가 될 뿐 아니라 원인을 제대로 확인함으로써 실수 혹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구분해서 의학분야의 질이 더 높아지고 따라서 의학계의 발전도 도모되어지는 일이니까.

 이 소설이 일말이라도 그런 긍정적인 후일을 목표로 삼고 쓰여졌다 할지라도 소설의 묘미인 '재미'라는 요소로써도 큰 만족감을 준다.

 특히 '시라토리'라는 톡! 튀는 인물의 등장이 너무 참신하다. 추리와 통찰력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는 이 인물이 하필 '바퀴벌레'를 연상시키는 외모를 가진 인물이라고 하니 보통 다른 소설에서 나오는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처럼 감정이입은 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

 환자의 고통이나 하고 싶은 말들을 들어주는 구치외래도 인상 깊었는데 사건에서만큼은 주인공 격인 다구치보다 더 큰 활약을 하는 것은 시라토리의 몫이다.

 각자의 역할대로 캐릭터들이 가진 이야기는 잘 정돈되어 날짜별로, 때론 성격대로 나뉘어진다. 독자인 입장으로는 정리되어진 그대로 읽기가 매우 수월해 이야기 흐름의 윤곽이 머릿속에서 쉽게 잡힌다.

 바티스타 수술의 학술적인 정식 명칭은 '좌심실 축소 성형술(Partial Left Ventriculectomy)'이라고 한다. 비대해진 심장을 잘라내 작게 만든다는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된 대담한 수술. 쓸데 없는 것이라면 제거해 버리겠다는 라틴 아메리카의 사고방식. .. 중략..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까지 하는 삼바의 나라 브라질. -13p

 바티스타 수술이 어떤 식으로 하는 수술인지 알았다면, 이제 어디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지를 찾아야한다. 기류의 의뢰를 받은 다카시나 병원장은 다구치에게 수술사망사건에 대한 내부조사 및 관찰을 부탁한다. 이에 다카시는 자신의 전공은 아니지만 수술 관찰 중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일명 '다구치 파일'이 작성되면서 다구치는 분석을 하는데..

  팀 리더 기류와 나루미, 가키타니와 사카이와 오토모, 다카유키, 마취과 히무로. 수술 중 미스나 생사의 운적인 요소가 아니라면 누가 고의적인 짓을 할 수 있을까.


 처음엔 이들 모두가 용의자가 된다. 다구치는 수술장면이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있긴 하지만 이들 중 그런 짓을 할만한 사람이 있을꺼란 가능성을 찾지 못한다. 그러던 중에 시라토리가 개입하여 다구치의 물렁한 시각을 반대로 갈아치우고 냉철하고 논리적인 시각으로 이 일을 따져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처음의 용의자들 중 여러명이 추려져서 결국 3명 정도로 남게 된다.  

 중심사건은 이런 주제를 안고 있지만 그 속에서 의학계의 여러가지 문제점도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많이 드러나있다. 예를 들면 마취과 인력이 너무 적고 그 역할이 결코 하찮은 게 아님에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점, 의학계에서 수술하는 의사보다 논문 쓰는 의사들을 더 높게 생각하는 점 등 그냥 지나치지 못할 나름 문제가 되는 일들이 은근히 나타나기도 했다.

 "수술 현장은 이론으로 딱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자주 있지. 실제로 경험해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네. 수술 현장은 곱셈과 비슷하지.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큰 숫자라 해도 제로가 한 명 있으면 결과는 제로가 되는 거야. 마이너스가 한 명 있으면 그 수치가 클수록 결과도 나빠지지. 그런가 하면 마이너스가 두 명 있으면 이때는 오히려 결과가 완전히 플러스가 바뀌네."-85p
  

 왠지 경험이 우러난 문장인듯하다.
 지성적이고 지극히 논리적일꺼라 생각되는 수술시에도 이런 설명하기 힘든 요소가 있다는 게 왠지 신기했고, 자세하고 현장감 있는 수술 장면이 무척 인상 깊었다. 살인자가 등장하긴 했지만 심각하거나 어둡지 않고 밝고 발랄하게 그러나 문제점은 확실이 짚고 넘어가게 그려낸 점이 그동안 많이 보아온 진부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느낌을 준다.
 

                   -> 가이도 다케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