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 전2권 - side A, side B + 일러스트 화집
박민규 지음 / 창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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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문학책중에 욕이 가장 많이 등장했던 책이 [더블]이 아닌가 생각된다. 단편 '근처'와 '누런 강 배 한 척'을 읽을 때만 해도 말하려는 대상과 심상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굿바이, 제플린'부터 '깊', '끝까지 이럴래'...,'크로만, 운'까지 조금씩 대상화가 작가의 주관적 심상이 많아 그래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뭘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인식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쉽게 형상화되지가 않았다. 더블 side A를 읽고 '더블 아트 북'을 보았더니, 그제서야. '아..'하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이게 이걸 말하기 위해서였구나. side A만 볼때만 해도 이 작가의 글에 대한 착착 달라붙는 애정이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아트북을 보고 나서 작가의 내공을 진정 깨닫게 된 것이다. '박민규'라는 작가의 표현력의 독창력과 참신함, 서술의 상징력에 모처럼 문학의 재미를 한껏 느꼈던 것 같다. 단편 [끝까지 이럴래?]가 구글의 창시자 래리 페이지와 서지 브린에게 주기 위해 쓰여진 글인데 왜?라고 그들이 묻는다면 뭐?라고 나는 답할 것이다.라는 작가의 가시가 돋힌 다소 우스꽝스런 말이 재미있다.  

 그런식이다. [루디]는 오바마 이후에 나타날 미합중국 대통령을 위해 씌어진 글이고, [龍]은 <한국인>이란 직업을 가진 모두에게 주는 글이며 [깊]은 SF의 대가 아서 C. 클라크를 위해 씌어졌다. 

 누군가를 위해 씌어졌다라는 말을 읽고 나니 단편 이야기들에 나오는 것들에 연상되는 문장들이 떠올랐고 그래서 본문 중 이런 말이 있었구나.란 생각이 났다.

 이 책은 이야기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문장을 주워 먹고 있는 풍자와 익살, 상징을 만나볼 수 있다.
 
 어느날 갑자기, 도시의 큰 건물들을 아래로 두고 나타난 거대한 물질. 주인공 '나'는 칠십일층의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정부와 세계인들이 놀라며 이 거대한 물질을 주목하게 되지만, 이것이 어떤 존재인지 전혀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함부로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 한동안 혼란이 올 것 같았던 일상은 그다지 큰 변화가 없고, 이는 이 거대한 물질에서 특별히 사람들에게 가하는 행동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별의별 가능성을 두고 '지식인의 수치다', '지식인답게'를 강조하며 비웃는다. 

 거대한 물질이 계속해서 별다른 반응없이 공중에 떠 있자 사람들은 점점 그 상황에 익숙해지고 칠십일층에서 일하는 '나'를 비롯한 직원들 모두 여전히 차질 없이 일을 한다. 단지 사람들이 하는 말에는 항상 이 거대한 물질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각국의 과학자들이 참가한 실험과 검증, 장광설 끝에, 그리하여 거대한 물질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것은 '아스피린'.

 발명될 것은 모두 발명되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과연, '지식인답게'라는 허세처럼 사람들은 얼마나 똑똑하고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을까. 글쎄.. 앞으로 생길 어떤 [붐]한 일들이 생기더라도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침 일어나는 그 한 순간이 지나면 일상이 된다. '지끈. 현기증이 일었다' 생각할수록 정말 그럴 일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한참을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총성과... 갑자기 쏟아지는 피를 보았으나... 알 수 없었다.' -2권53p [루디]는 '놈'에게 끌려다니면서 자신이 왜 끌려다니고 끌려다니는 이유와 자신을 끌고 다니는 '놈'의 목적을 알지 못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놈'이 끌려다니는 남자에게 똥을 누라고 명령하자 남자는 거절한다. 그러자 '놈'은 총으로 남자의 한쪽 귀를 쏜다. '놈'은 남자에게 다시 똥을 누라고 명령하고 신기하게도 남자는 굉장한 양(?!)의 똥을 쏟아낸다.

 '원하는 게 뭘까?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저 쿡, 쿡 등을 떠미는 총구의 지시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2권55p

 '놈'은 갈 길이 먼 그 길을 계속해서 남자에게 운전하게 해서 가면서 어이 없는 구구단을 외는 게임을 하고 이야기하다 별안간 폭력을 쓰기도 하며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가게 된다. '놈'은 주유소에서 밑도 끝도 없이 학살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돈으로 사면 되는 데..라고 말하는 남자의 말에 '놈'은 대답한다. '대체 뭔 소리야? 기름은 늘 이런 식으로 얻어온 건데.' -2권68p  

 겨우 말려 살아 남은 아이의 생명을 앗아간 '놈'에게 남자가 총을 쏘며 '저 사람들을 왜 죽였어? 죄도 없는 아이를.. 왜 죽인 거냐구?'라고 분노하자 '약하니까... 늘 그래왔잖아?" 라고 '놈'은 말한다.

 '놈'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이라크전쟁을 비롯한 기름확보전쟁을 보면 잘 알 수 있을듯하다. 그 밖에도 비열하고 끔찍한 학살전쟁도 서슴지 않는 무분별한 강대국에 대한 비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여 이 나라는... 결국 일국이 있어도 백성이 사라지니... 영리한 자는 눈치를 보고 영악한 자만이 살아남으리라. 이는 국운을 쫓고 시장을 세운 자들의 책임이나 그 기세와 외세를 이길 자가 없겠구나... 백성은 날로 어리석어지나, 이는 약해짐이 아니라 독하고 약해짐을 뜻하니.' 2권114p
 
  '龍'은 자본주의에서 소외되는 계층에 대한 글인데 익살이 담겨져 웃기지만, 서글프게 느껴지는 글이다. 
 
 - 예외정보: 개체 참조가 개체의 인스턴스로 설정되지 않았습니다. 그걸 처음 봤을 때의 기분... 그러니까 작금의 세계를 살아가는 제 기분이 딱 그런 것입니다. -2권 109p

 '한국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바치는 글이다. 공감되는 109p의 말이 공감되는 사람이 많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글은 '낮잠'이다. 이 작품은 연극으로 재탄생되기도 했다는데 내게도 가장 감동을 준 작품이기도 했다. 

 '라는 이름의 그는 아마도 기쁠 것이다' - 302p 자신을 타인이 말하는 듯 말하는 작가의 소감을 읽어보니 정말 여러 작품들의 개성처럼 개성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1권 287p - '운... 난 언젠가 나 자신의 우주를 만들거야'란 말처럼 작가는 진정 [더블]을 통해 첫 걸음을 나름 수월하게 내디딘 것 같다. 앞으로 그가 어떤 모습을 띄며 자신의 지구를 완성시켜갈지 심히 기대된다.  
 
 

1권 296 6째줄 고개 - '그개' 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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