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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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의 아버지는 자식과 함께일때만 비로써 온전한 한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다. 그로 인해 마커스 또한 분명 온전한 일인으로 삶을 살아갈 수가 없다. 마커스는 마커스라는 일인이 되기 위해 시도를  하지만 이것으로 인해 그의 아버지의 집착이 광기로 변하는 것을 보게 된다. 결국 마커스는 죄책감을 느끼지만, 그럴수록 아버지에게서 최대한 멀어지려고 한다.

 마커스가 올리비아를 만나지 않았더라도 마커스의 짧은 생의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인간은 다른 동물의 세계처럼 자연계의 흐름대로 살지 않는다. 인간의 세계에는 좀더 많은 모순과 부딪힘, 결핍이 사회적 활동들과 엮이어 있으니까. 그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달리 바라는 게 없으며 자식이 독립을 할때까지 전적으로 보살펴주는 것은 오히려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에게서 더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인간은 사회적 위치와 남보다 낫다는 차별의식 같은 것들 같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는 것들이 끼어드는 이상 다른 동물들이 보여주는 미덕을 지니기가 힘들다.

 아버지의 품에서 처음으로 한발자국 벗어나 대학에 간 마커스는 거리가 떨어져 있다 한들 언제나 자신의 일에 유난히 집착했던 아버지가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같은 학교였다는 이유만으로 문제를 일으킨 아이가 자신의 아들에게도 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마커스에겐 과대망상, 과잉보호로 느껴지고 이것은 곧 스트레스로써 그를 압박한다.

 마커스는 자신이 나쁜 길로 빠질까 노심초사하는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기껏해야 몇킬로미터 떨어진 대학기숙사일 뿐이다. 마커스의 첫 룸메이트 플러서는 병적인 성격을 가진 게이로 일종의 사회생활 범주의 첫번째로 마커스와 트러블을 일으키는 인물이 된다. 부모의 물질적 희생으로 대학을 다니게 된 마커스는 그 보답으로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고 일도 해서 생활비와 학비에 보태야만 했다. 그러려면 밤에 잠을 잘 자야 했지만 하필 플러서는 밤마다 잠도 안 자고 노래를 틀어놓고 시끄럽고 무례하게 굴었다.

 대화로 플러서를 설득할 수 없었던 마커스는 방을 바꾸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바뀐 방의 룸메이트 또한 썩 마커스와 맞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차에만 관심이 많은 엘윈은 주위의 다른 모든 것에 무관심하고 인간관계에 대해 무심하다. 처음에 마커스는 그런 엘윈이 편했지만 자신이 올리비아와의 열정적인 경험에 대해 토로할 때조차 벽처럼 구는 엘윈은 그야말로 무의 존재보다 더 허무한 감정을 일으키게 한다. 하지만 마커스가 엘윈에게 진정 격분을 느꼈던 것은 엘윈이 올리비아를 '씨발년'이라고 한 것 때문이었다.

 마커스는 올리비아를 좋아했다. 그런데 엘윈이 마커스가 좋아한 올리비아를 하등 인간 취급하며 천하게 여긴 것이다. 물론 마커스 탓도 있었다. 그가 엘윈에게 올리비아와의 프라이버시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다면 벽 같은 엘윈이 그런 말도 내뱉지 않았을 테니. 마커스에게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이를테면 프라이버시에 관한 이야기를 해도 서로 존중하면서 유대관계를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인간관계같은.  그러나 두번째 룸메이트조차도 마커스에겐 지겨운 인간으로 판명나면서 결국 그 방에서도 나와 아무도 살고 싶어 하지 않는 독방으로 옮겨간다.

 아버지의 품에서 벗어났음에도 세상에 나와 첫만남으로 만나는 인간들은 마커스와 전부 대립되는 인물들 뿐이다. 그런데도 대학의 학과장은 마커스 자체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늬앙스를 풍긴다.

 마커스는 진정 자유롭고 싶어하고 진정 독립적인 인간이 되고자 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품에서 벗어나자 마자 바로 권위적인 학교의 제도 앞에서 울분을 토한다. 학교를 다니기 위해선 채플에 꼬박꼬박 참여해야 하고 학교재정이 정한 규율에 부족한 학생이 되어서도 안되고.. 마커스의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하는 그 모든 상황들이 마커스를 흥분시키고 결국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한 마커스는 학과장 앞에서 욕설까지 내뱉는다.

 마커스가 신의 개념을 반대하는 버트런트 러셀을 존경하는 것에서도 마커스가 어떤 사상을 가졌고 어떤 신념을 지지하는지 알 수 있다. 이는 곧 종교인인 학과장으로부터 반하는 사상이기도 하다.

 
 구역질이 나올 만큼 역겨워도 해야만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39p
 
 마커스가 아버지가 닭을 손질하는 것을 보고 역겨워도 그것을 따라할 수 밖에 없었듯이 학교에서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게 모든 것이 어긋나고 뒤틀리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결국 마커스는 자신의 참을성이 한계의 극한까지 몰렸고 답답함을 견디지 못한 그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운명이 기다린다.

 그다지 신뢰성이 없는 서니 코틀러가 제안해준 채플 대리 출석으로 마커스 대신 나가야 하는 지글러가 들키는 바람에 마커스는 결국 한국전쟁의 군인으로 징집된다.

 마커스의 죽음은 소설의 주제를 더욱더 강조시킨다. 마커스가 죽자 얼마 안되어 역시나 그의 아버지 또한 죽음을 맞이한다. 마커스가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면 '팬티습격사건'이 있던 날 밤 그 사건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었던 엘윈은 허무하기 짝이 없이 죽어버린다. 마커스가 청춘의 얄궂은 운명에 의해 전쟁터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처럼 엘윈 또한 바보같은 죽음이긴 하지만 청춘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와 같이 '팬티습격사건' 또한 청춘들의 한바탕 이슈로 삼각구도를 이룬다.

 몇몇의 한국 청소년들이 '팬티습격사건'과  비슷하게 무모하고 분별의식 없는 청춘을 불사르는 사건으로 한바탕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일명 '졸업식 알몸 뒤풀이'로 인터넷을 돌고 돌던 동영상과 사진들이 사건의 내막이다. 이 사건은 일파만파 논란거리가 되었고 결국 2011년 졸업식엔 이런 엽기적인 행동을 막고자 경찰들이 학교근처에 배치되었다.

 청춘. 마커스와 그 외에 다른 이들이 보여준 청춘의 일부 모습들은 자유와 한계, 학교와 사회 규율의 범위을 연상시키게끔 하기도 한다.

 필립 로스는 이 작품에서 구체적인 상황의 모습들을 역력하게 표현해냈다. '필립 로스 식'이라는 표현을 이해할만하다. 

 

ex)
 쇠고기에서 내 두 손으로 뚝뚝 들었고.. - 46p  문장 어색한 것 같습니다. '뚝뚝 떨어졌고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요?
 64p -8째줄 영원이 - >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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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바느질하다
김지해.윤정숙 지음 / 살림Life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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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엔 따라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특히, 가방이라던지, 필통, 덮개 같이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게 탐나는 게 많았다. 예전에 친구가 청바지로 가방을 만들어 들고 다닌 적이 있어 이 책에서 나온 안 입는 청바지로 만든 가방은 낯선 모습이 아니었다. 

 그 친구는 그 두터운 청바지 천을 손수 꼬매느라 만드는 데 보름이 걸렸었다. 근데, 미싱이 있다면 훨씬 수월하고 손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단, 미싱을 다룰 줄 알아야겠지. 

 책 속에 원피스나 커튼, 이불, 스커트, 백등은 특히 그냥 손으로 만들기엔 어려울 것 같았다. 미싱이 필요할 듯. 



 안그래도 청바지를 입고 넘어지는 바람에 무릎 쪽이 찢어진 것이 두벌 정도 되는데 안 버리길 잘 한 것 같다. 한번 나도 도전해봐야겠다. 청바지 두벌쯤이면 이쁜 가방이랑, 파우치, 백등 여러가지의 물건을 만들 수 있겠지. 




 미싱을 만져본 적이 없기에 이런 그림을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연구하다 보면 몇번의 실수 끝에 할 수 있을 것 같다. 




 위에껀 냉장고 손잡이 커버인데, 이걸 응용해서 가스선커버나 문 손잡이 커버를 만들어도 될 것 같다. 


 이 가방은 진짜 만들어서 팔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벽해 보인다. 이건 청바지천 말고 다른 천도 필요한데 있어보이는 원단 천은 스스로 구해야 할 듯하다. 요즘엔 핸드메이드가 인기이니,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면 가까운 곳에 위치한 천이나 옷감을 파는 시장에 들려서 직접 보고 사는 방법도 있고. 

 책에 나온 핸드메이드 물건들과 연계된 물품을 파는 쇼핑몰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은데, 그런 소개는 나와있지 않아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이 책의 작가분 블로그는 - http://blog.naver.com/thecottage 이다. 





 필통도 정말정말 마음에 쏘옥! 들었다. 크라프트 종이 원단이 필요한 이 물건은 이 책에서 그나마 가장 손쉽고 빠르게 따라 할 수 있는 물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걸 응용해서 다른 것들도 만들어보고 싶다. 



 

 아이와 함께 입는 원피스나 앞치마, 두건 같은 아기자기한 것도 많았는데 엄마와 아이가 함께 만들어 입으면 넘 이쁘고 보기 좋을 것 같다. 예전에 뜨개질책을 사서 기껏 목도리를 뜨고 장갑을 뜨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는데, 내게 바느질은 좀 더 쉬워 보인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있고. 탐나는 물건들도 있고. 이렇게 만들어서 누군가에게 선물로 줘도 정말 뜻깊은 선물일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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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의 축제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1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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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30일에
  염소의 축제를 기념한다
 - 도미니카의 메렝게, <염소를 죽였네> 

 

 왜 독재자들은 하나같이 후에 악한 명성을 남기는 걸까. 왜 그들은 하나같이 장점들이 있는 반면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는 걸까. 좋은 점들로만 똘똘 뭉쳐서 한 나라의 독재자가 되기란 불가능할까. 로마는 그런 정치로 오랜 세월 눈부신 발전과 평화를 유지했다고 하는데. 왜 이제는 현실에선 불가능하고 동화에서만 가능한 일이 되버린걸까. [염소의 축제]는 독재자가 과연 고품격 인격과 높은 질의 윤리와 정의라는 미덕을 지닐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다른 나라들이 한국과 한국인의 생활속에 스며든 생각들을 알 수 없듯이 나 또한 다른 나라들의 상황을 밖에서 안을 보는 정도로 밖에 알지 못한다. 그것도 제법 시끌벅적하게 보도되는 사건들만. 도미니카가 꽤나 얌전하지 않게 아이티의 간섭에서 벗어나서 공화국이 되었고 독재자 트루히요가 만만치 않은 독재정치로 20세기 최악의 폭정 중 하나로 이름 나 있는 것은 조금만 찾아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악평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신의 나라에 미친 업적은 무시할 수 없다.   

 - 모두가 염소를 조국이 구원자로 떠받들었다. 그는 지방 토호 세력과의 전쟁에 종지부를 찍었고, 아이티의 재침략 위험을 종식시켰으며, 세관을 통제하고 도미니카 화폐 사용을 금지했으며 예산 승인권을 가지고 있던 미국과의 굴욕적인 종속을 마감시켰고, 자발적이건 강요에 의해서건 최고 인재들을 정부에 입각시킨 사람이었다. 그러니 트루히요가 자기 마음에 드는 여자들과 사랑을 나눈 게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혹은 공장과 농장과 목장들을 모두 삼켜버렸다는 게 뭐 그리 대수겠는가? 어쨌든 그는 도미니카를 번영시킨 주역이 아니었는가? - 1권  246

 게다가 그는 친환경주의자이기도 했는데 전투적 환경주의자였던 발라게르를 후원했다. 발라게르는 생계형 벌목이건 탐욕적 벌목이건 엄벌에 처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날 도미니카가 자랑하는 녹지의 대부분은 발라게르의 몫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 구분해야 할 껀 많은 업적을 쌓았다고 하더라도 개인적 비윤리적인 행태가 덮여선 안된다는 것이다.

- 비범하고 놀라운 정치인의 엄격하면서도 훌륭한 지도력 아래서 급성장하고 있는 나라의 겉모습 뒤에는 살해와 탄압과 기만이라는 잔혼학 현실이 있는 것은 아닌지, 선전과 폭력을 통해 가공할 거짓말을 숭배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1권 246p

 국가에 이익이 되지만 그 국민이 행복하지 않다면, 전체적으로 범죄가 일어나진 않지만 한 사람에 의해 범죄가 자행된다면. 이게 더 낫지 않냐고 하는 건 심각한 오류다. 도미니카라는 국가에서 여성이라는 존재가 모두 트루히요의 놀잇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여성은 인간의 존엄과 권리의 혜택이 없다는 것과 똑같다.

 한 사람에 의해서 모든 법과 자유가 정해진다면 그 사람이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것을 자행한다고 한들 그의 법을 바꿀 수가 없다. 그렇다면 한 사람을 위해서 모든 국민들이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으며 한 나라는 한 사람의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머진 모두 꼭두각시니까. 전세대에서 누군가 말했듯이 그러면 국민은 그 한 사람이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대신 자유의지를 버려야 한다. 그런데 이런 국가가 과연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인간은 감정이 있는 동물이고 그 감정은 오랫동안 눌려지면 터지게 마련이다.

 "그는 독재자였고, 그래서 그에 대한 말도 많을 거예요. 하지만 그때가 더 살기 좋았던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일자리를 갖고 있었고, 범죄도 그다지 많지 않았어요. 그렇지 않아요, 아가씨?" - 168p
  49살의 우라니아가 고향을 찾았을 때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원의 간호사의 말인데 이는 모순을 말해준다. 더 살기 좋았다? 그때가 더 살기 좋았던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트루히요를 숭배하며 그에게 복종해서 자신의 안정을 찾았던 사람들 말이다. 또 이것도 저것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사람들도 있었을테고. 또 한가지 넘어갈 점은 간호사는 그때 네살이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몸소 느낀 것이 아니라 부모나 어른들로부터 들은 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실질적으로 그녀는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볼만큼 경험적 전제가 없다.
  범죄도 많지 않았다? 트루히요가 저지른 범죄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엄마가 트루히요의 한낱 성적 노리개가 된 경험이 없었던 사람이 있었을 테고 어린 딸이 남자친구가 생기기도 전에 일흔 먹은 노인의 불구가 된 성기에게 활력을 주어야 할 일이 없었던 사람도 있었겠지. 또 괜히 충성성을 시험한다고 여자친구의 동생을 죽이거나 친동생이 죽는 것을 묵인할 수 밖에 없었던 적도 있었을 테니. 그러니까 말하자면, 그 간호사는 피해자의 입장을 제외하고 순전히 주위의 어른으로부터 듣고 언론으로 본 사실들을 주워삼아 트루히요 시대의 긍정적 모습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시대의 피해자로 남아버린 우라니아는 그 간호사의 말을 듣고 어떤 심정이었을까.

 우라니아는 트루히요 덕에 아버지를 증오하고 자신의 고향까지 미워한다. 뿐만 아니라 잘 지내던 사촌과 친척들까지 멀리한다. 몇십년이 지난 후에도 그녀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고 잊으려고 했던 고향에 돌아와 다시 과거를 떠올리면서 여전히 고향의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그토록 피하려고 했던 시대의 잔재에 남아 있는 것을 알고는 허탈해한다.

 우라니아가 고모와 조카앞에서 과거의 일을 털어놓자 고모는 말한다.
 "이리 와라. 이제 성호를 긋고 기도하자꾸나. 네가 가장 원하는 것을 위해 기도하자. 하느님을 믿니? 알타그라시아 성모를 믿니? 네 어머니는 알타그라시아를 믿는 독실한 신자였어. 우라니타. 그녀가 매년 1월 21일이 될때마다 이게이의 바실리카 성당으로 순례를 가기 위해 준비했던 게 기억나는구나. 넌 지금 원한과 증오로 가득해. 그건 좋지 않아.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자, 이제 기도하도록 하자. 우라니타." -359p
 
 고모는 우라니아의 상처가 극복되기 위해 도움을 주기 보단 회피하는 쪽을 택한다. 그리고 우라니아는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병원에 있는 부친을 찾아가 말한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나요, 아빠? 권력의 자리에 있다는 환상을 갖기 위해서였나요? 가끔 나는 그렇지 않다고, 출세는 부차적인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아빠나 아랄라, 피차르도, 치리노스, 알바레스 피나, 마누엘 알폰소는 스스로 더러워지고 싶었던 거예요. 트루히요는 당신들, 그러니까 침을 맞거나 학대당할 필요가 있고, 타락해야만 성취했다고 느끼는 그런 사람들의 영혼 밑바닥에 있는 마조히즘적 소명 의식을 일깨워주었던 거지요." - 100p

 소설 속에서 조니 아베스는 트루히요의 '개'로 나온다. 말하자면 트루히요가 시키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고 그의 손과 발을 핥으면 충성하는. 그 자신 또한 그렇게 말했다. 그런 그를 보며 소령은 말한다.

 '대령은 악마일수도 있어. 하지만 수령님에게는 유용한 존재야. 나쁜 일은 죄다 그가 뒤집어쓰고, 좋은 일은 모두 트루히요의 업적이 되거든. 그것보다 더 훌륭한 봉사가 무엇이겠어? 정권을 30년 이상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더러운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는 조니 아베스 같은 사람이 필요해...  수령님은 그걸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옆에 두는 거야. 만일 대령의 그 같은 충성이 없다면, 베네수엘라의 펠레스 히메네스나 쿠바의 바티스타,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페론에게 일어났던 일이 수령님에게도 일어났을지 몰라.' -70,71p

 또 그는 트루히요를 위해 아주 유용한 일들도 알아서 처리해준다. 트루히요는 그저 남들이 별로 좋지 않게 보는 그를 옆에 두고 가장 밑바닥 일을 맡기면 알아서 처리하는 것을 보고 흐뭇해할 뿐이다.

 조니 아베스는 트루히요의 정적들이 스스로 선정적인 언론에 휘말리게 만들었고 자선가는 멀리서 조니 아베스가 얼마나 교묘하고 독창적으로 반대파를 제거하면서 체제를 구해내는지 멀리서 지켜보았다. 망명자 그룹이나 그의 독재에 반대하는 국가들도 이런 끔찍한 사고가 총통의 정치적 보복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없었다. - 115,116p

 근데 알려진 사실로 쟈니 아베스라는 인물이 반체제 인사였고 비밀 경찰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나온다. 그 쟈니 아베스가 소설의 조니 아베스가 아닌가 하는 의문점이 들었지만 이 책이 소설이라는 점에서 그 문제에서 벗어난다. 이 책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들 중 몇몇이 역사적 오류를 들먹이는데 이 책이 소설이라는 것에서 그 비판 또한 오류로 낙인 찍혀 버렸다.

 본문 중에 쿠오바디스가 언급되는데, 쿠오 바디스(Quo vadis, (Domine))는 "(신이시여,)어디로 가나이까?"("Whither goest thou?" 또는 "Where are you going?")라는 의미의 라틴어 문구이다. 누군가는 트루히요의 뜻대로 도미니카가 움직여 준 것이 하늘의 뜻이라고 말했다.

 순진한 사람들과 바보들과 천치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인간의 허영심과 탐욕과 우둔함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착취하는 데 대가인 트루히요. 이에 도미니카 국민들은 왜 마비 상태가 되었을까. 즉 결단력과 이성과 자유의지가 잠들어버렸기 때문이다. 고음의 목소리와 위선자의 시선을 지녔고,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몸단장에 신경 쓰고 장식한 그 남자가 가난한 사람이건 부자건, 친구건 적이건 모든 도미니카 사람들에게 주문을 걸듯 행사하던 활동 불능 상태였다. -158p

 트루히요는 미국에서 도미니카를 옹호하는 대가로 뒷돈을 받는 국회의원, 청지인, 로비스트들이 미국 정치 상황이 바뀌면, 그들이 영향력을 행사해서 제재 조치를 철회시키거나 완화시키면서 그에게 유리한 입장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며 비밀리에 수당 지급을 했다.

 그러자면, 트루히요 뿐만 아니라 미국의 비리 또한 만만치 않게 더러운 진실을 일깨워준다. 어쨌든 트루히요는 미국에게 비굴하게 굴진 않았다는 점은 나름 높이 평가될지도 모르겠다.

 트루히요는 은퇴하여 연금을 받는 정치인처럼 해외에서 말년을 보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이 나라에서, 야만족이었고 가난한 무리였으며 조롱받던 나라를 자신이 공화국으로 변모시킨 이곳에서 살 작정이었다. -209p

 게다가 트루히요는 나라를 다른 나라에게 팔아먹는 짓을 저지르진 않았다. 그런 점이 미국에게는 못 마땅했을지도 모르겠지만. 트루히요가 깔아놓은 미국의 정치인과 로비스트들에 대해 언급된 부분은 미국의 어두운 이면을 묘하게 드러내며 비판하기도 한다. 


 '염소'는 이 작품에서 트루히요를 살해한 사람들이 그를 지칭하는 별명이다. 일반적으로 트루히요의 애칭은 '병마개'였는데, 이는 그가 무차별적으로 많은 훈장을 달고 다녔고, 아이들이 그것을 모방하기 위해 병마개를 사용한 데 기인한다. - 58p

 그리고 이 책에서 갖는 염소라는 별명이 가지는 상징은 트루히요의 과도한 성욕과 남성적 능력인데 이는 번식력과 생명력의 상징을 통해 악마주의의 육욕적 관점을 내포하는 전통적 관점과도 일치한다고 한다. 

 하필 아무 죄도 없는 염소가 이런 불명예스런 상징을 얻게 되어 불쌍하지만 어쩌면 염소의 뿔이 악마의 뿔과 비슷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사람들이 연상해낸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엔 트루히요 뿐만 아니라 도미니카 공화국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개개인적인 모습들이 다양하게 나온다. 그들의 사적인 모습들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연결되는지, 그 모습들을 드러낸 가운데 얼마나 사회의 병적인 모습을 잘 드러내며 이야기의 발단과정을 표현하고 전개, 위기, 절정에 다다르면서 고요한 결말을 드러낼지 읽는 와중에도 내내 궁금하게 만들었다.

 저 자신도 트루히요 지지였다가 환멸을 느끼고 반대파가 되었으면서 현재의 트루히요 지지자들을 경멸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왠지 데자뷰를 겪는 느낌과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한국도 독재정치를 겪었고 나는 그 시대 사람이 아니라 그 시대에 살던 사람들의 감정을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똑같은 코리아라는 이름을 가지고 북에 살고 있는 곳은 독재정치가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스스로 철저히 고립되어 있어 그 쪽의 실정을 잘 알진 못하지만 그곳 국민이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독재는 과거의 일만이 아닌 것이다. 

 트루히요의 아들 람피스는 할리우드로 가서 친구 포르피리오 루비로사와 함께 스캔들 전문 잡지와 가십 칼럼의 단골 여배우들과 어울려 돈을 흥청망청 쓰면서 마시고 놀았다. 미국의 언론은 도미니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유로웠고 칼럼니스트들은 이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람피스가 킴 노박에게 최신형 캐딜락을 선물했고, 자 자 가보에게는 밍크코트를 선물했다고 폭로했고 이 일은 미국 시민을 비롯한 정부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어느 민주당 하원의원은 그 선물이 워싱턴이 도미니카 정부에서 무상 지원하는 1년치 군사 원조와 맞먹는 금액이라고 평가하면서, 그게 공산주의와 맞서는 가난한 국가들을 돕는 최선의 방법이며, 미국 국민들의 돈을 쓰는 최선의 방법이냐고 따져 물었다.   - 183p

 람피스의 방탕한 생활은 도미니카의 언론에선 한마디도 보도하지 않았다.
  
 지금 남한과 북한의 모습이 비슷한 상황에 빠진 것 같아 안타깝다.


 '그녀는 적극적인 여성인 것 같지만 성 역할이 규정되어 있었고, 라틴아메리카의 부르주아 사회가 남성우월주의 사고의 독재자를 지지하며 여자들에게 순결을 강요했던 지난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87p
 해설의 이 부분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라니아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 강간에 대한 충격과 아버지에 대한 믿음에 대한 배신에서 오는 상처의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 순결에 대한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가 트루히요의 뒤로는 어떤 남자도 없었고 어떤 남자만 보아도 구역질이 날 정도로 싫었던 건 열네살 어린 나이에 일흔이나 된 트루히요에게서 겪었던 일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그녀에게 트루히요는 성적관계의 첫 남자다. 어린 나이에 겪는 충격적인 일은 더 생생히 기억에 남곤 한다. 게다가 아직 성관념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았을 때 일어난 일이다. 그러니까 그녀에게는 그런 사건들에 대한 심리적인 반사작용으로 부작용이 일어난 것이다. 순결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미리부터 끔찍한 과거의 회상이 떠오르며 생길 실망 때문에 다른 남자들까지 거부한다는 게 더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펼쳐진 책은 말하는 머리이며, 닫힌 책은 기다리는 친구이고, 잊힌 책은 용서하는 영혼이며, 망가진 책은 우는 가슴이다." - 2권 31p
 본문 속 이 문장은 우라니아의 마음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그녀 자신은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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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러브 - Wisdom Love 위즈덤 미니 3
앤드루 저커먼 지음, 이경희 옮김, 앨릭스 블랙 정리, 윤희영 감수 / 샘터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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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할 때 이 책을 들여다 보았더니,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변덕스런 내 기분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책의 사이즈는 보통 책보다 아담하고 재보진 않았지만 정사각형에 가깝다. 보통 책보다 표지는 굵직하고 잡지를 넘기는 감과 비슷한 촉감이 있다. 내용도 마치 인터뷰를 실은 듯한 잡지를 보는 것같기도 하다. 단, 여기서는 광고가 없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위의 수염이 난 아저씨는 ’루페르트 노이데크’라는 내겐 다소 생소한 이름의 인물인데 그가 한 말이 나를 놀라게 했다.

 

 "우리 독일인들은 모두 안전하다. 우리가 전쟁을 일으키고 홀로코스트를 저질렀으니 세계 어느 누구도 우리를 돌봐줄 필요가 없다. 우리가 그 모든 짓을 자행했다. 정당화할 수가 없다.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그러니 이제는 우리가 베풀어야 한다. 독일은 이제 특혜를 누리는 위치에 있다. 사회, 헌법, 경제가 그렇다. 이제 되돌려줘야 한다. 이것은 의무이다. 강요된 것이 아니라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의무이다." 

 

 사실 이런 말을 하기가 쉽지 않다. 자국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세대가 아닌 전세대의 잘못을 연대의식에 의해 반성하고 의무를 가진다는 것이 흔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세대가 잘못과 동시에 큰 혜택을 후세대에 전해줬고 그 혜택을 누리는 세대이긴 하다. 하지만 그냥 당연한듯이 누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신네들이 강하니까 그런 거라면서.. 이런 상황이니, 바른 역사의식과 연대의식이 동반하지 않았다면 절대 가능하지 않았을 일이다. 또 용기도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

 

 그런 의식을 바탕으로 파괴된 마을을 재건하는 ’녹색헬맷’을 재건한 그가 크게 인상에 남았다. 그런 그가 말하는 결혼생활은 무척이나 실용적이고 아까울 것이 없는 것 같았다. ’모든 에너지를 모아 일에 시너지를 내는 것. 이것이 정상적인 사회적 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선 독일인의 장점이 많이 보인다.

 



 

 생각해보길.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생각해보길. 지긋한 나이에 저런 익살을 지닌 사람이 한국에 몇이나 될지. 영국도 한국 못지 않게 ’체통을 지키시오.’라는 말이 빈번할 것 같은데 이 사람은 데니스 힐리로 영국의 종신직 상원의원이다. 재밌는 사진이다.

 



 

이 분은 ’딕 브루너’.  누가 부르노가 아니다. 이 사진을 보니 인상이 너무 푸근하고 느낌이 좋았다. 또, 슈바이처가 왠지 떠올랐다. ^^  바로 이 미피 캐릭터를 탄생시킨 작가다. 이 캐릭터는 눈에 익지만 작가는 몰랐는데 이 참에 알게 됐다.  

 

                     

 



 

 

왼쪽이 빌리 코놀리, 오른쪽이 브라이스 코트나이다. 빌리 코놀리는 코미디언이다. 그는 이와 같은 말로 충고를 해주었다.

 

- 원맨쇼가 내 생업이다. 코미디를 하기 위해 태어났다. 나는 그것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코미디를 하기 위해 태어났으니, 코미디가 직업인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불교에 "네가 꼭 해야 할 일을 찾아 그 일을 하라."는 말이 있다.
 "네가 어떤 것에 끌리는지 잘 살펴봐라. 어느 가게 창문에 눈길이 가는지 생각해보라." 마음이 끌리는 것은 실수가 아니가 뭔가 나에게 "이게 네가 가야 할 방향이야."라고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가 끌리는 일을 할 때, 그것은 그냥 직장을 다니는 것과 다르다. 자기가 꼭 해야 하는 일이라 여기게 되고, 자신의 존재 이유가 된다. 그것이 아침에 일어나야 하는 이유가 되고, 기분 좋게 일어나게 되니 멋진 일이다. 


 

 자신의 방향에 대해 명확한 확신이 안드는 사람은 이 말이 무척 가이드가 되리라고 본다. 라이프 어드바이스 못지 않게 결혼관에 대해 알 수 있는 내용도 있는 코미디언이라 그런지 웃음을 주는 내용이 많다. 그렇다고 결코 가볍지는 않다. 단지 솔직하다. 한국에선 아직 공식상으로 성적 내용을 언급하지 않으니 자유롭고 개방적이게 보이겠지만 솔직하다고 해서 개방적인 건 아니다. 그또한 일부일처제를 옹호하고 가정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니까. 상상까지 막을 수 없는 노릇이다. 한국은 성적 호기심이 가장 높은 나라면서 쉬쉬 하고 할껀 다하고 소중한 걸 종종 잊어버릴 때가 많다. 조금 음흉한 편보다 솔직하지만 지킬 껀 지키고 소중함을 아는 것이 더 멋진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 현실이란 없습니다. 있는 건 현실에 대한 나의 해석이지요. 심지어 객관성이라는 것조차 매우 주관적인 해석입니다. 우리는 자신 속에 이런 모순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지요. -- 마시모

 

 

 고개를 많이 끄덕였던 말이다. 아무리 객관적이라 해도 결코 한 주관에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런 것 때문에 다툼이 일어나고 애매하고 딜레마적인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이겠지. 그럴땐 가장 옳은 쪽으로 다가서려고 노력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생각나는군.

 

 언젠가부터 L.O.V.E 라는 것이 환상과 현실이 구분된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사랑을 하며 살아가지 않으면 고독한 존재며 사랑이 성숙하는 자리에 관용이 생긴다는 게 썩 나쁘지만도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경우엔 아직 도를 더 닦아야 할 단계라 관용이라는 습관이 쉽게 몸에 베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런 습관을 지닌 사람이 부럽다.

 

 각자 자기들 자리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의 지혜란 무엇일까. 결혼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사실 크게 새삼스러울 것은 없는 말이지만 하나같이 마음에 새겨지는 말들이기도 하다. 일반인도 평소 때 이런 생각을 늘 하는 건 아니지만 누군가 물어온다면 모두 자신마다의 철학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행복해 보인다. 그게 일반인의 다양함중에 나올 수 있는 부정적 생각에서 조금 비껴갈 수 있는 경우라고 할까.

 

 멋진 책이고 멋진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도 멋지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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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가게 바벨의 도서관 2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하창수 옮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 바다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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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지웰스

 조지웰스는 집안이 가난하여 독학으로 대학을 졸업하였다. 《타임머신》, 《투명 인간》 등 공상 과학 소설 100여 편을 썼다. 차차 사회를 개선하기 위한 의견을 제시하였으며, 국경이 없는 세계 국가를 만들어 민족간의 싸움을 없애자고 하였다. 1905년 〈근대 유토피아〉 이래 문명 비평에 관심을 가져 '페이비언 협회'에 가입하였다. 그는 제 1차 세계대전을 '모든 전쟁을 종식시킬 전쟁'이라며 환영했으나 당시 상당히 널리 퍼진 이 망상은 그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잔인한 현실로 보여주었다. 

 국제펜클럽(International PEN)은 국제 문학인 단체이다. 영국 런던에서 1921년에 창립되었다. 조지웰스는 조지 버나드 쇼와 아서 밀러, 하인리히 뵐과 함께 유명 회원이기도 했다.

 이 단체의 설립 목적은 세계 각국 작가들간의 우의를 증진하고 상호이해를 촉진하는 것이다. 펜(PEN)이라는 이름은 본래 "시인"(Poets), "수필가"(Essayists), "소설가"(Novelists)의 머릿글자를 따와 만든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장르 구분 없이 번역작가, 언론인이나 역사가 등 작가 일반을 포함하고 있다.

 국제펜클럽은 표현의 자유 옹호를 위해 노력한다는 목표 아래 국가 권력으로부터 박해받거나 필화로 인해 수감된 작가의 보호와 후원에 앞장서 왔다. 소외된 나라에서 발표된 문학 작품을 번역 출간해 널리 알리거나, 우수한 작품을 발표한 작가에게 문학상을 수여해 문학 발전을 꾀하는 일도 담당한다. 매년 국제펜클럽 회의를 열고 있다. - <위키사전 참조>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허버트 조지 웰즈를 사숙하면서 소설과 과학을 익혔으며 작품 [개미]에서 존경했던  조지 웰즈를 염두하여 에드몽 웰즈라는 인물을 고안하였다. 헬렌은 설리번의 추천으로 조지 웰스의 《신세계(New World for Old)》를 읽으면서 사회주의에 눈이 떴다고 말했고,《우주전함 야마토》, 《은하철도999》 등으로 유명한 마스모토 레이지는 소년시대부터 허버트 조지 웰즈의 공상과학 소설을 애독하며 자랐다고 한다.


 보르헤스는 '웰스는 모든 공상과학소설을 반서기 앞서 예시하고, 그것을 넘어선다'고 평했다. 또, 쥘베른의 단순한 예측과는 달리 웰스는 자신의 꿈이 실현되지 않기를 바랐다고 말한다.

 웰스는 거대한 물질의 힘과 화합하느냐, 아니면 소멸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놓였다. 그는 야만과 문명 파괴로 되돌아가지 않을 유일한 대안으로서 세계 제국을 만들 것을 주장했다. 제 2차 세계대전에선 자신이 제일 두려워한 것들을 확인했다. 즉 인간이, 과학이 가져온 힘을 통제하지 못하고 무자비하게 죄악의 길로 행진해 가는 것이었다. 극단적인 그의 비관론은 그가 여든의 나이로 사망할때까지도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영상글밭 사하 연구원 박혜선씨의 의견에 의하면,“문명의 발전이란 부질없이 쌓아 놓은 것에 불과하며, 마침내는 문명을 세운 사람들 머리 위로 무너져 내릴 것이라는 게 그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미래는 여전히 공란으로 남아 있는 미지의 세계이다. 미래는 시간 여행자가 들려준 이야기에는 모두 담을 수 없을 만큼 광대한 미지의 세계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사람의 진짜 모습이 감추어져 버릴 수 있다는 걸 우리들 중 그 누구도 알지 못해요." -188p

 "사람들은 자신이 무얼 갖고 들어왔는지 아무도 몰라요. 그래 놓곤 그걸 보고 놀라는 거죠!" -192p


 '당신은 어쩌면, 이 기분을 이해할 것이다. 불길한 일이 일어났을 때,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심장도 멈추어 버린 것 같은 느낌. 평상시의 자신이 아닌 것 같은, 긴장감도 평온함도 모두 달아나 버린 것 같은 느낌. 느긋함도 없고 조급함도 없는, 화가 나지도 않고 두렵지도 않은 그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나는 바로 그런 상태에 놓여 있었다. - 197,198p


 [마술가게]단편집, [타임머신],[투명인간],[우주전쟁]등을 비롯한 웰스의 여러 작품에는 디스토피아적 암시와 미지의 세계가 드러난다. 단편 '수정계란'에는 화성과 지구에서 수정을 통해 서로의 모습을 관찰하는 화성인과 지구인이 나오는데 이 사실을 깨닫게 된 '케이브'라는 남성이 결국 죽고 수정의 행방을 알 수 없어 오리무중이 되버린다. 그러나 '케이브'의 죽음에는 뭔가 특별한 점이 있다는 것을 웨이스는 알고 있다. 하지만 결국 아무도 알지 못할 일이 되버린다. 웨이스는 뭔가에 대한 어렴풋한 윤곽은 알 것 같지만 정확한 것을 알지 못한다.  

 '어떤 환상도 현실을 충족할 순 없는 법이다' 결국 마무리는 이런 문장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벽안의 문', '플래트너 이야기', '고 엘비스햄 씨 이야기', '마술가게'는 모두 일반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게다가 증명하기 힘들게도 모든 당사자들이 행방불명이나 죽음으로 이야기에서 벗어나버린다.  


 환상소설. 내가 좋아하는 장르다. 종종 이 장르를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았다. 어차피 그 사람은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이고 취향도 없는 사람이었는데도 문득 오기가 생겨 전혀 그렇지 않는다는 걸 증명해 보이려 한 적이 있었다. 다소 옆길로 새버리고 설득을 제대로 못하긴 했지만 그 사람의 말은 결코 옳지 않다는 걸 확신한다. 환상의 뜻을 찾아보면,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이라고 나오는데 그 '헛된'이라는 형용어가 왠지 찜찜하다.

 환상소설은 무한한 상상력의 범위와 그 상상력의 부분적 요소가 어떤 식의 성과들을 이루어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인간이 생각을 하고 기록을 남길 수 있었을 때부터 만일 '환상'에 대한 동경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 많은 아름다움과 놀라움과 지성들이 유지되고 진행될 수 있었을까. 그 환상이라는 요소 때문에 지금의 이 모든 게 가능했으리라고 생각한다.

 모두 각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기 머릿속에 환상을 가지고 있다. 믿음 또한 환상의 요소가 아닐까. 그러니 환상은 지금의 여러가지 산물을 있게끔 한 원동력이다. 환상소설은 지적인 힘을 다분히 지니고 있으며 그 속에서 얻게 되는 것은 산물로써만이 아니라 유쾌함과 즐거움, 재미와 호기심. 여러가지 흥분적인 감정을 경험하게 한다.
 
 보르헤스의 철학적, 문학적 세계는 '모든 형이상학은 환상 문학의 한 지류이다'라는 인식으로부터 시작된다. 환상 소설은 정해진 형태가 없으며 같은 글을 읽어도 다른 이미지로 상상할 수 있다. 우리는 비밀의 문을 열때부터 이미 알 수 없는 세계에 한발짝 내딛게 된다. 그 세계에서는 확실한 키워드를 만들 수 없고 출구도 찾을 수 없다. 그저 그 세계가 이끄는 흐름에 자신을 내맡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환상문학의 특성들로는 '단절과 공포감', '애매성과 의혹'을 들 수 있다. 환상은 그 자체로 일상이란 현실 속에 단절을 만들어 내고 이러한 현실 세계의 느닷없는 단절은 자연스럽게 공포감을 유발시키게 된다. 공포를 유발하는 초자연적 현상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독자는 현상에 대해 어떤 추측만을 할 뿐, 뚜렷한 확신에는 이르지 못한다. -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조지 웰스의 작품은 그런 환상 문학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고 사람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주제를 끄집어내 자신만의 상상으로 기발하고 참신하게 장식했다. 웰스의 상상은 과학적 이론들과 연결되는 것들이 많았는데 그의 상상력이 발휘된 소설 때문에 실제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타임머신은 특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이론으로써는 가능할 수 있는 것이고 투명인간 또한 요즘 연구하는 종목이기도 하다. 
 

(참고자료)
 - 실제로도 투명인간이 된 사람이 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1987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한 남자가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뒤에서 경찰차가 비상 사이렌을 켜고 쫓아왔다. 남자는 경찰을 보고 바위처럼 얼어붙었고 그런 남자를 보자 경찰들이 깜짝 놀라기 시작했다. 경찰들은 운전자 없이 자동차 스스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지금껏 추격했다는 것. 남자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투명인간이 돼 있었다.

1973년, 영국 런던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한 남자가 편의점에서 계산을 하기 위해 계산대로 가자 점원이 자신을 의식하지 못한 채 다른 손님을 먼저 받았다. 이후 남자는 뒤에 있는 손님들에 의해 부딪쳐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런 남자의 모습에 다른 손님들과 점원이 화들짝 놀랐다. 남자가 유령처럼 순식간에 나타났다는 것.

투명인간에 대한 관심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그리스 신화의 신 중 하데스는 '안보이는 자'라는 뜻으로 그의 이름은 지상으로 나들이 나왔지만 투명모자가 있어 아무도 그를 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중국 일본 인도의 신화 중에서는 특정 나무에서 떨어지는 씨를 먹으면 투명인간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

과학자들은 정말 이 '투명인간'이라는게 존재하는지, 가능한건지에 대해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과학적인 허점 때문에 투명인간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투명인간이 되면 눈의 수정체도 투명해지고 결국 본인 스스로도 다른 물체를 볼 수 없다는 것.

그러나 2003년 일본 도쿄대의 한 교수는 특정 망토를 입으면 투명인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얼마 뒤 이같은 주장은 단순히 눈속임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나 이를 들은 영국의 한 물리학자는 메타 물질을 이용하면 투명인간이 가능한 장치를 개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자연 물질의 한계를 넘어서는 메타 물질을 통해 연구에 돌입했고 실제 물체를 투명하게 하는 장치를 개발해냈다. 메타 물질로 망토를 만들면 입은 사람 역시 빛을 굴절시켜 투명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

 - 뉴스엔의 백지현씨의 기사 중
 
 웰스는 환상소설은 한 가지 환상적인 사실만을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은 경이로운 일을 쉽게 믿지 않는 의심 많은 시대에 상응하는 말이다. -12,13p

 [마술가게]에 수록된 단편들 중 어느 것이 가장 괜찮다고 꼽기 힘들만큼 모두 흥미롭고 매력이 가득한 이야기들이다. '벽안의 문'은 처음에 '비밀의 화원'을 떠오르게도 했는데, 그보단 영화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과 유사한 구조를 지닌 것 같았다. 파르나서스 박사가 명상을 하고 있을 때 거울의 문을 통과하면 자신이 상상하는 것과 박사의 상상의 경계 속에서 행복한 환상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파르나서스 박사의 명상이 흐트러져 상상이 부정적이면 거울속으로 들어간 사람은 끔찍한 환상을 경험하게 된다. 물론 주제는 다르지만 거울과 문이라는 매체를 통해 들어가 환상을 경험하고 파르나서스의 명상의 종류가 어떤 특정 요소에 의해 변화가능해지면서 생기는 예상할 수 없는 결과와 벽안의 문을 발견한 남자가 늘 찾을 수 없고 느닷없이 찾게 되는 문이 지니는 불확실성이라는 어떤 구성적인 요소가 닮아있다.  

'플래트너 이야기' 또한 상대성 이론을 떠올리게 하면서 시공간여행이 생각나게 했다. '고 엘비스햄씨 이야기'는 '개구리왕자'동화를, 마술가게는 영화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감독이라면 조지웰스의 많은 작품들을 모티브로 삼고 영화를 만들고 싶을 것이고 작가 또한 아이디어를 얻기 매우 유용한 창고가 바로 조지웰스의 작품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실제로 이후의 많은 작가와 감독들의 작품에서 웰스의 작품과 비슷하거나 연장된 작품들이 많이 볼 수 있다. 
 

 

ex) 205p - 18번째줄 오타 '상당히 널린 퍼진'에서 널린-> 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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