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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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의 아버지는 자식과 함께일때만 비로써 온전한 한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다. 그로 인해 마커스 또한 분명 온전한 일인으로 삶을 살아갈 수가 없다. 마커스는 마커스라는 일인이 되기 위해 시도를  하지만 이것으로 인해 그의 아버지의 집착이 광기로 변하는 것을 보게 된다. 결국 마커스는 죄책감을 느끼지만, 그럴수록 아버지에게서 최대한 멀어지려고 한다.

 마커스가 올리비아를 만나지 않았더라도 마커스의 짧은 생의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인간은 다른 동물의 세계처럼 자연계의 흐름대로 살지 않는다. 인간의 세계에는 좀더 많은 모순과 부딪힘, 결핍이 사회적 활동들과 엮이어 있으니까. 그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달리 바라는 게 없으며 자식이 독립을 할때까지 전적으로 보살펴주는 것은 오히려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에게서 더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인간은 사회적 위치와 남보다 낫다는 차별의식 같은 것들 같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는 것들이 끼어드는 이상 다른 동물들이 보여주는 미덕을 지니기가 힘들다.

 아버지의 품에서 처음으로 한발자국 벗어나 대학에 간 마커스는 거리가 떨어져 있다 한들 언제나 자신의 일에 유난히 집착했던 아버지가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같은 학교였다는 이유만으로 문제를 일으킨 아이가 자신의 아들에게도 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마커스에겐 과대망상, 과잉보호로 느껴지고 이것은 곧 스트레스로써 그를 압박한다.

 마커스는 자신이 나쁜 길로 빠질까 노심초사하는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기껏해야 몇킬로미터 떨어진 대학기숙사일 뿐이다. 마커스의 첫 룸메이트 플러서는 병적인 성격을 가진 게이로 일종의 사회생활 범주의 첫번째로 마커스와 트러블을 일으키는 인물이 된다. 부모의 물질적 희생으로 대학을 다니게 된 마커스는 그 보답으로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고 일도 해서 생활비와 학비에 보태야만 했다. 그러려면 밤에 잠을 잘 자야 했지만 하필 플러서는 밤마다 잠도 안 자고 노래를 틀어놓고 시끄럽고 무례하게 굴었다.

 대화로 플러서를 설득할 수 없었던 마커스는 방을 바꾸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바뀐 방의 룸메이트 또한 썩 마커스와 맞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차에만 관심이 많은 엘윈은 주위의 다른 모든 것에 무관심하고 인간관계에 대해 무심하다. 처음에 마커스는 그런 엘윈이 편했지만 자신이 올리비아와의 열정적인 경험에 대해 토로할 때조차 벽처럼 구는 엘윈은 그야말로 무의 존재보다 더 허무한 감정을 일으키게 한다. 하지만 마커스가 엘윈에게 진정 격분을 느꼈던 것은 엘윈이 올리비아를 '씨발년'이라고 한 것 때문이었다.

 마커스는 올리비아를 좋아했다. 그런데 엘윈이 마커스가 좋아한 올리비아를 하등 인간 취급하며 천하게 여긴 것이다. 물론 마커스 탓도 있었다. 그가 엘윈에게 올리비아와의 프라이버시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다면 벽 같은 엘윈이 그런 말도 내뱉지 않았을 테니. 마커스에게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이를테면 프라이버시에 관한 이야기를 해도 서로 존중하면서 유대관계를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인간관계같은.  그러나 두번째 룸메이트조차도 마커스에겐 지겨운 인간으로 판명나면서 결국 그 방에서도 나와 아무도 살고 싶어 하지 않는 독방으로 옮겨간다.

 아버지의 품에서 벗어났음에도 세상에 나와 첫만남으로 만나는 인간들은 마커스와 전부 대립되는 인물들 뿐이다. 그런데도 대학의 학과장은 마커스 자체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늬앙스를 풍긴다.

 마커스는 진정 자유롭고 싶어하고 진정 독립적인 인간이 되고자 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품에서 벗어나자 마자 바로 권위적인 학교의 제도 앞에서 울분을 토한다. 학교를 다니기 위해선 채플에 꼬박꼬박 참여해야 하고 학교재정이 정한 규율에 부족한 학생이 되어서도 안되고.. 마커스의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하는 그 모든 상황들이 마커스를 흥분시키고 결국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한 마커스는 학과장 앞에서 욕설까지 내뱉는다.

 마커스가 신의 개념을 반대하는 버트런트 러셀을 존경하는 것에서도 마커스가 어떤 사상을 가졌고 어떤 신념을 지지하는지 알 수 있다. 이는 곧 종교인인 학과장으로부터 반하는 사상이기도 하다.

 
 구역질이 나올 만큼 역겨워도 해야만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39p
 
 마커스가 아버지가 닭을 손질하는 것을 보고 역겨워도 그것을 따라할 수 밖에 없었듯이 학교에서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게 모든 것이 어긋나고 뒤틀리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결국 마커스는 자신의 참을성이 한계의 극한까지 몰렸고 답답함을 견디지 못한 그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운명이 기다린다.

 그다지 신뢰성이 없는 서니 코틀러가 제안해준 채플 대리 출석으로 마커스 대신 나가야 하는 지글러가 들키는 바람에 마커스는 결국 한국전쟁의 군인으로 징집된다.

 마커스의 죽음은 소설의 주제를 더욱더 강조시킨다. 마커스가 죽자 얼마 안되어 역시나 그의 아버지 또한 죽음을 맞이한다. 마커스가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면 '팬티습격사건'이 있던 날 밤 그 사건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었던 엘윈은 허무하기 짝이 없이 죽어버린다. 마커스가 청춘의 얄궂은 운명에 의해 전쟁터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처럼 엘윈 또한 바보같은 죽음이긴 하지만 청춘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와 같이 '팬티습격사건' 또한 청춘들의 한바탕 이슈로 삼각구도를 이룬다.

 몇몇의 한국 청소년들이 '팬티습격사건'과  비슷하게 무모하고 분별의식 없는 청춘을 불사르는 사건으로 한바탕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일명 '졸업식 알몸 뒤풀이'로 인터넷을 돌고 돌던 동영상과 사진들이 사건의 내막이다. 이 사건은 일파만파 논란거리가 되었고 결국 2011년 졸업식엔 이런 엽기적인 행동을 막고자 경찰들이 학교근처에 배치되었다.

 청춘. 마커스와 그 외에 다른 이들이 보여준 청춘의 일부 모습들은 자유와 한계, 학교와 사회 규율의 범위을 연상시키게끔 하기도 한다.

 필립 로스는 이 작품에서 구체적인 상황의 모습들을 역력하게 표현해냈다. '필립 로스 식'이라는 표현을 이해할만하다. 

 

ex)
 쇠고기에서 내 두 손으로 뚝뚝 들었고.. - 46p  문장 어색한 것 같습니다. '뚝뚝 떨어졌고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요?
 64p -8째줄 영원이 - >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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