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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유전자
톰 녹스 지음, 이유정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인간의 폭력성은 한계가 없다. [카인의 유전자]를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었다. 잔인한 방법으로 일어난 살인사건 소식을 들으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살인범은 자신이 죽인 시체를 보면 악몽을 꾸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다. 잔인한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요즘엔 세상이 흉흉해졌다고 말들 하곤 한다. 근데 역사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읽어보면 옛날은 더 잔인한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지금은 세계화가 되면서 저쪽 세상일을 이쪽 세상이 알고 이쪽 세상일을 저쪽 세상이 알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걸러지지 않은 잔인한 소식들또한 함께 공유가 되면서 규탄하고 개선하려고 하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 저쪽 세상에서 일어난 일은 그쪽에서 묻히면 끝나는 일이었다. 그러니 이쪽 사람들은 저쪽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알려지지 않은 일들 중에 너무나도 끔찍한 일들이 많아 아예 모르고 싶은 것들이 많다.
[카인의 유전자]는 정보검색이 아무리 대중화 되어 있다는 인터넷으로 찾아도 거의 알 수 없는 전문적인 내용이나 정보들이 곳곳에 서술되어 있는데, 이게 정확한 사실인지도 확인할 수가 없다. 가령 카고라는 민족이 정말 식인종이었는지, 그들만이 그런 유전자를 가졌는지에 대해서도 어려운 의문점이 남는다. 그리고 유전자에 새겨진 식인 본능이 살아나지 않는 카고인 중 예외가 있다면 그들 민족 전체의 유전자에 식인 유전자가 있다고 판단할 수도 없지 않는 것 아닌가. 가령 소설에선 마지막 카고인 엘로이즈에게는 카고인 특유의 유전적 특징이 없었다.
또 하나 의문은 그들의 카니발리즘이 그들 민족이 아닌 어떤 특유의 사람에게도 나타나기도 한다. 악질적인 살인마들 중에 식인을 행한 비정상적인 인물이 제법 있었다. 그들은 카고인이 아니었고 다양한 인종에 퍼져 있었다. 유럽인, 유태인, 심지어 중국인, 일본인 중에도 있었고 한국인.. 동양인도 있었다. 식인을 하는 것이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면 나라 곳곳에 퍼져 있던 다양한 인종들의 식인 문화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한 민족으로 이루어진 나라에서 만일 식인종이 나온다면 그 민족 자체의 형질에 식인 유전자를 지닌 형질이 있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몇몇 비정상적인 식인종을 가진 민족 전체를 그런 유전자를 가질 가능성이 있는 민족으로 볼 수 있을까. 그렇게 치면 안 그런 나라는 또 얼마나 있고 그런 나라가 과연 유전자 우등 나라라고 볼 수 있을까..
몇몇의 광기 어린 미친 유전자를 가진 국민 구성원 때문에 나라 전체의 격이 떨어진다니. 참. 나치라는 게 말도 안되게 우습고 유치하다.
진화라는 게 늘 좋은 방향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책 속에서 제기되는 홀로코스트 안에 숨겨진 거대한 진실에서 유대인의 우월한 유전자를 발견해내며 오히려 히틀러의 학살 정책 때문에 유대인들의 우월한 유전자들이 진화되었다는 내용이 언급된다. 그리고 카고의 유전자에게 발견해낸 형질은 어떤 인간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누구의 것과도 같다 할 수 없는 것이 나오는데 이것 때문에 인종이 차이가 있다는 것이 증명된다. 즉, 열성과 우성의 유전자가 인종마다 다르다는 말인데, 그렇게 되면 어떤 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더 우월하다는 말이 성립되기도 하는 것이다.
인간 외의 동물들의 진화 형태가 발전적이라기 보다는 생존력에 달린 문제라면 인간의 진화는 바로 뇌의 문제다. 지능적인 영역이 발전하는 것에 따라 생존 능력이 더 강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카고들이 고립된 생활 속에서 근친상간을 통해 다양한 종이 번지지 못해 장애를 가지거나 극심한 폭력을 보이는 형질이 많이 유전되어도 진화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같은 환경에 있었던 유대인은 그들의 종교와 지성을 중요시하는 풍습에 따라 지적인 사람들이 인기가 많았고 이들이 자손을 남기고 생존력이 강해지면서 그 자손이 다시 윗자손의 좋은 형질을 물려 받고... 그렇게 되면서 우성 유전자가 강력해지면서 불리한 여건속에서도 진화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유대인은 결국 종교와 지성을 사랑하는 대대로 내려오는 습관 때문에 좋은 형질의 유전자가 대대로 이어지면서 더 강력하게 되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소설에서 인간의 진화라는 말은 좋은 쪽으로 변화되는 형질을 말할 때 쓰이는 데 그것이 아리송하게 만든다.
과학적인 면과 가치판단의 면에서 해소되지 않는 점과 딜레마들이 많았지만 소설의 재미와 흡인력, 서스펜스는 강력하기 그지없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군더더기 하나 없고 결말로 다가갈수록 긴장과 흥분을 놓칠 수 없다. 가장 공포적으로 본 영화는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이었고 가장 무섭게 본 책은 지금까진 ’카인의 유전자’가 아닌가 싶다.
별별 희안한 병명을 알게 되기도 하고 또, 별별 끔찍한 고문법을 알게 되기도 했다. 마녀사냥, 고문법에 대해서 나름 다른 책에서도 읽은 적이 있었지만 이 책에 나온 ’매듭짓기’는 이제 이 단어 자체가 꺼려질 정도로 두려워진다.
[카인의 유전자]는 절대 음식을 먹기 전이나 후에 보지 않아야 하고 시간이 빠듯할 때 보지 않아야 한다. 읽다가 책을 놓기는 뒷내용이 너무 궁금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