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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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실시간 검색어를 보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큰 사건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많은 관심을 보인다. 특히 연쇄 살인이라거나 잔인한 사건일수록 사람들의 이목은 집중된다. 사람들은 또,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인다. 살인사건과 연예인의 사생활의 이야기가 이슈화되면 사람들은 급관심을 보이면서 각양각색의 반응들을 보인다. 이런 시기가 지나가고 잠잠해질 때 가장 시끄러웠던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변화가 별로 없지만 사건 당사자들은 한동안 자신들에게로 미친 지나친 관심으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다. 그런데 살인 사건의 경우엔 범죄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이슈화 됐을 때 자칫 범죄나 범죄자에 대해 너무 가볍게 다루는 경우가 많이 있다.

 사람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 그런 것인지 범죄자를 옹호하는 이도 생기는데 내 생각에 범죄 또한 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도둑질과 살인을 하는 도둑질은 다르고 그냥 살인과 토막 살인은 또 다른 것이다. 내 가족이나 혹여 얼굴만 본 아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잔인한 최악질 범죄의 희생자라면 눈이 뒤집힐 정도로 분노가 인다. 그런데 범인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피해자의 인권은 누가 보호해주나.. 피해자는 범죄자에게 무참히 밟힌 현재와 미래 그리고 절망을 평생 안고 가야 한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범죄자에게 복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법도 없다. 피해자가 자신을 짓밟은 가해자에게 복수하고 또 인권을 보호받으면 되겠지. 그러나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영원히 복수는 계속되고 악질적인 범죄는 도를 지나쳐 상상하기만큼 고어적인 범죄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법은 억울한 사람들에게 정의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 법은 정의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정신이상자는 왜 형량을 일반인처럼 치르지 않아도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병이라서 그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건가? 그럼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 중에 정신이상자가 아닌 사람은 말이 되나 싶다. 제 정신이면 그렇게 잔혹한 짓으로 사람을 죽이기는 상식상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운한 삶을 살아왔던 범죄자의 과거로 역추적해 들어가면서 그의 불행을 이해하고 동정심을 사려는 것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럼 그런 삶을 살면 다 그 남자처럼 괴물이 되어야 하는가.. 만일 부정부패를 일삼고 이익을 일삼는 공권력에 도전하는 범죄자라면 이해할 수 있고 공감도 간다. 여태까지 내가 비난한 괴물은 바로 아무 이유 없이 다른 사람을 해치고 잔인한 방법으로 신체의 일부분을 도려내며 엽기적인 행각을 하는 그런 범죄자 유형이다.

 하지만 한가지 항상 마음에 걸리는 건 그런 정신 나간 범죄자라도 자신의 가족이 있을 경우 그 가족 또한 피해자일 경우도 있다. 가족은 멀쩡한데도 불구하고 미친 범죄자가 자신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고통 받고 영원히 트라우마와 노이로제에 시달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범죄자의 신상이 낱낱이 파헤쳐져 그 가족까지 피해를 보는 것은 안된다. 그것 때문에 범죄자의 신상을 보호해야 하나.라는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그래서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모방범]은 그저 살인범을 찾고 피해자들을 나열하는 소설이 아니다. 그 안에는 많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인식과 한 개인 개인의 인생사들이 얽히고 섥혀 뱉어내는 여러 결과들을 통해 독자의 도덕성을 시험한다.

 "막연한 사회적인 분위기에 호응해 이런 유의 범죄가 일어나는 게 아닌가 하고 다케가미는 생각했다. 오해를 각오하고 말하자면, 범죄란 '사회가 갈구하는'형태로 일어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111p

 이 말은 쉽게 호응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면서도 함께 드는 생각은 그런 점도 있다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이런 유'의 범죄를 은근히 기다리고 있다. 뭔가 대박을 찾는 사람, 인생이 지루해서 그런 사건이라도 터지길 원하는 사람, 혹은 등등등.. 그들은 내 일이 아니면 상관없다는 의식이 밑변에 깔려 있다. 그런 일은 자신에게 벌어질 일 없다고 느낀다. 남의 일이라면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피해자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보단 범죄자이다. 남의 일이라면 사람들은 모골이 송연해지도록 섬뜩한 사건과 범죄자에게 호기심을 기울인다.

 "살해 당한 다음 토막으로 잘려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피살되어 공원의 미끄럼틀 위에 방치되고, 백골로 변해 남의 집 문 앞에 버려진 그런 살인사건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지탱하고 있는 광고는 아름답고 생동감 넘치는 젊은 여성의 영상뿐이었다. 어쩌면 그런 영상들이 어떤 유의 위험한 상상력을 가진 인간의 마음에 강한 자극을 주는 게 아닐까. 중략.. 광고 속에 난무하는 젊은 여성들의 화려한 모습이 그 상품의 선전이 아닌 어떤 다른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냥 장난감이라고.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고, 붙잡아도, 죽여도, 땅에 묻어도,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는 장난감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349p

 349p는 섬찟하리만큼 인간을 상품화하는 오늘날의 모습과 삭막함을 잘 드러내주는 내용이다. 광고는 그걸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친다. 굶어서 살을 뺀다는 의식이 전혀 만들어지지 않은 중국에서도 미국의 문화가 영향을 끼치면 몇몇은 TV속 광고 모델을 보고 그 몸매를 따라하기 위해 살을 빼다가 결국 거식증에 걸릴 수도 있는 것이다.

 잔인하고 포악하고 난폭하고 흉학하고 잔혹하고. 이런 점이 강하게 발달된 인간보다 더 무서운 괴물이 또 있을까..

 [모방범]은 긴 시간 동안 여러모로 나를 안달하게 했다. 인간의 심리에 대한 파악과 통찰력에 대한 묘사는 일상 내에 틈틈히 떠오르게 하여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다 주었다. 결국은 사건이 아닌 인간에 초점을 맞춘 이 책 속에서 나는 무엇을 발견했는가.

 어쩌면 모든 것을 이기는 슈퍼맨이고 배트맨이고는 개인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개인의 마음 속에 슈퍼맨이 있고 배트맨이 있다면 그 모든 악의를 극복하고 정.의. 가 부활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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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 누구나 말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조준현 지음 / 카르페디엠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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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본주의]는 자본주의라는 개념을 명확히 들여다보기 위한 책이다. 다소 공격적이고 표현이 과격한 부분도 있어 그 점이 주목을 끌게 하는 데 어떤 점은 너무 자기 주장이 강해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지 의아한 부분도 조금 있었다.


 83p에서부터 이후의 몇페이지까지는 장하준의 [사다리 걷어차기]를 언급하며 그가 말한 보호주의에 대한 주장에 대한 강한 반박을 한다.  장하준은 "사다리를 타고 정상에 오른 사람이 그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것은 다른 이들이 그 뒤를 이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수단을 빼앗아 버리는 행위로, 매우 잘 알려진 교활한 방법"이라는 문장으로 보호주의를 옹호했는데 이 책의 저자의 주장은 다르다. 

 그는 정책의 '누구'의 이익을 추구하는지 물어야 옳다고 말했다. 현실에서 자유무역 제도가 확립된 것은 산업자본가계급이 승리한 결과라고 말하며 보호무역에서 또한 다른 나라의 산업자본과 경쟁해야 하는 산업자본가계급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는 계급을 초월한 국민적 이익이라는 것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후진국을 예를 들며 자유무역을 통해 농산물이 수입되는 것을 옹호한다.


 아이티를 비롯한 많은 개발도상국들의 예를 들며 그들이 보호무역을 통해 자급자족을 한다고 해서 잘 사는 건 아니라며 비교 우위 이론에 대해 설명하는데 문제는, 그의 말대로라면 각자 다른 나라에서 생산해내는 물건들을 최대한 많은 선택의 기회를 가지고 교환을 이룰 때 집단과 사회, 국가와 민족이 더 행복할 수 있다고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경쟁에서 밀린 자국의 생산 체제가 약해져 결국 가격 경쟁 때문에 접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나 둘 주 생산 관련 일을 접으면 결국 이 생산업은 자국에선 찾아볼 수 없어 무조건 외국의 생산물에 의지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는 것이 문제란 말이다. 장하준씨가 우려했던 것도 이것이었다.


 대책이 없으면 몽땅 하나 둘씩 다른 나라것에 의지하는 생산물이 많아질 것이고 그렇게 되다 보면 의지하는 나라와 사이가 나빠지거나 그 나라에 문제가 생기면 자국 내에 문제가 생기게 될 것이다. 아니면 그 생산업이 발전한 나라는 그걸 빌미로 불리한 무역을 하려고 할 가능성도 있다. 어째 그것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을까 의문이다. 기존의 질서가 깨어지면 그와 관련된 여러 세세한 것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니 변화는 그 모든 상황에 대한 대처와 마련이 우선 계획되어져야 한다.


 사실 생산 체계의 일이 한 가지씩 변화하면 서서히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 것들이 간접, 직접적인 형태로 영향을 받게 되있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생길지 누가 알겠는가. 그걸 사람이 데이터화해서 예상하기도 힘든 일이다. 만일 한국이 전적으로 일본의 물건에 의지해야 할 물품이 있다고 치면, 얼마전 발생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일본 지진과 원전 폭발에 따른 위험 요소들에서 어떻게 함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자유무역에 관해서는 저자의 논지는 생각해볼만할 논란이 아직 많이 있다.
 언제는 보호무역을 하다가 언제는 자유무역을 강요한다는 식의 이해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었다며 신랄하게 꼬집어 비난하기도 한다. 특히 206p에서도 장하준의 저서를 언급하며 신랄하게 비판한다. 저자의 비판은 조금 오버되지 않았나 생각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각자가 자신의 견해를 가지고 있을 텐데 어떤 특정 내용을 들먹이며 그것을 무지에서 비롯됐다느니 하는 말은 약간 감정에서 나온 인신공격인 느낌이 있어 좀 그랬다.


 가장 인상깊은 장은 제7장이었다.
 
 기업의 독점 문제에 대해서 언급되었을 때는 삼성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삼성의 비리를 알린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이 1,2권까지 나왔음에도 삼성은 여전히 한국의 독보적인 기업이다. 기업세를 내기 싫어하는 이건희는 TV에서 볼 때는 쩔뚝이며 걸으며 약간은 노장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주는데 그와 관련되어 나오는 기사들을 보면 아직까지도 장장한 것 같다. 이미지화를 통한 동정심 얻기인진 몰라도 그의 탐욕은 나이와 함께 성장한 듯 보인다.  


 '진실을 말한다면 백 사람 가운데 단 한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가진 미덕이 아니라 다른 아흔아홉 사람이 있기 때문인 것이다.' -30p라는 냉정한 저자의 말은 어째 보면 사실이기도 하고 어째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사람도 있고 안 그런 사람도 있다.는 생각이 더 옳은 듯 하다. 그러니까 미덕으로 성공한 사람도 희박하긴 하지만 있긴 있다. 그 점을 외면할 수는 없으니까.


 "자본주의의 생산력을 사람을 위해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산업생산 그 자체가 자연을 착취하고 환경을 파괴한다고 믿는다.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파괴되는 현실을 곧잘 예로 든다. 그러나 많은 나라들에서 숲을 파괴하는 것은 땔감을 구하고자 하는 농민들이다."

  - 이 부분은 어떻게 저자가 단정할 수 있는 지 의문이다. 확실하게 알 수 없는 모호한 내용을 확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저자는 장하준이 증거 없이 주장만 한다고 했지만 자신 또한 마찬가지다. 땔감을 구하고자 하는 농민들이 한 순간에 그렇게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 가능할까.. 숲이 파괴되는 치명적인 이유는 그저 나무를 베어내는 일 때문만이 아니다. 자연을 마음대로 착취하고 오염시켜도 상관 없다는 의식이 바탕이 되어 생산제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한계가 없게 된다.



- "농민들이 스스로 새로운 사회 관계를 만들지 못했던 것은 어던 사회를 건설할 것인가에 대한 자신들만의 전망과 계획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민혁명의 과정에서 농민들이 부르주아계급을 지지한 것은 바로 부르주아지들에게서 그 전망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67p


 "프랑스혁명이 진행되는 동안 정작 총을 들고 싸운 사람은 부르주아지였을까? 당연히 아니다. 혁명의 최전선에서 무장으로 투쟁했던 것은 상퀼로트. 즉 귀족들이 입던 반바지를 입지 않고 긴 바지를 입은 무산계급의 노동대중들이었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 혁명을 부르주아혁명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어도 그때까지는 부르주아지가 모든 근로계급의 이상을 대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혁명이 성공하고 그들 자신이 권력을 잡자마자 부르주아지가 가장 먼저 배신한 것은 바로 프롤레타리아트였다. -113p -

 67p, 113p에 대해선 공감하는 바가 컸다. 책의 표지에 나와 있는 카피를 보면 왠지 장하준의 책 표지에 나온 카피의 문구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비꼬아서 책 속에는 장하준의 주장을 꼬집는 내용들이 많다. 그럼에도 저자의 의견과 장하준이 주장한 내용들 중 같은 것을 추구하는 점이 많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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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유전자
톰 녹스 지음, 이유정 옮김 / 레드박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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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의 폭력성은 한계가 없다. [카인의 유전자]를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었다. 잔인한 방법으로 일어난 살인사건 소식을 들으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살인범은 자신이 죽인 시체를 보면 악몽을 꾸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다. 잔인한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요즘엔 세상이 흉흉해졌다고 말들 하곤 한다. 근데 역사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읽어보면 옛날은 더 잔인한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지금은 세계화가 되면서 저쪽 세상일을 이쪽 세상이 알고 이쪽 세상일을 저쪽 세상이 알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걸러지지 않은 잔인한 소식들또한 함께 공유가 되면서 규탄하고 개선하려고 하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 저쪽 세상에서 일어난 일은 그쪽에서 묻히면 끝나는 일이었다. 그러니 이쪽 사람들은 저쪽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알려지지 않은 일들 중에 너무나도 끔찍한 일들이 많아 아예 모르고 싶은 것들이 많다.
 
 [카인의 유전자]는 정보검색이 아무리 대중화 되어 있다는 인터넷으로 찾아도 거의 알 수 없는 전문적인 내용이나 정보들이 곳곳에 서술되어 있는데, 이게 정확한 사실인지도 확인할 수가 없다. 가령 카고라는 민족이 정말 식인종이었는지, 그들만이 그런 유전자를 가졌는지에 대해서도 어려운 의문점이 남는다. 그리고 유전자에 새겨진 식인 본능이 살아나지 않는 카고인 중 예외가 있다면 그들 민족 전체의 유전자에 식인 유전자가 있다고 판단할 수도 없지 않는 것 아닌가. 가령 소설에선 마지막 카고인 엘로이즈에게는 카고인 특유의 유전적 특징이 없었다.

 또 하나 의문은 그들의 카니발리즘이 그들 민족이 아닌 어떤 특유의 사람에게도 나타나기도 한다. 악질적인 살인마들 중에 식인을 행한 비정상적인 인물이 제법 있었다. 그들은 카고인이 아니었고 다양한 인종에 퍼져 있었다. 유럽인, 유태인, 심지어 중국인, 일본인 중에도 있었고 한국인.. 동양인도 있었다. 식인을 하는 것이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면 나라 곳곳에 퍼져 있던 다양한 인종들의 식인 문화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한 민족으로 이루어진 나라에서 만일 식인종이 나온다면 그 민족 자체의 형질에 식인 유전자를 지닌 형질이 있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몇몇 비정상적인 식인종을 가진 민족 전체를 그런 유전자를 가질 가능성이 있는 민족으로 볼 수 있을까. 그렇게 치면 안 그런 나라는 또 얼마나 있고 그런 나라가 과연 유전자 우등 나라라고 볼 수 있을까..
 

 몇몇의 광기 어린 미친 유전자를 가진 국민 구성원 때문에 나라 전체의 격이 떨어진다니. 참. 나치라는 게 말도 안되게 우습고 유치하다.


 진화라는 게 늘 좋은 방향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책 속에서 제기되는 홀로코스트 안에 숨겨진 거대한 진실에서 유대인의 우월한 유전자를 발견해내며 오히려 히틀러의 학살 정책 때문에 유대인들의 우월한 유전자들이 진화되었다는 내용이 언급된다. 그리고 카고의 유전자에게 발견해낸 형질은 어떤 인간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누구의 것과도 같다 할 수 없는 것이 나오는데 이것 때문에 인종이 차이가 있다는 것이 증명된다. 즉, 열성과 우성의 유전자가 인종마다 다르다는 말인데, 그렇게 되면 어떤 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더 우월하다는 말이 성립되기도 하는 것이다.


 인간 외의 동물들의 진화 형태가 발전적이라기 보다는 생존력에 달린 문제라면 인간의 진화는 바로 뇌의 문제다. 지능적인 영역이 발전하는 것에 따라 생존 능력이 더 강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카고들이 고립된 생활 속에서 근친상간을 통해 다양한 종이 번지지 못해 장애를 가지거나 극심한 폭력을 보이는 형질이 많이 유전되어도 진화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같은 환경에 있었던 유대인은 그들의 종교와 지성을 중요시하는 풍습에 따라 지적인 사람들이 인기가 많았고 이들이 자손을 남기고 생존력이 강해지면서 그 자손이 다시 윗자손의 좋은 형질을 물려 받고... 그렇게 되면서 우성 유전자가 강력해지면서 불리한 여건속에서도 진화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유대인은 결국 종교와 지성을 사랑하는 대대로 내려오는 습관 때문에 좋은 형질의 유전자가 대대로 이어지면서 더 강력하게 되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소설에서 인간의 진화라는 말은 좋은 쪽으로 변화되는 형질을 말할 때 쓰이는 데 그것이 아리송하게 만든다.



 과학적인 면과 가치판단의 면에서 해소되지 않는 점과 딜레마들이 많았지만 소설의 재미와 흡인력, 서스펜스는 강력하기 그지없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군더더기 하나 없고 결말로 다가갈수록 긴장과 흥분을 놓칠 수 없다. 가장 공포적으로 본 영화는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이었고 가장 무섭게 본 책은 지금까진 ’카인의 유전자’가 아닌가 싶다.


 별별 희안한 병명을 알게 되기도 하고 또, 별별 끔찍한 고문법을 알게 되기도 했다. 마녀사냥, 고문법에 대해서 나름 다른 책에서도 읽은 적이 있었지만 이 책에 나온 ’매듭짓기’는 이제 이 단어 자체가 꺼려질 정도로 두려워진다.  


 [카인의 유전자]는 절대 음식을 먹기 전이나 후에 보지 않아야 하고 시간이 빠듯할 때 보지 않아야 한다. 읽다가 책을 놓기는 뒷내용이 너무 궁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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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노운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지음, 권수연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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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노운2.jpg      vs       언노운1.jpg

 

 

 

  좋아하는 배우 리암 니슨과 친근감 있는 다이앤크루거가 나오는 영화 [언노운]은 책과는 내용이 매우 다르다. 그러니까 주인공이 기억을 사고로 기억을 잃고 자기 정체성의 혼란을 빚는 설정만 같을 뿐 세세한 연출과 구성, 트릭과 분위기는 거의 각각 다른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영화 [언노운]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긴 했지만 그것 말고는 모든 부분에서 책 [언노운]보다 완성도가 떨어진다. 대중성을 의식해서 시나리오를 썼다고 하지만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의 연관성이 떨어지고 택시 드라이버로 나오는 여주인공이 영화 속에선 비밀 요원들보다 더 대담하고 강한 이미지로 나온다.

 

 

 책 속에선 마지막부분에서 남자 주인공이 자신의 옛날 모습을 서서히 깨달아 가면서 몸속에 익혀진 능력으로 한때는 자신의 동료였던 비밀 요원들을 처치하는 부분들이 나온다. 그런데 영화 속에선 그런 남자 주인공 자체의 눈부신 활약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역시나 볼거리를 의식하는 영화답게 자동차 추격신은 말도 안된다 싶게 과하게 나오긴 한다. 만일 실제였다면 너무 주위의 관심을 끌어 그 동네 경찰들에게도 쫓겨야 했을것이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경찰들은 잠잠했다. 
 


  책 [언노운]은 기억을 잃고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며 혼란을 느끼는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 새 기억을 주입시켜 사고가 나자 원래 자신이 아닌 주입시킨 기억을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새롭게 흥미를 유발시킨다.

 

 

 주입시킨 기억들이 그가 여태까지 살아온 전 생애를 장식하고 그의 성격까지 바꿀 수 있다.. 어찌보면 심리학적 요소도 다분히 들어 있다. 정말 그럴 수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더불어 식물학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언급된 쟁의 내용들은 흥미를 돋구는 데 한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한다. 특이한 건 영화에선 유전자 변형으로 슈퍼 옥수수를 생산해 기아로 굶주리는 세계 곳곳의 식량을 충족한다는 내용이 나오는 데, 그와 반대로 책에선 유전자 변형을 하게 되면 조금씩 연계된 동물들이 영향을 받게 되어 생태계의 균형을 깨게 되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결과를 내놓는다. 그 때문에 GMO에 대한 비판을 언급하며 그와 관련 대표적 기업이 자신을 공격하는 게 아닌가 하고 주인공이 의심하기도 한다.

 

 

 책 속에는 억지로 끌어다 맞춘 것 같은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없다. 그 점이 더 책을 읽으면서 만족스러웠던 부분이고 흥미도와 가독력도 뛰어나 순식간에 재미있는 소설 한권을 뚝딱 읽어낼 수 있었다.

 

 

 마지막 부분도 책이 더 재미있었다. 뻥뻥 터지고 부서지고 싸우는 임펙트를 강조하긴 했지만 남는 장면이 없는 영화보다는 생생하고 진실성이 있는 책 속 주인공의 새로운 출발이 더 인상깊었다.  

 

 

 그러고보니, 영화에서 눈에 띄는 점이 있긴 했다. 비밀 요원으로 나오는 여자 요원이 호텔방에서 노트북을 켰다가 닫을 때 'SAMSUNG'이라는 글자를 보고 놀랐다. 삼성. 할리우드에 진출했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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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상상의 자유를 사랑한다. 하지만 동시에, 작고 구체적인 디테일들까지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쓰고 싶다" - 인상 깊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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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게 - 제144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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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마을로 전학을 가게 된 신이치는 반 아이들에게서 따돌림을 당한다. 신이치가 따돌림을 당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나루미의 엄마가 신이치의 할아버지가 몰았던 배에서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나루미 또한 사실은 그것이 신이치의 할아버지 탓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할아버지를 비롯해 신이치까지 미워한다. 하지만 곧 그런 자신을 미워하며 신이치와 잘 지내보려 노력한다.

 낯설고 서먹한 분위기에서 홀로 외로운 신이치에게 하루야가 다가오고 둘은 서서히 친해진다. 이들은 함께 근처 바닷가에서 소라게를 주워 관찰하며 가지고 논다. 하루야는 소라게 껍데기에 불로 달구어 속에 있는 소라게가 나오게 하려고 한다. 뜨거운 걸 견디지 못하고 나와서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는 소라게가 있는가 하면 끝까지 안에서 열기를 참고 있는 끈기 있는 소라게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다음 날 신이치는 쇼조와 함께 가마쿠라 축제에 가는데 함께 가자고 하루야에게 제안하고 축제를 구경하다가 쇼조의 이야기를 듣고는  일본의 제일 큰 절을 구경한 뒤 주오암에 가게 된다. 그 곳에서 목이 떨어져 나간 불상들을 보고 둘은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하루야는 왠일인지 그날 이후로 소라게를 언덕에 있는 웅덩이에 옮겨보자는 의견을 내고 신이치는 흔쾌히 동의해서 소라게를 웅덩이에 가지고 간다. 소라게를 관찰하던 하루야는 이 소라게를 태워 소원을 빌자고 말한다. 둘은 소라게를 태워 그 희생을 통해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둘 다 놀이로 생각한 거지 믿지는 않는다. 하루야가 소원을 빌어보라고 하자 막상 무얼 빌지 생각이 나지 않던 하루야는 돈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다음날 정말 500엔 동전을 줍게 된다.   
  

 [달과 게]는 독자로 하여금 작품속 인물들이 미신적인 요소와 배경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것들을 보여주면서 긴장감을 유발시키다가 마지막에 상상적 요소를 걸러내고 사실적 모습의 순수 그대로의 과정을 다시 재연하면서 순수문학적 요소가 짙게 드러난다.


 이 속에서 리얼리티하다고 볼 수는 없는 서술자의 제한되어진 관찰자시점의 좁은 시각에서 독자는 여전히 미스테리적인 부분을 감지하게 된다. 마지막에 신이치가 차도에서 본 것이 거대한 게인지, 하루야인지, 자신인지. 자신조차 헷갈려 하듯 독자 또한 알 수가 없다.


 또 하나의 특징은 신이치가 나로 설정되어진 일인칭이 아닌데도 읽는 사람은 마치 신이치의 시각 위주로 진행되는 일인칭 시점처럼 보게 된다. 신이치가 보고 듣고 느낀 바는 잘 알 수 있는 반면에 스미에의 행동 이면의 생각이나 쇼조의 표정에 드러나지 않는 감정, 하루야의 마음속에서 충돌하는 판단, 나루미의 진심은 그들의 행동과 표정과 분위기를 통해서만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달과 게]의 가장 큰 장점은 미묘하고 복잡한 심리적인 감정의 동요가 세밀하고 섬세하게 그려졌다는 것이다. 오버되면 어색해질 수 있는 감정들의 절제의 묘미가  뛰어나 실감 있는 상황을 연출해냈다. 이 점은 이 작품의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되기도 한다. 원래 이 작품의 작가가 글을 풀어내던 방식은 추리와 미스테리가 주요소인데 ’달과 게’는 꾸준하게 차분하고 진실성에 가까운 방식으로 이끌어 나가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신이치가 자신에게 몰래 나쁜 말을 적어 쪽지를 남겨놓은 이가 다름 아닌 하루야인걸 알고도 크게 흥분하지 않고 조목조목 따지는 모습 또한 조용하고 차분하다.


 신이치가 나루미에게 느끼는 감정, 하루야와의 감정 충돌, 스미에에 대한 서운함, 나루미의 아빠에 대한 증오.. 인물과 인물간의 서로 부딪히는 감정들이 조용하면서도 강하게 표현되며 그 속에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아동학대와 왕따, 부모의 죽음으로 인한 결핍 같은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인식된다.


 동심에서 벗어났지만 성숙하다고 볼 수는 없는 신이치와 하루야, 나루미. 그들의 성장통을 통에 우리 각자는 자신의 성장통을 떠올리며 공감대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문학은 금싸라기를 고르듯 선택된 생활경험의 표현이다. 고도로 압축되어 있어 그 내용의 농도가 진하다. 짧은 시간에 우리는 시인이나 소설가의 눈을 통하여 인생의 다양한 면을 맛볼 수 있다. 마음의 안정을 잃지 않으면서 침통한 비극을 체험할 수도 있다’ - 피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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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란 2011-04-23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 책 신간평가단 도서 선정 되기 전에 읽었던 거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