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피케티 - <21세기 자본> 이후 3년
토마 피케티 외 24인 지음 / 율리시즈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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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불평등 그리고 피케티 열풍
  30개 이상 국가에서 번역되었고 210만 권 넘게 판매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있다.
바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이란 책이다.
  《21세기 자본》은 부와 소득 분배의 역사, 불평등을 다룬 책으로, 산업혁명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역사적 데이터(소득과 상속에 대한 세금 자료)를 수집하여 최상위층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몫, 그리고 북미와 서유럽 내 선진국에서 발생한 불평등의 동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그야말로 전 세계는 한동안 피케티 열풍이었다. 이것은 아마도 대중들이 현실에서 소득의 불평등을 직접 경험하고 있고, 그 안에서 점점 심해지는 갈등 또한 몸소 느끼고 있기에 피케티가 언급한 불평등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까 예상해 본다.

 


*《애프터 피케티》: 각각의 영역 최고의 학자들, 피케티 이론에 대해 토론과 날카로운 비평을 하다
  그리고 《21세기 자본》이후 3년, 이 책, 《애프터 피케티 After PIEKTTY》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그동안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과연 피케티는 옳았는가에 대해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 25명의 논증을 담아냈다. 여기서 그들은 ‘부의 불평등’과 그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폭넓은 논의를 보여준다.
  《애프터 피케티》는 총 5부, 2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자들은 피케티의 분석 중 많은 부분에 동의하기도 하지만, 개념과 이론에 대해 부족한 부분은 추가적으로 보충설명을 하거나 상황에 따라서는 심각한 결함을 지적하며 자신의 의견을 단호하게 주장하기도 한다.
  1부는 피케티 현상을 다루고 있다. 2부는 ‘자본’의 개념과 이해, 3부는 불평등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다룬다.

 


  사실 ‘자본’이든 ‘불평등’을 말하려면 다양한 요소의 고려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피케티는 조세 기록을 중심의 데이터로 말하다 보니 나머지(이 책의 전문가들에 의하면 기술, 권력, 인종, 특권, 성별, 정치, 정책, 지리, 피케티가 고려하지 못한 다른 형태의 자본 등)에 대해 소홀하기도 했고, 무관심을 넘어서 무시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에서 많은 학자들이 피케티 분석에서 결여된 부분이라든가 큰 결함들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하며 그의 논리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져본다. 특히 피케티가 무관심했던, 때로는 크게 다루지 않았던 요소들에 대해 학자들은 그것들이 ‘자본’이나 ‘불평등’을 설명하는 데 있어 얼마나 긴밀한 연결성을 가지는지, 그리고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신의 장章에서 자세히 풀어나갔다.

 


  경제학자 수레쉬 나이두는 경제 영역의 불평등이 어떻게 정부 정책을 왜곡시킬 수 있는지 다양한 메커니즘을 보여줌으로써 ‘부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 정치 영역의 관련성’을 기술한다. 역사학자 디아이나 레미 베리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고려하지 않았던 ‘노예 자본’에 대해, 경제학자 마이클 스펜스와 로라 타이슨 피케티가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기술 변화와 세계화’를 강조한다. 지리학자 가레스 존스는 《21세기 자본》에 '공간'이 빠져 있다고 비판하며, 21세기의 불평등을 설명하려면 ‘공간적 정치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편, 경제학자 히더 부셰이는 불평등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여성주의 경제학을 제시하며 피케티의 데이터에 ‘성별과 인종’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서 4부는 자본과 자본주의의 정치경제학을 다룬다. 여기에서는 경제 부문에서 불평등을 유지시키는 정치적·법률적 장치들을 분석해 나가는데 경제 불평등은 오로지 경제적 측면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정치, 사회, 제도, 법률이 모두 맞물려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음을 잘 알게 되었다. 따라서 경제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경제 정책 외에도 정치나 법률적으로도 적절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함을 배워본다.
  5부는 피케티의 답변과 해명, 보충설명이 이어진다.
그는 불평등의 역사를 말할 때, 다른 학자들이 지적한 부분, 그러니까 표면적 언급에만 그칠 뿐 그 연결고리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히 검토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21세기 자본》이 지나치게 서구 중심의 접근방식이라는 한계에 대해서는 꾸준히 ‘세계 부와 소득 데이터베이스WID를 업데이트하고 확장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p.657)으며 지금은 많은 주요 국가들의 데이터가 WID에 포함되거나 포함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연구에 '지금까지 적절하게 다루어지지 못한 불평등의 다른 차원들(15장에서 히더 부셰이가 적절하게 지적한 것처럼 내 책에 대체로 빠져 있는 성 불평등 문제 등)을 포함시키려 한다.’(p.657)고도 하니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바다.

 


*결론 : 학문을 넘나드는 다각도 담론의 장,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문득 이 책의 서문에서 《21세기 자본》이 이뤄낸 영향력을 언급한 것이 떠오른다.
《21세기 자본》은 사회학, 정치과학, 정치경제학처럼 경제학 외부적으로 다른 학자들에게 영향을 주고, 수많은 담론을 이끌어냈다며 놀랄만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어쩌면 피케티에게는 《애프터 피케티》가 검증과 평가를 받음과 동시에 많은 비판을 들어야 했던 혹독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이것은 다른 학자들에게 영감을 준 것이고, 불평등의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피케티 스스로도 자신의 연구가 경제학과 사회과학 간의 화합을 이루고 이후 나아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랐던 것처럼 말이다.
  21세기 우리가 느끼는 불평등은 시간을 두고 여러 요소의 상호작용, 다양한 관계에 의해 복합적으로 생성되어 온 만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서로 꾸준히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활발한 논의가 펼쳐야 한다고 본다. 그러다 보면 각자 부족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부실한 아이디어는 수정과 보완, 향후의 연구 방향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해결방안도 많이 도출되리라 믿는다.
  앞으로도 이런 담론의 장이 많이 이루어지기를. 독자의 입장에서는 《애프터 피케티》덕분에 다양한 학문의 시각으로 자본과 불평등에 대해 더 넓고 깊게 바라볼 수 있는 의미 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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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컬러펜 스케치 5분 스케치 시리즈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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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점, 팬시점 갈 때마다 하나 둘 사모았던 펜들만 한가득, 서랍 속에서 빛을 못보고 있었는데 이 책은 5분만으로도 일상의 순간들을 알록달록 그릴 수 있게 해주는 책 같아요. 특히 그림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그릴 줄 모르는 사람이라도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는 점! 책 크기도 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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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하다

포근하다

온화하다 

부드럽다

상냥하다

 

봄,

하면 떠오르는 느낌들.

 

나는 그냥 여기서

기다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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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해변에 철퍼덕 앉아서 파도가 잔잔히 들락날락하는 가운데
자, 여기 봐봐 찍는다 하나 둘 셋 소리에 맞춰 웃음을 지어 보이지만
햇빛이 눈부셔 살짝 눈가가 찡그리게 된 얼굴.
사진 속의 어린 나는, 그럼에도 여전히 아이만의 말간 얼굴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은 웃는 게 왜 이리 어색하고 어려운 걸까.
그래서인지 가끔 어렸을 때의 사진을 보면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나도 이런 표정을 지을 줄 알았구나 싶어서.
그 속에서 아이는 사진을 찍는다고 웃는 게 아닌,
정말 기분 좋고, 재미있고, 즐겁다고
얼굴 가득 표정으로, 온 온몸으로 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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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연습 창비시선 413
박성우 지음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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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시인의 『웃는 연습』.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시로 담아낸 작가의 문장들은 살며시 다가와 읽는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때로는 「카드 키드」, 「쇼핑백 출근」, 「마흔」, 「넥타이」를 통해 삶의 애환, 고단함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의 어조는 결코 과하지 않다. 그저 담담하고 담백하게 써 내려감으로써 우리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따름이다.

 


「짜장면과 케이크」는 여운이 오래 남는 기분 좋은 시였다. 작가는 마을버스 정류장 모퉁이에 있는 좁은 구둣방에 갔을 때 귀퉁이에 놓인 짜장면 빈 그릇 세 개를 발견한다. 구둣방 할아버지의 설명에 따르면 “위쪽 빵집 젊은 사장과 아래쪽 만두가게 아저씨가 와서 짜장면 송년회를 해주고 갔다고 했다” 작가는 “구둣방 왼편에 놓인 서랍장 위에는 케이크 한 조각이 얌전히 올려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검정 구두약 통 두 개와
한 뼘 반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하얀 생크림 케이크 한 조각,
누가 놓고 간 거냐고 묻지 않아도
누가 놓고 간 것인지 알 수 있는


아내의 구두를 구둣방에 맡긴 나는
빵집으로 가서 빵 몇 개를 골라 나왔다
아내의 구두를 찾아갈 때는
만두가게에 들러봐야겠다고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세밑이 따뜻해져왔다 (p.19, 「짜장면과 케이크」중에서)


짜장면과 생크림 케이크 한 조각. 그 자체로도 진심이 느껴져 기분 좋은 울림을 전해 받았다. 그래서 빵집에 들러 빵을 사고, 나중에는 만두가게에 들러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작가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송별회라고 꼭 거창하고 화려할 필요는 없다는 점. 이처럼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일인 것이다.

 
 

좀 늦긴 했으나 콩을 심었다는 얘기, 콩 순을 따 먹은 고라니, 텃밭 옆 느티나무로 이사 온 꾀꼬리의 참견, 가을에는 도로를 차지하는 고추 등등.
시에는 시인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리고 그의 시에는 초등학생 딸과의 대화, 어머니와 장모님에 대한 이야기, 시골 풍경, 마을 어르신들이 두루 등장하는데, 시는 읽으면 읽을수록 하나같이 푸근하고 훈훈함을 전해온다.

 


밤과 대추를 나눠주던 가춘할매(「행복한 옥신각신」),
집을 비운 사이 마당 풀을 깎아 정리를 해주었던 금수양반(「금수양반」),
글 쓰는데 뭐라고 먹어 가며 일하라고 과일 보자기를 두고 가신 부녀회장님과 총무님(「어떤 방문」),
누구는 콩을 심고 가고 누구는 풀을 매고 간 동네 어머니들(「고마운 무단침입」),
스무 살 차이도 더 나지만 항상 ‘동상’이라고 챙겨주는 바우양반과 마을회관에서 시인에게 남들보다 더 큰 대접으로 시래깃국을 챙겨주는 어르신들(「어떤 대접」).

 


어쩐지 마음이 서서히 채워지며 온기가 몸속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기분이다.
마치 그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듯 자기 일 마냥 신경 써주고 챙겨주시는 어르신들.
덕분에 시를 읽는 내내 정답고 정겨웠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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