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 - 세상 모든 사랑의 시작과 끝
존 스펜스 지음, 송정은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존 헌터 스펜스는 미국의 저명한 제인 오스틴 전문가로, 2003년 오스틴의 전기 영화인 '비커밍 제인 오스틴 (Becoming Jane Austen)'의 고증 자문으로도 참여했습니다. 그는 1945년 미국 조지아 주의 미첼 카운티 소재인 카밀라에서 태어납니다. 이후 그는 조지아 대학에서 영문학 학사 학위를, 그리고 뉴올리언스에 위치한 사립 연구 대학인 툴레인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영국 런던의 공립 연구 대학인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최종적으로 박사 학위를 마쳤습니다. 그는 학위 취득 후, 사우디아라비아의 킹 사우드 대학과 일본 히로시마 대학 및 도시샤 대학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또한, 스펜스는 본인이 제인 오스틴 전문가로서 호주 제인 오스틴 협회의 편집 위원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했지만 2011년 5월, 다소 불명확한 이유로 시드니 더블 베이에 있는 자택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가 집필한 '제인 오스틴 되기 (Becoming Jane Austen)'는 지난 2003년에 출간되었는데, 이 책은 "지난 25년 동안 오스틴과 관련해, 출판된 최고의 여섯 권 중 하나"로 평가를 받았고 제인 오스틴에 대한 방대한 사료와 개인 오스틴에 대한 성격과 인성, 그리고 그녀의 소설에 대한 스펜스 자신의 고유한 해석은 그의 놀라운 업적으로 평가를 받은 바가 있습니다. 따라서, 그의 이 책은 원제, "Becoming Jane Austen"으로 지난 2003년에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07년 11월 번역 출판되었으나, 현재는 절판된 상황입니다.

존 스펜스의 이 글은 무엇보다 1장과 2장에서, 제인 오스틴의 가계를 치밀하게 분석해 냈고 부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외가 쪽의 가계에도 적잖은 사료를 덧붙이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부계인 '오스틴 가'와 모계인 '리'가의 많은 인물들의 살아생전 행적 등을 치밀하게 조사하기도 했습니다. 즉, 제인 오스틴이 어떠한 분위기의 가정에서 성장했고 그녀를 둘러싼 가족들과 먼 친척까지 분류하여, 오스틴 가의 뻗어나간 인적 가지들을 독자들이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대략 1740년대부터 1810년대까지 오스틴이 살아간 시대상과 더 나아가 그때의 영국인들이 어떠한 사회상을 품고 인생을 살았는지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자인 존 스펜스는 제인 오스틴이 남긴 작품들과 그녀 자신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도 주요 관점으로 써 내려갔으며, 특히 개인적으로 그녀가 왜 결혼에 이르지 못했는지에 대한 '인연의 한계' 역시, 빠짐없이 언급되고 있었습니다.

이미 확인된 여러 기록에 의해, 그녀와 언니인 카산드라와의 자매를 초월한 깊은 우정은 많은 '서간'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다만 카산드라가 제인에게 보낸 편지들은 저자인 스펜스가 언급한 바와 같이, 거의 전부가 유실되고 말았는데요. 그럼에도 언니인 카산드라와 제인의 어떻게 보면 내밀하고 가족 간의 이야기들이 후세에 전해지면서 이 두 사람을 살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여기에는 제인과 아일랜드 출신의 톰 러프로이와의 인연이 젊은 시절의 짧은 열정으로 끝나자, 그녀는 그 과정에서의 이야기들을 함구하기에 이르고 언니인 카산드라 역시 이에 동참합니다. 후에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은 제인 오스틴을 가리켜, 톰 러프로이는 젋은 시절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찰나의 열정'을 인정하고 그것이 작가적 명성을 쌓은 제인 오스틴의 연결고리를 그저 언급하려는 러프로이 자신의 속세의 욕망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 실패에서 제인 오스틴이 경험한 '결혼하지 못한 여성'에 대한 편견과 수근거림을 뒤로하고 그녀 자신은 더욱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했던 것 같습니다. 이에 저자인 스펜스는 "오스틴 일가 대부분이 제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었지만 유독 제인 오스틴은 더욱 개인적 성향이 짙어졌고,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게 되었다"고 언급합니다.

경제적으로 그다지 풍족하지 않은 조건에서 꽤나 까다롭게 굴 수밖에 없던 오스틴의 양친은 상대적으로 주변인들에게 '합리적인 인사들'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럼에도 오스틴의 형제들을 대부분 별 탈 없이 삶을 영위하게 됩니다. 저자인 스펜스가 기록해 낸 당시 영국 사회의 일면들이 꽤나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앞선 오스틴 일가가 분주하게 연결된 혈연에 의해, 자식이 없는 일가 친척의 유산을 승계하고 그런 경제적 이익을 얻는 과정에서 영국 사회의 일종의 소산을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오스틴의 외숙모인 리 페럿의 재산 승계를 바랐던 그 과정에서 오스틴 일가와 리 페럿 간의 밀고 당기기는 꽤나 인상이 깊었습니다. 후에 제인이 너무 아끼던 오빠인 헨리가 은행 사업이 파산하면서 외숙모에게 끼친 손해가 막심하자, 리 페럿이 보인 오스틴 일가에 대한 분노 역시, 새삼스럽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저자인 스펜스가 깊게 서술하지 않은 관계로, 1800년대 초반, 유럽 대륙에 벌어졌던 '나폴레옹 전쟁'에 대한 영향력과 그 파급이 그냥 지나치는 수준인 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제인 오스틴 본인을 비롯, 그녀의 일가가 마치 유럽 대륙과 멀리 동떨어진 하나의 섬처럼 작용했던 영국에서의 삶이 그렇게 차분하고 고요할 수밖에 없던 점이 쉽게 믿겨지지가 않았습니다.

스펜스는 오스틴의 작품과 관련하여, 우선 '맨스필드 파크'를 언급합니다. 이는 그녀의 작품들에 있어 위계를 세운다면 이 작품이 우선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고 있는데요. '오만과 편견'은 물론, 후에 등장하는 '에마'역시 쉽게 탈골을 끝낸 반면에, 맨스필드 파크는 그녀 스스로가 오래 고민했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제인은 '맨스필드 파크'를 1811년 2월경에 쓰기 시작해, 소설을 구상하는 데만 적어도 10년이 걸렸다."고 저자는 언급하고 있었는데요. 이 작품에서 패니 프라이스에게 상당 부분 자신을 투영한 오스틴을 저자가 따로 분석하면서, 그 시대를 통틀어 약간 괴상하면서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 낸, '아주 못되 쳐먹은' 메리 크로퍼드를 요새 말로 톱 스타 마냥 소개하고 있기도 했는데요. 물론 이는 반쯤은 그 시대의 독자들의 의견을 덧칠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연유로 저자인 스펜스는 맨스필드 파크가 출간되어 인기를 끌자, 당시 독자들이 메리 크로퍼드에 보인 열광적 반응을 빗대어 설명하고 있었는데요. 그다지 낙관적인 분석은 아니지만 오스틴이 왜 메리 크로퍼드와 같은 인물을 그려냈는지에 대해, "자신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것에 관심을 갖는 것, 그 자유라는 측면의 이상"을 제인 오스틴이 새롭게 발견했고, 또 그것을 자신이 원하게 될 것을 예견했던 것에 이유가 있지 않나 추측해 봅니다.

이미 언니인 카산드라를 통해, '에마'에 대한 그녀의 기대가 드러나듯, '에마'역시 오스틴의 작품들 가운데 한 획을 그은 소설이기도 합니다. 실제 삶에서 오스틴은 그녀가 너무나 사랑했던 스티븐턴을 떠나 우여곡절 끝에 이른 '초턴'에서의 일기가 '에마'의 하이버리 마을에서의 장면들과는 매우 대조적으로 느껴질 만한데요. 앞서 스치듯 지나간 제인 오스틴이 '여자 가정교사'에 대한 상당히 저어했던 감정을 차치하더라도 아주 극적인 태도의 변화까지 느껴지게 만드는 '에마'에서의 테일러 양의 인물 조성은 상당히 간극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에마의 주인공인 에마 우드하우스가 일전의 테일러 양의 사례에 힘입어, 보는 사람에 따라 다소 경솔해 보일 정도로 해리엇 스미스를 통한, '사랑의 작대기'로 거간하는 장면 자체는 실제로도 제인 오스틴이 그러한 '중매'를 했다는 점에서 꽤나 놀랍기도 했는데요. 또한 앞선 맨스필드 파크에서, 패니 프라이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오스틴 자신의 조카인 패니 나이트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도 처음 접한 사실이었습니다. 이미 5장과 6장에서 따로 설명되는 바와 같이 오스틴의 여러 작품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과 모티브는 대부분 자신의 가족과 친척으로부터 차용되었습니다. 외가인 리 일가의 세 자매 역시, 맨스필드 파크에서 간접적으로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오스틴의 다른 작품인 '이성과 감성'은 유독 다른 작품들과 달리, 섹스와 관련된 간접적인 긴장감과 감성적인 측면이 드러납니다. '오만과 편견'도 마찬가지로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관계를 통해, 저의 해석으로는 섹스를 통해 발산되는 관능과 감정의 고조가 다소 간접적으로 소비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이것은 섹스라는 주제 자체를 간접적으로 또는 완곡한 어법으로 처리한 제인 오스틴 특유의 주제 의식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을 따로 주제의 한 방편으로 꺼내 그녀의 여러 작품들과 연계해서 분류해야 될지는 독자들의 판단이기도 하겠습니다만 그녀의 작품 대부분에서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이 젊은 남녀들임을 감안해 본다면 그 시대에는 매우 희소한 여성 작가가 그리는 연애와 결혼, 그리고 그 속에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런 섹스 자체의 간접적인 요소 채용은 독자들의 흥미를 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적당히 압축해 담은 저의 글이 이 상당한 분량의 자료들을 담은 '제인 오스틴' 개인의 삶을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지는 불명확합니다. 다만 저와 비슷하게 이미 그녀의 작품 여럿을 경험해 본 독자들에게는 스펜스의 이 책은 파란만장한 그녀의 작품들을 내면에서 다시금 되새김질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이성과 감성'을 일독하지 못해, 이 책에서 소개되는 이성과 감성과 레이디 수전에 대한 부분은 그저 읽고 참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또한 '노생거 수도원'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캐서린 몰런드에 대한 짧은 인상과 작가인 제인 오스틴이 실제로는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는 배스 (혹은 바스)에 대한 의견이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레이디 수잔은 이 글에서 적지 않은 분량으로 분석되고 있어서 이 작품 역시 조만간 일독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곧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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