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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의 비밀 - 파이낸셜타임스 기자가 파헤친 중국 지도자들의 은밀한 세계
리처드 맥그레거 지음, 김규진 옮김 / 파이카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호주 시드니 출신의 언론인으로 세계 3대 신문 중 하나인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의 워싱턴 지국장이자 과거 유수의 여러 언론매체에서 기자로 활동한 리처드 맥그레거의 ‘르포’ 형태의 중국 공산당을 파헤친 이 글을 일독했습니다. 특히 맥그레거의 이 책은 여러 중국 관련 전문가들의 글들에서 많이 인용이 되었는데요. 더군다나 중국 현지에서는 당국에 의해 금서로 지정되기까지 했습니다. 매우 당연하게도 중국인들이 읽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으며, 외신이나 해외의 중국 전문가들의 중국 공산당에 대한 어떠한 비판도 용납하지 않는 당국의 레퍼토리가 이 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 결과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책은 크게 8장의 부분으로 되어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당과 정권에 대해 적용되는 부분별로 형식상 그렇게 만들었는데요. 전체적으로 보면 중국 공산당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정치와 경제, 사회 등과 같은 별개의 분야를 제법 조리있게 잘 버무려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서술하고 있는데요. 번역도 나쁘지 않고, 해당하는 내용들도 장황하지 않고 명료한 편입니다.
우선 이 글의 장점은 후진타오 정권을 배경을 삼고 있지만, 중국 공산당의 현실적인 권력 구조와 어떻게 당이 정권을 유지하고 관리하는지에 대해 제법 소상하게 그 실례들이 소개되고 있는데요. 저자가 일종의 외부인이자 중국과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인물이기 때문에 꽤 객관적이고 실증적이까지 합니다. 좋은 평가를 받을만 하죠. 그리고 중국 공산당에 의한 중국 전체에 대한 관리 체계가 겉으로는 매우 멀쩡해 보이지만, 그 각각의 일면에는 구조적 모순과 다소간의 붕괴 위험까지 내포하고 있어서 사실상 경제 발전으로 억지로 이 틀을 쥐어잡고 있는 현 상황이 경제 문제가 내부에서 폭발해 드러날때에 과연 당이 이러한 문제를 수습할 수 있을것인가에 대해 독자들의 예측을 뒤집지 않는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시카고 대 경제학과에서 수학한 장우창 교수가 “중국은 부패, 허술한 사법체계, 언론과 종교의 통제, 국영도 민영도 아닌 교육과 의료복지, 외환 통제, 일관성 없는 정책과 더불어 연간 수천건의 폭동을 처리해야 했다” 고 언급하며, 이러한 가운데에서 믿을 수 없는 경제 성장을 이뤄냈지만 이러한 내포된 모순을 해결하지 않고 언제까지 경제로 사회 불만을 막아낼 수 있을지는 저로서도 꽤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사실 각 지방 관리들의 보이지 않는 부패문제와, 매점매석과, 특히 토지 거래에 따른 투기에 많은 중국 관료들이 연루되어 있는 상황에서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실질적으로 모든 고위직들을 감찰 및 수사를 할 수 없는 제한 상황이라는 것을 저자 역시 언급하며, 과거 대외적으로 청렴한 이미지로 알려져 있던 원자바오 총리 일가 일부의 재산 문제, 후진타오 아들의 부패 문제와 관련해서 당이 조직적으로 나서서 관리하는 것과 같은 인식과 현실의 차이가 너무 극명한 상황은 오늘날 중국 정권과 당의 실체적인 모습이라고 여겨질 만합니다. 또한 당에 의한 실질적인 군 장악과 지배가 마찬가지로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간혹 군 인사들이 당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중국의 정치에 있어서 불안한 요인이지만, 외형상으로는 현재 시진핑 국가 주석이 군을 잘 다독이고 있는 것으로 보여 군에 대한 부분은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세상을 떠난 덩샤오핑은 마오쩌둥 시절의 폭력적인 내부 투쟁과 문화대혁명을 겪고 나서 스스로 당내에서 제2인자의 역할을 자임하여 거의 순조롭게 장쩌민에게 대권을 넘겨주었습니다. 이러한 통치 위임 과정은 장쩌민을 통해 후진타오에게 이어졌고, 이어 시진핑 국가 주석의 현 정권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시 주석은 장기 집권을 목표로 당과 권력에 대한 여러 제한 조치들을 무력화 시킨 상황입니다. 당의 권력을 자기 손으로 휘어잡고 끌고 나가려는 시주석의 계획이 어떤식으로 귀결될지는 조금 지켜봐야 합니다만, 부패와 극심한 빈부격차 및 도농간의 소득 갈등 등과 같은 돈과 관련된 제반 문제들을 장치하고 엄격한 부패 감시 체제를 만들어 놓지 않는다면 중국 인민들의 민족주의를 은근 부추기는 형태로 순간만을 모면하려고 한다면 큰그림에서 동아시아 전체의 안보 위협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서방 국가와 중국의 주변 국가들이 보기에 중국이 안전하고 무리없이 체제 안전을 유지하는 것이 모든 이들의 이익에 부합할 것 입니다. 다만 맥그레거의 이 책을 통해 중국 공산당과 정권, 경제 엘리트간의 구조적이고 폐쇄적인 문제들을 우리가 인식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현실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많은 중국 관련 글들은 단순한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담론과 중국 공산당의 이력과 분석에만 치중했는데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직접 취재하고 중국의 각 분야를 수렴하는 정보들을 꽤 사실적으로 알려주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유익했던 것 같습니다. 맥그레거가 밝힌 많은 사례들은 여러 중국 관련 글들에서 인용되고 있는 만큼 책이 여러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것이 긍정적인데요, 한가지 아쉽게도 이 책은 현재 절판이 되었습니다. 2012년에 출판된 책이 최근에도 나오지 않는 것은 아쉬운 일인데요. 모쪼록 출판사 측에서 재출간이 결정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