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누아르 1 : 3월의 제비꽃 (북스피어X) 개봉열독 X시리즈
필립 커 지음, 박진세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에든버러 출신의 법학과 법철학을 전공한 필립 커는 이 베를린 누아르 시리즈로 큰 명성을 얻는데요. 아쉽게도 지난 3월 그는 6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납니다. 개인적으로 소설 리뷰는 하지 않으려는 원칙을 갖고 있었는데, 간밤에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각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고인이 된 작가를 생각하니 키보드에 절로 손이 올라갑니다.

저는 소설 장르에 상관없이 제2차 세계대전 배경의 스토리들은 꼭 찾아 읽었는데요. 제가 생각하기에 2차대전은 참으로 흥미로운 부분이 많고, 특히 당시 독일 국민이 소위 나치가 내세우는 국가사회주의 체제에 어떤식으로 살아가게 되었는가에 아주 강박한 호기심이 있지요. 그런 저의 요상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데에 이 필립 커의 소설은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아마도 1936년부터 1938년 사이가 아닐까 추측합니다. 폴란드와 체코를 잊는 도로 건설에 관한 내용이 나오고 이 것이 군대가 수월하게 행군을 하려는 목적이 아닐까 하는 대화가 있어서 후에 뮌헨 협정의 원인이 되는 히틀러에 의한 체코 분할 이전의 그 시기인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3월의 제비꽃의 압도적인 주인공인 ‘베른하르트 귄터’의 캐릭터성에 큰 점수를 주시겠지만, 저는 그것보다도 나치 시기의 베를린을 너무나 탁월하게 묘사한 필립 커의 문장력과 역사적인 지식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물론 이런 느와르를 표방한 마초이즘적 스릴러에 귄터와 같은 주인공 겸 화자는 무척이나 중요한 틀이겠죠. 여기에는 그 뿐만 아니라 당시 수상이었던 괴링과 힘러, 하이드리히(로 추측되는) 등 나치 정권의 핵심 인물들과 괴링과 같은 경우에는 작가가 따로 준비를 해서 인물 설정과 묘사가 꽤 사실에 부합될 정도로 잘 되어 있었습니다. 게슈타포와 SS, 각 경찰지부 등과 같은 상세한 입장 설명과 배경의 내러티브 또한 꽤 매력적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주인공인 ‘베른하르트 귄터’는 반골로 낙인 찍혀 경찰에서 타의반으로 나오지만, 당시 유대인 분리를 시작하던 시기의 나치 정책을 혐오하고 그 자신이 터키와의 전선에 참전하지만 그것 또한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모든 분위기가 왜곡되어 가던 베를린의 꽤 상식적인 인물이고 그와 전직 기자였지만 같이 파트너로서 일하게 되는 잉게와 파르의 비서였던 마를레네를 제외하면 정상적인 인물이 안보이는 것은 시대의 굴욕과 비겁함이 만든 악화가 양화를 쫓아내는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입에 블랙 유머와 냉소를 달고 사는 주인공 귄터의 심정이 바로 자의와 상관없이 그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의 울분인지도 모르겠네요.

글을 읽다가 중간쯤에 절로 눈을 이끄는 한 문장이 있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자 너무나 많은 가짜 속눈썹이 나를 향해 깜빡이고 있어서 바람이 부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짧은 두줄에 정말 감탄을 멈출 수 없었는데요. 근래 수없이 읽었던 문장들 중에 제게 여러 느낌과 감상을 안겨준 하나의 문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필립 커의 베를린 누아르 3부작의 첫 작품인 이 “3월의 제비꽃”은 여러 평단의 호평을 받을 만한 확실한 이유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다만 여주인공이라 봐도 무방한 잉게의 작중에서의 실종이 모호하게 마무리되는데요. 그래서 2부를 손에 잡아야하나 고민입니다. 이 3월의 제비꽃 만으로도 저로서는 충분한 것 같은데요. 여주인공의 실종의 내막을 혹시 2부에서는 그 자초지종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약간의 기대감으로 짐작해보는데요. 잠깐 쉬어가는 타임으로 이 책을 손에 잡은거라 2부인 ‘창백한 범죄라’를 시작할 수 있는 여유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만 올해 안에는 어떻게든 잡게 될수도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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