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유디나의 모차르트는 정말 충격적이다. 특히 20번을 듣고는 과장 조금 보태서 경악을 하고 말았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이렇게도 칠 수 있다니!
마리아 유디나는 음악의 빠르기나 강약을 매우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아마 악보의 지시는 별로 따르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게 거슬리기는커녕 원곡에 충실할 때와는 다른 감명을 준다. 그리고 예측할 수 없다 보니 감상자의 긴장감은 배가 된다. 고전 음악을 들으면서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조여질 때가 얼마나 있을까. 슈베르트나 모차르트와 같이 부드럽고 아름답다고 여기지는 곡도 마리아 유디나에게 걸리면 다이나믹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음악으로 변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마냥 강렬하게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는 아니다. 사실 마리아 유디나의 가장 큰 장기는 아다지오 연주에 있다. 워낙 조용하고 감미로워서 왠만한 피아니스트가 치면 흘려듣기 쉬운 아다지오 부분을 마리아 유디나는 가슴이 저릴 정도로 연주한다. 아다지오의 아름다움을 살리면서도 특유의 긴장감을 놓지 않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의 아다지오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의 아다지오는 정말이지 소름끼치는 연주이다.
구소련에서 살았기 때문에 마리아 유디나의 녹음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은 정말 애석하다. 서방의 유명 피아니스트들의 음반이 적어도 수십장에 이르는 것에 비하면 정말 부당하다고나 할까. 유명한 클래식 해설서를 봐도 그녀의 이름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나에게는 최고의 피아니스트, 넘버원 중의 넘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