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대학가요제 은상 수상곡인 마그마의 ‘해야‘를 부른 보컬 조하문은 당시 연세대학교 지질학과 3학년이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폭발 직전의 바위 녹은 물인 마그마를 팀의 이름으로 삼았다. 조하문은 2002년 목사 안수를 받고 현재 목회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1969년 데뷔한 프랑스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Magma는 어떤 배경으로 팀의 이름을 정한 것일까? 프랑스 그룹 Magma의 사운드에 크게 공감하던 때가 있었다.


마그마의 음악은 폭발하는 마그마의 힘을 보여주는 것 같고 Magma의 음악은 화산쇄설류의 도도한 흐름을 보여주는 것 같다. 뜨거운 가스, 화산재, 암석 등이 섞인 화산쇄설류는 용암보다 더 빠르다고 한다. 지질학을 전공한 사람이 목회를 하면 어떤 유형의 목회를 하는지 궁금하다. 지질학이라는 과학의 한 분야와 기독교 신앙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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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강응섭의 자크 라캉과 성서 해석이 내가 읽은 첫 새물결 플러스의 책이다. 이 때만 해도 출판사 이름을 의식하지는 못했다. 당시 책을 읽은 것은 정신분석에 대한 관심에 따른 것이었다.(강응섭의 책은 자크 라캉과 성서 해석다음으로 첫사랑은 다시 돌아온다를 읽었다


이 책 역시 자크 라캉 또는 정신분석을 알기 위해 읽은 책이다.) 그 이후 우종학의 과학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 랠프 스티얼리 외 여러 저자의 그랜드 캐니언 오래된 지구의 기념비등의 새물결 플러스 출판사 책을 읽었다


이제 새물결 플러스 출판사의 책 가운데 안용성의 현상학과 서사 공간’(2018년 출간)을 읽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 2월 나온 문혜원의 현상과 언어는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오규원 시인의 시세계를 다룬 이 책은 제목을 통해 알 수 있듯 현상학적 독법을 접하고 익힐 수 있는 책이다


현상학이라는 어려운 분야를 다 익힐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글쓰기에 영감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읽으려 한다


현상과 언어에는 어떤지 모르지만 현상학과 서사공간현상학이라는 생소한 말에 이 책을 집는 데 주저했던 독자가 있다면 과감히 책을 집고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가 보라고 말하고 싶다. 중간 중간에 나오는 적절한 비유와 요약 및 정리 단원은 독자들에게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서평을 믿고 도전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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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솔닛의 ‘야만의 꿈들‘은 장소성에 대해 알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솔닛은 장소 자체가 자신의 글쓰기 스승이었다고 말한다. 솔닛은 네바다 핵실험장은 자신에게 글 쓰는 법을,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희망을 품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말한다. 
솔닛에게 네바다 핵실험장은 대학교 같은 장소,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대학원 같은 장소였다. 본문에 인용된 하이젠베르크의 말이 인상적이다. 과학이란 단순히 자연을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와 자연 즉 과학자와 ’우리의 질문 방법을 통해 노출되는 자연‘ 사이의 상호작용을 기술하는 학문이라는 말이 그것이다. 
솔닛은 정부와 정부 소속 전략가들은 물리학자들의 발상(상보성, 불확정성원리, 상대성이론)이 아닌 발명에서 원하는 것을 취해 갔다고 말한다. 
나는 어떤 장소를 글쓰기 스승으로 삼을 수 있을까? 장단(長湍)군의 한 지역이었던 연천군 장남(長南)면의 장소들 – 고랑포구, 경순왕릉, 호로고루, 괘암, 임강서원 터 – 로부터 영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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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마밭이란 말은 어떤가? 채소밭이라 하지 않고 왜 채마밭이라 하는가? 라고 의아해할 수 있겠으나 채마(菜麻)는 나물 채(), 삼 마()가 만난 말로 전자는 음식 거리, 후자는 옷 재료를 의미한다. 임금이 직접 농사를 지어 보이던 친경(親耕), 왕비가 직접 양잠을 해 보이던 친잠(親蠶)을 아우르는 차원의 말이 다 들어 있다. 농사는 먹을 거리를 위해, 양잠은 옷 재료를 위해 한 것이었다


채마란 말이 의미있게 사용된 예는 목은(牧隱) 이색(李穡)의 아버지 가정(稼亭) 이곡(李穀)의 예이다. 그는 자신이 돌보는 채마밭에서 소출이 적게 나오자 천하의 작황을 근심했다. 풍석(楓石) 서유구의 할아버지 서명응(徐命膺)은 동쪽에 작은 채마밭을 둔 지치헌(知恥軒)이란 건물을 가지고 있었다


서명응 일가는 조선후기 소론계열의 명문가로 노론과 남인의 당쟁에 가려 존재감 없던 소론과 소북 중에서 양명학, 수리학, 천문학, 지리학 등 출세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개방적이고 실증적인 학문을 추구한 가문 중의 하나“(김규섭)였다. 서유구의 천문, 지리에 대한 글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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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지질 글을 쓰고 며칠이 지났다. 재미 있는 글이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이 말은 전공자는 물론 비전공자에게서도 받은 바다. 지구과학 전문가인 이 교수님은 매우 흥미로운 글이란 말씀을 해주시며 많은 사람에게 지구생태환경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해주셨다. 덧붙여 그 분은 불교나 가톨릭과 달리 기독교는 지구생태환경이란 과학에 접근할 여유가 없는 것 같다는 아쉬움도 표하셨다.(내게 부탁하신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좋은 글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글을 쓰는 데 지질자원연구원이 도움이 되고 있다. 물론 주()되게 도움이 되는 원천(原泉)은 책과 각 지질 사이트 게시 글, 그리고 논문 등이다. 내가 지난 해, 올해 읽고 도움을 받은 지구과학 책은 여럿이다.


1) 새로운 지구사

2) 빙하 곁에 머물기

3) 과학의 첫 문장

4) 블루 머신

5) 지구에 관한 작은 책

6) 지구 물리학

7) 지구의 삶과 죽음

8.) 극지과학자가 들려주는 판구조론 이야기

9) 외우지 않아도 괜찮아 지구과학

10) 탄소 해양 기후

11) 비커밍 어스

12) 지구와 인류의 미래

13) 지질학(얀 잘라시에비치)

14) 지구 이야기 등이다.


물론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다. 어떤 책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읽을 책을 생각하면 마음이 설렌다.


지질자원연구원에는 지난 해 11월 처음 질문을 한 이래 올 417일까지 모두 일곱 차례의 질문을 했다. 오늘 마지막인 일곱 번째로 문의한 내용에 대한 답이 올랐다. 다른 질문들에 비해 답이 제시되는 데 두 배 정도의 시간이 걸린 셈이고 내 질문들에 비해서도 늦은 편이었다. 내 질문은 피터 워드와 도널드 브라운 리의 지구의 삶과 죽음을 읽고 드린 것이었다.


내 질문에 대해 지질자원연구원측에서는 독서를 하시면서 지구의 다양한 현상을 고민하시는 듯합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주셨습니다.”란 말과 함께 질문자님의 질문 덕택에 물이 존재하는 지구의 신비로움을 한 번 더 느끼게 되었습니다.”란 소회를 덧붙였다. 특기할 것이라 해야 할지 모르지만 답의 말미에 이 외에도 궁금하신 부분 있으시면 언제든지 질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란 말이 붙었다.


질문자들과 연구원측 외에는 읽을 수 없는 비밀 글이 아닌 일반 글만을 보았기에 대표성이 있는지 장담할 수 없지만 그 글들만 보아도 언제든지 질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란 말은 찾기 어렵다. 이유가 무엇일까? 정리하면


1) “이 외에도 궁금하신 부분 있으시면 언제든지 질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앞으로도 더 많은 관심과 궁금증이 이어지시길 바랍니다.”

3) “새로운 시각을 일깨워주신 질문자님께 감사드리며 궁금하신 부분 있으시면 언제든 편하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4) “궁금하신 부분 있으시면 언제든 또 말씀 주세요!” 등의 말을 나는 특별히 기억하고 싶다. 내 질문은 책 내용을 읽고 고민하며 캐낸 단편적이지 않은 질문이고 흥미로운 면도 포함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질해설사가 되기 위해 2019년 북한산 생태탐방원에서 교육을 받을 때부터 현무암, 화강암 등의 개별 암석보다 자연의 구성 원리나 감추어진 면을 알고자 애썼다. 연천 한탄강 지질공원 해설사이지만 연천의 지질 이상으로 지질시대에 관심을 많이 기울였다.(한탄강은 연천만의 강이 아니지만 철원, 포천, 연천이 함께 관계해 해설사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자기 지역의 지질공원에 베이스를 두고 해설을 한다.)


나는 Story behind Scenery란 말을 좋아한다. 진기하거나 장대한 경관에 감탄하는 것 이상으로 그 경관이 왜 그런 형태가 되었는지(를 해명하는 것이)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런 시각으로 대상을 대할 필요가 있다.


내가 쓴 지구 형성 이야기(3), 미생물과 암석의 공진화(4), 판구조론(5) 등은 지역 지질공원을 해설하는 데 특별히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알면 더욱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해설할 수 있다. 나의 직업의 이름은 지질공원해설사가 공식이다. 그러나 나는 지질해설사란 이름을 좋아한다. 지질공원해설사가 자기 영역에 국한한 해설사라면 지질해설사는 지질시대 및 지질 이론, 암석의 순환 등에 두루 바탕을 두고 해설을 하는 해설사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기가 속한 지역이나 영역을 벗어나 특별한 무엇을 할 수 있지는 않다. 지질해설사란 이름은 비공식 이름이고 지향성에 초점을 둔 이름이다.


아카넷에서 나온 고전의 유혹 2‘(2015년 발간)에 참고가 될 만한 구절이 나온다. 앙리 베르크손의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에 관한 시론을 해설한 철학자 최화의 글의 일부분이다.


베르크손은 자료 없이 혼자서 사색하는 사변적인 철학자가 아니라 사실에 바탕을 두고 그것이 그리는 길, 즉 사실의 선(ligne de faits)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철학자였다. 그러기에 그가 어떤 문제를 다룰 때에는 자기 스스로 어디로 갈지 모르는 채 탐구를 진행해 나간다고 그 자신이 여러 번 밝힌 바 있고, 그 가장 대표적인 예가 물질과 기억에서 몇 쪽에 지나지 않는 실어증에 관한 부분을 쓰기 위해 5년간 실어증에 관한 책을 읽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그가 유독 그의 가장 중심적인 직관인 지속(持續)을 발견할 때에는 분명히 그런 길을 걸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물론 궁극적인 지속 개념에 도달하기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분명히 방금 말한 그의 일반적 방법과는 다른 경로를 통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일종의 발견이었다. 거대한 동굴을 감추고 있는 작은 틈새처럼 처음에는 작은 의심에서 출발했으나 그것을 점점 파고들어가자 철학사 전체가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통로임이 드러난 것이다.”(197, 198페이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다. 다소 길게 인용한 것은 베르크손이 걸은 두 가지 길(길고 집중적인 독서, 명확하지 않지만 그것과 다른 길)은 물론 전체가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통로 등의 내용이 인상적이어서 그런 것이다.


연과학(공부)에 얼마나 적용될지 모르나 텍스트를 공부하는 것과 화두(話頭)를 든 수행자가 하듯 하는 생각(을 키워가는 것)이 모두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철학자 전대호가 철학은 뿔이다에서 한 작업이 생각난다. 그는 내용 없는 사상은 공허하고, 개념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라는 칸트의 말을 <데이터와 무관하게 하는 생각은 공허하고, 계산하지 않고 도출하는 데이터는 맹목적이>라는 말로 풀이했다.


풍석 서유구 선생은 임진강을 감싸는 고랑포의 양안(兩岸) 암벽을 새가 두 날개를 편 것 같다고 표현했다. 이를 보며 나는 이론과 실사(實査)라는 말을 생각한다. 당연하지만 그것이 기본이다. 물론 내가 세 차례 연이어 거대 이론 이야기를 했다고 실사를 잊은 것은 아니다. 실사는 아직 필요하지 않은 것뿐이다.


이론, 실사 두 과정에 모두 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다시 한 번 읊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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