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달 전 경복궁 단청 시연이 해설사로서의 내 첫 시연이었다. 수업 차원의 짧은 시연이었지만 단청과 경복궁에 대한 마음가짐 특히 단청에 대한 마음가짐이 남달라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 한 동기생이 뇌록(磊綠)이 방치되었다는 기사를 톡방에 올렸다.

(뇌록은 포항 장기현의 뇌성산에서만 생산되는 녹색 안료로 2018년 숭례문 복원 때 핵심 재료로 쓰일 것이라 한다. 포항의 뇌록 산지는 천연기념물이다.)

내가 설명한 단청 시연이 생각나서라는 설명과 함께... 나는 기억해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런데 내가 단청 시연을 했다는 사실만을 기억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안에 포함된 뇌록에 대한 내용까지도 기억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나의 경우 동기들이 어떤 시연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물론 그 동기가 뇌록 기사를 올린 동기는 경복궁의 여러 해설 아이템 중 다른 아이템과 구별되는 단청을 한 나를 특별히 기억했기 때문일 수 있다.

뇌록이 단청의 안료이지만 내 단청 설명에 그 부분이 포함된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단지 내가 단청 시연을 했다는 사실과 뇌록이 단청의 안료라는 점을 연결지어 나를 생각한 것이라 해도 감사하고 기쁜 일이다.

단청 시연을 짧게지만 한 번 하고 나니 단청 이야기를 들으면 친정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은 때가 있다. 이런 방식으로 무생물과도 인연을 만들어 가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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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16-12-21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까운 곳에 장기읍성이 있어요. 정약용, 송시열 유배지이기도 한 이 곳은 읍성에서 바다가 보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뇌록이라 무슨 암석인지 궁금하네요.

벤투의스케치북 2016-12-22 04:43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포항,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