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

현대 영미 문학의 거장 도리스 레싱은 200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대표작<다섯째 아이>를 다 읽고나니  왜 노벨 문학상을 받았는지 알겠다. 그리고  무서웠다.  분량이 그리 많지도 않고, 간결한 문장에 꾸밈없는 건조한 문체인데 한 호흡에 읽기에는 무리였다. 읽다가 일어서고, 또다시 읽다가 일어서서 돌아다니고, 다시 읽어야하기에 가슴을 쥐어뜯어가며 읽었다. 내용이 재미 없어서 한 호흡에 읽히지 않는게 아니라 내용이 너무 가슴 아프기에  한번에 읽지 못했다.

 

 

데이비드와 해리엇은 파티에서 만났다. 첫 만남에서 서로에게 끌린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많이 낳기 위해 큰 집을 얻는다.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두 사람은 파티를 계획한다. 넓은 집은 친인척들로 가득차고 두 부부는 자신들이 계획했던 삶에 큰 만족을 느낀다. 그리고 둘째 아이를 임신한 해리엇은 약간 피곤함을 느낀다. 첫째 아이도 아직 어린데 둘째 아이를 임신했기에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아 집안일을 해나간다. 둘째 아이에 이어 셋째 아이가 태어났고, 넷째 아이 폴도 태어났다. 그리고 해마다 열리는 파티와 친척들의 방문...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두 사람에게 양가 부모님들은 그만 낳으라고 조언하지만 대가족을 꿈꾸는 두 부부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무시한다. 아이들이 태어날때마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데이비드의 부자 아버지에게 약간의 도움을 받고 남편 데이비드는 일을 더 많이 하게된다.

 

넷째 아이 폴이 태어나고 친인척들과 긴 휴가를 보낼때까지는 그런대로 데이비드와 해리엇이 선택한 삶이려니 하는 심정이었는데 다섯째 아이를 임신하는 순간부터 미세한 균열이 감지된다. 어떤 균열? 아이를 키워본 엄마라면 모두들 공감하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는 엄마에게 무한한 행복을 전해주지만 쉬운일은 아니다. 아기의 하루에 엄마의 하루가 맞춰지며 잠이 부족해지고 급격히 찾아온 호르몬 변화를 이겨내지 못해 힘들어하는 산모도 많다. 때론 히스테리로 나타나고 우울증이라는 가면을 쓰고 임산부에게서 산모에게로, 그리고 엄마에게로 찾아온다. 해리엇 또한 많은 아이들과 집안 일, 친인척들의 응대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일로 피곤하고 그런 피곤함은 불안의 형상을 하고 그녀에게 찾아든다.

 

-진정제를 복용하여 원수를 - 그녀는 자신 안에 있는 이 야만적인 것에 대해 이제 그렇게 생각했다 - 56p-

 

배 안에서 자라고 있는 새 생명의 태동이 너무 강해 엄마는 힘들었고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찾아온 짐승이라 여기는 부분에서 책장이 넘어가지 않아 고생좀 했다. 두어페이지를 읽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서성이고, 또다시 자리에 앉아 읽다보면 어느새 가슴이 답답해져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진정시켜야만 했을정도로 힘들었다. 어째됐든 데이비드와 해리엇의 다섯째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 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 그 아이가 무서웠다. 아니,,, 벤을 표현하는 작가 도리스 레싱의 표현이 무서웠다는게 알맞을듯하다. 애완견을 몰래 죽여놓고 자기 방으로 돌아긴 아기, 장난감을 힘껏 부수어 놓고 승리감에 도취된 눈빛으로 기뻐하는 아기, 아기 같지 않은 아기 벤... 벤이 태어나고 집안은 긴장감이 흐른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소설이 많이 생각났다. 늙은 몸으로 태어난 아기와 아기 몸으로 태어난 난폭한 어른이...

 

-그루터기처럼 노르스름하게 짧게 자란 머리카락에다 깜빡거리지도 않는 냉혹한 눈, 새우등,무릎을 굽힌 채 두 발을 벌리고 선 다리, 앞으로 내민 움켜쥔 주먹. - 100p-

 

- '그 앤 어린애야.  그앤 우리 아이라구' '아니야, 그 아이는 아니야. 어쨌건 그 앤 내 애가 확실히 아니야.'-  괴물같은 아이지만 모성으로 감싸려는 해리엇에게 데이비드는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잔혹한 말을 하고 결국 보호시설로 보내게 된다. 충격과 슬픔,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드는 그녀의 마음으로 살며시 들어가본다. 윤리적인 옳고 그름을 떠나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이 모든 상황을 책임지고 맡아서 하는 남편이 고마워서 울음을 터뜨리는 그녀... 사람이란 얼마나 이중적인가? 내 마음인가 싶었는데 그 마음은 현실 앞에서 저만치 물러나있고, 물러난 마음을 들여다보면 그 마음 안에서 또다른 마음이 살며시 고개를 들고...

 

해리엇은 아이를 버렸다는 죄책감에 벤을 데려간 시설에 가게되고 그곳은 기형아라 불리우는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다. - 발가벗은 채로 구속복 속에 있었다. 창백하고 누런 혀가 입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그 애의 살은 시체처럼 희고 프르스름 했다. 모든 것이 . 벽과 마루와 벤이 똥으로 짓이겨져 있었다. 흠뻑 젖은 짚방석으로부터 고여있던 칙칙하고 누런 오줌이 스며나왔다. - 111p-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는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파 힘들었다. 단지 무섭다는 표현은 아닌것 같고 가슴이 아픈것만도 아닌것 같고,,,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그런 기묘함이, 무서움이, 아픔이 무한대로 내게 스며들어 참을 수 없는 지경까지 나를 밀어붙였다. 끝없이 이어질것 같았는데 어느새 끝이 보였고 특별한 아이, 정상적인 아이들과 조금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아프고도 또 아프게 다가온다....

 

젊은 해리엇과 데이비드가 가정을 꾸리고 많은 아이들을 낳을 때는 독자로서 관망했지만 다섯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해리엇을 이해하는 동시에 불편했고 벤이 태어났을 땐 이상했으며 2개월이 되었을 땐 정말 무서웠다.. 잘못된 아이는 없다. 단지 잘못된 부모가 있을 뿐... <다섯째 아이> 후속작으로 2000년에 발표된 <세상 속의 벤>은 집을 떠난 벤의 삶을 그렸다는데 찾아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인생이 행복해지는 긍정의 심리학
로버드 D. 아이셋 지음, 이문영 옮김 / 소울메이트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내 인생이 행복해지는 긍정의 심리학>

이 책에 실려있는 방법과 개념은 아이셋 박사가 여러 해 동안 개발하고 시험한 내용이다. 긍정 심리학은 인지행동요법의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인지행동요법은 심리 기능과 정서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해 생각을 바꾸는데 집중하는 심리치료요법을 일반적으로 일컫는 용어라고 한다.

 

행복이란? 우리는 언제 가장 행복함을 느낄까? 아이가 태어났을 때, 집을 장만했을 때, 가전제품 혹은 자동차를 새로 구입했을 때,,, 매일이 축복이고 매일이 행복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매일이 힘들고 불평하며 행복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끔씩만 행복함을 느낀단다. 생각해보니 나도 특별한 일이 있을때만 행복함을 느끼는것 같다. 그것이 물질적인 것만을 말하는건 아니지만.  무엇인가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치솟는 행복은 시간이 지나면 그 느낌은 점차 사라진다. 이런 물질에서 행복을 느낀다면 우리는 가끔씩만 행복할뿐이니 지속적인 행복을 느끼기 위해 외부적인 요인에서 행복을 좇지 말아야한다. 물질 혹은 사건에 대한 나의 생각이 검정을 일으켜 행복을 느낀다면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행복을 기다릴뿐이다.

 

그렇다면 늘 행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나를 바꾸어야 하나? 나를 바꾸기 보다 나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차단해야 할까?... 연례행사, 또는 월벌,주기별로 행복한게 아니라 늘 행복을 느끼려면? 생가과 감정의 분리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단다. <긍정의 심리학> 중간즈음 아이셋 박사의 연구과정이 들어있는데 조금은... 웃음이 났다. 연구 조교와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고 질문하여 그 대답을 연구하는 박사. 그러나 그 질문이나 답변 또한 새로운 인물이 아닌 조교의 답변임을 생각하니 조금 우스웠다. 차라리 불특정 다수에게 질문하고 답변하는 연구를 했더라면 수긍했을텐데...

 

감정은 생각에서 비롯되며 외부적인 사건을 통제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사람은 생각을 결정할 능력이 있다. 그러나 생각이나 감정은 이전에 경험했던 무엇의 산물이고 그 상황이나 사건이 개인에게 미치 영향력의 찌꺼기로 남아 이후의 감정이나 생각을 결정하는게 아닐까? 물론 아이셋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외부적 요인에의해 감정이나 선택을 분리해 더 나은 방향으로 결정할 수 있지만 그게 참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복잡하게 따질 것 없이 아이셋 박사의 조언 몇가지만 기억하여 언제든 불평,불만,불안,칭찬에 의해 내 행복이 결정된다 느껴질때 감정과 생각의 분리를 의도적으로 해봐야겠다. 복잡하게 생각할것 없이 늘 긍정적인 생각을 하자. 감정에 의해 좌우되지 말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생각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보인다. 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우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9
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 송상기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아우라>

이 소설은 고딕소설로 공포와 로맨스가 조합된 내용이다. 첫 장면부터 으스스한 기운이 퍼져나갔으며  '나'를 화자로 이끌어가는 일인칭, '너'로 표현되는 이인칭,'그'로 표현되는 삼인칭으로 진행되어 약간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풍긴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가볍게 읽으려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작품 속으로 독자를 무작정 잡아당기듯한 끌림을 느껴보았다. 분명 이 장소와 이 시간이었던것 같은데 그 다음은 장소가 바뀌어있는듯한 몽롱함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 할 수 있고, 이런 느낌은 작품해설을 꼼꼼히 읽고나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몇 페이지를 넘기지 않았는데 ' 이건 호러물이야' 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독서하는 내내 오싹한 기운과 영원한 젊음을 갈구하는 노파의 광기가 지나쳐 약간은 버거웠다.

 

- 너는 광고를 읽어. 이런 광고는 날마다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광고란을 보니, 다시 한 번 젊은 역사가 구함이라는 글자들이 눈에 띄는구나. 어제는 아무도 신청한 사람이 없었어. 너는 그 광고를 쭉 읽어내려가다가 4000페소 라는 마지막 구절에 멈추고 말아. -  소설의 첫 부분을 옮겨보았는데 일반적인 소설과 다르게  일인칭이 아닌 제 삼자의 눈으로 관찰하듯 주인공의 행동을 표현한다. 처음엔 조금 어색했지만 나름대로 객관적인 시선, 혹은 무성영화를 해설해주는 변사와 같은 입장에 서서 주인공을 탐색해보게 되므로 이런 방법도 나름 괜찮았다. 

 

주인공 펠리페 몬테로는 가난한 역사학자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하는 그는 젊은 사학자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돈 셀레스 거리의 한 고저택을 찾아간다. 여기서 잠깐, 13p에 펠리페가 저택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졌고  번지수가 여러번 다른 숫자로 언급되어 있어 이상하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가볍게 무시했는데 이 또한 환상과 스릴을 위해 작가가 깔아놓은 복선이었고 나중에 가서야 그 의미들이 밝혀진다. 번지수 이외에도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어렴풋하고 괴기스러운 장면들이 작품 곳곳에 녹아져있는데 자칫 텍스트에만 몰입하게되면 놓치기 쉬운 부분이기에 주의가 필요했다.

 

펠리페의 고용인은 더이상 늙을 수 없을만큼 나이가 든 노인이었고 , 남편 요렌테 장군이 남겨놓은 원고를 정리해 출판해주기를 바랐기에 그를 고용했다 말한다. 결국 일을 승낙한 그는 일을 마무리할 때까지 저택에서 머물게 되었고 녹색 옷을 입은 소녀 아우라를 만나게된다. 콘수엘로 부인의 조카딸이라 소개된 아우라. 첫 만남에서 그녀에게 빠진 펠리페는 그녀와 사랑을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젊음을 갈구하고 욕망하며 광기에 사로잡힌 늙은 노파의 환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되는데....

 

<아우라>는  어둡고, 음침하며, 괴기스러운 저택과 한몸이 되어 취한듯, 홀린듯 펠리페가 이끄는대로 따라가다 보면 콘수엘로 노파의 광기에 흡사 짓눌릴것 같은 답답함이 느껴진다. 영원한 젊음을 갈구하여 자신을 가둬놓은 노인의 욕망과 집착이 만들어낸 일그러진 세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릴리 블레이크 지음, 정윤희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백설공주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동화로 각인되어있다. 전세계에 널리 퍼져 많은 아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백설공주 이야기는 유럽 전역에서 구전되어 온 민담에서 유래되었으며  올해로 200년이 되었단다. 그래서일까 올해는 유난히 백설공주에 관한 내용들이 여기저기 많이 보인다.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동화 백설공주와 상당히 다른 버전이다. 이 작품 말고도 백설공주를 색다르게 각색한 책이 여러 권 출간되었는데 도서관에서 본듯하다. 이 소설은 영화<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의 원작소설이며  영화는 못봤지만 다른 영화를 보기전에 맛보기로 잠깐 봤었다. 사악한 여왕으로 등장한 라벤다와 그녀의 마법 거울,, 대략 이런 장면이었는데 상상하며 읽는 책은 또다른 맛을 전해준다.

 

백설공주, 예전에는 운명의 소용돌이 앞에 순응하며 사냥꾼과 난장이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순한 공주였다면 이 작품속의 백설공주는 운명에 대항해 싸움을 택한 여전사로 다시 태어났다.  목 깃이 높으며 소매가 부풀어있던 드레스 차림의 공주가 훨씬 더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이 작품속 공주 또한 현대적인 발랄한 이미지로 그려진다. 공주와 사냥꾼 에릭이 어둠의 숲을 통과하 나아가는 장면에서는 더더욱 활발한 아가씨로 그려진다. 마치 현대에서 툭~ 튀어나온듯~ . 잠시 활발한 백설공주의 모습을 소개를 하자면 어둠의 숲에 정신을 빼앗긴 에릭은 아내 사라의 환영을 보고 사나운 늑대에게 다가가려할 때 우리의 용감한 백설공주는 에릭의 뒷통수를 사납게 내리친다. " 저 여자는 진짜가 아니에요~~ "라며. ㅎㅎ

 

에릭에게 검술을 배우고 벨벳 드레스 대신 사냥꾼의 옷으로 칼이 붙어있는 바지를 만들어 입은 백설공주~ . 동화를 생각하면 이런 백설공주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지만 판타지 백설공주를 생각하면 충분히 그려볼 수 있는 모습이다. 워낙 오랜세월 내곁에, 내 머릿속에, 마음속에 각인된 백설공주의 이미지가 남아있어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의 백설공주가 조금은 낮설다. 지금까지 온 세상 어린이들의 꿈과 낭만을 자극했던 백설공주가 고전으로 불리운다면 이 작품은 판타지 요소가 무한정 가미된 새로운 백설공주의 탄생이다.

 

트롤의 등장, 랄랄라~랄랄라~ 하며 일하러 나가는 난장이들이 아닌 또다른 난장이들, 요정들의 활약도 눈부시고, 못된 여왕이 "거울아~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답니?" 하고 주문을 외우며 바라보던 거울은 평면에서 벗어나 거대한 형상으로 진화했는데 영화로도 보고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4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

영화로도 소개되었던 작품. 제대로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가볍게 스치며 보았던 몇 장면이 자연히 떠오른다. 강가, 난간에 기댄 소녀, 중국인 남성... 민음사 세계문학은 지난해부터 우리 아이들과 고전을 제대로 읽어보자 하여 지금까지 40여권 정도 구입했다. 그중 내가 읽은 열한 번째 작품<연인>

 

<연인>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녀는 1914년 베트남의 사이공 근교 지아딘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는 그녀가 어렸을 때 이질에 감염되어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의 부재는 어머니의 생활고로 이어졌으며 생활고는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어린 아이들의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본문을 읽어가며 소녀가 감당해야 했던 그 모든 상황들이 내 아픔인것처럼 아프게 다가왔는데 작품 해설을 읽어보니 이전보다 더 깊은 연민으로 다가온다. 행복한 어린시절이 아니었던 모든 이들의 아픔, 갈등, 광기,분노, 욕구가 고스란히 녹아있어 더 깊은 감동을 주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얼마전에 읽었던 치유의 심리학이 다시 생각났다. 치유의 심리학에 빗대어 본다면 본문에 자주 드러나는 엄마와 큰오빠의 친밀함은 정서적 근친상간이었다.  관찰자이며 끊임없이  투쟁하는 나약한 작은오빠, 작은오빠를 사랑하며 보호하고 싶어하는 소녀. 엄마의 끝없는 사랑과 보호를 받는 큰아들이지만 치유자의 시선으로 본다면 그 역시 엄마의 광기와 잘못된 사랑이 만들어낸 약자에 불과하고 연민의 대상임을 알기에 소녀를 비롯한 가족 모두의 이야기가 내게는 아프게만 다가온다.

 

큰아들이 얼른 자라서 남편의 빈 자리를 채워주기를 바랬던 엄마. 그런 엄마의 편애속에 큰오빠는 술과 마약,방탕과 도둑질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가고, 소녀는 광기어린 엄마와 가족을 뒤로한 채 일상의 탈출을 꿈꾼다. 일상의 탈출은 배위에서 만난 중국인 남성에게로 와닿고 부유한 중국인 남성은 소녀에게 끝없이 빠져들게된다. 소녀와 결혼하고 싶은 중국인 청년은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히고 같은 중국인이 아니면 결혼을 허락할 수 없으며 재산상속 또한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아버린 청년과 소녀는 매일매일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결국 그들은 이별의 순간을 맞게된다. 소녀에게 청년은 사랑이었을까? 청년에게 소녀는 평생의 사랑이었을까? 서로에게 평생토록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었을까?

 

<연인>은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읽기가 그리 수월한 작품은 아니었다. 세월이 흐른 후 소녀였던 한 여자의 회고로 시작되어 마감되는 소설이며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소녀의 작은오빠는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죽이고 싶은 큰오빠, 보호하고 싶은 작은 오빠, 미쳐가는 엄마, 가난,,,  사랑과 증오가 뒤섞인 성장과정에서 탈출을 꿈꾸었던 여인의 회고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