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4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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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

영화로도 소개되었던 작품. 제대로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가볍게 스치며 보았던 몇 장면이 자연히 떠오른다. 강가, 난간에 기댄 소녀, 중국인 남성... 민음사 세계문학은 지난해부터 우리 아이들과 고전을 제대로 읽어보자 하여 지금까지 40여권 정도 구입했다. 그중 내가 읽은 열한 번째 작품<연인>

 

<연인>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녀는 1914년 베트남의 사이공 근교 지아딘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는 그녀가 어렸을 때 이질에 감염되어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의 부재는 어머니의 생활고로 이어졌으며 생활고는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어린 아이들의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본문을 읽어가며 소녀가 감당해야 했던 그 모든 상황들이 내 아픔인것처럼 아프게 다가왔는데 작품 해설을 읽어보니 이전보다 더 깊은 연민으로 다가온다. 행복한 어린시절이 아니었던 모든 이들의 아픔, 갈등, 광기,분노, 욕구가 고스란히 녹아있어 더 깊은 감동을 주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얼마전에 읽었던 치유의 심리학이 다시 생각났다. 치유의 심리학에 빗대어 본다면 본문에 자주 드러나는 엄마와 큰오빠의 친밀함은 정서적 근친상간이었다.  관찰자이며 끊임없이  투쟁하는 나약한 작은오빠, 작은오빠를 사랑하며 보호하고 싶어하는 소녀. 엄마의 끝없는 사랑과 보호를 받는 큰아들이지만 치유자의 시선으로 본다면 그 역시 엄마의 광기와 잘못된 사랑이 만들어낸 약자에 불과하고 연민의 대상임을 알기에 소녀를 비롯한 가족 모두의 이야기가 내게는 아프게만 다가온다.

 

큰아들이 얼른 자라서 남편의 빈 자리를 채워주기를 바랬던 엄마. 그런 엄마의 편애속에 큰오빠는 술과 마약,방탕과 도둑질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가고, 소녀는 광기어린 엄마와 가족을 뒤로한 채 일상의 탈출을 꿈꾼다. 일상의 탈출은 배위에서 만난 중국인 남성에게로 와닿고 부유한 중국인 남성은 소녀에게 끝없이 빠져들게된다. 소녀와 결혼하고 싶은 중국인 청년은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히고 같은 중국인이 아니면 결혼을 허락할 수 없으며 재산상속 또한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아버린 청년과 소녀는 매일매일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결국 그들은 이별의 순간을 맞게된다. 소녀에게 청년은 사랑이었을까? 청년에게 소녀는 평생의 사랑이었을까? 서로에게 평생토록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었을까?

 

<연인>은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읽기가 그리 수월한 작품은 아니었다. 세월이 흐른 후 소녀였던 한 여자의 회고로 시작되어 마감되는 소설이며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소녀의 작은오빠는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죽이고 싶은 큰오빠, 보호하고 싶은 작은 오빠, 미쳐가는 엄마, 가난,,,  사랑과 증오가 뒤섞인 성장과정에서 탈출을 꿈꾸었던 여인의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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