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산책 - 세상을 움직인 경제학 천재들과의 만남
르네 뤼힝거 지음, 박규호 옮김 / 비즈니스맵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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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연구를 통해 낡은 독단을 깨부수는 학자들은 언제나 이런 좌절감과 함께 살아야 한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 완전히 증명된 후에도 사람들은 오랫동안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했다. - 267p 
 
  인류의 역사에서 의학, 법학, 천문학, 철학 등의 학문에 비하여 경제학은 매우 뒤늦은 출발을 했다. 경제란, 돈이 굴러가는 현상을 의미하기에, 산업사회 이후 어마어마하게 발달한 자본의 이동에 동참하여 발달하게 된다. 흔히 경제를 자본의 흐름에만 비유하기 쉽지만, 경제는 어느 국가의 정치, 문화, 사회, 법률 등과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대 그리스나 중국에서부터 이미 통화와 함께 경제적인 관념이 자리 잡기 시작했으니, 경제는 인류의 농경사회 이후, 화폐를 통한 거래나 물물교환으로 의,식,주를 해결하던 시기부터 서서히 주요한 학문으로서의 면모를 띄기 시작한다. 

  경제학은 고대 그리스나 중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산업 사회의 절정기였던 영국, 그리고 현재의 일본과 미국이 주도를 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는 중요성의 정도를 넘어, 이미 한 나라의 이념을 집어삼킬 만큼의 효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자본주의.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 있는 기회의 창은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누구나 돈을 소유할 수 있는 반면, 누구나 한 순간 돈을 잃고 알거지가 될 수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본인의 목숨 다음으로 소중하다. 저마다 부자 되기 열풍에 휩싸여 재테크에 열을 올리고 있는 IMF 이후의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저마다 속을 알 수 없는 속물이 되어 가고 있다. 나 역시도…. 슬프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정치, 경제에 유독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분들이라도 돈의 흐름을 알고, 감각을 익혀야 부자가 될 수 있다. 부자 되기의 첫 출발점이 바로 경제학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학 입문 도서로 「경제학 산책」은 매우 쉽고, 간결한 책이다.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나온 책이지만, 평소 경제에 관심은 많았으나 도통 너무 어려워서 제대로 공부해볼 기회가 없었던 성인들에게도 안성맞춤인 책이다. 총 12명의 유명한 경제학자들의 생애를 짧은 분량으로 재미있게 이야기해 준다. 너무도 유명해서 이름만 들어도 아는 학자에서부터, 전혀 생소했던 이름의 경제학자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다는 것 또한 본서의 장점 중 하나다. 이번 기회에 만나볼 수 있었던 유명한 경제학자들의 개요는 이러하다.



  1. 애덤 스미스 (1723~1797)
  현대 경제학의 창시자. 부의 근원은 노동이며, 분업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수단이다. 자유 시장을 옹호하고 관세와 국가보호주의를 반대한 스미스는 자유 시장경제 추종자들의 대부로 자리를 잡았다. 18세기 중반에 이미 국제 분업과 전 세계 자유무역을 예견했다. 경제라는 단일 주제를 포괄적이고 집중적으로 다룬 최초의 경제서「국부론」발간. 

  2. 데이비드 리카도 (1772~1823)
  세속적으로 큰 성공을 거둠. 국제무역은 언제나 이득이 된다는 ‘비교우위론’ 주장. 모든 국가가 자유무역을 하고 전문화하고 제한조치와 관세를 철폐하면 다 같이 잘살게 된다. 세계화라는 경제학의 주요 이론에 크게 이바지한 인물.
 
   3. 칼 마르크스 (1818~1883)
  지금까지도 수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공산당’의 창시자. 마르크스 역시도 공산주의사회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는 않고 애매모호한 언변으로 마무리 했다. 마르크스의 설명에 따르면 공산주의는 자본주의가 종식된 후 사유재산과 모든 계급, 각 계급의 상이한 이해관계가 모두 폐지된 조화로운 사회다. 1천 페이지에 달하는 자본론에서 미래의 비전은 마지막 부분에 채 반 쪽도 안 되는 분량으로 매우 불분명하게 서술되어 있다. 미래에 대한 마르크스의 애매모호한 비전은 그의 명성에 득이 되었다. 나에겐 여전히 어렵고 복잡다단한 인물, 마르크스. 

  4. 레옹 빌라 (1834~1910)
  수요와 공급 간의 균형이 가능한가, 라는 경제학의 두 가지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를 바탕으로 한 균형이 안정적인가를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증명한 경제학자다. 자신의 방정식을 균형가격으로 풀기 시작했다. ‘경매인의 자유’라는 가히 천재적인 설명방식을 찾아내어, 완전경쟁의 가정 하에서 가계와 기업이 파고드는 모든 경제적 변수에 대한 균형 값을 구한다. ‘공급은 수요의 결과일 뿐이다.’

  5. 존 케인스 (1883~1946)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 경제정책이 확신되는데 크게 영향을 미쳤다. 수요를 결정적인 경제요서로 보고,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전적 공급이론을 완전히 뒤집어엎는다. 기업인은 자신의 상품을 팔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에만 생산 한다고 주장. 전체 경제의 수요, 즉 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며 소득이 증가할수록 감소한다. 그리고 저축은 수요를 억압한다. 또 돈을 투자하지 않고 쌓아만 두면 저축은 악덕이 될 수도 있다. 경제에 심리학을 도입하여 금융정책을 설명한다. 임금상승은 소비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생산증대를 가져옴으로써 다시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단순하지만 정확한 논리를 펼쳤다. 또한 케인스는 정부자문위원, 사업가, 투기꾼, 언론인, 영국은행장, 미술품애호가, 연극후원자, 서적수집가 등 다양한 활동에 몸담았다.

  6.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1899~1992)
  하이에크는 자신의 저서 「가격과 생산」에서 케인스의 경기이론과 대립하는 경기이론을 담고 있다. 하이에크는 국가의 경제 개입을 옹호하는 케인스가 옳지 않다고 보았다. 둘은 언제나 의견이 갈렸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좋아했다. 하이에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주의 사상이 다시 번창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사회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국가의 지나친 개입이 경제발전과 부의 증가를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7. 피터 드러커 (1909~2005)
  경영을 하나의 학문으로 승격시킨 경제학자이자 경영자들의 컨설턴트인 피터 드러커는 최고 경영자들에게 항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전형적인 상류사회에 속했던 드러커의 집안은 언제나 유명인사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는데, 슘페터, 지그문트 프로이트, 토마스 만, 미제스 등도 자주 찾았다. 어렸을 적부터 자연히 여러 지식인들과 교류를 했던 드러커는 경영을 비롯한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탁월한 두각을 나타나게 된다. 그 후 세계 각지에서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칼럼니스트와 교수를 겸하여 여러 저서들을 편찬한다.

  8. 밀턴 프리드먼 (1912~2006)
  마약, 마리화나 허용을 주장할 만큼 개인의 자유를 그 무엇보다 중요시 했다. 국가는 가능한 한 뒤로 물러서 소수의 핵심 과제만을 수행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가 말한 국가의 핵심 과제란 법의 존중, 민간 계약의 준수 여부, 시장 기능의 확보에 대한 책임을 의미한다.  그의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위와 같은 주장을 펼치며, 극단적 자유주의이론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경기촉진을 위해서 국가가 지출을 증대하지 말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을 만큼의 적정수준에서 통화량을 늘려야 하며, 만약 정부가 수입보다 지출을 높이면 필요한 돈을 납세자나 자본시장으로부터 조달해야 한다는 현대 자유 자본 시장 이론을 수립에 기여했다.

  9. 존 내쉬 (1928~ )
  그에게는 여러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양성애자, 수학의 천재, 정신 분열증 환자, 노벨상 수상자……. 이러한 화려한 이력 탓에, 존 내쉬를 모델로 한 ‘뷰티풀 마인드’라는 제목의 소설과 영화까지 탄생하게 되었다. 정신병원에 장기간 입원하기도 하고, 아내 알리샤와 2번의 재혼을 하는 등. 실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그는, 천재는 대부분 광인이라는 말에 설득력을 더한다. 수학을 경제학에 접목시킨 게임이론으로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고, 결국 정신병도 스스로의 힘으로 치유하여 현재까지도 활발한 학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10. 아마르티아 센 (1933~ )
  실용적인 접근으로 세상을 개선시키고자 애썼던 센은 기아와 빈곤에 대한 연구로 기존 경제학에 혁명을 일으켰다. 젊은 나이에 구강암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고생을 하면서도 연구를 업으로 삼아 일했다. 통계를 활용해 경제적 불균형의 측정, 빈곤 평가, 실업 분석, 자유와 권리의 원칙 및 영향 등을 연구 하며 경제적 사회적 연구에 헌신했다.
 
  11. 에르난도 데소토 (1941~ )
  페루의 경제학자이다. 자국의 경제를 연구하며 많은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이를 알리는데 노력한다. 공식적으로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의 미등록 소유물을 전부 합법화하면 제3세계 경제는 역동적으로 발전하게 될 거라는 처방을 펼친다. 경제발전은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만 가능하다고 믿으며, (물론 무조건적인 신자유주의자는 아니다. 그 자신도 철저한 자본주의자는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그가 자본주의를 옹호한 이유는 저소득층에게도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가난한 자에 대한 관심, 사회협약의 존중, 기회균등을 외치며, 제 3세계의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12. 조지프 스티글리츠 (1943~ )
  스티글리츠는 세계화, 자유화, 민영화, 국가의 개입철폐 등을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적 요구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정보비대칭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인간의 행동, 경제학과 심리학, 신경학의 공동 작업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야말로 미래 경제학의 주요 과제라고 주장했다. 


  물론 천재라는 0.1%의 재능은, 처음부터 타고난다는 것에 확신하지만, 이들 경제학자들의 이력을 살펴보고는 몇 가지의 불필요한 생각들이 덧붙여졌다. 12명의 유명한 경제학 천재들의 자라온 환경을 보면, 그들은 대부분이 이미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유럽인이나 미국인이고, 또 상류층의 가정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명문대학의 수학과나 법학과를 졸업하여 경제학에 깊이 연구했는데, 대부분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것이 바로, 각자 다른 사상을 지닌 그들의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훌륭한 가정에서 올바른 교육을 받고, 혁명적인 사상으로 세상으로부터 더욱 큰 명성을 떨치게 되는 천재들을 보면, 하늘은 참 불공평하다는 쓸데없는 생각이 문득 든다. 물론 타고난 환경 외에, 개인의 노력이 없었다면 현대 경제학에 큰 영향을 미쳤던 그들의 논문이 탄생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무작정 어렵고 복잡한 경제학이지만, 가볍게 입문 한다는 생각으로 본서를 펼치면 좋을 듯하다. 유명 경제학자들의 짧은 필모그래피가 그들의 추상적인 사상과 함께 적절한 분량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요즘 시대가 워낙 좋아졌으니, 어려운 경제학 용어들은 컴퓨터 클릭 한번으로 해결되므로, 좀 더 자세히 공부해 보고 싶으신 분들은 이 책을 읽은 후, 조금씩 난이도를 높여가며 따로 그들의 저서나, 경제학 서적을 공부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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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대지
생 텍쥐페리 지음, 최복현 옮김 / 이른아침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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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극한의 상황이 닥쳐오면 가장 먼저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한다. 생텍쥐페리 역시 어느 사막에 표류되어 구조를 기다리던 5일 동안, 물 한 모금 구경하지 못했던 그 절박한 상황 속에서 당연히 그를 사랑하고 믿고 있을 사람들을 떠올리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동료 프레보와 함께 신기루에 사로잡혀 영혼을 잠식당할 때, 오렌지 한 조각이 주는 기쁨에 그저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되는 순간들. 외롭고 지친 생사의 갈림길에서 지독한 갈증과 외로움에 시달렸던 믿을 수 없는 시간들……. 도움으로부터 간신히 죽음을 모면했던, 가련한 생택쥐페리를 상상해 보니 누군가의 시가 생각이 났다.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어린 왕자》를 통해서만 어렴풋이 알고 있던 ‘생텍쥐페리’ 문학의 넓은 세계를 본 결과는 대단히 소중하다. 자신의 경험을 고스란히 투영시켜 완성한 에세이 《인간의 대지》는 대지에 뿌리를 두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다. 단지 목적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비행기를 매개체로 삼아 하늘과 땅, 그 중심에서 세상을 바라보던 생텍쥐페리의 삶은 ‘일생’이라는 철학을 압축한다. 너무도 짧지만, 짧기에 강렬한 인간의 삶. 그리고 단단하게 이어져 있는 사람과의 관계.  

  이 책을 읽으며, 문득 문득 너무 외로워졌고, 또 문득 문득 따뜻한 감동의 파장이 일어났다. 난파한 비행기 덕택에 며칠 동안 사막에서 표류한 생텍쥐페리의 이야기도 매우 감동적이지만, 영하 40도에 달한다고 하는 안데스산맥에서 살아 돌아온 ‘기요메’란 친구의 이야기 역시 대단했다. 주저앉아 잠시만 쉬어도 얼어 죽게 된다는 것을 알기에 결코 쉬지 않고 걷고, 또 걸었다는 기요메. 무단히 힘겨웠을 그 추위와 싸움하며 마침내 자신이라는 높은 산을 뛰어넘었을 때의 환희가 전해진다. 그리고 살아 돌아왔음을 알고 눈물을 흘리던 동료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가슴을 울리는 명쾌한 한 마디. 다른 사람들이 성공한 것은 누구나 언제든지 성공 할 수 있다는, 흔해빠졌지만 비범한 진리!

  “폭풍우, 안개, 눈과 같은 것들이 가끔씩 너를 괴롭힐 거야. 그럴 때면 너보다 먼저 이를 경험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는 거야. 그런 다음에 이렇게만 생각해. ‘다른 사람들이 성공한 것은 누구나 언제든지 성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야.” - 16p

  인간은 정말 강인한 존재다. 하물며 한없이 약해빠진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의 대지》를 읽으며 정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바람과 모래와 별, 이라는 제목도 매우 잘 어울리긴 하지만, 아무래도 인간의 대지가 더 넓은 뜻을 포함하고 있는 듯하여, 이 제목이 마음에 든다.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고 하는 생텍쥐페리의 죽음과, 그가 열정을 다해 사랑했던 비행은 얼마만큼의 관계가 있을까? 사막의 모래, 바람, 그리고 비행기 창밖으로 보였을 촘촘한 별 밭 한 가운데서 그가 느꼈을 충만한 기쁨을, 언젠가는 나도 꼭 만끽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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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대지
생 텍쥐페리 지음, 최복현 옮김 / 이른아침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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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 안개, 눈과 같은 것들이 가끔씩 너를 괴롭힐 거야. 그럴 때면 너보다 먼저 이를 경험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는 거야. 그런 다음에 이렇게만 생각해. ‘다른 사람들이 성공한 것은 누구나 언제든지 성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야."-16쪽

이렇게 삶의 기쁨은 나에게 있어서는 이 향기롭고 따끈한 첫 모금에, 이 우유와 커피와 밀의 혼합에 모이는 것이었으니, 그것을 통해 사람들은 조용한 목장과 이국의 대공원과 그 수확물들에 정신적인 유대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온 대지와 사귈 수 있게 된다. 그토록 많은 별들 중에서 우리의 손이 자기에게 미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벽식사의 이 향기로운 사발을 만들어주는 별은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었다.-34쪽


넓은 지평선을 그들의 잎으로 덮는 것을 허락하는 너그러운 존재들 가운데 그가 속해 있다. 곧, 사랑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책임을 지는 일이다. 그것은 자신의 의지에 따르는 것으로, 동료들이 쟁취한 업적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마음, 하나의 돌을 쌓더라도 세상을 세우는 데에 이바지한다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70쪽

안녕, 내가 사랑하던 그대들이여. 사람의 육체가 물을 마시지 못하고 사흘을 견디지 못하면,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내가 이렇게 샘의 포로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었다. 사람은 제 앞으로 곧장 갈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사람은 자유롭다고 믿고 있다. 사람은 자기를 우물에 잡아매어 놓는 줄을 보지 못한다. 탯줄처럼 그를 대지의 복부에 매놓은 줄을 보지 못한다. 한 발자국만 더 내딛으면 그는 죽는 것이다. 그대들의 고통을 제외하면,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는다. 곰곰이 따져보면 내가 가장 나쁜 몫을 차지했다. 돌아가게 되면, 나는 다시 이 일을 시작할 것이다. 나는 살 필요를 느낀다. 도시에는 이미 인간의 삶은 없다. -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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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를 만나다
빈센트 반 고흐 그림, 메릴린 챈들러 맥엔타이어 시, 문지혁 옮김, 노경실 글 / 가치창조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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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흐의 눈은 참 슬프다. 회색 모자도, 가난한 농부들도, 태양의 희망을 상징하는 해바라기의 노란색도 나에겐 슬프다. 처절하게 고독했던 옐로우 하우스도, 고갱과 함께 마셨던 압생트도, 말라비틀어진 빵조각도 모두 모두 슬플 따름이다.

  왜 이렇게 슬픈 걸까? 고흐의 그림들을 보면 가뜩이나 슬픈데, 맥엔타이어의 시와 함께 그림을 보니, 슬프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하다. 고흐의 그림을 보며, 그 그림을 그리고 있는 고흐를 상상하고, 그를 둘러싼 주변의 풍경과 사람들을 떠 올려본다. 그의 고독이 바로 내 코앞에 다가왔다는 착각을 일깨우고서야 묘한 환상에서 깨어난다.


  ※ 고흐의 그림과 멕엔타이어의 시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고흐의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을 많이 보아왔지만, 이상하게도 고흐의 그림을 싫어하는 사람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고흐의 그림에는 사람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드는 힘이 있고, 난 그의 파워를 믿는다. 신봉한다는 말이 더 알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고흐의 물감을 사랑할 수밖에 없음을, 사람들은 너무 늦게 깨달았다. 사후 100년이 지나서야 천재로 인정받은 허탈함을 그는 지금은 알고 있을까? ‘에드거 앨런 포’와 마찬가지로 그의 생전이 그러했듯 철저한 가난과 고독, 소외 속에서도 오로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던 고흐의 우직함이 나는 참 좋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그림, ‘밤의 카페 테라스’가 이 책의 표지로 당당하게 금빛 불을 밝히고 있다. 「고흐를 만나다」라는 제목도 너무 마음에 들고, 고흐의 흐릿한 생명이 이어져 있는 그림 옆에, 고흐에게 바치는 사랑과 존경의 찬가를 노래하고 있는 ‘시(詩)’들이 너무 아름답다. 아마도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고흐의 그림을 바라보며 당시 그가 거닐던 거리의 풍경과 그의 옐로우 하우스, 그리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의 내면을 살짝 들여다보고 있었으리라. 때론 황폐하기도 하고, 때론 환각으로 어지러움을 호소하면서도 끝까지 붓을 놓을 수 없었던 인간 고흐를.

  고흐의 심장은 태양의 벗이다. 고흐가 방을 그린 이유는, 그가 강제로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데에 대한 일종의 복수의 마음에서였다. 고흐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때도 그림을 위해 거리를, 아를 공원을 걸었다. 오늘도 그에 대해서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아마도 앞으로 잠들기 전, 몇 번이나 이 책을 들었다, 놓았다, 하게 될 것 같다.


  모든 게 다 잘될 것이다.
우리 손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세상은 사랑 안에서 돌아가는 것,
우리는 대지에 알맞고 적당한 것을 주고,
몸이 우리를 쉬라고 부를 때 순종하면 되는 것이다.
- 92p (낮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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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정진홍의 인문경영 시리즈 1
정진홍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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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나에게 새삼 인문학의 중요성을 알려준 책이 있다. 바로「희망의 인문학」이다. 「희망의 인문학 -얼 쇼리스 (이매진) 2006년 11월」의 ‘클레멘트 코스’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하층민들을 상대로 대학 과정에 맞먹는 험준한 코스의 인문학 교육을 실시하여 교육 후에 이전과 달라진 삶을 주제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교도소 수감자나 하층민들을 상대로 정치, 사회, 역사, 예술, 철학을 가르친다는 사실이 굉장히 역설적으로 들리기도 했다. 하루 하루 먹고 살기도 빠듯한 사람들에게 그런 공부를 가르쳐서 어디다 써 먹을 수 있는가? 일반적인 상식으로 인문학은 시간적 여유가 되는 한량들이나 즐길 수 있는 굉장히 어려운 분야의 공부임에 틀림없고, 인문학을 배운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인문학은 확실히 그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문화를 즐길 틈이 없었던 밑바닥 인생들이 점점 자신감을 찾아가고, 인문학에게 깊이 있는 인생과 더 나은 삶의 방향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변화하는 속도는 저마다 틀리겠지만, 책 속에 길이 있으니 그 길을 천천히 따라 가기만 하면 된다는 옛말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인문학. 참으로 어렵다. 교양과목으로 약소하게나마 배웠던 역사, 철학, 문학, 나아가 심리학, 기호학, 종교, 예술을 배운다고 해서 당장 눈에 보이는 이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하나하나가 이어져 지금의 세계가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각의 학문들은 언제나 서로 소통하고 있다. 각각의 학문들이 모여 커다란 틀 안으로 편입되고, 최종적인 인류의 문화가 완성된다. 인문학을 배우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 현재를 살아보는 것이다. 가장 찬란했던, 가장 훌륭하다고 판단되었던 과거의 문장 속에서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러한 인문학이 점점 소외 시 되어 가고 있던 와중, 최근 들어 새삼 고전이나 인문학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인문학 속에서 우리는 아직까지 배울 점이 무궁무진하다.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는, 이렇듯 중요한 인문학을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렵고 딱딱한 인문서적을 읽을 시간이 부족한 바쁜 현대인들을 위하여 고전 반열에 오른 책들의 엑기스를 모아서 간편하게 읽을 수 있는 가이드 역할을 함과 동시에, 적절한 어드바이스로 기업인들에게 유익한 정보까지 함께 제공해준다. 총 10 챕터에 달하는 인문의 숲에서의 산책은, 중국의 흥망성쇠에서부터 시작해서 로마에서 끝을 맺는다. 클레오파트라나 옥타비아누스 같은 역사적 인물에서부터, 아문센과 섀클턴 등의 모험가, 조지 마셜, 맥아더 등의 2차 세계대전의 전쟁 히어로, 그리고 케네디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이력과 탁월한 리더쉽의 사례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어 유혹의 기술과 감각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어드바이스도 잊지 않는다.

어렵고 지루한 인문학이 아닌,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쉽고 간편한 인문학 안내서를 찾는다면 과감하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편안하고 간결한 자세로 인문학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본서를 읽는 동안 여러 분야의 책을 동시에 읽은 뿌듯함과 역사 속의 인물들을 발견하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었다. 변화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성급하게 쫓기 보다는 지성의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인문학을 섭취하여 남들과 다른 나 자신의 인격과 교양을 먼저 가꾸어 가야 한다. 단,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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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청년 2007-11-27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21세기북스의 책을 사랑(?)해주셔서 무척 감사드립니다.
이번달에 21세기북스에서 신간이 많이 나오는데, 오셔서 관심있게 봐주셨으면 하네요...^^
매일매일 한분께 책을 선물해드리고 있으며, 수시로 서평단을 모집하기도 합니다.
카페로 놀러오셔서, 좋은 책과 사람들을 만나시길 바래요^^
카페 주소 : cafe.naver.com/21cbook

mind0735 2007-11-27 13:06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