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쇼핑 -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찾아 떠나는 타이베이 감성 여행
시린 지음, 임화영 옮김 / 이담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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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는 그저 훌쩍 떠나면 갈 수 있는 곳입니다. 다만 훌쩍 떠날 이유가 아직은 강렬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 이유를 조금 높일만한 책을 읽었습니다. 도시적인 분위기와 옛 정취가 조화를 이룬 타이페이는 매력적인 여행지로 꼽힙니다. 더하여 최근에는 고정관념을 깨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숍들이 늘고 있어 새로운 문화를 일구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라이프스타일숍이란 생활용품, 디자인 소품, 공예품, 문구, 책 등 일상에서 쓰는 물건들을 파는 곳인데, 개성이 돋보이는 상품들이 눈길을 끌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할 듯합니다.


<타이페이 쇼핑>은 타이완 해협 양안관광협회가 매년 개최하는 ‘타이완 자유 여행, 가이드 달인’ 선발대회의 쇼핑부문에서 돋보이는 기획이었다고 합니다. 기획안을 낸 저자는 2년 동안 네차례나 타이페이를 찾을 정도로 타이페이의 매력에 빠졌다고 합니다. ‘도시의 참모습은 종종 거리 모퉁이나 구석진 골목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한 저자는 타이페이의 골목 속에 숨어 있는 개성있는 라이프스타일숍에서 타이페이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의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지역마다의 거리에는 나름대로의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식 주택이 많은 푸진제는 참신한 느낌이 있고, 유서깊은 디화제는 최근 트렌드숍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옛것과 새로운 것이 격돌하는 분위기, 철공소거리였던 츠펑제는 젊은 예술가들이 집결하고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융캉제와 스다루는 문학과 예술적 정취가 물씬난다고 합니다. (아직 가보지 못해서 저자의 설명을 전합니다.)


저자는 꼼꼼하면서도 적극적인 성격인 듯합니다. 눈에 띄는 가게가 있으면 주인을 만나 가게를 열게 된 사연과 철학 같은 것까지 캐내어 책읽는 이로 하여금 가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사진(여기서 군더더기라 함은 가게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신체의 일부라 하면 지나칠까요? 어쩌면 주인의 특별한 배려가 있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을 곁들인 꼼꼼한 설명이 돋보입니다. 그 사진들은 가게를 장식하는 작은 소품까지도 상세하게 보여줍니다. 그런가 하면 잡화점의 경우에는 어수선하면서도 개성이 돋보이는 매장 분위기를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무작정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는 것만은 아닙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가보고 싶은 가게에 대하여 꼼꼼하게 자료를 챙기기도 합니다. 신문기사는 물론 인터넷까지 뒤져 가게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입수하여 정리하는 것입니다. 목적을 가진 여행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개인의 취향일 수도 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여성들의 필수품 생리대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만, 면생리대를 팔고 있는 가게의 점원의 설명을 듣게 되면 느끼는 바가 클 것 같습니다. “요즘 나오는 대다수의 생리용품은 솜을 만들 때 표백제를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고, 썩지 않는 비닐로 과도하게 포장하고 있어요. 이런 것들은 여성의 건강에 악영향을 까칠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문제도 일으키고 있답니다.(88쪽)” 대안은요? 재활용이 가능한 면생리대가 추천된다고 합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생리대제조사에서 내놓은 상품의 이면에 숨어있는 문제점들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타이완은 일기예보가 한 번도 어긋난 적이 없는 것 같다(116쪽)’라는 구절을 읽고 ‘정말?’하는 감탄사가 튀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 수퍼컴퓨터를 몇 대씩이나 구입하고도 번번이 일기예보가 틀리는 우리나라 기상청이 배우러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식당, 잡화점, 카페, 작은 장식품, 옷, 갤러리 등등, 일상과 관련된 정말 다양한 가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분이나 이런 가게를 열어볼 생각을 가진 분에게 좋은 정보가 될 내용들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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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저널리스트 : 어니스트 헤밍웨이 ㅣ 더 저널리스트 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영진 엮고 옮김 / 한빛비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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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노인>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어니스트 헤멩웨이는 기자였습니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에 종군기자로 활약한 경험은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의 걸작을 낳게 했습니다. 헤밍웨이의 무수한 소설들이 국내에 소개되었지만, 그가 쓴 기사들이 국내에 소개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더 저널리스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작가이기 전에 기자였던 어니스트 헤밍웨이, 조지 오웰, 칼 마르크스 등의 기사들을 통하여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조명해보는 기획시리즈의 첫 번째 입니다. 헤밍웨이의 경우 열여덟에 기자가 되어 20대에는 종군기자로 활약했습니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거의 백년 전이지만, 당시의 시대상은 지금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던 듯합니다. 헤밍웨이는 그런 세상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엮은이의 말대로 대화체를 섞어 소설의 한 장면을 묘사하는 듯한 기사체입니다. 따라서 그의 기사를 읽다보면 마치 글을 읽는 이가 현장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작가로서 헤밍웨이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만큼, 그의 기사들을 읽다보면 그의 문학작품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작품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했습니다. 저널리스트로서 헤밍웨이는 ‘불평등과 부조리,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인간의 고통, 파시즘에 대한 두려움’ 등을 다루었다고 합니다.


엮은이는 디지털화되어 있지 않은 당시의 기사들을 입수하는 작업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수백 건의 기사를 수집하였고, 그 가운데 25편의 기사를 가려 뽑았습니다. 그 기준으로는 사회 부조리와 평화를 향항 열망, 전쟁을 보는 시각 등 작가로서의 헤밍웨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기사와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것들을 우선했다고 합니다.


1부는 십대의 신참기자가 바라본 당시의 시대상입니다. 권투경기를 보러온 시장이 경기에는 관심없고 유권자들만 챙기는 모습을 희화한 기사, 응급실의 긴박한 모습이나 천연두 환자의 이송이 지연된 사연 등을 짚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권투경기장에서 벌어진 치열한 경기를 보고 웃는 사람과 웃지 않는 사람을 구별해내기도 합니다. ‘상처받은 적이 없는 사람만이 남의 상처를 보고 웃는다(48쪽)’


2부는 당시의 인간상을 엿볼 수 있는 기사들입니다. 당시에도 군대를 다녀온 척해야 하거나 사진을 보정하는 경우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권투와 사자사냥을 통하여 스포츠맨정신을 논하기도 합니다. 권투와 사자사냥을 금기시하는 오늘날에는 다소 생경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3부에는 전쟁의 참상을 그린 기사들을 뽑았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이어 벌어진 그리스-터키 전쟁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피난민의 행렬을 보면서 전쟁의 참화를 전합니다. 그런가 하면 종군기자들 가운데 별난 사람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오늘 마을이 타오르는 아주 멋진 장면을 촬영했지(99쪽)”라고 말하면서도 피난민이 처한 상황이 끔찍하다고 말합니다. 기자로서의 사명감과 인간의 본성이 충돌하는 묘한 분위기를 잘 포착해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에 파시스트 정권을 세운 무솔리니를 인터뷰하는 행운을 통하여 파시스트의 뻔뻔한 모습을 그리기도 합니다.


4부는 스페인내전의 종군기사 모음입니다. 선거를 통하여 구성된 공화국 정부를 향하여 총을 든 프랑코장군의 파시스트 세력에 대한 저항을 그렸습니다. 파시스트군에 포위된 마드리드의 숙소에서 들리는 소총소리를 묘사한 장면이 실감납니다. ‘타크롱, 카퐁, 크르랑, 타르롱!’ ‘나비와 탱크’라는 기사는 전쟁터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질 수도 있는 불행한 상황을 그리고 있는데, 존 스타인벡은 ‘이런 이야기를 구상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묘사해냈다니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라고 찬탄했다고 합니다.


5부에서는 전쟁의 참상을 그린 기사입니다. 마지막 기사 ‘당신을 위한 누군가의 죽음’에 같이 실려있는 전사자의 모습은 전쟁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직접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이 땅에서도 끔찍한 전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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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불안증후군, 그 원인과 증상에서 진단 및 치료까지 - 숙면과 일상을 방해하는 수면질환
신홍범 지음 / 이담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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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 발전하면서 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하나는 새로운 질환이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증상이 비슷한 질환으로 간주되던 질환이 새로운 이름을 얻어 독립하는 경우도 있고, 원인이 밝혀짐에 따라서 새로운 질환으로 자리매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제가 의학을 공부할 때는 물론이고 비교적 최근까지도 익숙하지 않은 질환입니다. 특히 최근에 아내가 호소하는 불편함이 이 질환 때문이 아닌가 싶어서 꼼꼼하게 읽게 된 책이기도 합니다. 수면의학을 전공하신 신홍범 원장님은 <하지불안증후군>에서 ‘하지불안증후군’이란 질환이 주목받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원인, 증상과 진단, 그리고 이 질환으로 인하여 생길 수 있는 부작용, 치료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설명하였습니다.

흔히 의학과 같은 전문분야의 글을 쓰다보면 의학에 조예가 깊지 않은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전문용어나 개념을 전문가적 시각으로 정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신원장님은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다소 생소한 질환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 혹은 팔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불편감을 특징으로 하는 감각운동계통의 질환이라고 정의합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다리나 팔 깊은 곳에서 뭔가 불편한 느낌이 들고, 안절부절못하다, 불편하다, 저린다, 당긴다, 쩌릿쩌릿하다. 주무르고 싶다. 움직이고 싶다, 시리다, 화끈거린다, 등 다양한 표현으로 증상을 호소한다고 설명합니다.


움직일 때 증상이 더 심해지는 일반 통증과는 달리 하지불안증후군에서 보이는 증상들은 앉아 있거나 누워있는 등 활동을 하지 않을 때 더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깨어있을 때는 증상이 나타나면 몸을 움직여 증상을 줄이는 노력을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잠을 잘 때라고 합니다. 자는 동안 불편함을 느끼게 되면 불편한 부위를 움직이게 되면서 잠이 깊어지지 못하고 수면장애가 동반된다고 합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불편함을 느끼는 부위에 이상이 있어서가 아니라 중추신경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인데, 해부학적 이상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기능적 이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짐작된다고 합니다. 신경세포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을 때 간여하는 도파민이 분포에 변화가 생기면서 증상이 나타나거나 혹은 도파민 수용체의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도파민가설로 설명하거나, 철분 부족, 전신적 염증, 신경계의 저산소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항우울증약이나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도 하지불안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고, 임신을 하면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증상에 더하여 당름의 다섯 가지 특징이 있으면 하지불안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1.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있다, 2. 가만히 있을 때 불편감이 심해진다, 3. 움직이면 증상이 줄어든다, 4. 저녁이나 밤에 증상이 더 악화된다, 5. 다른 질환에 의해서 생기는 증상이 아니다, 등입니다.


이 질환을 진단하는 데는 환자의 주관적인 불편함의 호소에 더하여 객관적인 검사소견이 필요한데, 운동억제검사, 수면다원검사, 활동기록기검사 등을 통하여 진단을 확정하게 됩니다. 증상이 경미한 경우에는 약을 먹지 않는 비약물적 노력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약물요법으로 효과가 없을 때는 파킨슨병 치료제인 도파민제제나 수면을 유도하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아편계 약물, 항경련제, 아드레날린성 약물, 철분제제 등을 사용하게 됩니다. 약물치료 이외에도 증상에 따른 비약물요법도 다양하게 곁들이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이고, 수면주기를 일정하게 하며, 걷기와 스트레칭과 같은 운동요법도 사용합니다. 물론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알코올, 카페인, 흡연을 피하고, 음식을 가려먹어야 하기도 합니다.


물론 하지불안증후군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일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일단 문제를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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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구두를 신다 - 365일 아라비안 데이즈 Arabian Days
한가옥 지음, 한연주 그림 / 이른아침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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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책을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여행지에 관한 정보를 담은 책과, 여행에서 얻은 느낌을 적은 책입니다. 최근에는 여행지에 관한 정보를 담은 책보다는 여행에서 얻은 느낌을 적은 책이 대세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자유여행의 형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행에서 얻는 느낌도 다양합니다. 신변잡기 같은 책이 있는가 하면 사유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책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작가의 책들을 보면 전자가 훨씬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만 우리나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없다는 것 같습니다.


‘365 아라비안데이즈’라는 부제를 단 <바람 구두를 신다>는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 그리스, 터키 등 5개국을 여행한, 아니 그곳에 머물면서 그 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적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행기라기 보다는 ‘체험 삶의 현장’인 셈입니다. 그것도 무려 1년에 걸친 여행입니다. 인터넷신문의 기자로 활동하다가 여행에 빠졌다는 작가는 현재 컬럼비아의 투어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다행인 셈입니다.


이 책에 담은 365일 여행의 마지막 그리스와 터키에서 작가는 ‘긴 여행이 지겨워지고 있다’라고 적었는데, 그런 여행을 왜 기획했는지가 분명치 않습니다. ‘여행이 생활이 되고, 오랜 기간 자극에 익숙해지니 그 무엇을 봐도 큰 감흥이 없어진다.(251쪽)’라고 했으니 이 책을 읽는 독자로서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혼자의 생각을 정리한 것,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일기장인데, 굳이 남이 읽도록 책으로 만들 이유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의 입장은 별로 고려한 것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모종의 의무감으로 하는 여행이라는데, 그 의무가 무엇인지도 분명치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유적에 큰 관심이 없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습니다. 볼거리가 많은 도시 이스탄불에서 블루 모스크, 톱카프 궁전, 아야 소피아 성당, 고고학 박물관 그리고 그랜드 바자르에 관한 이야기를 그저 ‘있다’라고 두 줄로 소개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해당 국가의 이야기가 끝이 나면 그 나라에 관한 여행정보를 몇 쪽으로 압축하여 정리해놓기는 했습니다. 가는 법, 시차, 그 나라에서 보아야 할 것들, 여행 시기, 물가 및 경비, 안전수칙과 주의사항 등입니다. 그러니까 여행정보를 담고 있는 것은 맞는데, 본문에서는 전혀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특히 이런 사람이면 OK, 이런 사람이면 NO라는 항목이 있는데, 해당 국가를 여행하는데 갖추어야 할 여행자의 성품 같은 것을 논하고 있어서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들어가는 말에서는 여행에 대한, 여행을 하는 이유 등을 적고 있습니다. 무슬림의 의무에 포함되는 여행은 성지 메카를 향한 순례의 길을 의미하는데, 그런 의미의 여행이 ‘길은 평등을 가르치고 겸손을 가르친다. 생에 대하여 겸손하라고, 세상은 그래도 아름다운 곳이라고 소리 높여 외친다’라고 적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글을 보면 사유의 깊이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 가운데 무언가 있어 보이려는 욕심이 드러나는 듯합니다. 그런가 하면, ‘부디 이 책을 읽는 여행자들은 모두 어디론가 떠나기 전, 가볍게 달뜬 환상보다 길과 사람에 대한 뜨끈한 애정, 묵직한 믿음 하나를 마음에 채우고 떠나길 바란다. 어떤 질문을 가지고 떠났든 길이 알려주고 바람이 대답해줄 것이다’라는 당부 역시 무슨 소리인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조만간 가보려 하는 이스라엘과 요르단에 대한 여행정보로 얻을 것이 별로 없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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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 똑똑하고 기발하고 예술적인
노아 스트리커 지음, 박미경 옮김, 윤무부 감수 / 니케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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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새를 연구하는 미국의 젊은 과학자 노아 스트리커의 에세이입니다. ‘똑똑하고 기발하고 예술적인’이라는 부제가 안성맞춤할 정도로 새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이 책에 담았습니다. 이 책을 감수한 윤무부교수는 추천사에서 ‘많은 논문과 저술을 샅샅이 뒤지고 현장 경험을 통해 얻어낸 정보들을 알차게 담고 있다. 게다가 뇌과학부터 물리학, 심리학, 통계학, 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친 지적 주제를 정교하게 엮어애는 솜씨라니!’라며 감탄하기도 합니다. 결정적인 한 줄은 ‘새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인간과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통찰 또한 뛰어났다’가 아닐까 싶습니다. 추천사를 적는 경우에는 대체로 실제보다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독자의 눈으로 보기에도 윤교수님의 추천사는 느낌 그대로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자 역시 ‘이 책은 새들의 세상에 관한 것이지만, 동시에 인간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라고 하면서 ‘새 관찰을 통하여 우리는 결국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라고 하였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새들이 신기하고 현란하고 놀라운 방식으로 행동하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역시 생존이라는 면에서 인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저자는 비둘기 등 13종의 새를 중심으로 귀소본능과 같이 새들이 가진 놀라운 능력을 주제로 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이야기들 가운데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도 있지만, 미처 모르던 놀라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비둘기의 귀소본능은 잘 알고 있는 주제이기는 합니다만, 비둘기거 어떻게 둥지로 돌아오는지는 잘 모르는 부분입니다. 조류학자들은 새들 역시 인간처럼 지형지물이나, 해, 별, 심지어는 냄새에 근거해 방향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으며, 최근에는 자기장, 편광, 방향정위나 초저주파 음처럼,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운 방법을 써서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비둘기들이 눈을 가리고 코와 귀를 막고 자기화된 새장에 넣어 멀리 이동시켜도 집을 찾아올 수 있다고 합니다.


아즈텍의 전쟁의 신 위칠로포츠틀리(Huitzilopochtili)는 ‘왼편의 벌새’로 번역된다는데, 아즈텍인 들이 벌새의 폭력성을 잘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위칠로포츠틀리는 세상의 파국을 막기 위해 때로 인간의 희생을 요구햐T다는 것인데, 보통은 깃털 머리를 한 것으로 묘사되고 너무 눈이 부셔 병사들이 방패에 난 화살구멍을 통해서만 봐야 하는 존재였다고 합니다. 아즈텍 전사들은 전쟁에서 죽으면 벌새로 환생한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조금 모호한 표현이 없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면 ‘인간의 뇌는 약 1,000억개의 뉴런(신경세포)를 가지고 있고, 그 각각이 하나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어 뇌 하나가 2테라바이트의 메모리를 보유할 수 있다는 주장을 인용하였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이 신경세포 하나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에 적고 있는 신경세포들이 신경섬유와 수상돌기에 의하여 서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는 기억은 전기자극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단백질의 코드가 저장되고 재생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얼마나 다양한 정보를 꿰고 있는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은, 중국과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까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기술하고(혹시 옮긴이의 오지랖은 아니겠지요?), 서울대학교의 이원영교수님의 까치의 습성에 관한 연구를 인용하고 있는 점입니다.

이 책에서 읽은 펭귄의 습성에 관한 내용은 요즈음 연재하고 있는 아프리카여행에서 만난 아프리카펭귄에 관한 글에서도 인용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읽기도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인연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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