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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저널리스트 : 어니스트 헤밍웨이 ㅣ 더 저널리스트 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영진 엮고 옮김 / 한빛비즈 / 2017년 8월
평점 :
<바다와 노인>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어니스트 헤멩웨이는 기자였습니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에 종군기자로 활약한 경험은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의 걸작을 낳게 했습니다. 헤밍웨이의 무수한 소설들이 국내에 소개되었지만, 그가 쓴 기사들이 국내에 소개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더 저널리스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작가이기 전에 기자였던 어니스트 헤밍웨이, 조지 오웰, 칼 마르크스 등의 기사들을 통하여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조명해보는 기획시리즈의 첫 번째 입니다. 헤밍웨이의 경우 열여덟에 기자가 되어 20대에는 종군기자로 활약했습니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거의 백년 전이지만, 당시의 시대상은 지금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던 듯합니다. 헤밍웨이는 그런 세상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엮은이의 말대로 대화체를 섞어 소설의 한 장면을 묘사하는 듯한 기사체입니다. 따라서 그의 기사를 읽다보면 마치 글을 읽는 이가 현장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작가로서 헤밍웨이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만큼, 그의 기사들을 읽다보면 그의 문학작품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작품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했습니다. 저널리스트로서 헤밍웨이는 ‘불평등과 부조리,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인간의 고통, 파시즘에 대한 두려움’ 등을 다루었다고 합니다.
엮은이는 디지털화되어 있지 않은 당시의 기사들을 입수하는 작업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수백 건의 기사를 수집하였고, 그 가운데 25편의 기사를 가려 뽑았습니다. 그 기준으로는 사회 부조리와 평화를 향항 열망, 전쟁을 보는 시각 등 작가로서의 헤밍웨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기사와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것들을 우선했다고 합니다.
1부는 십대의 신참기자가 바라본 당시의 시대상입니다. 권투경기를 보러온 시장이 경기에는 관심없고 유권자들만 챙기는 모습을 희화한 기사, 응급실의 긴박한 모습이나 천연두 환자의 이송이 지연된 사연 등을 짚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권투경기장에서 벌어진 치열한 경기를 보고 웃는 사람과 웃지 않는 사람을 구별해내기도 합니다. ‘상처받은 적이 없는 사람만이 남의 상처를 보고 웃는다(48쪽)’
2부는 당시의 인간상을 엿볼 수 있는 기사들입니다. 당시에도 군대를 다녀온 척해야 하거나 사진을 보정하는 경우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권투와 사자사냥을 통하여 스포츠맨정신을 논하기도 합니다. 권투와 사자사냥을 금기시하는 오늘날에는 다소 생경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3부에는 전쟁의 참상을 그린 기사들을 뽑았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이어 벌어진 그리스-터키 전쟁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피난민의 행렬을 보면서 전쟁의 참화를 전합니다. 그런가 하면 종군기자들 가운데 별난 사람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오늘 마을이 타오르는 아주 멋진 장면을 촬영했지(99쪽)”라고 말하면서도 피난민이 처한 상황이 끔찍하다고 말합니다. 기자로서의 사명감과 인간의 본성이 충돌하는 묘한 분위기를 잘 포착해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에 파시스트 정권을 세운 무솔리니를 인터뷰하는 행운을 통하여 파시스트의 뻔뻔한 모습을 그리기도 합니다.
4부는 스페인내전의 종군기사 모음입니다. 선거를 통하여 구성된 공화국 정부를 향하여 총을 든 프랑코장군의 파시스트 세력에 대한 저항을 그렸습니다. 파시스트군에 포위된 마드리드의 숙소에서 들리는 소총소리를 묘사한 장면이 실감납니다. ‘타크롱, 카퐁, 크르랑, 타르롱!’ ‘나비와 탱크’라는 기사는 전쟁터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질 수도 있는 불행한 상황을 그리고 있는데, 존 스타인벡은 ‘이런 이야기를 구상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묘사해냈다니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라고 찬탄했다고 합니다.
5부에서는 전쟁의 참상을 그린 기사입니다. 마지막 기사 ‘당신을 위한 누군가의 죽음’에 같이 실려있는 전사자의 모습은 전쟁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직접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이 땅에서도 끔찍한 전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