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새 - 똑똑하고 기발하고 예술적인
노아 스트리커 지음, 박미경 옮김, 윤무부 감수 / 니케북스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새>는 새를 연구하는 미국의 젊은 과학자 노아 스트리커의 에세이입니다. ‘똑똑하고 기발하고 예술적인’이라는 부제가 안성맞춤할 정도로 새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이 책에 담았습니다. 이 책을 감수한 윤무부교수는 추천사에서 ‘많은 논문과 저술을 샅샅이 뒤지고 현장 경험을 통해 얻어낸 정보들을 알차게 담고 있다. 게다가 뇌과학부터 물리학, 심리학, 통계학, 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친 지적 주제를 정교하게 엮어애는 솜씨라니!’라며 감탄하기도 합니다. 결정적인 한 줄은 ‘새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인간과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통찰 또한 뛰어났다’가 아닐까 싶습니다. 추천사를 적는 경우에는 대체로 실제보다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독자의 눈으로 보기에도 윤교수님의 추천사는 느낌 그대로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자 역시 ‘이 책은 새들의 세상에 관한 것이지만, 동시에 인간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라고 하면서 ‘새 관찰을 통하여 우리는 결국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라고 하였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새들이 신기하고 현란하고 놀라운 방식으로 행동하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역시 생존이라는 면에서 인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저자는 비둘기 등 13종의 새를 중심으로 귀소본능과 같이 새들이 가진 놀라운 능력을 주제로 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이야기들 가운데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도 있지만, 미처 모르던 놀라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비둘기의 귀소본능은 잘 알고 있는 주제이기는 합니다만, 비둘기거 어떻게 둥지로 돌아오는지는 잘 모르는 부분입니다. 조류학자들은 새들 역시 인간처럼 지형지물이나, 해, 별, 심지어는 냄새에 근거해 방향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으며, 최근에는 자기장, 편광, 방향정위나 초저주파 음처럼,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운 방법을 써서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비둘기들이 눈을 가리고 코와 귀를 막고 자기화된 새장에 넣어 멀리 이동시켜도 집을 찾아올 수 있다고 합니다.
아즈텍의 전쟁의 신 위칠로포츠틀리(Huitzilopochtili)는 ‘왼편의 벌새’로 번역된다는데, 아즈텍인 들이 벌새의 폭력성을 잘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위칠로포츠틀리는 세상의 파국을 막기 위해 때로 인간의 희생을 요구햐T다는 것인데, 보통은 깃털 머리를 한 것으로 묘사되고 너무 눈이 부셔 병사들이 방패에 난 화살구멍을 통해서만 봐야 하는 존재였다고 합니다. 아즈텍 전사들은 전쟁에서 죽으면 벌새로 환생한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조금 모호한 표현이 없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면 ‘인간의 뇌는 약 1,000억개의 뉴런(신경세포)를 가지고 있고, 그 각각이 하나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어 뇌 하나가 2테라바이트의 메모리를 보유할 수 있다는 주장을 인용하였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이 신경세포 하나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에 적고 있는 신경세포들이 신경섬유와 수상돌기에 의하여 서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는 기억은 전기자극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단백질의 코드가 저장되고 재생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얼마나 다양한 정보를 꿰고 있는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은, 중국과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까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기술하고(혹시 옮긴이의 오지랖은 아니겠지요?), 서울대학교의 이원영교수님의 까치의 습성에 관한 연구를 인용하고 있는 점입니다.
이 책에서 읽은 펭귄의 습성에 관한 내용은 요즈음 연재하고 있는 아프리카여행에서 만난 아프리카펭귄에 관한 글에서도 인용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읽기도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인연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