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구두를 신다 - 365일 아라비안 데이즈 Arabian Days
한가옥 지음, 한연주 그림 / 이른아침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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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책을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여행지에 관한 정보를 담은 책과, 여행에서 얻은 느낌을 적은 책입니다. 최근에는 여행지에 관한 정보를 담은 책보다는 여행에서 얻은 느낌을 적은 책이 대세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자유여행의 형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행에서 얻는 느낌도 다양합니다. 신변잡기 같은 책이 있는가 하면 사유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책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작가의 책들을 보면 전자가 훨씬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만 우리나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없다는 것 같습니다.


‘365 아라비안데이즈’라는 부제를 단 <바람 구두를 신다>는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 그리스, 터키 등 5개국을 여행한, 아니 그곳에 머물면서 그 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적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행기라기 보다는 ‘체험 삶의 현장’인 셈입니다. 그것도 무려 1년에 걸친 여행입니다. 인터넷신문의 기자로 활동하다가 여행에 빠졌다는 작가는 현재 컬럼비아의 투어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다행인 셈입니다.


이 책에 담은 365일 여행의 마지막 그리스와 터키에서 작가는 ‘긴 여행이 지겨워지고 있다’라고 적었는데, 그런 여행을 왜 기획했는지가 분명치 않습니다. ‘여행이 생활이 되고, 오랜 기간 자극에 익숙해지니 그 무엇을 봐도 큰 감흥이 없어진다.(251쪽)’라고 했으니 이 책을 읽는 독자로서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혼자의 생각을 정리한 것,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일기장인데, 굳이 남이 읽도록 책으로 만들 이유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의 입장은 별로 고려한 것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모종의 의무감으로 하는 여행이라는데, 그 의무가 무엇인지도 분명치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유적에 큰 관심이 없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습니다. 볼거리가 많은 도시 이스탄불에서 블루 모스크, 톱카프 궁전, 아야 소피아 성당, 고고학 박물관 그리고 그랜드 바자르에 관한 이야기를 그저 ‘있다’라고 두 줄로 소개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해당 국가의 이야기가 끝이 나면 그 나라에 관한 여행정보를 몇 쪽으로 압축하여 정리해놓기는 했습니다. 가는 법, 시차, 그 나라에서 보아야 할 것들, 여행 시기, 물가 및 경비, 안전수칙과 주의사항 등입니다. 그러니까 여행정보를 담고 있는 것은 맞는데, 본문에서는 전혀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특히 이런 사람이면 OK, 이런 사람이면 NO라는 항목이 있는데, 해당 국가를 여행하는데 갖추어야 할 여행자의 성품 같은 것을 논하고 있어서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들어가는 말에서는 여행에 대한, 여행을 하는 이유 등을 적고 있습니다. 무슬림의 의무에 포함되는 여행은 성지 메카를 향한 순례의 길을 의미하는데, 그런 의미의 여행이 ‘길은 평등을 가르치고 겸손을 가르친다. 생에 대하여 겸손하라고, 세상은 그래도 아름다운 곳이라고 소리 높여 외친다’라고 적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글을 보면 사유의 깊이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 가운데 무언가 있어 보이려는 욕심이 드러나는 듯합니다. 그런가 하면, ‘부디 이 책을 읽는 여행자들은 모두 어디론가 떠나기 전, 가볍게 달뜬 환상보다 길과 사람에 대한 뜨끈한 애정, 묵직한 믿음 하나를 마음에 채우고 떠나길 바란다. 어떤 질문을 가지고 떠났든 길이 알려주고 바람이 대답해줄 것이다’라는 당부 역시 무슨 소리인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조만간 가보려 하는 이스라엘과 요르단에 대한 여행정보로 얻을 것이 별로 없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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