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적 부자 - 주얼리 업계 황금손 이재호 회장의 성공철학
이재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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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무렵으로 기억되는데 그리 작지 않은 메달이 달린 목걸이를 하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그 메달에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목걸이를 하는 남자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 경우는 목트임이 없는 셔츠도 일단 사양할 정도로 목이 답답한 것에는 예민한 편이라서 목걸이에도 큰 관심을 두어본 적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걸이 제작을 중심으로 한 주얼리사업의 길을 걸어온 이재호회장의 인생관을 담은<필연적 부자>를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이회장이 사업을 해오면서 철두철미하게 지켜 온 ‘남의 행복을 위한다’라는 원칙을 배울만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끼니를 걱정하던 무일푼의 청년이 서른여덟에 60억의 부를 이루고 지금은 1,000억대의 자산가가 되기까지의 인생항로를 진솔하게 적고 있습니다. ‘불광불급ㅡ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라는 제목의 첫 번째 글묶음에서는 목걸이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의 뒷이야기를 적고 있는데 돈키호테도 울고 갈 정도의 뚝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미 부산에서 시계와 금을 다루면서 어느 정도 사업자금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미치려면 곱게 미치라는 우리네 옛말이 생각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모든 도전의 결과를 운에 맡기면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옳은 것만은 아니지 싶습니다.

특히 저자는 기계의 원리를 깨치고 기계를 다루는데 있어 남다른 재능이 있었다고 하니 일단은 발 뻗을 곳을 보고 누운 셈은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따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협상의 기본을 꿰고 있었던 듯 하고, 중요한 점은 남을 속여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생각은 일절하지 않은 순수함이 큰 힘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번 꽂히면 밀어붙이고 시간과 돈이 들어서 그렇지 결국은 성공해내고야 말았다는데, 신제품에서는 꼭 그렇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신제품을 만들기 위하여 도입한 새 장비 가운데 일부는 만든 제품이 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창고에 처박히는 신세가 된 것도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 목걸이처럼 소비자의 취향에 민감한 제품은 시장조사를 철저하게 한 뒤에 대량생산에 들어가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만드는 이의 관점보다는 사용하는 이의 관점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자가 삶의 전환을 모색하면서 찾은 산사에서 주지스님의 설법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극락과 지옥에 사는 사람들이 먹고 사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옥이든 극락이든 같은 음식과 젓가락이 주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젓가락이 사람의 팔길이 보다 길다는 것입니다. 지옥에 떨어진 사람들은 그 긴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입으로 가져가려하나 입안에 넣을 수가 없어서 쫄쫄 굶고 있는데, 극락에서는 음식을 집어서 서로에게 먹여주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이런 내용의 설법을 들은 저자는 ‘타인에게 기여하는 삶을 사는 것이 인생의 진리라고 믿는다’라고 했습니다. 이런 저자의 삶의 철학은 사업에서도 성공하고 삶에서도 성공하는 근본이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이제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사업을 통해서 일군 자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재단사업을 펼치고 있다는데  사람이 중요하다는 신념대로 귀금속을 배우려는 젊은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귀금속 관련 분야의 지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의 새로운 사업도 성공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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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설레는 마음
이정현 지음, 살구 그림 / 시드앤피드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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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적지 않은 리뷰가 올라온 것을 보면, ‘독자들을 가장 설레게 하는 작가’라는 출판사의 카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물론 저로서는 처음 만나는 작가입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작가가 여성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나 산만한 곳에서 내 좁은 어깨에 기대 잠들어버리면 꼭 내가 뭐라도 된 것만 같잖아요. 앞으로도 나는 당신에게 어깨에 기대 잠들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24쪽)’라는 구절처럼 조금은 헷갈리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는데다 일러스트레이션 역시 여성적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 듯합니다. 더해서 하고 싶은 말을 돌직구를 던지듯 하지 않고 뱅뱅 돌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한몫을 하였습니다.

짧은 글에 이어 긴 글이 나오는 등 읽는 호흡을 추스르는 것이 쉽지 않은데다가, 어떤 글을 읽는 이의 입장을 배려한 글로 이해되고, 어떤 글은 작가 자신의 일상을 담은 듯하기도 하고, 참 다양한 글들이 어울리고 있습니다. 젊은이답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 감성이 메말라가는 탓인지 작가의 속마음이 바로 와닿지 않는 듯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요즈음에는 개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습니다. 젊은이들의 웃음코드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저의 웃음코드는 요즘 젊은이들이 보기에는 코미디에도 미치지 못하고 만담 수준이라고 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진 요즘 젊은이들이 장소팔, 고춘자 콤비의 만담을 과연 알기나 할까요?

능소화를 보고는 ‘장미보다 능소화가 좋다’는 작가는 그저 꽃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오래 남기 때문이었을까요? 소화라는 궁녀가 임금의 사랑을 받아 빈의 자리에 올랐는데, 그것이 끝이었다지요. 오지 않은 임금을 기다리다 상사병으로 죽은 소화를 담장 아래 묻었는데, 그곳에서 피어난 꽃이 능소화라고 합니다. 작가는 기다림에 지친 소화의 애달픈 마음을 헤아리려는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시 젊은이답게 SNS계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면서 독자들과 교감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내공이 쌓여서 글로, 책으로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작가가 고백한 것처럼 고등학생 시절 반아이들의 따돌림 때문에 안으로 침잠해들면서 스스로를 돌아본 시기가 지금의 작가를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즉, ‘언젠가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갈 나를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세상만사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때는 죽을 것만 같았지만, 돌아보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는 것이지요.

이제 작가는 같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생각을 나눌 뿐 아니라, 지금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이 생각하고 걱정하지 않기로 해요. 당장 성취가 보이지 않아 힘들 수도 있지만 불안과 걱정은 대부분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것입니다’라는 이야기는 지금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힘겨운 일이 별거 아니라는 격려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제는 계절, 추억, 사랑, 사람 등으로 나누었고, ‘함부로 설레는 마음’이라는 제목을 붙였지만, 좋아하는 사람의 뜻은 묻지 않고 마음대로 설레는 마음을 달래려는 듯한 그런 글 모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때로는 사랑하는 마음을 거침없이 전하는 것이 정답일 때도 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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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독일사 - 게르만 민족에서 독일의 통일까지 ㅣ 이야기 역사 10
박래식 지음 / 청아출판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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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꿈꾸어왔던 독일여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행에 앞서 그 나라의 역사는 간략하게라도 읽어보고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나라의 역사를 한권으로 묶어내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일 것 같습니다만, 마침 한권으로 읽을 수 있는 <이야기 독일사>를 발견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이 책을 쓴 박래식 저자는 함부르크대학에서 역사학과 정치학을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동대학에서 독일현대사를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귀국하여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가 지금은 기업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통사(通史)로 읽으면 그 나라의 역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 독일사>의 경우는 독일을 둘러싸고 있는 유럽 여러 나라들 사이의 관계도 잘 설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럽대륙에는 여러 민족, 여러 나라들이 흩어져 있고, 이들 사이에 일상이다 싶을 정도로 전쟁이 있었던 데다가, 20세기에는 전체 대륙이 전쟁의 광풍에 휩싸인 것만도 두 차례나 됩니다. 전쟁의 결과에 따라서 나라가 통째로 없어지기도 하고, 생겨나기도 하였고, 당연히 국경도 바뀌곤 했던 것 같습니다.

반만년에 이르는 단일민족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독일의 역사는 그렇게까지는 거슬러 올라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로마제국이 독일 지역에 식민지를 건설한 것은 기원전 1세기 무렵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독일 지역에도 누군가가 살고 있었던 것인데,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독일 국민들은 게르만족입니다. 따라서 게르만족이 지금의 독일 땅에 자리 잡은 데서부터 역사가 시작되는 셈입니다.

저자는 독일의 역사를 고대, 게르만족의 기원에서 시작하여 1~2차 세계대전을 거쳐 전후 연합군이 통치하면서 분단국가가 되었다가 종국에는 통일을 이루어내기까지의 지난한 역사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게르만족은 원래 동유럽의 초원지대와 흑해연안에 살면서 농업과 목축업을 하던 민족이라고 합니다. 유목민이었던 관계로 목초를 따라 이동하였는데, 일부는 아시아로 흘러들고 일부는 유럽으로 흘러들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유럽의 북부로 이동하게 된 데는 유럽사에서 ‘게르만족의 대이동’이라고 기록된 사건을 촉발한 훈족의 침입과도 긴밀한 관련이 있습니다.

유럽의 북쪽으로 흘러든 게르만족은 크게 3무리로 나눌 수 있는데, 북부 게르만족은 아이슬란드와 노르만족, 덴마크족, 스웨덴족 등으로 나뉘고, 동부 게르만족은 부르군트, 반달족, 고트족으로, 서부 게르만족은 잉글랜드, 프리슬란트, 랑고바르트 그리고 독일 등으로 구분됩니다. 그리고 보면 로마제국의 멸망과정에 깊숙하게 간여한 고트족이나, 반달족 등이 모두 게르만족이었고, 로마제국을 이었다는 신성로마제국 역시 게르만족의 국가였다는 점을 보면 유럽대륙에서 게르만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큰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게르만족의 대이동이 있었던 시기가 4~6세기였는데, 이들이 유럽대륙에 정착한 뒤로도 통일국가를 이룬 것은 샤를마뉴대제가 프랑크왕국을 세운 768년이 처음이었던 것을 보면 다른 지역보다 늦은 감이 있습니다. 샤를마뉴대제 사후 분할된 동프랑크왕국이 지금 독일의 역사적 모체가 되는 셈인데 919년에 왕으로 즉위한 동프랑크의 하인리히1세를 독일의 첫 번째 왕으로 꼽는다고 합니다. 이어서 952년 하인리히1세 왕의 아들 오토1세가 교황청으로부터 대관식을 받아 신성로마제국을 수립한 것이 독일의 제1제국이 성립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 무렵에도 독일은 각지를 다스리는 선제후 중심의 작은 국가들이 난립해있는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신성로마제국 역시 한 가계가 대를 이어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선제후들이 모여 황제를 선출하는 방식이었다는 것입니다. 지역적 특성으로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영국 등 다른 유럽국가보다 발전의 속도가 늦었지만, 비스마르크라는 걸출한 재상이 주도했던 프로이센의 제2제국에 이르러 독일은 유럽 역사의 중심에 섰습니다. 유럽 각국의 역학구도에서 의도했건, 의도치 않았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주도했다가 패전하면서 분단국가가 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현명하게 수습하여 오늘날 유럽공동체를 선도하는 나라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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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시대에 불시착한 문과형 인간 - 인공지능이 멀게만 느껴지는 당신을 위해
다카하시 도루 지음, 김은혜 옮김 / 한빛비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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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전에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겨우 1승만을 거두면서 완패를 당했을 때,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긴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려는 시도를 다룬 영화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 기술을 더 이상 개발하지 않도록 규제해야 할까요?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사이보그 철학을 가르치는 다카하시 도루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개발에 찬성하며, 추진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그런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카노 가즈아키는 <제노사이드>에서 아프리카에 출현한 신인류를 제거하려는 미국의 음모에 맞서 이들을 구해내려는 양심적인 사람들의 대결을 그려냈습니다. <제노사이드>를 읽으면서도 신인류의 출현이 가져올 결과에 두려움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아마 현생인류의 출현으로 선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이나 크로마뇽인들이 소멸한 운명을 알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인류를 보호하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담은 작가정신에 대단하다는 생각으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철학이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학문이라고 저자가 새삼 정의한 것처럼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가 발전을 거듭할수록 그로 인하여 나타날 현상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고민할 이유가 저자에게는 충분히 있었을 것입니다. 인공지능 등의 개발은 인문학의 영역이 아니지만, 관심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물론 전자공학을 비롯한 일부 학문의 영역이 맡아 추진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속사정을 정확하게 모를 뿐 아니라 관심조차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로봇시대에 불시착한 문과형 인간>을 읽게 되면 사정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모두 7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제목만 읽어보더라도 어떤 문제가 예상되는지, 그리고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윤곽이 잡힐 수 있겠습니다. 제목만 보면, 제1장 인공지능과 함께 산다는 것, 제2장 딥러닝의 정체, 제3장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으면 어떻게 될까?, 제4장 기계와 인간이 융합하는 미래, 제5장 기술을 철학하다, 제6장 사이보그 경제시대, 제7장, 포스트휴먼을 생각하다 등입니다. 결국 저자는 현생인류를 뛰어넘을 신인류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 신인류가 자연의 선택에 의한 진화의 결과가 아니라 인간이 주도하는 기술발전에 의하여 갑자기 등장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선택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간은 자신을 뛰어넘는 기술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것은 편리함과 쾌적함 등 인간의 삶에 이로운 측면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간의 존립을 위협할 수도 있는 존재의 출현까지도 거부하지 않을까요? 저자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 사상적 배경은 철학적 사고에 기인하는 듯합니다. ‘철학에서 가소성은 현재 자신의 삶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자기만의 방식으로 끊임없니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끊임없이 거듭해서 자기 자신을 초월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지속되는 욕망의 꼴이자 가소성의 철학적 의미이다. 다시 말해 자기 초월은 가소성의 철학적 표현이다(129쪽)’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미래에 인간과 기계, 인간과 동물의 융합체가 출현할수도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윤리학적 관점으로는 인간의 유전정보를 수정하는 실험을 허용치않는다는 것기 기본 원칙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벽이 앞으로는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겠지요. 어떻든 저자의 시도는 분명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미래에 도래할 문제에 대하여 미리 치열한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고민은 좋은 답을 내놓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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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 ㅣ 패러독스 10
피에르 바야르 지음, 김병욱 옮김 / 여름언덕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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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녀오면 같이 일하는 분들과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사실 제가 직접 보거나 들은 것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만, 필요한 경우에 별도로 공부한 내용을 섞어서 같이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파리 8대학 불문학교수인 피에르 바야르가 쓴 <여행하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에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실 그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읽은 덕분에 이 책을 알게 되었으니, 꼬리를 무는 책읽기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방콕 여행자(옮긴이의 기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를 위한 글이라고 이 책의 성격을 밝혔습니다. 오늘 원고를 쓴 영국-아일랜드 여행기의 첫머리에 저자의 생각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여행이 내가 모르는 어떤 도시나 나라를 발견하는 최고의 방법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변은 이렇습니다. ‘어떤 곳에 대해 얘기하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자기 집에 머무는 것’이 저자의 생각입니다.

이런 저자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저자가 기획한 이 책의 얼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1부에서는 ‘다른 문화를 알고 서술하고 싶어했지만 그것을 만나기 위해 자신들의 근거지에서 멀어질 생각을 별로 없었던 일련의 작가들과 사상가들이 사용한 비여행의 여러 가지 유형을 살펴보았습니다.

저자의 촉수에 딱 걸린 인물을 보면, <동방견문록>의 마르코 폴로가 먼저 인용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을 읽어보고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인데, 저자는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거합니다. 그는 가보지 않은 곳을 가본 것처럼 서술했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저자는 <80일간의 세계일주>의 쥘 베른입니다. 이 책의 등장인물은 오로지 정해진 시간에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것이 유일한 목표이기 때문에 여행지를 찬찬히 들여다 볼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여행을 대충하는 대표적 사례가 되는 것입니다.

세 번째 유형으로는 귀동냥으로 들은 곳에 대하여 이야기한 사람입니다. 에두아르 글리상의 <매혹의 땅, 라파 누이의 방랑, 이스터 섬>입니다. 이 책을 쓴 글리상은 몸이 불편한 관계로 아내 실비 세마를 이스터섬에 보냈고, 그의 아내가 이스터섬에서 보고 들은 내용과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책을 썼다고 합니다. 대리여행을 통하여 얻은 것을 이야기 한 셈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잊혀진 곳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사례인데, 사토 브리앙을 대표적인 인물로 꼽았습니다. 사토 브리앙의 여행기는 시적인 서술로 읽는 이들을 사로 잡았다고 하는데, 그가 과연 그곳에 가보았는지는 분명치 않은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이 점에 대하여 ‘저는 많은 허구를 실제 일들에 뒤섞었으며, 불행하게도 허구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실재의 성격을 취하며 그 모습이 변하고 있습니다.(96쪽)’라고 고백하였다고 합니다.

제2부에서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장소들에 대해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몇 가지 구체적인 상황을 살펴보았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런 상황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입니다. 제3부에서는 저자 자신은 물론 방콕 여행자들의 경험에 입각해서, 다른 문화를 만나보고는 싶지만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여행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지적으로 자신을 살찌울 기회를 더 갖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달은 사람들에게 실용적인 조언을 담았다고 합니다. 즉 자신의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위한 변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자의 생각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현장을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커다른 차이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란 말이 공연히 생겼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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