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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시대에 불시착한 문과형 인간 - 인공지능이 멀게만 느껴지는 당신을 위해
다카하시 도루 지음, 김은혜 옮김 / 한빛비즈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년전에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겨우 1승만을 거두면서 완패를 당했을 때,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긴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려는 시도를 다룬 영화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 기술을 더 이상 개발하지 않도록 규제해야 할까요?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사이보그 철학을 가르치는 다카하시 도루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개발에 찬성하며, 추진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그런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카노 가즈아키는 <제노사이드>에서 아프리카에 출현한 신인류를 제거하려는 미국의 음모에 맞서 이들을 구해내려는 양심적인 사람들의 대결을 그려냈습니다. <제노사이드>를 읽으면서도 신인류의 출현이 가져올 결과에 두려움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아마 현생인류의 출현으로 선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이나 크로마뇽인들이 소멸한 운명을 알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인류를 보호하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담은 작가정신에 대단하다는 생각으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철학이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학문이라고 저자가 새삼 정의한 것처럼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가 발전을 거듭할수록 그로 인하여 나타날 현상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고민할 이유가 저자에게는 충분히 있었을 것입니다. 인공지능 등의 개발은 인문학의 영역이 아니지만, 관심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물론 전자공학을 비롯한 일부 학문의 영역이 맡아 추진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속사정을 정확하게 모를 뿐 아니라 관심조차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로봇시대에 불시착한 문과형 인간>을 읽게 되면 사정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모두 7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제목만 읽어보더라도 어떤 문제가 예상되는지, 그리고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윤곽이 잡힐 수 있겠습니다. 제목만 보면, 제1장 인공지능과 함께 산다는 것, 제2장 딥러닝의 정체, 제3장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으면 어떻게 될까?, 제4장 기계와 인간이 융합하는 미래, 제5장 기술을 철학하다, 제6장 사이보그 경제시대, 제7장, 포스트휴먼을 생각하다 등입니다. 결국 저자는 현생인류를 뛰어넘을 신인류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 신인류가 자연의 선택에 의한 진화의 결과가 아니라 인간이 주도하는 기술발전에 의하여 갑자기 등장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선택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간은 자신을 뛰어넘는 기술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것은 편리함과 쾌적함 등 인간의 삶에 이로운 측면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간의 존립을 위협할 수도 있는 존재의 출현까지도 거부하지 않을까요? 저자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 사상적 배경은 철학적 사고에 기인하는 듯합니다. ‘철학에서 가소성은 현재 자신의 삶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자기만의 방식으로 끊임없니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끊임없이 거듭해서 자기 자신을 초월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지속되는 욕망의 꼴이자 가소성의 철학적 의미이다. 다시 말해 자기 초월은 가소성의 철학적 표현이다(129쪽)’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미래에 인간과 기계, 인간과 동물의 융합체가 출현할수도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윤리학적 관점으로는 인간의 유전정보를 수정하는 실험을 허용치않는다는 것기 기본 원칙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벽이 앞으로는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겠지요. 어떻든 저자의 시도는 분명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미래에 도래할 문제에 대하여 미리 치열한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고민은 좋은 답을 내놓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