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설레는 마음
이정현 지음, 살구 그림 / 시드앤피드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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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적지 않은 리뷰가 올라온 것을 보면, ‘독자들을 가장 설레게 하는 작가’라는 출판사의 카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물론 저로서는 처음 만나는 작가입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작가가 여성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나 산만한 곳에서 내 좁은 어깨에 기대 잠들어버리면 꼭 내가 뭐라도 된 것만 같잖아요. 앞으로도 나는 당신에게 어깨에 기대 잠들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24쪽)’라는 구절처럼 조금은 헷갈리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는데다 일러스트레이션 역시 여성적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 듯합니다. 더해서 하고 싶은 말을 돌직구를 던지듯 하지 않고 뱅뱅 돌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한몫을 하였습니다.

짧은 글에 이어 긴 글이 나오는 등 읽는 호흡을 추스르는 것이 쉽지 않은데다가, 어떤 글을 읽는 이의 입장을 배려한 글로 이해되고, 어떤 글은 작가 자신의 일상을 담은 듯하기도 하고, 참 다양한 글들이 어울리고 있습니다. 젊은이답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 감성이 메말라가는 탓인지 작가의 속마음이 바로 와닿지 않는 듯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요즈음에는 개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습니다. 젊은이들의 웃음코드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저의 웃음코드는 요즘 젊은이들이 보기에는 코미디에도 미치지 못하고 만담 수준이라고 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진 요즘 젊은이들이 장소팔, 고춘자 콤비의 만담을 과연 알기나 할까요?

능소화를 보고는 ‘장미보다 능소화가 좋다’는 작가는 그저 꽃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오래 남기 때문이었을까요? 소화라는 궁녀가 임금의 사랑을 받아 빈의 자리에 올랐는데, 그것이 끝이었다지요. 오지 않은 임금을 기다리다 상사병으로 죽은 소화를 담장 아래 묻었는데, 그곳에서 피어난 꽃이 능소화라고 합니다. 작가는 기다림에 지친 소화의 애달픈 마음을 헤아리려는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시 젊은이답게 SNS계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면서 독자들과 교감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내공이 쌓여서 글로, 책으로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작가가 고백한 것처럼 고등학생 시절 반아이들의 따돌림 때문에 안으로 침잠해들면서 스스로를 돌아본 시기가 지금의 작가를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즉, ‘언젠가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갈 나를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세상만사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때는 죽을 것만 같았지만, 돌아보면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는 것이지요.

이제 작가는 같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생각을 나눌 뿐 아니라, 지금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이 생각하고 걱정하지 않기로 해요. 당장 성취가 보이지 않아 힘들 수도 있지만 불안과 걱정은 대부분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에 대한 것입니다’라는 이야기는 지금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힘겨운 일이 별거 아니라는 격려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제는 계절, 추억, 사랑, 사람 등으로 나누었고, ‘함부로 설레는 마음’이라는 제목을 붙였지만, 좋아하는 사람의 뜻은 묻지 않고 마음대로 설레는 마음을 달래려는 듯한 그런 글 모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때로는 사랑하는 마음을 거침없이 전하는 것이 정답일 때도 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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