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의 백합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4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정예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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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서부지역의 루아르 계곡에 있는 몇 개의 고성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가이드가 오노레 드 발자크의 <골짜기의 백합>을 읽어보기를 권하였습니다. 이 책의 무대가 바로 루아르강 유역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발자크가 묘사한 루아르강변의 풍경은 이렇습니다. “태양 아래 초록색 강변 사이로 줄줄 흐르는 긴 물줄기와, 사랑스런 골짜기를 출렁거리는 레이스로 장식하는 포플러의 행렬, 강물에 의해 다양한 모양으로 깎인 작은 언덕 위의 포도밭, 그 사이로 나오는 떡갈나무 숲, 그리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아나는 희미한 지평선, 이 모든 것이 오직 그 대상에만 집중된 무한한 사랑을 노래했다.(34쪽)‘ 바로 이런 곳에 살고 있는 그녀가 이 골짜기의 백합이었다는 것입니다. 흔히 백합의 꽃말은 순결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밖에도 순수한 사랑, 깨끗한 사랑, 변함없는 사랑 등이 있는데, 꽃 색깔에 따라 꽃말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골짜기의 백합>을 연상의 유부녀와 연하의 총각 사이의 연애소설이라고도 하는 모양입니다만, 제 느낌으로는 성장소설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냉정한 부모 밑에서 제대로 재능을 드러내지 못하던 펠릭스는 학업을 이어가기 위하여 이리저리 방랑하다가 결국 투르로 옮기게 되는데, 투르에서 열린 행사에서 어깨가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게 되고, 그녀의 어깨에 키스를 하는 무례를 범하게 됩니다. 어쩌면 운명의 실타래가 얽혀드는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펠릭스는 결국 모르소프백작 부인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에 정신적인 사람이 싹트고 부인은 펠릭스를 왕정복고에 성공한 루이18세의 측근으로 발탁되도록 손을 쓰게 됩니다. 펠릭스는 백작부인에게 정절을 지키겠다고 약속하지만, 파리의 호사가들의 입방아는 영국에서 온 더들리 후작부인의 호승심을 자극하여 결국은 펠릭스를 굴복시키고야 말았습니다. 이십대 젊은이의 들끓는 혈기를 억누르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겠지요. 펠릭스의 변절을 전해들은 백작부인은 크게 상심하지만, 막상 더들리 후작부인을 만나고서는 어찌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기대를 걸었던 펠릭스의 변심은 결국 남편의 폭력과 병약한 자녀들 사이에서 흔들리던 백작부인의 건강을 크게 해치는 결과를 가져와 결국 숨지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곡기를 거부한 결과 스스로 죽음을 맞은 셈이니 펠릭스의 책임이 크다고 해야 할까요?

모르소프 백작부인은 누이처럼, 어머니처럼, 펠릭스의 삶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한편 정신적으로는 사랑하는 관계를 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이 차이가 꽤나 나는 딸 마들렌을 펠릭스와 짝을 지을 생각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토록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를 복잡하게 얽어놓은 발자크의 사고는 당시의 프랑스 사회에서 통용되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결국 어머니의 죽음이 펠릭스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들렌의 거부로 두 사람의 관계는 더 이상 진전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골짜기의 백합>은 모르소프 백작 부인이 죽은 다음 펠릭스에게 다시 마음을 줄 나탈리라는 여성에게 저간의 사정을 고백하는 서간문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은 나폴레옹의 몰락으로 왕정복고가 이루어졌다가 나폴레옹의 재집권과 몰락이 이어지면서 어수선하던 시절입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는 격변기의 사회상을 반영하기보다는 순수해야 할 사랑이 끝까지 지켜지지 못했다는 비극적 결말로 맺어지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합니다. 요즘에는 보기 힘든 연애담이라서 얼마나 널리 읽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루아르 강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소박한 민심 그리고 당시 프랑스 귀족사회의 모습 등을 엿볼 수 있는 책읽기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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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유럽산책 ㅣ 한길 히스토리아 9
아베 긴야 지음, 양억관 옮김 / 한길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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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여러 차례의 여행을 통하여 유럽을 두루 돌아보았고, 다녀온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유럽의 역사도 얼추 살펴보기도 했습니다만, 그 사람들의 속내를 알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마도 유럽사람들의 선조들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았는지까지 챙겨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중세 유럽산책>은 오늘날 유럽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서양 중세사를 전공한 아베 긴야교수가 1986년 NHK에서 <다시 살아나는 중세 유럽>이라는 제목으로 한 강좌를 바탕으로 정리한 책입니다.

이 강좌가 기획된 것은 현대의 일본(어쩌면 우리나라 역시 크게 사정이 다를 것 같지 않습니다만)에 영향을 미친 유럽의 문명의 뿌리를 찾아보자는 취지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 안에 이미 유럽 사람들의 뿌리라 할 중세 유럽이 숨어있을 것이므로 중세 유럽의 실체를 파악함으로써 나를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있는 듯합니다.

저자는 모두 12개의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수수께끼로 차있는 중세의 우주관으로부터 괴물, 시간, 공간, 생사관 이라는 네 가지가 수수께끼라는 점을 내놓고 이에 대한 설명을 이어갑니다. 그리고는 빈부의 차이와 중세 기사의 편력에 관한 이야기, 학문이 시작된 이야기, 중세 어린이의 위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소리와 회화에 관한 이야기 등, 주제들이 개별적인 듯하면서도 모종의 연관을 가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저자가 특히 독일에서 서양 중세사를 전공한 듯 주로 인용한 자료들이 독일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저자가 제시한 우주관이나 생사관 같은 주제는 저 역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입니다. 저자는 물리적 우주관과 정신적 우주관으로 구분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를 하면서도, 거시적 우주관과ㅏ 미시적 우주관의 개념을 세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달을 거느리고 있는 지구와 태양이 중심이 되는 태양계, 그리고 태양계가 속한 은하계와 이를 넘어서는 광대한 우주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거시적 우주관이라고 한다면 여러 원소가 모여 이룬 생명체가 은하계가 되고, 생명체를 구성하는 조직은 태양계가 될 수 있으며,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는 개별 항성, 혹성, 위성에 비유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세포내 기관은 다시 분자로, 세포내 기관을 구성하는 요소는 원자로, 원자 구분한다면 원자를 구성하는 소립자의 모습은 다시 태양계의 모습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미시적 우주관을 적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중세의 생사관은 중세를 지배한 그리스도교 중심으로 발전해나갔을 터이니 아무래도 천국과 지옥, 영생 등의 교리에 따른 생사관이 널리 자리 잡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영생을 얻기 위하여 생전에 착한 일을 많이 했을 것 같습니다. 죄를 지으면 처벌을 받는다는 그리스도교의 교리에 따라 죽음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겠습니다.

요즈음 유럽 여행을 통하여 자주 찾게 되는 성과 기사에 대한 이야기도 중세 유럽의 유물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 역시 고성에서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만, 중세에 지은 성들이 현대인들이 거주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합니다.

중세 유럽 사람들이 남겨놓은 서지, 회화, 건축 등 다양한 자료에 현재는 볼 수 없는 괴상한 모습을 가진 괴물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을 실제로 보고 기록한 것인지 아니면 막연한 상상의 산물인지는 분명치가 않습니다. 오래 전에 읽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서 괴물을 보았다는 내용을 보면서 그가 동방에 실제 왔었는지 의문이 들었던 것이 어저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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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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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남프랑스의 니스에 다녀왔습니다. 니스의 해변을 나는 갈매기를 바라보면서 40여 년 전에 즐겨 듣던 김만준의 노래 <모모>를 떠올렸습니다. ‘너무 기뻐서 박수를 치듯이 날개짓하며 /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이 꿈꾸는 모모는 환상가...’라는 가사 때문입니다. 이 노래가 인기를 끌 무렵에 독일 작가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가 역시 인기를 끌었습니다. 처음에는 노래에 등장하는 모모가 미하엘 엔데의 소설에 등장하는 모모인 줄 알았습니다.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에 생>에 나오는 모모라는 설명을 듣고 바로 잡긴 했습니다만 에밀 아자르의 소설을 바로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니스를 다녀와서는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에밀 아자르는 42살이 되던 해에 발표한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 상을 수상한 로맹 가리의 필명입니다. 로맹 가리는 60살이 되던 해 자신의 이름으로 <밤은 고요할 것이다>를, 샤탕 보가트라는 필명으로 <스테파니의 초상들>을,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열렬한 포옹>을 발표했고, 61살에는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자기 앞의 생>을 발표했는데, <자기 앞의 생>이 다시 공쿠르상을 받게 된 것입니다. 한 작가에게 한번 밖에 수여하지 않는 공쿠르상을 두 번 받은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로맹 가리는 조카로 하여금 에밀 아자르의 공쿠르상 수상을 거절한다는 편지를 보냈지만 수상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습니다.

<자기 앞의 생>은 파리의 멜빌에 있는 아파트에서 창녀들의 아이들을 맡아 기르는 로자 아줌마 손에서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창녀들이 자기 아이를 직접 기를 수 없도록 법으로 금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유태인인 로자 아줌마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수용소에 끌려가 고통을 받기도 했지만, 아프리카 출신의 흑인 아이나 이슬람 신자인 모모를 돌보는 것처럼 맡겨진 아이들에게 편견이 없는 것이 독특합니다. 심지어는 아이를 맡긴 부모가 양육비를 보내지 않아도 시설로 아이를 보내지 않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어려서는 로자 아줌마의 돌봄을 받은 모모가 어느덧 나이를 먹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로자 아줌마를 돌보는 처지로 변하게 되는데, 로자 아줌마는 병원에서 죽음을 맞기 싫다는 것입니다. 로자 아줌마는 모모가 창녀들과 연관된 직업이 아니라 정상적인 직업을 가진 아이로 성장하도록 키워갑니다. 로자 아줌마가 죽음을 맞는 과정을 보면 모모와 로자 아줌마를 둘러싸고 있는 이웃들의 사랑이 절로 느껴지는데, 요즘 이런 동네가 어디 있겠나 싶습니다.

<자기 앞의 생>은 니스와 특별한 연관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이웃에 사는 하밀 할아버지가 니스에 관하여 이야기해주는 대목이 있는데, ‘나는 그곳에 있다는 미모사 숲이며 종려나무들을 무척 좋아했고, 너무 기뻐서 박수를 치는 것처럼 날개를 파닥인다는 흰 새들에 대한 이야기도 좋아했다.(49쪽)’는 부분,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300쪽)’는 대목 등은 김만준의 노래 <모모>에서도 인용된 부분입니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 // 모모는 방랑자 모모는 외로운 그림자 / 너무 기뻐서 박수를 치듯이 날개짓하며 //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을 꿈꾸는 모모는 환상가 / 그런데 왜 모모 앞에 있는 생은 행복한가 //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단 것을 / 모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 // 모모는 철부지 모모 무지개 /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라는 노랫말의 핵심이 이 책에서 온 것은 잘 알겠는데, 모모가 환상가라거나 방랑자, 철부지라고 한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밖에도 ‘시간을 찾으려면 시간을 도둑맞은 쪽이 아니라 도둑질한 쪽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174쪽)’라고 적은 부분을 보면 미하엘 엔데의 동화 <모모>의 주제와도 연결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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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20-04-11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앞의 생』은 저도 감명깊게 읽은 소설입니다.
이 소설을 쓴 작가 로맹 가리에 얽힌 이야기도 아주 흥미롭습니다.
제가 직접 만든 영상도 있으니, 재미삼아 한번 구경해 보세요~
https://youtu.be/vKy0n0XDJMM

처음처럼 2020-04-12 09:51   좋아요 1 | URL
알라딘에도 블로그를 가지고 계시군요. ^^*

oren 2020-04-12 21:13   좋아요 0 | URL
저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쭈욱 알라딘에 머물러 있었답니다.^^

처음처럼 2020-04-13 20:03   좋아요 0 | URL
저는 언제 알리딘에 블로그를 만들었는지 찾아봐야 하겠네요... 10년쯤 되는지....
 
별별 일로 잘 먹고삽니다 - 꿈업일치를 이뤄 낸 31명의 job톡
강이슬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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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하기 힘들다는 젊은이들의 비명이 들린 지도 꽤 되는 것 같습니다. 모든 정파가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주장했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특히 산업구조의 개편과 맞물려 전통적인 개념의 일자리는 줄어들기만 하는 것이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색다른 직업을 창조해내는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주목을 끌기도 합니다.

<별별 일로 잘 먹고 삽니다>는 제목 그대로 남들이 눈길을 주지 않았던 일을 먹고 사는 일로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저자 역시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방송작가로 활동하다가 뷰티 관련 분야에서 색다른 직업을 만들어낸 것이 성공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경쟁이 심할 때는 남이 하지 않는 일을 하라는 금언은 고금을 막론하고 통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뭘 해서 먹고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다양한 분야에서 나름대로의 업을 찾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저자가 주변에서 만난 31명의 사람들은 큰 부자나 대기업의 회장님 같은 분은 없지만, 나름대로의 독특한 업을 가지고 활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그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뛰어든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는지 등을 소개합니다.

먼저 만난 분들과의 짧은 대담을 싣고 그 분들의 삶에서 주목해야 할 점들, 그리고 배워야 할 점을 저자 나름대로의 관점에서 정리해냈습니다. 물론 제목처럼 ‘별별 일’이라고 보기 어려운, 배우, 개그우먼, 모델, 필라테스 강사, 간호사, 한의사 등도 포함하고 있는데, 그 점에 관해서는 저자와의 친분이 한 몫을 한 것이라고 눈감아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활동 영역이 방송과 뷰티와 관련된 업이다 보니 그 분야의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읽다보니 재미있는 구절이 있어 소개합니다. 뮤직비디오를 찍는 이보영PD의 직업이 다양하다는 질문에 대하여 이런 답을 합니다. “사람들은 직업을 명사형으로 생각하는데, 그보다는 동사형으로 바라보고 꿈을 꾸다보면, 다양한 일을 하게 되고 새로운 경험들이 생겨난다.(174쪽)”는 것입니다. 저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해보았습니다만, 직업을 동사형으로 바라본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대안을 만들다보니 여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김형민 한의사의 이야기 가운데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한의학을 전공한 분이 어느 날 서양의학을 살펴보니 둘 사이에 공통점이 존재하더라는 것입니다. 사실 서양의학과 한의학은 기본 철학이 다르고 원리가 다르기 때문에 공통점이 존재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양의학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 근본이 다른 학문을 비교해서 공통점을 도출해낸다는 것이 언어도단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분들 가운데는 블로그 등을 활용하여 성과를 올렸다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블로그를 꽤 오래 해왔지만, 블로그를 상업적으로 발전시킬 생각보다는 제가 아는 것들을 나누는 기회로 자리매김했던 것 같습니다. 방문객이 천만을 넘던 그 블로그는 운영주체의 결정에 따라 폐쇄되는 바람에 그동아 쌓아왔던 자료가 공중 분해되고 말았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 중 일부만 남겨 블로그를 옮겼지만, 새로운 환경에서는 아무래도 타인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일이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가지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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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은 서툴다 - 삶의 지혜와 깨달음을 주는 세계 최고 지성들의 명 에세이 컬렉션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외 지음, 이문필 엮음 / 베이직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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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날 때는 당연히 책을 들고 갑니다. 공항 가는 버스 안에서,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비행기 안에서, 여행 중 버스로 이동하는 사이에 시간을 활용하는 데는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5월초 떠난 프랑스여행에 들고 갔던 여섯 권의 책 가운데 이문필님이 엮은 <모든 삶은 서툴다>가 포함되었습니다. 프랑스, 영국, 독일, 러시아, 미국, 레바논, 인도 등 7개국의 문인 34명이 쓴 67편의 수필을 묶었습니다.

여행길에 수필을 들고 가는 이유는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삶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읽은 내용이 여행길에 얻은 경험과 일치하는 행운을 얻는 경우에는 여행기에서도 인용하여 독자들과도 공유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가 되는 셈이겠습니다.

<모든 삶은 서툴다>에서도 그런 대목이 있었습니다. 장자크 루소의 ‘자연의 품에서 살아가다’라는 글에서 “나는 매일 아침마다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난다(32쪽)”라는 구절을 만난 것입니다. 이 대목은 세느강이 대서양과 만나는 곳, 르아브르에서 읽었습니다. 이날 오후에 지베르니에 있는 인상주의 화풍의 문을 연 마네의 집을 찾아 물의 정원과 꽃의 정원을 구경한 터였습니다. 지베르니에 있는 집에서 죽음을 맞은 마네였습니다만 태어나기는 이곳 르아브르였고, 강건너 욍플로르에 사는 부댕으로 부터 그림을 배웠던 것입니다. 마네를 시작으로 인상주의 화풍의 이름을 얻게 한 작풒 ‘해돋이ㅡ인상’을 바로 르아브르항구에서 그렸던 것입니다. 르아브르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는 데 모네가 해돋이를 그린 장소가 숙소에서 2km 정도  떨어진 말로 박물관 앞이라ms 이야기를 가이드로부터 들었습니다. 해서 다음날 아침 해뜨기 50분 전에 아내와 함께 숙소를 나섰습니다. 가이드가 말한 것보다 멀어서 3.5km는 되었습니다. 그림과 비슷한 경관을 찾아 촬영준비를 마치고 해가 뜨기를 기다렸습니다. 5월초였지만 갑자기 떨어진 기온이 영상 2도로 내려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손끝을 시리게 만들었습니다. 일출시간보다 2분 전에 동영상 촬영모드로 단추를 눌렀는데 10분이 지나도록 해가 뜰 낌새가 없었습니다. 하늘에는 구름이 꽤나 두텁게 깔렸지만 간간히 틈새도 있었고 동쪽 하늘가에는 구름이 없는 듯했습니다. 15분이 지나도록 상황이 달라지지 않기에 멈춤 단추를 누르고 숙소로 철수했습니다. 아침을 먹고 출발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보니 동쪽보다 훨씬 북쪽으로 기운 하늘의 구름 사이로 해가 벌써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제야 마네가 해돋이를 그린 시점을 검색해보았더니 1827년 11월 27일이었습니다. 동지 부근과 하지 부근은 당연히 일출점이 뚜렸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깜박했습니다. 하지만 모네가 보았던 해를 보러 나갔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 시청한 유준열과 이제훈 배우가 출연하는 예능 <트래블러>에서 유준열배우의 취미가 일출장연 촬영하기였다는 것이 동기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65살이나 되는 나이에 이르는 동안 해돋이를 보러 밖으로 나가본 것은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중2 수학여행때 경주 토함산에서, 2007년 취재차 미국의 랄리에 갔을 때 대서양해변에서,  지난 해 10월 그리스 산토리에서 그리고 이번이 네번 째입니다. 생각해보니 네 번 모두 일출을 보는 것은 실패했습니다. 여행중 숙소에서 일출을 본 것은 몇 번 됩니다. 그 중 제일은 케냐의 세렝게티초원의 빌라에서 본 일출이었는데 초원으로 쏟아져 내리는 아침 햇살은 장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해돋이도 루소처럼 매일 보게 된다면 감흥이 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출 이야기는 그렇고 문호들의 수필 주제 가운데 우정과 사랑이 가장 많은 듯 합니다. 다른 주제들 역시 가슴에 진한 감동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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