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유럽산책 한길 히스토리아 9
아베 긴야 지음, 양억관 옮김 / 한길사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그동안 여러 차례의 여행을 통하여 유럽을 두루 돌아보았고, 다녀온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유럽의 역사도 얼추 살펴보기도 했습니다만, 그 사람들의 속내를 알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마도 유럽사람들의 선조들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았는지까지 챙겨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중세 유럽산책>은 오늘날 유럽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서양 중세사를 전공한 아베 긴야교수가 1986년 NHK에서 <다시 살아나는 중세 유럽>이라는 제목으로 한 강좌를 바탕으로 정리한 책입니다.

이 강좌가 기획된 것은 현대의 일본(어쩌면 우리나라 역시 크게 사정이 다를 것 같지 않습니다만)에 영향을 미친 유럽의 문명의 뿌리를 찾아보자는 취지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 안에 이미 유럽 사람들의 뿌리라 할 중세 유럽이 숨어있을 것이므로 중세 유럽의 실체를 파악함으로써 나를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있는 듯합니다.

저자는 모두 12개의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수수께끼로 차있는 중세의 우주관으로부터 괴물, 시간, 공간, 생사관 이라는 네 가지가 수수께끼라는 점을 내놓고 이에 대한 설명을 이어갑니다. 그리고는 빈부의 차이와 중세 기사의 편력에 관한 이야기, 학문이 시작된 이야기, 중세 어린이의 위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소리와 회화에 관한 이야기 등, 주제들이 개별적인 듯하면서도 모종의 연관을 가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저자가 특히 독일에서 서양 중세사를 전공한 듯 주로 인용한 자료들이 독일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저자가 제시한 우주관이나 생사관 같은 주제는 저 역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입니다. 저자는 물리적 우주관과 정신적 우주관으로 구분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를 하면서도, 거시적 우주관과ㅏ 미시적 우주관의 개념을 세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달을 거느리고 있는 지구와 태양이 중심이 되는 태양계, 그리고 태양계가 속한 은하계와 이를 넘어서는 광대한 우주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거시적 우주관이라고 한다면 여러 원소가 모여 이룬 생명체가 은하계가 되고, 생명체를 구성하는 조직은 태양계가 될 수 있으며,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는 개별 항성, 혹성, 위성에 비유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세포내 기관은 다시 분자로, 세포내 기관을 구성하는 요소는 원자로, 원자 구분한다면 원자를 구성하는 소립자의 모습은 다시 태양계의 모습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미시적 우주관을 적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중세의 생사관은 중세를 지배한 그리스도교 중심으로 발전해나갔을 터이니 아무래도 천국과 지옥, 영생 등의 교리에 따른 생사관이 널리 자리 잡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영생을 얻기 위하여 생전에 착한 일을 많이 했을 것 같습니다. 죄를 지으면 처벌을 받는다는 그리스도교의 교리에 따라 죽음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겠습니다.

요즈음 유럽 여행을 통하여 자주 찾게 되는 성과 기사에 대한 이야기도 중세 유럽의 유물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 역시 고성에서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만, 중세에 지은 성들이 현대인들이 거주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합니다.

중세 유럽 사람들이 남겨놓은 서지, 회화, 건축 등 다양한 자료에 현재는 볼 수 없는 괴상한 모습을 가진 괴물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을 실제로 보고 기록한 것인지 아니면 막연한 상상의 산물인지는 분명치가 않습니다. 오래 전에 읽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서 괴물을 보았다는 내용을 보면서 그가 동방에 실제 왔었는지 의문이 들었던 것이 어저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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