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은 서툴다 - 삶의 지혜와 깨달음을 주는 세계 최고 지성들의 명 에세이 컬렉션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외 지음, 이문필 엮음 / 베이직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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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날 때는 당연히 책을 들고 갑니다. 공항 가는 버스 안에서,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비행기 안에서, 여행 중 버스로 이동하는 사이에 시간을 활용하는 데는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5월초 떠난 프랑스여행에 들고 갔던 여섯 권의 책 가운데 이문필님이 엮은 <모든 삶은 서툴다>가 포함되었습니다. 프랑스, 영국, 독일, 러시아, 미국, 레바논, 인도 등 7개국의 문인 34명이 쓴 67편의 수필을 묶었습니다.

여행길에 수필을 들고 가는 이유는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삶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읽은 내용이 여행길에 얻은 경험과 일치하는 행운을 얻는 경우에는 여행기에서도 인용하여 독자들과도 공유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가 되는 셈이겠습니다.

<모든 삶은 서툴다>에서도 그런 대목이 있었습니다. 장자크 루소의 ‘자연의 품에서 살아가다’라는 글에서 “나는 매일 아침마다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난다(32쪽)”라는 구절을 만난 것입니다. 이 대목은 세느강이 대서양과 만나는 곳, 르아브르에서 읽었습니다. 이날 오후에 지베르니에 있는 인상주의 화풍의 문을 연 마네의 집을 찾아 물의 정원과 꽃의 정원을 구경한 터였습니다. 지베르니에 있는 집에서 죽음을 맞은 마네였습니다만 태어나기는 이곳 르아브르였고, 강건너 욍플로르에 사는 부댕으로 부터 그림을 배웠던 것입니다. 마네를 시작으로 인상주의 화풍의 이름을 얻게 한 작풒 ‘해돋이ㅡ인상’을 바로 르아브르항구에서 그렸던 것입니다. 르아브르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는 데 모네가 해돋이를 그린 장소가 숙소에서 2km 정도  떨어진 말로 박물관 앞이라ms 이야기를 가이드로부터 들었습니다. 해서 다음날 아침 해뜨기 50분 전에 아내와 함께 숙소를 나섰습니다. 가이드가 말한 것보다 멀어서 3.5km는 되었습니다. 그림과 비슷한 경관을 찾아 촬영준비를 마치고 해가 뜨기를 기다렸습니다. 5월초였지만 갑자기 떨어진 기온이 영상 2도로 내려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손끝을 시리게 만들었습니다. 일출시간보다 2분 전에 동영상 촬영모드로 단추를 눌렀는데 10분이 지나도록 해가 뜰 낌새가 없었습니다. 하늘에는 구름이 꽤나 두텁게 깔렸지만 간간히 틈새도 있었고 동쪽 하늘가에는 구름이 없는 듯했습니다. 15분이 지나도록 상황이 달라지지 않기에 멈춤 단추를 누르고 숙소로 철수했습니다. 아침을 먹고 출발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보니 동쪽보다 훨씬 북쪽으로 기운 하늘의 구름 사이로 해가 벌써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제야 마네가 해돋이를 그린 시점을 검색해보았더니 1827년 11월 27일이었습니다. 동지 부근과 하지 부근은 당연히 일출점이 뚜렸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깜박했습니다. 하지만 모네가 보았던 해를 보러 나갔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 시청한 유준열과 이제훈 배우가 출연하는 예능 <트래블러>에서 유준열배우의 취미가 일출장연 촬영하기였다는 것이 동기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65살이나 되는 나이에 이르는 동안 해돋이를 보러 밖으로 나가본 것은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중2 수학여행때 경주 토함산에서, 2007년 취재차 미국의 랄리에 갔을 때 대서양해변에서,  지난 해 10월 그리스 산토리에서 그리고 이번이 네번 째입니다. 생각해보니 네 번 모두 일출을 보는 것은 실패했습니다. 여행중 숙소에서 일출을 본 것은 몇 번 됩니다. 그 중 제일은 케냐의 세렝게티초원의 빌라에서 본 일출이었는데 초원으로 쏟아져 내리는 아침 햇살은 장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해돋이도 루소처럼 매일 보게 된다면 감흥이 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출 이야기는 그렇고 문호들의 수필 주제 가운데 우정과 사랑이 가장 많은 듯 합니다. 다른 주제들 역시 가슴에 진한 감동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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