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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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이야기는 집중해서 읽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시간여행은 드마마나 소설에서 자주 만나는 환상적인 요소인데, 뮈소 역시 즐겨 사용하는 편입니다. 환상의 이야기로 마무리하는 경우는 그렇지만, 현실 속에서의 이야기라면 시간여행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때는 특히 마무리가 잘 되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은 시간여행인 듯 시작하였지만,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맥락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여행은 <시간여행자의 아내>에서처럼 등장인물의 신체적 특성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영화 <백 투더 퓨터>에 등장하는 자동차처럼 특별한 조건을 갖춘 물건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웜홀처럼 특정한 장소에서 시간이동이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서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케이프코드에 있는 오래된 등대의 지하실에 있는 방에서 시간여행을 시작합니다. 그 방에서 시간여행이 시작될 뿐만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불특정의 시간대와 장소로 시간여행을 떠나야 하는 변화가 생긴다는 설정입니다. 주인공이 현시간대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24시간 정도, 즉 하루인데, 미래로 가는 시간여행은 1년을 기준으로 길수도, 짧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루가 지나면 현실에서 1년이 자나는 셈입니다. 그 1년 동안 시간여행자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코드곶에 있는 등대의 이름은 ‘24방위 바람의 등대’입니다. 지형적 특성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 변화무쌍한데서 붙인 이름 같습니다. 바람의 방향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경우에 저는 동서남북풍이라고 부릅니다만, 뮈소는 바람의 방향을 더 세밀하게 구분한 것 같습니다. ‘24방위 바람의 등대’ 지하에 있는 시간여행이 시작되는 방에 있는 풍향도에는 라틴어 경구가 써있다고 했습니다. “postquam viginti quattuor venti flaverint, nihil jam erit.” ‘24방위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아무 것도 남지 않으리라.’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이야기의 초반에 주인공의 조부가 등대에서 사라진 사건이 발생했다는데, 사실은 조부에게 등대의 소유권을 판 사람 역시 사라졌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매사추세츠의 코드 곳에 있는 등대의 지하에 있는 방에서 시간여행을 떠난 주인공, 아서 코스텔로는 처음 뉴욕으로 시간과 공간이동을 하게 됩니다. 처음 도착한 곳은 성 패트릭 대성당이었습니다. 두 번째 시간여행에서 도착한 장소는 줄리아드 학생인 엘리자벳 에임스가 목욕을 하고 있는 욕실이었습니다. 결국 이야기는 엘리자벳 에임스와 시간여행자 아서 코스텔로가 사랑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을 그리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결혼을 해서 얻은 두 아이가 교통사고로 숨진 비극적 사고로 인하여 생긴 갈등을 풀어가기 위한 과정을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것입니다. 사고 이후 엘리자벳과 아서는 각각 자살을 시도하는 등 불안증세를 보였지만, 결국은 이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시간여행은 스물네 번 반복되는 것으로 설정되었고, 스물네 번의 시간여행이 끝나면 시간여행을 통해서 겪은 모든 일이 기억에서 사라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24방위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아무 것도 남지 않으리라.’라는 주문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아서의 마지막 시간여행이 끝난 다음의 이야기는 마무리되지 않은 미완성의 이야기로 남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서가 쓴 시간여행의 이야기의 끝은 시간여행에 묶여있는 운명적인 결말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어차피 사람은 운명을 거스를 수 없고, 세상에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있는 법’이라는 아서의 이야기는 어쩌면 뮈소의 철학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뮈소의 다른 소설 <내일: https://blog.naver.com/neuro412/221913977617>에서는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사는 사람과 컴퓨터를 통해서 교신하게 된 주인공이 비극적 사고를 막으려는, 즉 운명을 바꾸어보려는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지금 이 순간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344쪽

2015년 12월 01일

밝은세상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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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8
페터 한트케 지음, 안장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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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페터 한트케의 소설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입니다. 책을 고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분명치가 않습니다. 얄팍한 책 두께도 한 몫을 한 듯하고, 책표지에 담은 사진이 눈을 끈 것 같기도 합니다. 침대, 내복차림의 여성, 창밖을 지켜보는 모습 등이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라는 것이 한 몫을 한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이유는 희곡 <관객모독>을 쓴 작가라는 점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가 대학에 다니던 1977년에 연극이 초연되었는데, 파격적이라는 점에서 꽤나 주목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는 읽는 동안은 물론 감상을 정리하는 지금도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합니다. 이야기는 제목처럼 ‘짧은 편지’와 ‘긴 이별’이라는 작은 제목의 글로 구성되었습니다. 시대적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어느 시점일 듯합니다. 오스트리아의 작가인 화자가 미국을 방문했는데, 방문 목적은 분명치 않습니다. 옮긴이는 사라진 아내를 뒤쫓고 있다고 합니다만, 화자의 아내 유디트는 화자보다 나흘 먼저 미국에 도착한 것은 맞지만, ‘그녀가 무슨 돈이 있어서 여행을 떠났지?’하는 의문을 품은 것이나, 그런 아내의 흔적을 뒤쫓는데 몰입하는 것 같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작가가 독자에게 무엇을 전하려는 것인지 금세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옮긴이는 ‘한 인간의 내적 성장을 기록한 발전소설’로 해석합니다. 서두에 등장하는 유디트의 짧은 편지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나는 지금 뉴욕에 있어요. 더 이상 나를 찾지 마요. 만나봐야 그다지 좋은 일이 있을 성싶지 않으니까(11쪽)” 주인공은 유디트가 묵었다는 뉴욕의 호텔로 향하기는 합니다만, 오스트리아에서 처음 도착한 보스톤에서의 행적을 보면 딱히 유디트를 찾아나선 미국방문이라는 느낌이 와닿지 않습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으로부터 받은 압박감이 불안을 조성하는 느낌, 그런가하면 초면인 사람들과 노름에 휩쓸리기도 하는, 종잡을 수 없는 행태를 보입니다.

뉴욕에 도착해서는 아내가 남겼다는 카메라를 찾고서는 생뚱맞게도 3년전에 미국을 방문했을 때 만나 잠자리를 같이한 클레어 매디슨이라는 여자를 찾아 필라델피아 인근의 피닉스빌을 찾아갑니다. 그리고는 그녀가 딸과 함께 간다는 세인트루이스까지 동행합니다. 그들과의 여행을 보면 적극적으로 잠자리를 같이 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매디슨의 딸 베네딕틴을 돌보는 일이 중심이 되는 느낌입니다. 그 과정에서 아내 유디트와의 관계가 어땠는지 살짝 보여줍니다. ‘유디트와 나는 지난 반년 동안 깊은 증오심으로 무미건조한 생활을 해왔다.(86쪽)’ 매디슨을 만난 이유가 누군가 여자와 함께 있고 싶다는 욕구가 일었다는 것을 보더라도 아내를 뒤쫓을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 듯합니다. 이야기의 말미에는 드디어 만난 아내 유디트가 화자에게 권총을 겨누고 쏘기까지 하는 것을 보면 그녀의 짧은 편지의 내용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알게 됩니다.

아내가 쏜 총에 맞는 순간 이야기는 존 포드 감독과의 조우로 이어지게 되는 것을 보면 유디트와의 만남이 현실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야기의 전반에 걸쳐 언급되는 카를 필리프 모리츠의 <안톤 라이저>와 고트프리트 켈러의 <녹색의 하인리히>가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와 계보를 같이 하는 성장소설이라는 점을 보면 페터 한스케가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에서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는 개인의 성장과정인 듯합니다. 아내 유디트와의 관계를 청산한다는 것, 그리고 살아온 오스트리아를 떠나 미국이라는 생소한 장소를 여행한다는 것은 과거와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미국 사회의 분위기에 쉽게 녹아들어가지 못하고 불안이 고조되는 것은 자아와 타자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해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일단은 이 책에서 언급한 카를 필리프 모리츠의 <안톤 라이저>와 고트프리트 켈러의 <녹색의 하인리히>를 읽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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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없는 나는?
기욤 뮈소 지음, 허지은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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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없는 나는>은 기욤 뮈소의 2009년작 소설입니다. 신출귀몰하는 도둑을 아버지로, 그 아버지를 뒤쫓는 경찰을 첫사랑으로 둔 여인은 어느 쪽을 선택할까요?

이야기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두 젊은이가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소르본 대학을 졸업한 마르탱은 미국을 공부하기 위하여 샌프란시스코에 왔던 참에 버클리 대학의 카페테리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고, 버클리대 학에 다니는 가브리엘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프랑스 사나이답지 않게 사랑을 고백하지 못하고 미국 체류 마지막 날에서야 겨우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합니다. 다음날 공항에 나간 가브리엘은 ‘조금만 더 있어 줘’라고 요청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그 열흘을 바쳐 아낌없이 사랑을 나누지만 미래를 약속할 수는 없었습니다. 가브리엘에게는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 남자친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브, 마르탱은 애써 모은 돈으로 샌프란시스코-뉴욕 왕복 비행기표를 가브리엘에게 보내고, 자신은 파리에서 출발해서 뉴욕으로 갑니다. 하지만 가브리엘은 뉴욕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사랑이 식은 건지, 아니면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인지는 전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작가가 너무한거죠...?

그리고 세월이 흘러 경찰이 된 마르탱은 몇몇 부서를 거쳐 OCBC(프랑스 문화재 밀거래 단속국)에서 일하게 됩니다. 그리고 오르세 미술관에 있는 고흐의 자화상을 훔치려하는 세기의 도둑 아키볼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흐가 남긴 마흔 점이 넘는 자화상 가운데, 스스로 목숨을 끊기 1년 전 생레미드프로방스의 요양원에서 그린 자화상이라고 했습니다. 고흐의 자화상들은 고흐의 병세와 내면의 혼란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짐작하게 해주는 시간의 거울이라고 했습니다.

고흐의 자화상에 대하여 작가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반 고흐가 금박을 입힌 나무액자 안에서 걱정 어린 시선으로 아키볼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대의 눈길을 찾아 헤매는 것도 같고, 왠지 피하는 것 같기도 한 시선이었다. 음영이 들어간 붓 자국이 고흐의 무뚝뚝하고 여윈 얼굴을 사실적으로 표현해주고 있었다. 화가의 얼굴을 덮은 오렌지색 머리카락과 불꽃색깔의 수염 그리고 환각의 세계를 표현한 듯 소용돌이치는 아라베스크 문양이 강렬한 인상을 주는 그림이었다.(48쪽)” 고흐의 자화상을 보면서 아키볼드는 ‘나는 누구인가’ 묻고 있습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로 그린 고흐의 자화상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정신을 놓을 만큼 고심했던 한 화가의 고뇌가 고스란히 깃들어 있었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아키볼드를 잡기 위해서 마르탱은 강박증이라 할 만큼 아키볼드에게 집착했다고 합니다. 아키볼드처럼 생각하고,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갔고, 아예 아키볼드 맥린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백 명이 지켜도 도둑 하나를 잡기 어렵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도둑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이런 수사방식을 읽으면서 JK 롤링의 환상소설 <해리 포터> 연작의 두 주인공 해리 포터와 볼드모트가 대비됩니다. 선과 악의 양 끝에 있는 두 사람이 의외로 통하는 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해리 포터가 볼드모트의 생각을 엿본다거나 볼드모트 역시 해리 포터의 움직임을 알고 있는 등의 이야기 말입니다.

어떻든 쫓고 쫓기는 입장의 아키볼드와 마르탱이 결국은 ‘천국의 열쇠’라는 이름의 저주받은 다이아몬드를 두고 건곤일척의 대결을 벌이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당신 없는 나는>에서는 환상적인 요소, 즉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대기하는 공간을 두었다는 것입니다.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죽음으로 향하는 비행기와 삶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는 탑승대기구역을 마련한 것입니다. 탑승대기구역에서 삶과 죽음이 몇 차례씩이나 뒤바뀌는 묘미가 있습니다. 운명은 아키볼드와 마르탱,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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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에 기대어
이민철 지음 / 전남대학교출판부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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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전문의 시험을 같이 치렀던 동기 두 분과 저녁식사를 같이 하였습니다. 전남대학교 병리학교실에서 근무하다 정년을 맞은 이민철교수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하여 서울에 터전을 잡았다해서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병리학 공부를 막 시작하던 해에 학술모임에서 처음 만난 두 분은 모두 대학을 지키다다 지난해 은퇴를 하였고, 이러저런 이유로 대학을 떠난 저는 다른 분야에서 현장을 지키고 있기는 합니다.

<현미경에 기대어>는 자리를 마련한 이민철교수가 선물로 준 책입니다. 정년을 맞으면서 썼다고 합니다. 살아온 날들을 회고하면서 병리학, 특히 세부전공인 신경병리학 분야에서 해온 연구업적도 정리했는데, 전문용어들이 많아 다소 어렵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 책을 받아 책장을 넘겨보았을 때는 현미경 사진을 비롯하여 병리표본 사진들이 많이 곁들여있어서 병리학 교과서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저에게는 친숙한 것들이라서 흥미로웠지만 일반 독자들이라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합니다.

저 역시 이민철교수처럼 신경병리를 세부전공으로 공부를 하였던 바라, 책에서 여러 번 소개된 전미 신경병리학회 등 국제학회에도 여러 차례 같이 참석하였습니다. 지금도 기억합니다만 이교수와 해외학회에서 처음 만났던 것은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전미 신경병리학회였습니다. 같은 해 미국에 공부를 하러 갔기 때문이었습니다. 학회가 끝나고 세인트루이스의 명물 게이트웨이 아치에도 올라가 도시의 전경을 굽어보고, 마크 트웨인의 족적을 따라 미시시피 강을 운항하는 유람선을 같이 타보기도 했습니다. 해외학회에도 혼자 가는 것보다는 누군가 같이 가면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책내용을 보면, 이교수가 병리학을 공부하게 된 과정, 특히 신경병리학을 공부하게 된 인연을 먼저 소개하고, 신경병리학이 다루는 다양한 연구 분야들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대학에서 일하는 병리학자들은 진단과 실험 그리고 학생교육 등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소개하고 싶은 사연들이 많았음 직 합니다만, 충분히 흥미로운 내용들만 잘 골라낸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신경계질환을 공부하였는데,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무렵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신경병리학적으로 접근할만한 사례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때 착안했던 뇌은행사업은 외국에서는 오래전에 시작해서 많은 성과를 내고 있었지만 부검에 대하여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어떻든 그런 인연으로 전공한 분야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써냈으니 저도 할 만큼은 해온 것 같습니다.

제가 전공했다는 퇴행성 신경계질환 분야에서도 처음 듣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인 것을 보면, 이교수가 이 책을 쓰기 위하여 많은 자료를 섭렵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억 등에 관한 최신 연구동향을 소개한 부분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자료를 모으면서 준비해온 기억에 관한 책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현업에서 물러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살아온 날들을 정리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책의 말미에 이르면 병리학, 특히 신경병리학을 전공하면서 후학을 키워내던 40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논문이 유수한 학술지에 실리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만, 이민철 교수가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라는 것이 요즘들어 우한폐렴사태로 주목받게된 코로나바이러스 진단시약이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분자생물학 분야라고 하니, 앞으로도 연구에 더 매진하여 좋은 연구성과와 논문을 낼 수 있을 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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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출근했는데, 뭘 하라고요? - Z세대 직장인이 회사에서 살아남는 성과 창출 프로젝트
윤홍준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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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할 나이가 넘었는데도 자기계발서를 읽게 되는 것은 아직도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젊어서는 세상사는 이치를 배우려 자기계발서를 읽었다면 지금은 같이 일하는 젊은이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자기계발서를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을 정리해서 인생 후배들이 참고할 수 있는 자기계발서를 써볼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제 막 출근했는데, 뭘 하라고요?>는 Z세대라고 하는 요즈음 젊은이들은 물론 그런 젊은이들과 함께 일하는 꼰대세대를 위한 직장생활 조언을 담았습니다. <현장근로자를 위한 4S 직장 성공기>를 쓴 ㈜신성이엔지의 윤홍준 상무이사님의 두 번째 저서입니다. <현장근로자를 위한 4S 직장 성공기>가 자신의 직장생활을 요약한 내용이라면, <이제 막 출근했는데, 뭘 하라고요?>는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위한 지침서라고 할 만합니다. 저자의 첫 번째 책을 읽고 쓴 독후감을 읽으신 저자께서 직접 보내주셔서 읽게 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었던 베이비붐 이후에 태어난, 그러니까 1970년대 태어난 젊은이들을 X세대라 불렀던 데서 시작하여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Y세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Z세대로 구분하는데, 세대별로 다양한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X세대가 개인주의를 중시하던 세대라고 하면, Yepto는 ‘You Live Only Once’를 줄인 YOLO(욜로)의 의미를 중시하는데, ‘인생은 한번 뿐이니 뭐든지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라는 도전주의 정신의 세대라는 것입니다. 이 책의 화두가 되고 있는 Z세대는 편견 없이 다양성을 중시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제 경우는 베이브붐세대의 대표주자라 할 58년 개띠보다 조금 이른 나이라서 Z세대의 젊은이가 보기에는 꼰대 중에서도 상꼰대라고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화고 이 책을 읽어가다 보니 의외로 Z세대들과도 통할 수 있는 점이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아내의 성화 때문에 대충 정리를 했습니다만, 넥타이를 버리지 않고 모아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세대 간에 생각의 격차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판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것처럼 ‘적의 적은 내 편’이라는 근거 없는 이론도 있고, 세대를 건너뛰면 오히려 생각의 차이가 줄어들 수도 있겠습니다. 예전의 대가족제도에서도 보면 아이들이 부모보다 조부모를 잘 따르고 조부모 역시 손주들을 더 예뻐하는 것을 보면 근거가 전혀 없어보이지도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자는 갓 입사한 Z세대가 미래의 주인공이 될 것을 상정하고 이들을 어떻게 키워갈 것인가를 이야기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회사에서 관행처럼 해오던 신입사원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우선 중견기업에 입사하여 인사부에 배치한 지 6개월 되는 신입사원을 중심에 놓고 인사부, 나아가 회사 전체에서 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를 1월 6일(월요일)부터 10일(금요일)까지 신입직원부터 팀장에 이르기까지 6명의 인사부직원들이 해낸 일들을 뒤쫓는 방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이 기간 중에 등장인물들이 나눈 이야기는 대화체로 적고, 그 상황에 대한 설명을 지문형식으로 정리하고 있어서 직장인들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입 시절부터 월요병을 앓는 직장인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신입직장인이라면 머릿속에 새겨둘만한 20가지의 상황들, 혹은 단계들을 1.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은 Z세대에게, 2. 성과 그게 뭔가요? 먹는건가요?, 3. 직장에서 성과를 내는 기술을 따로 있다, 4. 성과를 200% 끌어올리는 방법, 5. Z세대여, 스마트 에너자이저가 되자, 등 5개의 영역으로 정리해놓았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는데 3년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자기계발서의 브리태니커사전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자기계발에 관한 수많은 명언들이 상황에 맞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반복해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만, Z세대와 함께 일하는 직장선배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책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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