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에 기대어
이민철 지음 / 전남대학교출판부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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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전문의 시험을 같이 치렀던 동기 두 분과 저녁식사를 같이 하였습니다. 전남대학교 병리학교실에서 근무하다 정년을 맞은 이민철교수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하여 서울에 터전을 잡았다해서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병리학 공부를 막 시작하던 해에 학술모임에서 처음 만난 두 분은 모두 대학을 지키다다 지난해 은퇴를 하였고, 이러저런 이유로 대학을 떠난 저는 다른 분야에서 현장을 지키고 있기는 합니다.

<현미경에 기대어>는 자리를 마련한 이민철교수가 선물로 준 책입니다. 정년을 맞으면서 썼다고 합니다. 살아온 날들을 회고하면서 병리학, 특히 세부전공인 신경병리학 분야에서 해온 연구업적도 정리했는데, 전문용어들이 많아 다소 어렵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 책을 받아 책장을 넘겨보았을 때는 현미경 사진을 비롯하여 병리표본 사진들이 많이 곁들여있어서 병리학 교과서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저에게는 친숙한 것들이라서 흥미로웠지만 일반 독자들이라면 어떻게 보실지 궁금합니다.

저 역시 이민철교수처럼 신경병리를 세부전공으로 공부를 하였던 바라, 책에서 여러 번 소개된 전미 신경병리학회 등 국제학회에도 여러 차례 같이 참석하였습니다. 지금도 기억합니다만 이교수와 해외학회에서 처음 만났던 것은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전미 신경병리학회였습니다. 같은 해 미국에 공부를 하러 갔기 때문이었습니다. 학회가 끝나고 세인트루이스의 명물 게이트웨이 아치에도 올라가 도시의 전경을 굽어보고, 마크 트웨인의 족적을 따라 미시시피 강을 운항하는 유람선을 같이 타보기도 했습니다. 해외학회에도 혼자 가는 것보다는 누군가 같이 가면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책내용을 보면, 이교수가 병리학을 공부하게 된 과정, 특히 신경병리학을 공부하게 된 인연을 먼저 소개하고, 신경병리학이 다루는 다양한 연구 분야들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대학에서 일하는 병리학자들은 진단과 실험 그리고 학생교육 등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소개하고 싶은 사연들이 많았음 직 합니다만, 충분히 흥미로운 내용들만 잘 골라낸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신경계질환을 공부하였는데,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무렵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신경병리학적으로 접근할만한 사례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때 착안했던 뇌은행사업은 외국에서는 오래전에 시작해서 많은 성과를 내고 있었지만 부검에 대하여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어떻든 그런 인연으로 전공한 분야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써냈으니 저도 할 만큼은 해온 것 같습니다.

제가 전공했다는 퇴행성 신경계질환 분야에서도 처음 듣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인 것을 보면, 이교수가 이 책을 쓰기 위하여 많은 자료를 섭렵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억 등에 관한 최신 연구동향을 소개한 부분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자료를 모으면서 준비해온 기억에 관한 책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현업에서 물러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살아온 날들을 정리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책의 말미에 이르면 병리학, 특히 신경병리학을 전공하면서 후학을 키워내던 40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논문이 유수한 학술지에 실리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만, 이민철 교수가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라는 것이 요즘들어 우한폐렴사태로 주목받게된 코로나바이러스 진단시약이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분자생물학 분야라고 하니, 앞으로도 연구에 더 매진하여 좋은 연구성과와 논문을 낼 수 있을 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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